제273화. 제도입성 (3)
“혁명이라면 역성을 하겠다는 말인가?”
역성이라는 말에 대신들이 침을 삼켰다. 역성은 제위를 차지한 성씨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역모로 부를 수 있었다. 승도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역성이 아니라 혁명입니다. 저는 황제 폐하의 존체를 위협할 뜻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작금의 세태에 더는 조정의 무능력함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
노대신의 입에서 거친 물음이 나왔다.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빛이 역력했다. 승도는 그 앞에서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옥좌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답했다.
“작금의 조정이 제국에서 어떤 통치를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신들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제국의 통치가 엉망이라는 것은 그들도 모르진 않았다. 다만 구태여 그 사실을 입에 올려 오승도의 정당성을 확실히 해주고 싶지 않았다.
승도는 그런 대신들의 심중을 읽었다는 듯 느릿하게 단 앞에 섰다. 그 단 위로는 높디높은 황실의 권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패와 실정의 연속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찌 열강의 간섭을 물리치고 민생을 도탄에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이 옳다고 하세. 하면 이같이 총칼로 조정을 유린하는 것은 법도에 옳다는 말인가?”
“그 조정이 민중의 존중을 받고 있다면 그 말씀에 일리가 있을 겁니다. 임 대인께서도 유자이시니 묻겠습니다. 명자께서 이르시길 황실과 조정은 백성이라는 바다 위에 뜬 한 조각 나뭇잎에 지나지 않다 하였습니다. 그 말씀은 조정의 정당성은 백성의 지지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조정이 지금 백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단언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씀에 확답을 주신다면 이 오승도, 기꺼이 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습니다.”
“…….”
임경문의 입이 잠시 열렸다 닫혔다. 유자로서 그는 그 이론을 모르지 않았다. 민심을 곧 천심이라 여기며 살아온 거인은 그 주장의 허점에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제국 정부가 이렇게 파탄을 맞게 된 것은 결국 대중의 지지를 잃어서였다.
승도는 자신의 앞에 선 노대신이 침묵을 지킨 것을 보며 단 위에 올라섰다. 그가 발 앞에 서자 늙은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무엄하다. 이 자리는.”
“가짜이시군요. 태후마마는.”
승도는 발을 손으로 걷으며 말했다.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승도는 태후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자리에 앉은 여자는 태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옥좌에 앉은 자도 대역일 것이다.
이 자리에 남은 대신들은 대역이 진짜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남은 것일 테고 말이다.
승도는 조금 유쾌해지는 것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만사가 모두 그의 계산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다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손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승도는 옥좌에 앉은 자에게 다가갔다.
“황제 폐하는 어디에 계신가?”
소년은 겁에 질린 표정을 보이다 입술을 겨우 떼었다.
“무엄하다. 짐은 이 제국의 지존이다. 내게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 것을 마, 만백성이 용서할 것 같은가?”
“대역 주제에 용기가 있군요. 환관입니까?”
승도는 약간 중성적인 느낌의 목소리에서 소년이 거세된 자임을 알아보았다. 에우로페 성가대에서 흔한 거세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닮아서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소년들이 낼 수 없는 맑은 음색을 가져 평범한 아이들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농담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황제 폐하는 어디에 계십니까?”
“짐은 황제다.”
승도는 혀를 차다 옥좌에서 등을 돌렸다. 그가 단을 걸어 내려오자 장교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황제 폐하가 아닌 것입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대전에서 멀리가진 못했을 겁니다. 이곳은 중대 하나를 남겨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후원 쪽을 뒤지게 하세요. 내명부 쪽을 뒤질 때는 여성들을 결코 건드려선 안 됩니다.”
“주의시키겠습니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성큼성큼 대신들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대신 하나가 물었다.
“우리를 어찌할 생각이요, 강주 관리사.”
그 말에 승도의 걸음이 멈추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여러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거란 점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국 통치의 책임을 물어 여러분의 관직과 재산까지 보장해 드린다는 약속은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승도의 대답에 대신들 사이에 안도의 빛이 흘렀다. 관리사는 잠시 좌우의 병사들을 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계신 대인들께서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셋만 남고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승도의 명이 내려지자 대전에 들어와 있던 병사와 장교들이 밖으로 움직였다. 승도는 그 모습을 보다 대신들에게 가볍게 읍을 해보이고는 물러났다. 다소 저자세를 취하는 모습일 수도 있었지만 그가 약하다고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등을 보이며 걸어 나가는 그를 보며 강자의 자신감을 느꼈다. 대신들이 약간 압도당한 눈빛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끼며 승도는 대전을 나섰다. 그가 밖으로 나올 즈음, 주변은 그의 명을 받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병사들의 움직임으로 소란스러웠다.
그가 어도를 따라 내려서자 장교 하나가 다가섰다.
“대인, 숙친왕의 행방을 파악했습니다.”
“그래요?”
승도는 그 말에 반색했다. 숙친왕은 북경 내에 있는 주요 권력자 중 사병 집단을 거느린 자였다.
황실 내에서도 입지가 비교적 높아 총리대신이 없었다면 섭정의 위를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었으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 위치를 파악했다는 것은 상당한 소득이었다.
“그자가 어디에 있답니까?”
“자신의 장원에서 사병들과 함께 농성중이라고 합니다.”
“하긴 그편이 더 안전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자는 일단 포위해두고 총리대신과 황제 폐하를 찾는데 주력하도록 하세요.”
“예, 대인.”
승도의 명을 받은 장교가 물러갔다.
승도는 대전의 앞뜰에 선 채로 이곳저곳에서 달려온 장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는 다분히 조정대신들을 의식한 움직임이었다.
그는 장교들에게 명을 내릴 때마다 수도 장악이 확실히 이루어져 간다는 인상을 연출했다.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눈과 귀로 보고 듣게 만듦으로써 그의 천하가 열렸음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그 의도였다.
내전 안도 수색이 한창이었다. 병사들은 방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뒤지며 황제를 찾고 있었다. 승도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병사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의 의복과 당당한 태도로 보건데 그 신분은 상당한 듯싶었다. 그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선제의 적녀로 고륜공주의 지위에 있는 고귀한 여성이었다.
여자는 병사들에게 무엄하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군홧발로 방들을 짓밟고 들어가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조정과 황실을 가능하면 자극하지 말라 명을 내리긴 했지만 동방의 법도에 익숙하지 않은 용병들인지라 사소한 부분들에서 ‘실수’가 있었다.
승도는 장교를 불러 병사들의 거친 수색을 멈추게 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군화를 신고 방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 그가 내린 지시였다.
그가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본 공주가 부리나케 그쪽으로 달려왔다. 여자가 달려오자 호위병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화가 난 공주가 그들을 밀치려 했지만 여린 아녀자의 몸으로 거친 사내들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병사들이 세게 밀어내자 공주는 그만 뒤로 밀려나 나자빠질 뻔했다. 궁녀들이 급히 부축해준 덕에 꼴사나운 상황은 면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공주는 그 자리에서 승도를 향해 외쳤다.
“지금 당장 이 무도한 짓을 멈추게 해라.”
“그건 곤란합니다, 공주마마.”
“역적. 네가 그러고도 국록을 먹은 신하라 할 수 있느냐?”
그녀의 일갈에 승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말씀대로 국록을 먹은 신하이기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마마.”
“역적. 하늘이 너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다.”
공주의 싸늘한 외침에 승도의 입이 열렸다.
“그 하늘은 지금 내 손에 들어와 있습니다.”
승도는 그렇게 대답하며 대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용상이, 옥좌가 그의 통제 하에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공주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손을 부르르 떨었다.
***
총리대신과 태후, 그리고 황제는 변복을 한 채 궁인들 사이에 끼어 혼란 통을 벗어나려 했다.
오승도의 군대가 너무 빨리 궁으로 들이친 바람에 빠져나갈 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달아날 길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영리하고 교활한 역적은 궁내에 부대를 보낸 것에 그치지 않고 태후 일행을 호위할 수 있는 경성 팔기와 숙친왕의 저택을 공격해 쓸어버렸다.
도성 안에서 그들을 도와줄 세력이 일시에 마비된 마당이다 보니 이들로서는 궁 안에 숨은 채로 외부의 도움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태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려다 자신의 말이 너무 크게 들린다는 것을 알고 뒷말을 낮추었다.
“역적에게 도성을 내주고 이 일을 어찌 수습할 생각이요?”
“송구합니다, 마마.”
“지금 이대로 역적에게 목을 내주게 생긴 판에 송구하단 말이 전부요?”
“아닙니다. 신에게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방법이 있다는 말에 태후가 표정을 폈다.
“황궁의 지하도를 이용해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지하도? 황궁에 지하도도 있나?”
황제가 대화에 끼었다. 지하도가 있다는 말은 그에게 금시초문이었다.
“있습니다, 폐하.”
“그럼 당장 거기로 갑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 것이 길이 매우 더럽습니다.”
“길이 더럽다. 그거야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니 짐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더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폐하. 궁의 하수도를 기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 뭐요?”
황제와 태후가 경악한 빛을 보였다. 죽었으면 죽었지 하수도로 기어서 나가자는 말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격한 반응에 총리대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와 마마께서는 그 험한 길을 가시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경만 이곳을 벗어나겠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신하가 군주를 버리고 달아나겠다는 말이 그리 쉽게 나오는 것이요?”
“아닙니다, 폐하. 신은 폐하를 지킬 군대를 모아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하는 건 우리를 그 역적의 손에 버려두겠다는 말 아니요?”
태후의 미간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리하면 경은 무사할 것 같소?”
“마마, 송구합니다만, 그리하지 않으면 제국을 지킬 방법이 없사옵니다. 폐하와 마마께는 역적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터이니 신이 기회를 보아 조정을 회복하면 만사가 잘될 것입니다.”
“하나.”
“다른 방법이 없사옵니다. 하면 신과 같이 하수도를 기어 나가시겠습니까?”
총리대신의 물음에 둘은 대답하지 못했다. 고귀한 태생의 두 황족은 하수도를 기어간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같은 황족 태생이나 어려서 고생도 해보고, 죽을 고비도 넘겨본 총리대신은 하수도를 기어서라도 살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들에게 그럴 각오는 없었다.
“하니 신만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근왕병을 일으켜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황실의 안녕과 종묘사직의 미래를 위해서.”
태후는 그 말이 마뜩잖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말 믿지요. 하지만 경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역적에게 조칙을 내려서라도 경을 응징하리라는 걸 명심하시오.”
“마마의 기대에 간뇌를 쏟아 부응하겠습니다.”
총리대신은 둘에게 절을 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궁녀 하나도 같이 일어섰다. 그녀는 역시 변복한 채 이 자리에 동석하고 있던 그의 부인이었다.
두 남녀가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궁의 하수도로 향하는 것을 보던 황제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고가 황제인 것은 맞습니까?”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폐하께서는 이 땅의 유일한 군주이십니다.”
“한데 그 신하를 자처하는 자들은 왜 하나같이 반기를 들거나 고의 곁을 버리는 것입니까?”
“그건 그들이 불충하기 때문입니다, 폐하.”
“아니에요. 그건 고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태후가 놀라 그 얼굴을 보았다. 황제는 주먹을 쥔 채 말을 이었다.
“짐은 결코 이 일을 잊지 않을 겁니다. 역적에게 도성을 범궐당한 치욕을, 그리고 대소신료들의 무능함을. 그리고 어마마마와 총리대신의 추태를. 반드시 기억할 겁니다.”
“폐하.”
“두 번 다시 이 같은 치욕을 맛보지 않을 겁니다. 신하가 불충하면 그 목을 쳐 날리고, 신하가 등을 보이면 그 등에 칼을 던질 수 있는 힘을 가질 겁니다. 그게 진정한 군주의 모습 아닌가요?”
“옳으십니다, 폐하.”
태후는 어린 소년이 보인 자세에 눌려 그를 부정하지 못했다. 황제는 아직 어리나 선제의 영민하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 어린 용은 천하를 다스릴 만한 총기가 있었다.
“그만 꼴사나운 옷은 벗어 버리도록 하지요. 역적 앞에 어차피 잡혀갈 거라면 차림이라도 당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미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그리하시지요, 폐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의관을 정제하고 평상시와 같은 위엄 있는 의복을 갖추었을 때 일단의 병사들이 그들이 있던 전각 앞에 나타났다. 황제는 인기척을 느끼고 궁녀에게 말했다.
“짐이 여기에 있으니 강주 관리사더러 직접 오라고 전하게 하라.”
황제의 의사는 곧 강주 관리사에게 전해졌다. 승도는 소년이 보인 의기에 다소 감탄하였지만 그 행동을 통해 다소의 경각심도 가졌다.
그는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의연함을 보일 수 있는 자는 얼마든지 그 심중에 칼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손에 굴복했던 프리지아의 왕이 그러했고, 평화를 간청하던 오스티아의 황제가 그랬다. 그들은 굴욕의 순간에도 의연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자들이었다.
“황제 폐하, 신 강주 관리사 오승도가 부름을 받고 도착했습니다. 폐하의 존안을 뵐 수 있기를 감히 청해도 되겠습니까?”
“안으로 들라.”
“예, 폐하.”
승도는 크게 답하고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호위를 거느리고 전각에 들어섰다. 황제에게 예를 표하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의 안전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방에 들어선 순간에야 자신의 앞에 있는 자가 황제라는 것을 확신했다. 태후와 황제 모두 의관을 정제하고 상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 태도에서는 자연스런 기품이 우러나고 있었다. 위에 앉아 사람을 부리는 태도. 그 모습은 제위에 앉아 수천만의 인간을 호령했던 승도였기에 잘 알아볼 수 있었다.
“강주 관리사 오승도가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승도는 황제의 앞에서 절을 했다. 황제는 그 절을 받으며 입술을 다물었다. 대신 태후가 그 옆에서 날카로운 빛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경은 황실의 옥좌를 탐할 생각이 있는가?”
“폐하의 용상을 탐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럼 어찌하여 이 같은 참담한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신은.”
오승도가 말했다.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는 이 나라를 다시 반석에 올리고자 하는 충심에서 일을 도모하였을 뿐입니다.”
“그럼 경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권력입니다, 마마.”
승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