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79화 (279/425)

제279화. 정권안정 (1)

육망곡에서의 승리는 오승도가 가진 권력을 확고히 해주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 정적들은 육망곡에 뼈를 묻었고, 토벌 대상이던 양의 반적들은 패전 소식을 듣고 스스로 무너져 버렸다.

총리대신과 기껏 연수하여 ‘전의’를 높였는데 그 근왕병들이 전멸해 버렸으니 그들의 자력으로 오승도와 겨뤄야 했다. 이건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일이었다. 이미 강행군으로 지친 데다 병력이 크게 줄어 있던 양의 군대는 이 소식 한 번에 저절로 흩어지고 말았다.

북 직례로 들어간 양의 원정군이 알아서 무너지자 점령지에 남아 있던 자들도 스스로 무기를 버리고 관에 투항했다. 주력을 잃은 마당에 천하의 강병을 상대하는 것은 가망이 없는 일이었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적을 제거한 오승도의 위상이 드높아졌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백마를 타고 도성으로 들어오던 날,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남문 앞까지 나가 맞이했다.

조정 대신들이 낯간지러운 말로 승리를 축하했다. 승도는 그들의 알맹이 없는 인사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말에서 내렸다.

황성의 어도는 최고 권력자의 귀환을 맞이하기 위해 자색 비단이 깔려 있었다. 전통적으로 상서로움을 의미하는 자색 비단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황족뿐이었다. 이 비단은 그 권력이 탄탄해졌다는 상징적인 증거였다.

승도가 비단을 밟으며 대전으로 올라오는 동안 황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승도의 패배를 바라며 사당에 가 제를 올렸지만 그 기도는 소용이 없었다.

역적은 승리자가 되어 득의만면한 얼굴로 개선하고 있었고, 조정 대신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남문으로 나가 있었다. 이제 세상이 그의 것이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천하는 이제 역적 놈의 것이었다.

“폐하, 총리대신 오승도가 들었사옵니다.”

환관이 고하자 황제는 그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들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허울뿐인 법도와 황실의 이름뿐이었다.

태후는 총리대신이 졌다는 소식을 듣고 몸이 편치 않다는 이유로 대전에 나오지 않은 터라, 역적은 오롯이 그 혼자 상대해야 했다.

황제는 심호흡을 깊게 하고 옥좌의 팔걸이를 힘주어 잡았다. 곧 긴 그림자가 대전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장포를 끌며 나타난 사내는 보기에도 위압감이 절로 들었다. 전장에서 승리한 오승도의 기세가 대전 안을 폭발적으로 잠식해 들어왔다.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황제는 자신이 잘못 느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 사내의 존재감이, 힘이 그만큼 커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승도는 대전 가운데를 가로질러 황제가 있는 단 앞까지 걸어왔다. 조정 대신들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와 자신들의 자리에 섰다. 승도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고했다.

“신 강주 관리사 겸 직례 총독, 군기대신 겸 총리대신 오승도가 폐하의 어명을 받들어 역적을 토벌하였음을 아룁니다.”

“수고했어요.”

황제가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그는 그 승리에 공을 치하할 만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총리대신은 부패한 자였지만 최소한 황실을 위해 일하던 자였으며, 그의 인척이었다. 그런 이를 죽였다고 말하는데 쉽게 말이 나올 턱이 없었다.

총명한 군주였지만 황제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그러니 감정의 빛을 온전히 감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승도는 그런 황제의 어조를 읽고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 어린 용은 발톱이 자라지 않은 새끼에 지나지 않았다. 창공을 비상하는 용이라 할지라도 날개가 자라지 않은 다음에야 호랑이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승도는 황제에게 예를 표시했다. 환관이 법도에 따라 일어나도 좋다고 말하자 그의 무릎이 펴졌다.

승도는 황제의 앞에 소매를 모으고 섰다. 신하의 위치에 서 있긴 했지만 실제 권력자는 그였다. 그 차이를 의식하고 있었기에 황제는 옥좌를 꽉 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폐하, 신이 하나 더 고할 것이 있사옵니다.”

“말해보세요.”

“신이 생각하기에 작금의 황실은 지난 변란과 간신의 전횡으로 그 위신이 크게 실추된 것 같습니다. 하여 황실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백성들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황실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이 강주와 그라는 것을 제외하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황실이 거듭된 항쟁으로 위치가 깎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경에게 무슨 생각이라도 있다는 건가요?”

“예, 폐하. 신이 생각건대 황실의 존엄을 살리는 길은 나라에 경사를 만드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사라 하면.”

“혼사 말입니다, 폐하. 예로부터 천자의 국혼은 나라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조정 신료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힘이 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신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도의 말에 대신들이 잠시 술렁거렸지만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임경문과 같은 이들은 당분간 오승도의 행보를 막아서 좋을 것이 없다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고, 청림당의 인사들은 그 주인(?)된 자의 위신을 존중하여 침묵을 지켰다.

“짐에게 국혼을 치르라니요?”

황제가 놀라 물었다. 그 반응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승도는 그의 생각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여유롭게 그 말을 받았다.

“나라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그 방법이 최선이옵니다. 달리 행사를 만들어 황실의 위엄을 떨치기엔 국고 사정이 좋지 않사옵니다.”

“그렇다고 짐이 국혼을.”

황제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천자 된 몸으로 나라의 안정과 황실의 안녕을 위해 국혼을 해달라는 말을 일거에 물리칠 명분은 없었다.

“폐하, 부디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거기다 말을 꺼낸 자는 그냥 신하도 아니고 정권을 쥔 권력자다. 거기에 정적들까지 전장에서 보란 듯이 싹 쓸어버렸다. 그를 견제할 사람이 없는 이상 그 의중을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좋아요. 하지요.”

황제가 어렵게 대답을 내놓자 승도가 소매를 모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경은 황후가 누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신이 생각키에 황실이 안정을 찾으려면 확실한 힘을 가진 가문과의 혼사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가문이라면.”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작금 천하에서 신의 가문에 비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생각합니다.”

“총리대신 각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작금에 황실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은 강주의 오씨가 유일하옵니다.”

“강주의 충심을 믿어 은혜를 내리소서.”

“용단을 내려 주시옵소서, 폐하.”

오승도의 한마디를 기다렸다는 듯 청림당 신료들이 일제히 지원 사격을 가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황제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이 혼사는 말 그대로 황제의 목에 걸 올가미였다.

상대는 황실을 손발도 꼼짝할 수 없는 절름발이로 만들 생각이 분명했다.

“폐하, 천하에 누가 있어 황실을 이토록 굳건히 지켜 내겠습니까? 총리대신 각하라는 영웅이 계셨기에 중원의 도적과 황실의 역적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부디 총리대신의 충심을 의심하지 마시고 그 청을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청림당 신료들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중립을 지키고 있던 황실 보수파와 중도파의 인사들도 나섰다.

“폐하, 국혼은 천하의 중대사이니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할 일로 사료되옵니다.”

“하늘의 뜻을 살펴 길일에 결정해야 옳은 줄로 아룁니다.”

그들이 나서자 황제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승도는 여기서 물러날 뜻이 없었다.

“폐하, 신은 충심으로 폐하를 보필하고자 말씀을 아뢰었을 뿐, 권력을 탐하려는 욕심은 전혀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신을 믿어 주신다면 국혼을 받아주시고, 그렇지 않으시다면 청을 물러 주시옵소서.”

말 그대로 청을 거부하면 불신임의 뜻으로 받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자택일을 강요한 셈이다.

역대 황제 중 이런 강압을 당한 자가 있던가?

하지만 그 청을 거절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 북경의 낮과 밤을 지배하는 자는 저 사내였고, 천하를 손에 넣은 것도 저자였다.

저 역적의 청을 거절한다는 말은 그에게 적대감을 표시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리되면 역적에게 충성하는 자들이 황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데야 별수 없었다.

“경의 가문에서 황후를 받도록 하지요. 대신 황후는 내가 골라도 되겠지요?”

황제는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씨 가문에서 황후를 맞더라도 반드시 그들 모두가 승도에게 충실한 자들일 수는 없었다.

승도는 거기서 한 발 물러서 주기로 했다.

“예, 폐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는 어차피 자신의 딸을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 중 황후를 내줄 생각이었다. 필요하면 황제를 갈아치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대답에 황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내부의 문제는 매듭지어졌으나,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서북 변경에서는 회군의 잔존 부대가 회군해오고 있었고, 공공연히 대막을 잠식해오는 북적과 유목민 반군 문제도 있었다.

이들 중 후자는 천천히 처리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최강의 열강 연합왕국의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북적은 나중에 손을 보아도 늦지 않았다.

급한 것은 전자, 회군의 잔존 부대 문제였다. 이 신식 부대는 기존 제국 황실에 충성하던 군대로, 그들이 새로운 조정에 충성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들 군대를 하루빨리 통제 하에 넣지 않으면 중원에서 한차례 전투를 더 치러야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남은 것은 회군 문제인가.”

승도는 중원 전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회군은 그냥 싸운다고 하면 손실이 상당한, 만만치 않은 적수였다. 상승군의 전력이 월등하다고 하지만 일개 반적의 무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손실을 가할 상대이니 경시하는 것은 무리였다.

전도를 함께 보고 있던 장교 하나가 입을 열었다.

“회군이라면 우리 군대를 동원해 격파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중원에 들어올 시점이면 대하를 건너온 주력이 그들을 맞상대할 위치에 도달할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야 그렇지만 이 회군을 쓸어버리는 건 좀 아까워서 말입니다. 제국 재정을 거의 쏟아부어 만든 신식 군대이니 그냥 공중분해하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거기에 우리 병사들도 피해를 볼 테니 가급적이면 회유해야지요.”

승도는 지도가 놓인 탁자를 한 바퀴 빙 돌았다.

“이들을 회유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투항을 전제로 지위와 관직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이라면.”

“그건 불가합니다.”

승도가 딱 잘랐다. 회군 지휘부의 위치를 유지해주는 것은 제국 내에 군벌을 기르는 것과 같았다. 과거 로망스 공화정 시절 각 방면군의 급료를 장군들이 해결하게 한 결과, 그 군대들은 사병이 되었다.

그 군벌들이 나중에 공화국 정부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면 군벌의 싹을 만드는 건 현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다른 벼슬을 제안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건 회군 수뇌부가 거절할 거요.”

승도는 그 답을 뻔히 짐작했다. 자기들의 줄이나 다름없는 옛 정권이 박살나고 그 관료들이 숙청당한 판이다. 믿을 것은 군사력밖에 없는 상태에서 허울만 좋은 관직을 받고 투항하는 것은 목줄을 저당 잡히는 것과 같다.

언제 날아갈지 모를 처지로 스스로를 내몰 인간은 적다. 정치적으로 잔뼈가 굵은 인간이라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쉽게 하지 않았다.

“그럼 방법이 없습니다, 각하.”

“보급을 끊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무리입니다. 병참을 완전히 끊기에는 중원의 사정이 좋지 않아요. 청야 전술을 시행하면 회군을 자멸시킬 수 있지만 그리하면 민심이 이반할 터. 그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아니면 각하께서 즐겨 사용하시는 선전을 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선전이라.”

승도는 그 말에 수염을 매만졌다. 선전을 통해 군대를 붕괴시킨 예는 역사적으로도 몇 번 있었다. 병사 개인의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군 자체를 동요시켜 자멸시키는 전략으로 오승도 본인도 과거에 써먹은 전력이 있었다.

“나쁘진 않겠군요.”

승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전을 하겠다고 작심하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회군이 퇴각해올 마을과 도시마다 방을 써 붙이고 현재 중원의 정세가 어떤지 알리면 그만이었다.

자신들이 절대적인 수세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불안은 유언비어가 되어 회군을 스스로 붕괴시키고 말 것이다.

그렇게 조직력이 허물어지면 회군 지휘부도 백기 투항 외에 다른 수를 생각하긴 어려울 터였다.

승도는 회군에 대한 대응방침을 간단히 세웠다. 이것으로 회군 문제도 대강 처리된 셈이었다.

승도가 장교들과 회군에서 낙오할 자들을 수거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서기 건문이 들어와 급히 그를 예방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승도는 장교들에게 토의를 계속하라 말하고 자신은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가 방에서 나오자 큰 키에 익숙한 얼굴을 한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이 익숙했던 것은 강주 장원에서 자주 보던 무인이라 그랬다. 사내는 승도의 부친 오유도가 보낸 자였다. 무인은 승도에게 예의를 표시했다. 승도가 그에게 급히 찾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오유도가 써서 보낸 서신을 바쳤다.

승도는 얼른 서신을 뜯어 개봉했다. 그 안에는 조금 흥분한 듯 휘갈겨 쓴 아버지의 필적이 가득 담겨 있었다.

-승도야, 지금 북경에 가서 대업을 이루느라 고생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매우 기쁜 소식이 있어 이리 서신을 보낸다.

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네 내자가 씨앗을 보았다. 이번에 나온 아이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더구나. 우리 오씨의 대를 이을 아들 말이다. 이리 번듯한 후계자가 섰으니 네 걱정도 한결 덜어지리라 생각한다.

아이의 초명은 장생(長生: 오래 살라는 뜻)이라 지었다만, 본명은 네가 지어야 할 것 같아 아직 생각해두지 않았다. 어서 강주로 돌아와 네가 장생을 보았으면 싶구나.

종종 소식을 전하도록 하마.-

부친의 서신을 읽은 승도의 얼굴에 기쁜 빛이 감돌았다. 서역의 관념이 있어 딸과 아들을 평범한 동방 사람만큼 구분하진 않아도 그 역시 후계자로는 아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생각이 심중에 있었다.

“각하, 감축 드립니다.”

곁에서 함께 들었던 건문이 오씨의 후계자가 탄생했다는 말에 경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승도는 그 축하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았다.

장녀 다음으로 아들이 태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후계자가 나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는 기쁜 낯을 감추지 못한 채 무인에게 말했다.

“이 길로 바로 강주로 돌아가거든 아버님께 전하세요. 장생의 본명은 정수(精髓: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것)라고.”

그의 목소리에서 기쁜 빛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그가 지어준 정수라는 이름은 장차 아들이 이 제국의 골수가 되어 그 대업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예. 그리 전해 올리겠습니다.”

“혹시 잊을 수도 있으니 서기가 서신에 써서 보내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이리 오게.”

건문이 무사를 데리고 사라졌지만 승도는 뜻밖의 득남 소식에서 얻은 감격을 쉬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제 오씨의 대업을 이을 후계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든든했다. 천하가 적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승도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았다. 자신이 쓰러지더라도 강주는 이제 무너질 수 없었다. 자신의 후광과 정통성을 승계한 후계자를 중심으로 다시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강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정치적 불안 요소가 말끔히 지워졌다는 것과 같았다. 이제 강주가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부와의 전쟁에 패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스스로 무너질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강주는, 승도는 반석 위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은 제국 안팎의 근심거리를 쓸어버리고 우리 강주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뿐이다.’

승도는 뜻밖의 기쁜 소식을 품에 안은 채 집무실을 향해 돌아섰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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