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81화 (281/425)

제281화. 정권안정 (3)

오승도가 북경을 점령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승도는 정권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총리대신 일파와 양의 반란군, 회군 모두를 굴복시키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그의 통치에는 몇 가지 불안 요소가 상존해 있었다. 하나는 정권을 지탱할 자금력의 부족이었다. 행상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어 재정을 충당해주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투자는 강주 일대에 집중되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행상의 여유 투자 분을 가지고는 제국의 부족한 재정을 충당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세제의 개선과 조직 개편으로 인한 이익도 당장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천문학적인 빚과 전란으로 피폐해진 강북의 전후 복구라는 과제를 감당하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인 돈이었다.

또 하나, 그의 통치 기반이 무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보통 행정과 사법의 두 축에 의존하여 통치를 행하는 것과 달리 오승도 정권은 무력에 의존한 군사 정권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자면 강주에 충성하는 자들로 지방의 관리들까지 모두 물갈이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인적 자원 풀이 너무 모자랐다. 승도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당장 손을 쓰기에는 일의 규모가 너무 컸다.

남은 하나는 외세의 존재였다. 이번 내전 과정에서 북적은 제국의 강역을 이미 잠식하고 있었다.

사전에 조율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이 제국 영토를 잠식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제국 내의 다른 정치 집단들의 분리 독립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었다.

연합왕국도 문제였다. 이들은 내전 과정에서 개입 요청을 받아 북적 문제에 낄 명분을 가졌는데, 이들이 북적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문제라도 만드는 날에는 신이 원치 않는 전쟁에 말려들 위험이 있었다. 신생 정권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상황이었다.

승도는 이런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던 만큼 외정에서 일정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극단론을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어서 오세요, 장인어른.”

승도가 자리를 권하자 반진유가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승도가 머무는 곳은 과거 황실의 별장으로 쓰이던 이화원이었다.

이화원은 수백만 냥의 은을 들여 만든 곳답게 호사의 극치를 보였다. 서역식으로 만들어져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서역의 최신 기물들을 가져다 놓아 제국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사치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승도는 장인에게 서역에서 들여온 안락의자에 앉을 것을 권했다. 늙은 행상이 의자에 몸을 묻더니 안정감이 좋다는 얼굴을 했다. 승도는 그것을 보고 자신도 의자에 앉았다.

이 의자들은 태후가 선교사들에게 명해 만든 것들로 모두 수제였다. 정작 이 사치품을 만든 주인공은 구중궁궐에서 화병이 나 몸져누워 있으니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행상은 방내의 경물을 찬찬히 둘러보다 사위에게 눈길을 돌렸다. 정계의 거중 조정 역할을 맡아 잠시 감록대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거인은 오늘 사위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단순히 방을 구경시켜 주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 사위도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반진유가 손을 팔걸이에 걸친 채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할 말이 있다고 들었네. 정치와 관련된 사안인가?”

장인이 물었다. 승도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제국의 외정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새로 일거리를 만들려는 거로군.”

장인이 자신의 생각을 알아주자 승도가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제국의 재정이 썩 좋지 않은 판에 외부에 일거리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외정 문제를 좀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양이들의 눈을 돌리기 위함인가?”

“잘 보셨습니다.”

승도는 현상 유지를 하는 상태에서는 제국의 앞날이 썩 밝지 않다 여겼다. 부족한 돈은 차관으로 빌리고 외세는 외세로 막고, 불안한 내정은 군사력의 힘으로 억누른다 해도 이 위험한 곡예를 계속하는 것은 승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럴 바에 차라리 판을 바꾸는 것이 그에게 합리적이었다.

“양이들의 눈을 돌린다면 어떻게 말인가?”

“먼저 우리 동쪽으로 열강들이 관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려와 동영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들을 이용해 열강의 관심과 주의를 돌려놓고 한편으로 우리가 이익을 취하여 정권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새로 세운 외교 전략입니다.”

“탐욕스런 승냥이들에게 고기를 던져주어 그들의 눈을 돌리게 하고, 한편으로 그 이리 떼에 쫓긴 동방 국가들로부터 이문을 얻는다. 계책으로는 그럴듯하나 실행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 구축한 무역의 이익도 위험할 수 있네.”

장인의 지적도 그릇되지 않았고, 승도도 그 위험을 모르지는 않았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수가 없습니다. 우리 제국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서 주위의 시선을 돌리고 외세의 간섭을 줄일 방법 말입니다.”

“그야 그렇긴 하네만.”

반진유도 승도의 생각을 마냥 부정하지는 않았다. 정권이 보다 안정되려면 이 불안한 상황부터 탈피해야 했다. 여기에 역점을 두고 외부의 변수를 조절해 보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탄복할 만했다.

그 방향 자체는 그릇되지 않았다.

“장인께서 도와주시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반진유가 물었다.

“제가 시기가 되었다고 말씀을 올렸을 때 장인어른께서 려를 먼저 예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거하게 준비를 해두셨다가 행상의 관계자들을 대거 끌고 가셔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공무역을 아주 큰 규모로 벌여 주십시오.”

“공무역을? 인삼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인삼은 어차피 영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물품이 아니던가?”

“맞습니다.”

승도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하면 영관을 통한 거래물량이 줄어 막부에서 불편하게 여기지 않겠나?”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리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이문이 남는다는 건가?”

“이문이 있습니다. 려라는 나라가 아주 ‘돈’이 되는 특산품을 가진 나라라는 것을 연합왕국에 인식시킬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려를 연합왕국의 침공에 노출시키는 것이 제 계획의 핵심입니다.”

승도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들을 침공에 노출시킴으로써 신은 당분간 연합왕국의 압력을 덜어낼 수 있다. 동시에 려와 연합왕국이 싸우는 중간에 끼어 ‘중재’를 하면 자연스레 신의 위상도 올라가게 된다. 정권의 입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업적 쌓기인 셈이다.

반진유도 그 설명을 듣고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 여겼다.

“좋아. 그 말대로만 된다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문이 되겠어.”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하나가 더 있단 말인가?”

반진유가 묻자 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려를 방문하고 가시는 길에 동영을 찾아 주십시오.”

“거기서도 할 일이 있던가?”

“예. 그곳에서 막부 쪽에 북적의 남하를 경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북적들이 항구를 얻기 위해 거친 북방의 바다를 넘어 동영의 북방 영토를 넘본다고 말입니다.”

물론 이 정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지금의 북적은 내륙 영토 확장만도 힘에 버거운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보를 들은 동영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북적이 내려오기 전에 국경을 확실히 하고자 기존에 이루어지던 북방 탐사대와 개척단을 더욱 맹렬하게 위로 올려 보내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움직임은 북적을 자극할 것이고, 그 주의를 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승도는 행상의 일을 하며 수집한 정보와 자신의 지리학 지식을 이용해 정략을 짜냈다.

이 정략은 주변국들의 희생을 대가로 신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한다면 북적들도 그냥 있지는 않겠군.”

“그렇습니다. 제 생각대로 돌아간다면 두 양이 모두 적어도 삼 년 정도는 우리 신의 내정에 크게 간섭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른 먹이, 혹은 다른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바쁠 테니 말입니다.”

늙은 행상은 승도의 이야기에 흡족한 빛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사위는 이미 이 제국의 국정 수반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

려는 지금으로부터 약 오백 년 전에 건국된 나라였다. 왕조의 수명이 보통 이백 년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이할 정도로 장수하는 나라에 속했다.

그 장수의 비결은 신과 맞먹는 고도의 중앙 집권 관료제와 변화가 적은 안정된 경제 구조에 있었다. 변화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의 위협 요소가 적다는 말과 같다.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잘 알았다. 그래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상업을 억제하고 보수적인 학문을 숭상했다.

그런 까닭에 왕국은 외부와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한다면 국경을 이웃한 신과 동영,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수입할 몇몇 나라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나라의 인구가 적다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이 고립된 국가는 자그마치 천만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천만이면 에우로페의 웬만한 중형 국가와 맞먹는 막대한 인구라 할 수 있었다.

상업이 거의 마비된, 고착화된 경제 구조에서 천만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다. 실로 경이적이고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기이한 나라를 현재 통치하는 최고 권력자는 왕이 아니었다. 왕의 국구(장인) 자리를 가진 김씨 일가였다. 김씨 가문은 왕권을 자신의 그림자로 전락시키고 왕실을 대신해 이 나라를 이끌고 있었다.

본래 나라의 주인인 왕실이 힘을 쓰지 못하다 보니 나라의 형편은 썩 좋지 않았다. 부패의 제왕 격인 신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방 통치 말단까지 썩어 들어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국방은 녹이 슬었고 재정은 고갈되었다. 나라꼴이 그러다 보니 최근 ‘중흥(?)’을 맞은 신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졌다.

드르륵.

얄팍한 소리와 함께 문지방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갓을 눌러쓴 남자가 사랑방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김장조. 김씨 가문의 적장자라는 존귀한 신분을 가진 사내였다.

장조가 들어오자 서탁 위에서 책을 읽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서역에서 들어온 놀라운 기물, 안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는 노인 앞에 의관을 정제하고 앉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노인 앞에서 만큼은 예를 지켜야 했다. 바로 이 노인이 김씨 가문의 수장이자 왕을 한 손에 거머쥐고 흔드는 이 나라의 실질적인 제왕이기 때문이다.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널 불렀다.”

“하명하실 일이라도.”

장조가 공손히 묻자 노인이 검버섯이 핀 손으로 안경을 슬쩍 밀어 올렸다.

“하나 있긴 하구나.”

“말씀하십시오.”

“이번에 신에서 정변이 일어난 것은 너도 알고 있을 게다.”

“물론입니다.”

종주국이 기침을 하면 제후국이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한 일. 지금처럼 신의 군사력이 강성해져 그 눈치를 더욱 살펴야 할 때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의 정계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그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서 네가 북경엘 좀 다녀와야겠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네가 말이다.”

“아랫것들을 시켜도 될 일을 왜 제가.”

장조가 아버지의 말에 토를 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일이 단지 귀찮고 힘든 것에 그쳤다면 그는 이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 문중에서 가주의 권위는 하늘처럼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토를 단 것은 북경 행이 대단히 위험했기 때문이다. 북경을 다녀오는 사신 삼분의 일이 도적과 풍토병 등의 이유로 목숨을 잃어서다.

“그건 이번에 새로 바뀐 권력자 오승도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간 우리는 북경에 있는 다른 권력자들에는 줄을 대고 있었지만 이자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거의 없고 줄도 대지 못했다.”

“하면 상인을 통해 선을 대면 되지 않습니까?”

영관에 행상의 손과 발이 있다는 것은 김씨 가문의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들을 통해 접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승도가 천한 상인의 신분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그 점을 새삼 건드리는 것은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하지만 노인은 그 말을 부정했다. 줄을 댈 때는 상대가 싫어할 일을 해선 안 되었다. 그가 보기에 상인이라는 신분은 오승도의 역린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을 자극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었다.

차라리 사신단을 보내 오승도 정권의 권위를 높여주는 자리에서 인사를 한다면 그 호감을 사기 쉬우리란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집정 대신 자리를 공으로 얻은 것이 아닌 만큼 그의 지적은 논리적이고 정확했다.

“그렇다 해도 제가 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있다. 네가 가야만 우리 가문의 권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 신은 외부에 투사할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 최고 권력자가 된 오승도의 생각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전쟁에 미친 것 같은 그자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다.”

노인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승도라는 괴물을 분석했다. 일개 상인의 몸으로 군사력을 키워 제국을 집어삼킨 야심가. 권력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어 보이는 자가 바로 그자였다.

무시무시한 양이들과도 일전을 서슴지 않았고, 압도적인 규모의 반적과도 타협하지 않고 싹 쓸어버리는 호전성을 보였다. 그런 작자라면 지금까지의 관례를 무시하고 번 속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그자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그가 원하는 것을 내주더라도 우리 위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긴밀한 일을 아랫것들에게 시켰다가 무슨 사달이 날지 누가 알겠느냐?”

그의 말에 장조도 비로소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괜히 적장자인 그에게 이 위험한 북경 행을 강요하는지 이해가 갔다. 다른 일이라면 아버지도 가문의 후계자인 그를 보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자가 우매하여 아버님이 그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신지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라도 알면 되었다. 북경에 가게 되거든 청림당 관료들과도 두루 친분을 쌓아두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노인은 아들에게 새로운 인맥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원점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게 된 만큼 가능한 관계를 탄탄히 다져두고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차후 문제가 생겨도 그들이 오승도의 위험한 행동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아버님. 북경으로 가기 전에 그에게 줄 선물도 좀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통 사신은 제국을 방문할 때 조공품을 가지고 간다. 이렇게 조공을 가지고 가면 그보다 많은 양의 하사품을 받기에 딱히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니었지만, 사적으로 권력자들에게 줄을 대는 과정이 포함되어 때론 손해를 좀 보기도 했다.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영관에 일러 유황과 금을 마련해 두었다. 거기에 우리 가문에 대대로 전해지는 백자 몇 점을 내주마. 그거면 되지 않겠느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되었다. 혹 이번 사신단 인선에 필요한 사람은 있느냐? 필요하다면 내가 명단에 넣어주마.”

“특별히 생각해둔 자들은 없습니다. 굳이 필요하다면 내금위의 무장들을 몇 뽑아 넣어 주십시오. 아무래도 가는 길이 걱정되어서.”

“알겠다.”

노인은 아들의 말에 기껍게 답했다. 내금위는 왕실의 친위 부대다. 그런 이들을 마음대로 사신단에 포함시킨다는 것만 보아도 그의 권력은 결코 우습지 않았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절대 권력자.

하지만 그런 그도 제국을 손에 넣은 떠오르는 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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