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299화 (299/425)

제299화. 남하정책 (4)

차가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광활한 북방의 대지에 실로 보석과 같은 도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시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넓은 대륙의 동과 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유목민들의 교역 루트로 쓰였던 이 도시는 ‘이르쿠츠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오래된 도시에는 제국의 극동 방면 세 개 관구(서, 중앙, 동 시비르)를 관장하는 황제의 대리 미카엘 대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황실 계승권 서열 4위의 인물로 욕심이 많고 호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작금에 재개된 극동 정책 역시 그가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공은 황제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극동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는 한편, 대막의 유목민들에 대한 영향력도 빠르게 강화했다.

그간 신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적거리던 대막의 국가 ‘투르 한국’을 승인한 것도 그 영향력 강화의 일환이었다.

대공은 이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편, 군사력도 빠르게 재배치하고 있었다. 그는 조만간 신에 대한 적극적인 무력시위를 통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심산이었다. 황제가 연합왕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남하’를 주문한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미카엘 대공이 백마를 타고 앞으로 나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병 장교들이 재빨리 차렷 자세를 취했다. 대공은 그들에게 사열을 받다가 그 사이에 낀 이질적인 얼굴 몇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그대들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새로 온 자들인가?”

대공이 물었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사람 얼굴 기억에 일가견이 있던 황족은 제 수하에 있는 이들의 얼굴은 쉽게 알아보았다. 그 앞에 있는 자들은 난생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고귀한 황족의 물음에 질문을 받은 자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특이하게도 그자는 남성이 아닌 성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높은 톤의 음성으로 대답했다.

“예, 전하.”

“페테르부르크에서 구태여 그대들을 보낸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대들의 입으로 듣고 싶군. 여기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이지?”

대공이 묻자 여자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지난 신과의 전쟁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장교들입니다. 동 시비르 관구, 알렉산드르 백작의 휘하에서 종군하며 ‘바다를 향한 행군’에 참가했고, 그 전역에서 호된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폐하께서는 그 교훈을 잊지 않기를 바라시는 뜻에서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그런가. 신에 패한 친구들이라 그 말이군. 그 전투에 참가한 장교들은 대부분 포로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자네도 그런가?”

대공이 묻자 여자는 수치스러움에 약간 붉어진 얼굴을 했다. 하지만 황족에게 거짓을 고할 수는 없었다.

“예, 전하. 신에 포로로 잡힌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 묻겠네. 그자들은 동방 전통의 야만적인 풍습으로 포로를 처우하던가?”

그 물음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를 잡은 지휘관, 오승도의 태도는 분명 신사적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신의 조정은 포로에 대해 그와 같은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랑캐는 오랑캐일 따름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별반’ 좋지 않은 대접을 했다.

노역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차갑고 축축한 감옥에 가둔 채로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했다. 그 같은 대접은 치가 떨릴 정도로 이가 갈렸다. 자신들의 이익을 담보받기 위해 잡아둔 포로에게 그런 대접이라니.

특히나 여성에게는 모멸감이 드는 일이었다. 그녀는 고귀한 귀족 영애로서 그 온당하지 못한 처사에 몇 번 항의하긴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도리어 대접만 더 박해졌다. 심지어 간수들이 희롱하려까지 했으니 그 야만성은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 그런 그녀가 무사히 방면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적의 무심함 때문이었다.

신은 포로의 가치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탓에(오승도가 그에 대해 인지시키긴 했지만 제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진 않음) 적당한 뇌물을 받고 포로를 방면하는 조처를 취하고 말았다.

적의 무능함 때문에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조기에 석방되었으니 잘 되었다고 할 일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대공이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나라가 아닌가. 여성에게 그런 야만적인 처우라니. 포로 관리도 엉망이고 국가 체계도 형편이 없어. 그런 주제에 천혜의 국토와 인구를 가지고 있으니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 할 수 있지.”

대공의 말에 나타샤도 수긍했다.

대공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다음 다른 장교에게 눈길을 주었다.

“자네도 신에서 패배를 겪은 사람인가?”

“예, 전하. 저도 알렉산드르 백작 휘하에서 종군했습니다.”

“방금 듣기론 무능하고 한심한 나라라는 인상이 드는데 그런 상대에게 패할 만한 이유가 있었나?”

“신이란 나라는 무능했지만 적장은 동방의 필립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탁월한 식견의 전략가였습니다. 우리의 허를 찌르는 전략은 물론이고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그 술수는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대공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도 어린 시절 필립을 상대로 치른 조국전쟁의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로망스 제국이 이끌고 온 육십만 대군의 침공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했다.

그 막강한 원정군을 물리친 것은 루시의 군대가 아니라 지나치게 신장된 로망스의 병참선과 질병, 그리고 혹한의 추위였다. 그는 그것들의 도움이 없이는 자국이 패망했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필립이란 수식어를 가진 적장에 호기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그자는 우리 군대를 상대로 고의로 약점을 보여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과 장소로 전장의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몇 번 거짓 승리를 주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끌어낸 상태에서 우리의 체력을 빼놓고 결정적인 반격을 가해 패배를 주었습니다. 알렉산드르 백작과 그 휘하 지휘관들도 경험이 풍부한 일류였지만 그 적수가 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덫으로 끌어들이는 술수는 그와 대등한 자가 아니라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 탁월한 식견을 가진 자가 바로 오승도란 자인가?”

대공도 오승도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제국 제일의 신성으로 공적을 쌓으며 세를 키우다 단숨에 정변을 일으켜 그 나라를 집어삼킨 자. 제국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군벌의 수장.

제국에서 명장이라 불릴 만한 그릇은 그 하나이니 대공이 그 이름을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하지만 부패하고 썩은 나라라면 그 군대도 무능하게 마련이지. 일전에 대막에서 신의 최정예라 불린 회군과 그 주둔군도 간단히 패퇴시키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우리 군대를 상대한 오승도의 군마는 분명 형편없는 군대였지만 그자는 그 전력의 차이를 뛰어넘을 실력을 가졌습니다. 거기다 그가 이끄는 상승군의 실력은 여타 제국군과 다르다는 평이 많습니다.”

포로 생활을 했던 장교들은 상승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패배시킨 상대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모으는 것은 사람의 당연한 심리였다. 그 이야기에 대공이 수염을 매만졌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의 신이 가진 군사력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수밖에 없겠군. 알렉산드르를 패배시킨 오승도가 최고 실력자의 위치에서 원하는 만큼 군마를 부리는 데다 그 ‘상승군’이라는 집단을 훨씬 증강했으니 말이네.

하지만 그대들의 말대로 그 군사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해도 우리는 남하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 그렇지 않은가?”

대공의 물음에 장교들이 큰 소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남하는 부동항을 얻기 위한 제국의 염원이 달성되기까지 멈출 수 없는 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연합왕국과 여타 열강들의 방해로 그 정책이 계속 좌절되긴 했지만 신을 향한 행보는 아직 좌절된 것이 아니었다.

오승도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그간 그들의 행보를 막아온 프리지아나 오스티아, 우스만, 연합왕국, 스와질란드 같은 전통의 강국들보다 위험할 리는 없다.

더욱이 연합왕국의 견제를 막을 수 있는 실력과 국제적 여건이 갖추어진 지금과 같은 호기는 한 세기에 몇 번 오지 않는다. 이런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남하는 영원히 불가능하리라.

대공은 장교들의 대답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좋군. 자신감까지 무뎌진 것은 아니야. 그레고리우스 대령.”

“예, 전하.”

대공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기병 연대장이 얼른 대답했다.

“연대를 소집한 이유를 알려주겠네. 국경을 넘어가 ‘투르 한국’에 주둔하도록 하게. 그게 오늘 그대들을 부른 이유일세.”

“국경을 넘어가 투르 한국에 주둔한다면.”

연대장이 긴장한 채 그 말을 받았다. 대공의 말은 신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될 수 있는 일이었다.

“신에 대한 적당한 압박이 되겠지. 하지만 이는 황제 폐하를 위해 시작할 일이네. 야만인들의 눈치를 볼 일은 아니지 않나.”

연대장은 대공의 말에 한 팔을 가슴에 대는 것으로 답했다. 장교들이 모두 같은 행동으로 예를 표시하자 황족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신에 대한 북방의 두 번째 위협이 민낯을 드러냈다.

***

“북적 공사가 황족들을 만나고 있다고 했습니까?”

“예, 각하. 아무래도 그자가 이 뜬구름 같은 유언비어의 배후라고 생각됩니다.”

건문의 말에 승도는 천천히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 주변에 서 있던 검은 군복들은 제국 최고 실력자의 모습에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으로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승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떼었다.

“이자들이 장난을 시작하려는 것이 영 낌새가 좋질 않군요. 우리가 대막 수복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벌이는 행동인지, 아니면 좀 더 큰 것을 노리는 것인지.”

승도가 걸음을 옮기자 궁정의 연못가에 있던 개구리가 깜짝 놀라 물로 뛰어들었다.

건문이 그것을 보고 말을 받았다.

“필시 돌을 던져 개구리를 놀라게 하려는 계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실효성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황족들과의 연대를 통해 우리를 자극한다고 해서 저들이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있다고 한다면 역시 우리의 행보를 성급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승도도 그 생각에 동감이었다.

“내 생각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끝을 흐리는 사이 한 무리의 궁녀들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승도를 발견하고는 고개만 숙인 채 얼른 걸음을 빨리하여 움직였다.

그녀들의 모습은 흡사 천적을 피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를 연상시켰다.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거란 것이 내 생각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지 않는다면 좀 더 복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겠지요.”

“복합적인 움직임이라고 하신다면.”

“실제적인 위협도 겹칠 거라 생각합니다. 내외에서 압박을 가해야 우리가 진정 흔들릴 테니 말입니다.”

승도가 뒷짐을 진 채 걸음을 늦추었다.

“하면 대응은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건문이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제국 정부가 마냥 휘둘리는 입장이 되어선 곤란했다. 신생 정권이 안정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강도 높은 개혁을 압축해서 밀어붙인 탓에 내부적으로 적은 많았다. 흔들리는 모습만 보이면 그 불만 세력은 언제든 들고일어날 수 있었다.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숙친왕과 같은 ‘구심점’을 일부러 놓아두고 있었지만 그렇게 해도 만사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었다.

“방법은 하나.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겁니다.”

승도는 선제적 조처, 즉 예방 전쟁을 입에 담았다. 예방 전쟁은 상대의 안보 위협이 가시화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가해 그 위협을 제거하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로망스 제정과 연합왕국이 주장한 ‘방어 전쟁’도 여기에 속했다. 그들은 자국을 위험하게 만들 ‘동맹’, 그리고 중립국의 행보를 미리 막는다는 구실 하에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공격을 가해 상대를 박살 내놓곤 했다.

이런 방식은 대단히 호전적인 정권 혹은 자국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는 나라나 가능한 것이었다.

승도는 신이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고 여기진 않았다. 그의 개혁으로 군사력이 증강되긴 했지만 열강과 전쟁을 치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국제 정세를 생각하면 승산이 없는 도박은 아니었다.

일단 북적을 견제할 생각이 있는 연합왕국과 그들을 길들일 생각을 가진 로망스, 두 열강이 뒤를 봐주는 상태라 압도적인 국력을 가진 북적이 적이라 해도 못 싸울 것은 없었다.

승도는 좋은 여건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을 때야말로 북적과 싸우기에 알맞다고 보았다. 명분상으로도 북적이 계속해서 압박의 수를 둔다면 선공을 가할 구실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상대는 그저 압박을 생각하고 있더라도 이쪽에서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해야 할 전쟁이었다. 정권의 입지를 다지려면 영토 수복만큼 좋은 건도 없었다. 영토의 회복은 이전의 부패하고 낡은 정부와 다른, 힘 있고 외국을 상대로도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인상을 심어주면 자연히 애국심이 높아지게 마련이고, 그 강한 애국심은 다시 강한 군대의 원천이 된다. 승도는 이 전쟁을 치러야만 향후 연합왕국과 같은 열강이 신을 위협할 때 제 실력으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방 전쟁을 치른다고 하면 전장은 어디로 고려하고 계십니까?”

건문이 물었다. 대막을 수복한다고 해서 굳이 대막에서 싸울 이유는 없었다. 다른 곳에서 이긴 후, 그 정치적 승리를 발판 삼아 영토 회복을 요구해도 충분했다.

그 물음에 승도는 가볍게 대답했다.

“대막입니다.”

그는 지난날 회군이 파멸한 전장을 입에 담았다. 그곳은 적지나 다름없는 땅이었고, 적이 철저히 도발을 준비한 곳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신에 불리한 전장이었다.

건문도 그것을 알았기에 의아한 듯 물었다.

“그곳에서 싸우는 것은 우리 제국에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곳이어야 합니다.”

승도는 단언했다. 그가 전장으로 대막을 고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위의 단점들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하나는 연합왕국의 도움이었다. 그는 동방 무역 회사에 이미 협력을 요청하며 회사 군을 그 식민 제국의 북방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그 요청대로 일이 성사되면 극동을 책임진 미카엘 대공은 이에 대항하고자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갈라야만 했다.

그 군마는 가장 가까운 관구에서 차출해야 했는데 태반이 대막을 증강할 수 있는 위치의 병력이었다. 단기적으로 오승도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지리에 대한 정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국은 오랜 세월 대막을 통치했다. 병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어도 지리에 대해서는 원주민들 못지않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지리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은 전략 수립에 있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는 친제국 지지 세력의 존재였다. 제국은 지난 수백 년간 대막을 통치하며 그 지배층의 상당 부분을 자국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태반이 제국의 귀족 관작을 받고 있어 제국을 떠나서는 그 특권을 발휘하기 곤란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제국으로의 복귀를 염원했고, 그런 만큼 적극적인 제국의 지원 세력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대막 내에서 우호 세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었다.

과거 회군과 제국 주둔군은 이 우호 세력의 이점을 얻기도 전에 분단되어 격파되거나 혹은 병참 문제로 와해되었지만, 승도는 그 이점을 얻을 자신이 있었다.

승도의 설명을 들은 건문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막 원정은 병참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원정은 요원했다.

“병참 문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승도는 이에 대해 생각해둔 것이 하나 있었다.

“대막 원정은 점과 선으로 치를 생각이 없습니다. 가축을 몰고 가면서 전쟁을 치러야지요. 그리고 대군이 아니라 적은 수의 군대로 치르면 그만입니다.”

승도는 전통적인 원정 방식, 즉 점(보급 기지)과 선(기지들을 잇는 보급 수레)으로 치를 생각이 없었다. 그런 방식은 군의 기동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주도권을 허락하게 마련이었다.

대막에서 가장 적합한 교전 방식은 유목민들의 방식, 경쾌하고 빠른 무 보급 전투가 최선이었다. 그러자면 충분한 수의 가축과 식량을 동반해야 했는데, 부담을 줄이려면 군대의 경량화는 필수였다.

그래서 대군이 아니라 적은 규모의 군대로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적은 수라면 위험할 겁니다.”

그의 말에 승도는 고개를 저었다.

“기존의 무기라면 나도 생각하지 못한 전투 방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승도는 새롭게 들어올 무기들을 생각하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분당 수백 발의 총탄을 쏟아내는 기관포와 막강한 화력의 후장식 소총, 그리고 경량화된 대포들은 군의 단위 화력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해주고 있었다.

줄어든 머릿수를 화력으로 보충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었다.

승도는 건문과 대막 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후 북적에 대한 전략을 확정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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