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화. 개전 (3)
극동에서 루시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부동항이었다. 얼지 않는 항구. 바다로 나아갈 창구를 얻어 연합왕국이 누리는 이익에 숟가락을 얹어보려는 것은 그들의 오랜 욕망이었다.
지난 수백 년간 그 모험은 강력한 경쟁국들에 의해 무수히 좌절되었다. 그렇지만 이번은 달랐다. 제국의 상대는 허약한 신이었고, 적당히 목을 조르는 것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국제 여건도 우호적이었다. 연합왕국과 로망스가 반대편에 힘을 싣고 있었지만 직접 개입을 하며 방해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느 때보다 부동항을 얻기에 좋은 기회였다.
미카엘 대공은 성호를 그리며 제국의 미래에 축사를 보내는 사제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공이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에서 나오자 마침 기다리고 있던 그의 휘하 문관이 전문을 건넸다.
대공은 그 전문을 받아들다 인상을 찌푸렸다.
“전염병이라니?”
그는 흑사병이라는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흑사병은 과거 에우로페를 초토화시킨 악마의 질병으로 지금도 ‘죽음’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질 만큼 위험천만한 전염병이었다.
“현지에서 대거 유행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현지 지휘관들은 상황이 꽤 비관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공은 못내 짜증난다는 듯 전문을 구겼다. 이제 제국의 영광을 위해 부대를 전진 배치한 사실을 ‘신’이 확실히 인지하도록 대규모 군사 훈련을 병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수순을 밟을 참이었는데, 계획이 다 어그러지게 생겼다.
황제의 기대가 큰일을 이렇게 망치게 생겼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불편했다.
“전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병력을 좀 더 증파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병력을 증파해? 그건 무리 아니던가?”
대공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반문했다. 극동에 주둔한 제국의 군사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동 시비르 관구의 경우에는 겨우 오천의 주둔군이 있었고, 비교적 병력이 풍부한 서 시비르 관구에도 오만의 병력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이 병력을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치안 유지 및 국경 수비를 위한 최소한도의 전력을 제외하고 나면 전체 관구에서 차출 가능한 병력은 삼만 명에 불과했다.
이 중 상당수가 최근 북상해온 동방 무역 회사의 회사군에 대응하기 위해 서남쪽 국경으로 이동한 상태라 가용 병력은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
문관은 대공이 의문을 표시하자 입을 열었다.
“임시방편의 조처이긴 하지만 서 시비르 관구의 병력을 쪼개 이곳으로 옮기고 이곳의 병력을 대막으로 보내는 겁니다. 서 시비르까지는 도로가 되어 있어 본국의 지원이 쉬우니 요청만 있다면 치안이 위험해지기 전에 일정한 병력 증강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약간의 치안 공백을 감수하고 병력을 차출한다. 그 말이군.”
대공이 문관의 견해에 담긴 요점을 이해했다. 잠시간 지역에 주둔 공백을 감수함으로써 필요한 병력을 증원하는 개념은 그리 놀라울 것도 없었다.
대공은 명령서에 서명하여 문관에게 건넸다. 이에 따라 서 시비르 관구에 주둔하고 있던 두 개 연대가 중앙 시비르 관구로 이동하고, 중앙 시비르에서 치안 유지에 전념하고 있던 두 개 연대가 대막으로 파병되게 되었다.
새롭게 파견된 두 개의 연대는 상당히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연대는 현지 주민들을 징집한 이들로 채워져 있었다.
현지 주민들이란 다름 아닌 제국 서방에서 유배형을 받고 끌려온 수형자와 빈민 출신들로 그 충성심은 그리 높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으로 황제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전쟁에 임하는 타 부대들과 달리, 이들 부대는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썩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시비르의 중앙에 주둔한 것은 유사시 반란을 일으켰을 때 즉시 진압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그런 연대들이 제국의 영광을 위해 대막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시비르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체류하지 않은 대공과 문관은 이들 부대의 충성심이 낮다는 것만 알았지 그 이력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그들은 증원에 대해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지고 검토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명령은 내려졌다.
대공의 명령에 따라 ‘일리야 연대’와 ‘안나 연대’가 깃발을 들고 주둔지를 출발할 채비를 갖추었다.
두 연대는 각각 대공비의 이름을 자신들의 부대 명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는 충성을 강조하려는 황실의 고육책이었다.
이들 연대가 국경을 넘기에 앞서 군부는 대막에서의 군사 작전에 대한 계획을 입안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내게 된 만큼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양국 간에 교전이 발생할 수도 있을 터. 만에 하나를 대비한 방어적인 전략 수립은 필수적이었다.
대공은 두 명의 연대장과 연대 참모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혹 신에서 이쪽의 생각을 오판하고 선제적인 공격으로 나올 경우, 우리 쪽은 어떻게 방어해야 좋다고 생각하는지 경들의 생각을 듣고 싶소.”
대공의 물음에 연대장 하나가 포크를 쥐지 않은 손을 들며 발언권을 청했다.
“제 생각에는 투르 한국의 대부분, 필요하다면 전체를 포기하고 물러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에선 방자의 이점을 살려 적의 보급선을 늘리며 소모를 강요하는 쪽으로 가야 피해도 적고 승리도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
“영토를 내주고 유목민들을 앞에 세운단 말이군. 하나 그리하면 유목민들과 체결한 조약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
“어차피 전후에 국가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도리는 충분히 다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동맹에서 과정보다는 결과로써 조약의 내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옳았다. 조약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고 투르 한국을 버리는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종국에 그 강역을 찾아준다면 조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 역시 안보 보장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적의 예봉을 확실히 꺾고 그 퇴로를 확실히 차단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과거 강대했던 로망스 원정군이 철저히 파멸했던 것도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들어온 탓이 크지 않습니까?”
“완전한 승리를 위해 한 수 밀려준다.”
대공은 연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 견해에 반대합니다. 우리 제국의 자존심이 달린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장교가 반대의 뜻을 보이자 대공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니, 그건 무슨 이야기요?”
“전략적 견지에서 후퇴를 생각하는 것은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전하, 국경에 있는 적은 겨우 2개 여단의 동방 군대입니다. 좀 더 증강된다 해도 3개 여단. 그만한 수의 적에 겁을 먹고 수적으로 우세한 아군이 후퇴한다면 황제 폐하께서는 열강의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장교는 ‘자존심’ 문제가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님을 입에 올렸다. 제국의 국가적 위상과 자존심은 함께하는 문제였다. 제국군이 수도 적은 동방 군대를 상대로 겁을 먹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면 지금까지 그들을 두렵게 여겼던 중소 국가들조차 우습게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면 황제와 제국의 국익에 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경의 생각은.”
“적이 공격해오는 즉시 과감한 반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다수의 이점을 살려 적을 분쇄하고 신의 본토로 진공하여 이쪽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황제 폐하의 위신을 세움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공은 그 말에 턱을 매만졌다. 생각해보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이미 대막에 넘어간 연대가 세 개이고 새로 증원하는 연대가 둘이다. 편제 규모가 매우 큰 4개 보병 연대가 각각 보유한 보병이 2,000여 명 이상에 기병 연대가 1,000명의 병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막에 주둔할 그들의 군마만 1만에 이르렀다.
거기에 투르 한국의 군대까지 생각하면 이들의 군대는 최소 3만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적은 약 3천여 명으로 구성된 여단 2~3개가 전부였다. 잘 봐주어도 수적으로 삼분의 일에 지나지 않은 약소한 규모의 적이었다. 이런 적을 상대로 물러선다는 것은 확실히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였다.
대공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일리는 있는 말이요. 그럼 경의 생각은 국경에서 바로 맞받아치잔 것인데 그리할 경우 승산은 확실하겠소?”
“충분합니다.”
“확신하는 이유라도 있소?”
“우발적인 교전이라면 적은 분명 전쟁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반면, 우리 쪽은 그 경우의 수에도 대비하고 있으니 준비부터가 차이가 큽니다. 필시 뜻하지 않게 싸움이 커지면 적병들은 겁을 먹고 달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동방 군대의 전통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 대답에 대공은 결심을 굳혔다.
“좋아. 그럼 경의 말대로 ‘불의의 일’이 발생하면 국경에서 받아치는 걸로 하지.”
그 한마디로 그들은 전략을 확정하였다.
***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말을 달린 끝에 승도와 그 호위병들은 옥문관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역참에서 여러 차례 말을 갈아타며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해야 했다.
과거의 역참은 제국의 부패로 말미암아 제 기능을 잃고 망가졌지만 승도의 집권 이후 대대적인 정비를 받았다.
주요한 역참마다 말과 사람이 다시 배치되었고, ‘공적인 업무’ 외에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도 대폭 강화되었다.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개혁이었지만 승도는 이를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통치에 있어 정보의 신속한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40리 간격으로 설치된 역참에서 말을 바꾸어 타며 달려 하루 팔백 리를 내달렸으니 그 이동 속도는 느릿느릿 옥문관을 향해 가는 3여단을 따라잡기에 충분했다.
북적은 신이 도전할 가능성을 일 할 미만으로 보았다. 그런 까닭에 승도의 도착과 동시에 상승군이 공격 계획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각하, 어찌 귀하신 몸으로 이 먼 변방에.”
최고 사령관이 3여단과 동시에 전방에 모습을 드러내자 상승군 지휘관들이 다소 당혹스런 얼굴로 그를 맞았다. 그가 ‘대막 탈환’을 위한 사전 준비를 지시한 탓에 언제고 사람이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최고 권력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승도는 장교들과 악수를 나누고 지휘 막사로 향했다.
마침 장교들은 대막으로 새롭게 증원된 적 병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군의 작전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던 터라 탁자 위에는 큼직한 대막 전도가 놓여 있었다.
지도 위에는 돌과 나무를 깎아 색을 칠해 만든 양군의 전술 기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승도는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그것들을 유심히 보고는 탁자로 다가온 장교들에게 물었다.
“이곳 대막에 들어온 적 병력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됩니까?”
“크게 4~5개 연대 병력으로 추산됩니다. 전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쪽 정보원의 정보와 정찰 결과를 취합한 것이라 신빙성은 높을 겁니다.”
“4~5개 연대. 적진 않군요.”
승도는 지도 위를 한 손으로 쓸어보며 탁자를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는 적 부대의 배치를 잠시 살피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도적 무리들의 군대는 얼마나 되나요?”
승도는 투르 한국의 군대를 도적이라 칭했다. 그들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그 표현에서부터 물씬 풍겼다. 제국의 집권자로서 그들을 인정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의 물음에 용병 여단을 맡은 그레이스가 짤막하게 답했다.
“파악한 정보론 이만 정도 됩니다.”
“이만?”
“그렇습니다.”
이만이라면 신생 국가가 쉬이 갖출 수로 보기엔 상당한 규모였다. 필시 열강의 개입이 있지 않고는 보유할 수 없는 수치였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독립국이 무슨 재주로 그만한 대군을 유지한단 말인가?
그것도 인구가 태부족인 초원지대의 국가가 말이다.
‘곰들이 진즉부터 농간을 부리고 있었단 소리군.’
승도는 혀를 차고는 질문을 덧붙였다.
“그들의 무장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무장 상태에 대해 들어온 정보를 취합해 보자면 도적들 중 세 개 연대 병력은 근대식 장비를 갖춘 것으로 파악됩니다. 나머지는 전근대 장비로 무장하고 있어 큰 전력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근대 장비를 가진 자들이 세 개 연대 규모나 됩니까?”
“각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지난 전쟁에서 우리 군대가 여러 차례 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나온 전리품과 북적의 원조로 장비를 채웠을 거라 생각됩니다.”
승도는 그 대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무능한 아군은 언제나 유능한 적보다 짜증스런 존재였다. 제국군이 아주 개박살이 난 덕분에 형편없는 전력을 가졌을 유목민들이 상당한 전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였다. 지더라도 적당히 장비를 파기하고 항복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승도는 적의 전력을 당초 가정한 것보다 높게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전체적으로 적의 실 전력은 우리의 최소 두 배 이상이란 건데. 그 정도라면 정면에서의 교전은 상당히 버거울 수밖에 없겠군요.”
“신무기의 위력을 고려한다면 수적 열세는 경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 가능하면 피해를 적게 보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동원한 병력에 추가로 증원을 하는 것은 무리지만 상대는 가능하니 말입니다.”
승도는 정치적으로 이번 원정에 동원한 병력 이상을 쓸 수 없었다. 그 이상의 병력은 동원해도 지탱할 수도 없다.
그는 지금 꺼낸 패만으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남은 여단들은 불만 세력을 억누르고 정권의 안정을 담보할 보루였다.
승도는 장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이 하려고 합니다.
첫째, 적이 우리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완전무결한 기습을 달성한다.
둘, 적이 수적 우세를 살리기 전에 합류를 가능한 한 방해하며 각개격파를 시도한다.
셋, 각 부대는 원호가 가능한 거리를 유지하며 보급을 위한 후방 병참 확보 개념을 포기한다.
넷, 북적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한 수단으로 국경을 월경하여 적의 영토에 대한 침공도 병행한다.
다섯, 초원 백성들에 대해 일벌백계의 조처를 취한다.”
승도의 지침을 들은 장교들이 잠시 생각하다가 질문을 꺼냈다.
“첫 번째에서 세 번째 사항은 납득이 갑니다. 한데 네 번째 사항은 확전할 위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북적은 마음먹은 곳에서 쉽게 손을 빼지 않는 습속을 가진 까닭에 호된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물러설 생각을 갖지 않습니다. 국경을 넘건 넘지 않건 상대해야 할 적의 총량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초원 백성들에 대한 일벌백계의 조처는 지나친 반감을 살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과거 대륙의 정권들은 초원을 정벌할 때마다 ‘이삭 솎아내기’라 불리는 가혹한 징벌을 가했다. 눈에 보이는 가축과 사람을 모두 죽이는 대토벌을 통해 유목민의 수효를 조절하는 잔인한 정책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조처는 유목민들의 반감을 샀고, 그들이 하나로 뭉쳐 제국에 대항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굳이 유목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역사에서 피지배 민중에 대해 강압적인 처우를 하고 뒤끝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장교들은 이런 점을 우려했다.
“그 점은 우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번 전쟁은 ‘공포’를 이용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승도는 공포 전술을 입에 담았다. 공포 전술은 철저한 파괴와 징벌을 통해 상대가 겁을 먹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정착민이 상대라면 항복을 하도록 만들고, 유목민이 상대라면 이주를 하게 만드는 전술이었다.
이 전술로 그가 노리는 것이 있다면 수십만의 유목민 주민들을 북적의 영역 안으로 밀어 넣어 혼란을 강요하려는 데 있었다.
그 뒤를 따라 상승군이 진공하여 한바탕 내부를 흔들어 놓는다면 천하의 북적이 아무리 우세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도 전쟁을 계속할 생각은 갖기 어려웠다.
승도의 설명을 들은 장교들은 그제야 그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알았다.
“그렇지만 북적이 이 전쟁 한 번으로 신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면 넘어간 유목민들은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겁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북적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고, 그 여파로 그들의 남하는 상당한 시간 동안 어려워질 겁니다. 지금처럼 좋은 시기를 잡아 우리를 노리려면 다시 몇 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테지요. 그러니 여러분이 생각하실 것은 우리 전략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무엇을 더하고 뺄지를 고민하면 됩니다.”
승도는 부하들에게 자신의 전략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