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04화 (304/425)

제304화. 기습 (1)

운명의 새벽이 밝았다.

큰 일교차로 말미암아 새벽 경계에 나선 초병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병사는 손을 가볍게 문지르며 애써 추위를 피하려 했다. 흑사병으로 큰 피해를 받은 부대가 있어 루시의 군대는 원래 주둔지로 지정된 아라한을 중심으로 반원형 꼴로 전개되어 있었다.

나름대로 전염병의 피해를 줄이면서 동시에 전략적 요충지를 지키려는 고육지책에서 나온 부대 배치였다. 하지만 이 배치가 방어의 측면에서 썩 용이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반원형 포진의 단점은 적이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치고 들어올 때 각개격파를 당하기 쉽다는 데 있었다. 그들도 이 점을 모르진 않았지만 신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초병은 손을 비빈 다음 그것을 눈에 가져갔다. 잠시나마 온기가 눈을 감싸자 시야가 맑게 개는 듯했다. 병사는 전방을 주시하다 느긋하게 시선을 좌측으로 옮겼다. 신이 공격을 한다고 해도 측면에서 나타날 리는 없다. 그는 그리 생각하며 눈에 힘을 주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

그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눈에 힘을 주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초원 저편에 무수한 가축의 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들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유목민들인가?”

그는 중얼거리며 동료 초병을 불렀다. 따뜻한 불가에 기대어 자고 있던 동료는 그 부름에 마지못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저길 봐.”

그는 망원경을 동료에게 건네주었다. 동료는 투덜거리면서도 그것을 받았다. 잠시 지평선 저편을 살피던 병사가 그를 보았다.

“유목민들이 여긴 어쩐 일이지.”

“목초지를 찾아온 것이 아닐까.”

그의 말에 동료도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유목민들은 신선한 초지를 찾아 가축을 몰고 다니곤 했다. 그들이 이쪽으로 초지를 찾아 다가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계절을 생각하면 이 근방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이 맞았다.

“일단 여긴 자네가 보고 있게. 나는 보고를 하고 오지.”

“다녀오게.”

동료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초병 지휘관에게 보고를 하러 갔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상 상황은 지휘관에게 수시로 보고해야 했다.

병사는 홀로 남은 채로 망원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유목민들 사이에 혹시 여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시선을 그들 쪽에 맞추었다.

‘흠.’

말과 양, 소들의 사이에 몇 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전형적인 유목민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풍성한 옷을 입고 있어 성별을 가늠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키로 봐선 눈에 띄는 여자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병사는 망원경을 다시 내리려 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시선에 걸려들었다.

‘응? 뭐야.’

그는 자신이 혹시 잘못 보았나 하는 생각에 가축 떼 사이를 보았다. 그리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축들 사이에는 있어선 안 될 것들이 있었다.

군복을 입은 채 천천히 포복 전진해오는 자들이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설마 신의 야만인들이?”

그는 너무 당황하여 더듬거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직면했을 때 인간은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가 잠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 눈을 의심하고 있을 때 가축 사이에서 섬뜩한 물건들이 툭 고개를 내밀었다.

병사는 그것을 보고 뒤늦게 고함을 지르려 한 순간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속된 금속이 그의 두개골을 관통했다. 비명이 말이 되어 나오기도 전에 납탄이 그의 두개골 뒤를 관통하고 튀어 나갔다.

초병은 이내 멍한 얼굴이 된 채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적의 공격이다!”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공격은 공격이다. 습격을 알리는 외침에 경계를 위해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황급히 목책 주변으로 뛰어나왔다.

“맙소사. 야만인들인가?”

그들은 당혹감에 찬 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뒤늦게 보고를 받고 달려온 로마노프 대령이 목책에 도착했을 때 이미 군영 근처는 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황은 나빴다. 그들이 뭐라고 대응할 틈도 없이 검은 군복들의 일제 사격이 목책으로 쏟아졌다.

연거푸 가해지는 무자비한 총격에 흰 군복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웅크리기에 급급했다. 후장식 소총을 보유한 신의 보병들은 흰 군복들에 비해 압도적인 속사 능력을 자랑했다.

아무리 엄폐물을 끼고 있다 해도 ‘기습’을 당한 상태에서, 그것도 수적, 질적 열세에 놓인 그들로서는 응사 자체가 쉽지 않았다.

공격자들은 군영을 서서히 반원형으로 둘러쌌다. 전형적인 반 포위를 수행하려는 것으로 공격자의 화력 우세를 극대화하는 기본적인 포석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습을 당하지 않았다면 결코 용납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로마노프가 물었다. 그러자 부하 몇몇이 손가락을 들어 적의 대열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만인들이 공격해 왔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어떻게 감히?”

대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신은 그들에게 선공을 가했고, 그 공격으로 연대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었다.

총격을 가하며 거리를 좁힌 적 때문에 보병들은 대응을 위한 대열조차 갖출 수 없었다.

콰앙!

설상가상으로 목책에서 폭음이 일었다. 포연으로 짐작컨대 3인치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소구경 화포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본디 기습에서 포병까지 동원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것은 방어자나 누릴 수 있는 이점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발전은 공격자에게 그런 이점마저 선물해 주었다. 승도는 지난 삼 년 동안 열강의 새로운 병기들을 엄청나게 사들였다. 그 중에는 경량의 박격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격포는 병사들이 휴대할 수 있는 소형의 지원 장비로 이번 전쟁에서 포병의 주력 병기로 준비한 물건이었다.

대단히 짧은 시간 사이에 방열을 마치고 있던 상승군의 박격포들은 엄청난 속도로 포탄을 떨어트렸다. 그것들은 연사 속도가 대단히 빨라 초탄을 미리 쏠 필요가 별로 없었다.

포병 장교는 망원경을 얼른 들고 적이 무엇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연대 지휘관들은 갑작스런 기습에 얼이 빠져 필요한 대응을 지시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적은 대포까지 방열해놓고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군영 안에서 꼼짝도 못 하고 몰살당할 판이었다.

“이건 꿈이다.”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수십 발의 포탄이 군영으로 다시 떨어졌다. 포탄들은 짧은 비행을 한 다음 지면에 떨어져 폭음을 일으켰다.

그 공격은 대부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사격이 워낙 빨라 문제될 것이 없었다.

콰앙!

지면에 포탄이 떨어져 흙먼지를 일으켰다. 막 적의 공격에 대응하고자 군영 한가운데서 병사들을 모으고 있던 장교들 사이에 폭발이 터졌다. 폭발이 일어나자 장교 여럿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신이시여.”

내장이 터져 나온 장교들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병사들을 솔선수범하며 이끌어야 할 장교들이 피범벅이 되어 바닥을 구르자 병사들도 얼어붙었다.

쿵쾅쿵쾅!

포탄이 계속해서 쏟아지자 더 이상 적에 대응하기 위한 전열을 만들려는 시도는 싹 사라졌다. 정확하게 쏟아지는 포격에 닥치는 대로 죽어나가다 보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탓이었다.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을 지휘부가 수습하지 못하다 보니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목책 위로 일부 병사들이 올라가 대응 사격을 가했지만 엄폐물의 이점을 크게 살리기 어려운 전장식 소총이라 압도적인 속사 능력을 가진 상승군의 공격에 벌집이 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전열을 갖추어 돌파하자니 그것도 무리였다. 애초에 전열을 갖출 기회를 적은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로마노프는 죽어나가는 부하들을 보다 이를 악물고는 군악대를 불렀다. 혼란 중에 병사들을 수습해서 조직적인 대응을 할 유일한 수단은 그것밖에 없었다.

***

“공격은 성공적입니다. 기습의 효과는 충분히 살렸습니다.”

망원경을 들어 적진을 살피고 있던 장교가 말했다. 승도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선 안 됩니다. 보다 확실한 타격을 줘야 합니다. 우리 병사들이 피해를 많이 보아선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을 테니까요.”

승도는 피를 거의 흘리지 않는 싸움을 주문했다. 상승군의 동원 전력은 매우 적었다. 그에 반해 적은 압도적이라고 할 만한 머릿수를 동원할 수 있었다.

그로서는 교환비를 염두에 두고 교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예, 각하. 슬슬 다음 수를 진행할까요?”

장교가 묻자 승도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공격을 시작한 지 약 10분 정도가 지났다. 이 시간이면 서남쪽에 위치한 다른 부대가 포성과 총성을 듣고 상황을 파악하려 할 시간이었다.

가능한 한 공격의 속도를 높여 서전에 많은 전과를 올릴 필요가 있는 승도로서는 시간을 아껴가며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다.

“원래 계획에서는 공격에 할당한 시간이 30분이었나요?”

“그렇습니다, 각하.”

“그렇다면 이쯤에서 콩그리브를 쓰도록 하지요.”

승도가 선선히 다음 수를 꺼낼 것을 허락했다.

그의 허가가 떨어지자 곧 기수들이 깃발을 힘껏 흔들었다. 로켓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좌우로 움직였다. 그 신호를 받자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느긋하게 군영 근처까지 다가와서 기다리고 있던 마차들에서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로켓을 방열한 다음 심지에 불을 붙일 준비를 했다. 연합왕국이 가장 즐겨 사용한, 인구 밀집지에 대한 최악의 테러 병기인 콩그리브들의 심지 위로 부싯돌이 다가갔다.

칙. 칙.

부싯돌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곧 심지에 노란 불빛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칙 소리와 함께 그 끄트머리부터 급격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그것을 보고 얼른 귀를 막았다. 로켓이 발사되며 나는 소음은 생각보다 컸다. 어지간한 대포의 발사음보다 날카롭고 시끄러워 귀가 아릴 정도였다.

심지가 다 타들어간 순간 쇳소리와 함께 오렌지 빛 섬광이 번뜩였다. 이어 둔중한 물체들이 바람을 가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상승군이 가진 소모성 병기 중 가장 비싸고 끔찍한 위력을 가진 콩그리브가 하늘을 날았다.

로켓들은 포물선을 그린 다음 그대로 지상으로 쏟아졌다. 수십 발의 로켓이 쏟아진 자리는 문자 그대로 폐허로 변했다. 폭발과 동시에 나무로 만들어진 목책이며 막사에 불이 붙었고,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백린을 담은 콩그리브의 위력은 악마적이었다. 곳곳에 백린이 뿌려지자 가뜩이나 공황에 빠져 있던 루시 보병들은 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살점에 백린이 닿기라도 하면 즉시 대검으로 한 덩이의 살을 파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끔찍한 악마의 저주가 뼈까지 새파랗게 태우며 들어가고 말았다.

승도는 그 광경을 망원경을 통해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적은 박격포탄 세례로 전열을 갖추지도, 그렇다고 목책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처지에서 지옥의 병기까지 맛보았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적을 보니 동정심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동정이란 적의 묘비 앞에서 보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값싼 동정은 아군을 위태롭게 만들고 전쟁의 목적을 희석시킬 뿐이었다.

승도는 냉정하게 적 병력이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보다 옆에 있던 장교에게 말했다.

“대충 적이 탈출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포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서쪽 방향으로 포병의 화력을 돌리세요.”

승도는 단 하나의 적에게도 탈출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기왕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전쟁이니 철저하게 끝장을 본다. 그것이 그가 세운 방침이었다.

“예, 각하.”

승도의 명령이 내려지자 진영의 중앙을 겨냥하고 있던 포탄이 그 좌측으로 옮겨갔다.

잠시 중앙 공터에 대한 포격이 줄어들자 루시 지휘관들은 ‘겨우’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회복하고 급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명령에 따라 살아서 움직이는 병사들은 모두 중앙으로 집결했다. 사실상 세 방향은 적 병력에, 남은 곳은 포격으로 막힌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돌격이었다.

불시의 기습을 해온 야만인들에게 항복을 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장교들은 적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자존심이 단단히 상해 있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대의 지휘관 로마노프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손수 칼을 뽑아들고 병사들 앞에 서서 외쳤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더러운 야만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들은 정의와 도덕을 모르는 무뢰한들로 수치를 전혀 모른다. 이 야만인들의 비열한 공격에 우리는 지금 궁지에 몰렸다. 그것은 사실이다. 귀족의 명예를 걸고 거짓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저 야만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거나 혹은 우리 모두가 무사할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도적과 같은 자들에게 우리의 무기와 목숨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겠는가? 명예도 모르는 자들에게 신의 충실한 종이자 황제 폐하의 신민으로 살아온 우리가 머리를 숙이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는가?”

“아닙니다.”

병사들의 대답에 로마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이 비열한 악한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우리의 신앙이, 황제 폐하께서 용납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수치를 감내할 용기는 우리에게 없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수치를 무릅쓰고 저 야만인들에게 고개를 숙일 사람이 있다면 지금 앞으로 나서라.”

연대장의 말에 앞으로 나선 자는 아무도 없었다.

폭음이 목책에서 울렸다. 대령은 그 폭발음을 듣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이 다시 로켓을 퍼붓기 시작하면 지금 얻은 이 알량한 집결의 기회마저 날아가고 말 것이다.

“모두가 그런 수치를 감내할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과연 황제 폐하의 충실한 신민이요, 고귀한 신앙의 형제들이다. 대 루시 제국의 병사들아, 중앙 시비르의 호랑이들아. 명예도 수치도 모르는 야만인들에게 머리를 숙일 바에 총을 들고 나아가 운명을 시험하도록 하자. 영광스런 우리의 전진을 신과 황제 폐하께서 지켜봐주실 것이다.”

“황제 폐하 만세!”

병사들의 만세 소리를 들은 대령이 눈짓을 하자 살아남은 장교들이 병사들 사이에 섰다. 그들은 능숙하게 전열을 재정비했다.

대령은 그들이 전열을 정비하는 것을 보며 참모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좋겠나?”

“서남쪽 방향입니다.”

그의 대답에 대령이 턱을 매만졌다.

“우군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대령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총성과 포성은 수마일 밖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러니 아군 부대가 이를 듣고 모를 수는 없었다.

그들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최소한 부대에 전투 준비를 해두고 상황을 살피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빠르면 한 시간,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아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전멸해버릴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그 미약한 가능성이라도 잡으려면 우군의 지원이 가장 빠를 서남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좋아. 내 생각도 같네.”

대령이 짤막하게 긍정의 뜻을 보였다.

대령이 말하는 동안 장교들은 전열의 정비를 마쳤다. 그 중 하나가 대표로 앞에 나서서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전열 정비가 끝났습니다, 각하.”

“수고했네.”

대령은 주먹을 가볍게 쥔 다음 심호흡을 했다. 이제 운명을 건 도박을 할 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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