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5화. 기습 (2)
최후의 전투를 위한 준비가 끝나자 대령이 칼을 높이 들었다. 황제가 하사한 검에는 눈부신 루비가 박혀 햇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그는 검을 앞으로 겨누며 기수들에게 외쳤다.
“전열 전진!”
대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악대가 급한 대로 챙겨 나온 북으로 뒤늦게 전진에 필요한 노래를 연주했다.
북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총을 어깨에 걸어 멘 채 한 발씩 척척 전진했다.
장교가 쌍두 독수리가 펄럭이는 문장 기를 들고 전열의 전진을 독려했다.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목책의 남쪽 입구로 나왔다. 일부 병사들은 장교의 지휘를 받아 목책 입구를 조준한 상승군에 대항하는 사격을 퍼부었다.
검은 군복들은 그들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란 것인지 얼른 몇 발자국을 물러섰다.
상승군이 몇 보를 물러서자 보병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아예 탈출할 길도 막혔다고 여기던 그들에게 활로가 보이는 듯싶었다.
역시 미개한 동방의 군대는 서역의 ‘당당함’ 앞에 겁을 먹는 족속들에 지나지 않았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의 충성을 지켜보시고, 깃발에 영광의 축복을 내려주시니. 영광스러운 우리의 깃발은 바람을 가르고 바다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리라!”
연대기를 든 기수가 목소리를 높여 대열의 사기를 높였다. 병사들은 그 목소리에 발을 맞추어 목책 입구를 빠져나왔다.
겨우 ‘자신들의 무덤’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곧 목책 입구를 압박하고 있던 적 보병들의 대열을 목격했다. 몇 발 물러서긴 했지만 상승군은 아직 완전히 퇴로를 열어준 것이 아니었다.
적은 횡으로 늘어진 긴 대열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여러 대의 마차가 있었다. 그것들은 두꺼운 가죽으로 내용물을 가리고 있었다.
특이하게 적 사이에 배치되어 있던 마차들을 보던 장교들은 그것이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위협이 된다고 해도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적이 대응을 시작하면 탈출할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전열 전진하라! 야만인들에게 제국의 위엄을 보여라.”
구호와 함께 보병들이 어깨에 멘 총을 당기며 적을 향해 걸었다. 당당한 진군이라 불리는 전열 전투의 양식에 맞는 전진이다. 그들의 일보에 적 보병들은 다소 경직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것인지, 아니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전진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는 점이었다.
흰 군복의 물결이 척척 다가오자 상승군의 대열에 움직임이 있었다. 대열에 끼여 있던 마차들이 천천히 그 후미를 루시 병사들을 향하도록 돌아섰다.
루시 장교들은 발을 높이 든 채 적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이 광경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머저리 같은 놈들. 마차를 엄폐물로 쓰면 좋긴 하겠지만 그걸 하자고 전열을 흐트러트리면 결국 이익보다 피해가 더 크다.’
하얀 군복들이 풀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마다 상승군과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몇 걸음만 더 좁혀지면 무자비한 총격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병사들은 전혀 의미가 없어 보이는 마차 대신 적 보병들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로마노프 대령은 대열 사이에 끼어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적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멍청한 동방 놈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지 못한 듯했다. 하긴 그리 멍청한 자들이니 감히 그들을 상대로 선공을 걸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주제도 모르고 약소국 주제에 강대국에게 선공을 가하다니?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지상 최대의 육군 대국을 상대로 선공을 걸고 승리한 나라는 지금껏 없었다. 한때 동 에우로페에서 패자로 군림했던 3개의 강대국이 모두 대 루시 침공에서 몰락했고, 에우로페 전역을 제패했던 로망스 제정도 무너졌다.
연합왕국조차 감히 육군으로는 들어올 엄두를 못 내는 나라가 그들의 조국이다.
한데 시건방진 야만인들 따위가 감히 그렇게 했다. 현실 감각이 없기에 가능한 정신 나간 짓이다.
‘피로써 교훈을 얻는다면 제정신을 차리겠지.’
대령은 냉소를 지었다.
루시 보병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검은 군복들은 마차의 천을 걷어냈다.
루시 보병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여 있던 마차의 천이 훅 걷히더니 이상한 괴물체의 모습을 보았다.
마차 안에는 기이하게 생긴 막대기가 여럿 붙어 있는 대포 비슷한 것이 실려 있었다. 이 물건이 바로 보병들의 천적으로 불리게 될 초기 기관총 중 하나인 미트라예즈다.
로망스에서 초도 인도된 이 악마의 병기는 모두 25개의 총열이 하나의 총신에 들어가 있었다. 이 총열이 총탄을 연속으로 쏘아내는데, 그 연사 속도는 분당 200발에 달했다. 어지간한 보병 소대보다 훨씬 강한 화력을 병기 하나가 내는 셈이었다.
더구나 단일한 궤적으로 총탄을 연사로 쏟아내다 보니 전열 전투를 고수하는 군대에 천적이나 다름없는 병기였다.
곧 상승군의 포수들이 마차 위로 올라가 기관포를 잡았다. 기관포는 보병이 아니라 포병의 화기로 간주되어 포병이 운영하고 있었다. 포수들은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손가락이 가볍게 움직인 순간 악마의 광소가 전장에 강림했다.
총열이 움찔하는가 싶더니 오렌지 빛 섬광이 쉴 새 없이 터졌다. 한순간에 쏟아지기 시작한 빛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흰 군복들의 전열을 직격했다.
루시 병사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일격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총탄으로 이루어진 죽음의 궤적이 훑고 지나가자 그 무자비한 탄막의 선상에 위치한 병사들은 농부의 낫질을 당한 곡식처럼 픽픽 쓰러졌다.
“맙소사!”
루시 병사들은 동료들이 순식간에 분쇄당하는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앗’ 하는 사이에 옆에 선 동료들이 싹 갈려나가는 광경은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연합왕국의 정예로운 붉은 코트들과 정면으로 화력을 교환해도 이런 전투가 나올 수는 없었다. 이건 악마가 다루는 무기였다.
“우리가 꿈을 꾸는 건가!”
대령은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대열 사이에 서 있던 장교들도 순식간에 병사들과 함께 쓸려나갔다. 무기 체계가 무서운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고 해도 이런 정도까지 나아갔으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문도 아니고 스무 문의 기관포가 동시에 화력을 뿜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일순간이었다.
분당 4천 발.
보병 대대 두 개가 일제 사격으로 내야 할 화력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정확도도 무시무시했지만 그 집중된 사격 선상에 위치한 병사들이 모조리 쓰러진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빛줄기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그 사신의 손짓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시체가 즐비하게 깔렸다.
그것은 더 이상 전투라고 부를 수 없었다. 도살. 그 말이 알맞을 것이다.
용기와 상관없이 병사들이 모조리 쓰러지자 전열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겨우 몇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도대체 무얼 본 것인지 눈만 깜빡였다.
흰 군복들의 당당한 진격은 시대가 만들어낸 가공할 신병기의 위력에 무너졌다.
전열이 무너지자 운명은 결판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열 전진하라!”
장교가 손을 들어 명령하자 수백 명의 병사들이 긴 총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기관포가 전열을 파괴한 탓에 루시 보병들은 공격을 저지할 역량이 없었다.
“저, 적 보병이 전진해 옵니다. 각하.”
“우린 지금 뭘 본 건가. 도대체 뭘 본 거야? 꿈을 꾸기라도 한 건가?”
부하 장교가 급히 적 보병의 전진을 알렸지만 로마노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멍청하게 반문했다.
상식을 무너트리는 무기의 출현.
그는 불과 한순간에 천 명도 넘는 부하들이 땅의 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머릿수가 많아도 싸움이 될 수가 없었다. 이건 그가 아는 전쟁이 아니었다. 대령은 천천히 다가와 총구를 겨눈 적 보병들을 보다 이를 뿌득 갈고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졌다고 해도 명예로운 제국 귀족으로서 비열한 도적 무리에게 무기와 목숨을 맡길 순 없었다. 차라리 죽을지라도.
다음 순간 무수한 총성과 함께 여러 발의 총탄이 그의 폐와 심장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피에 젖은 훈장이 땅바닥을 구름과 동시에 생명을 잃은 장교의 몸통이 무너져 내렸다. 그 뒤에 남겨진 쌍두 독수리의 깃발이 그 참혹한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
주검들이 즐비하게 널린 전장을 바라보던 승도가 망원경을 내렸다. 적 보병들은 전열 전투 시대에 알맞게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신병기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코를 풀고는 회중시계를 보았다. 교전 시작부터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약 35분이었다. 연대 하나의 뼈와 살을 분리시킨 데 걸린 시간치고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승도가 가진 기관포라는 신병기의 존재를 적이 전혀 몰랐다는 부분이 컸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 보병 연대를 소멸시키는데 최소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써야 했을 것이다.
“각하, 남쪽에서 척후의 보고입니다.”
승도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휘하 장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적의 움직임이 확인되었습니까?”
“예. 포성을 듣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기병을 보내왔다고 척후가 보고했습니다.”
“적 정찰 기병은 어찌 되었습니까?”
“일단 엽병(사냥꾼)들을 시켜 저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다시 정찰병을 보내올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승도는 장교의 말에 대꾸했다. 적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할 때 신속하게 다음 표적을 쳐야 했다. 그는 기수에게 부대의 이동을 시작하라고 명했다.
기수가 열심히 깃발을 흔들어 각 여단에 이동 명령을 내리는 동안, 승도는 지도를 꺼내 적 부대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최초 타격으로 쓸어버린 로마노프 연대는 적의 다섯 진영 중 최동단에 위치해 있었다. 이 연대를 쓸어버린 덕분에 승도는 반원형으로 이루어진 적진의 배후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며 적진을 차례로 쓸고 나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보다 과감하게 대각선으로 움직여 적의 중원을 치는 수를 쓰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그 방법을 선택한다면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과거에도 오스티아와 루시 연합군의 중앙을 가로질러 그들을 분단한 경험이 있어 승도는 그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방법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것은 적에게 강력한 기병 세력이 있어서였다.
기병은 매우 뛰어난 기동성을 가지고 있어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 먼저 도달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이 분단 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웬만한 변수를 통제 하에 넣고 판을 짜기를 즐기는 승도로서는 감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뭐 모험을 하는 것보단 안정적인 방법이 낫겠지. 지금 모험하기엔 가진 패가 너무 작아.’
승도는 유혹을 애써 억누른 다음 지도를 주시했다.
다음 표적은 아라한 동쪽에 위치한 적 보병 연대였다. 그 좌측에는 ‘전염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적 보병 연대가 하나 더 있었고, 그 옆으로는 기병이 있었다.
적이 기습을 눈치챈다고 해도 아마 다음 표적을 도와줄 수 있는 부대는 기병 연대 하나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처음부터 계획을 이렇게 세운 것도 적의 전력을 위험부담 없이 적절하게 각개 격파해 나갈 수 있어서였다.
승도는 지도를 접어 품에 넣고는 대열을 갖춘 보병들을 보았다. 상승군 병사들은 대부분 실탄을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교전에 참가한 병력은 여단 하나에 불과했고, 그나마 그 병력의 대부분은 견제로 일관했다. 실탄 소모는 우려하지 않아도 좋았다.
탄약 보충은 병사들의 탄약 배낭이 바닥날 때에 실시해야 했는데, 지금으로써는 병사 1인당 평균 5발도 소모하지 않은 상태라 보충은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다.
병사들은 배낭에 약 300발의 실탄을 지고 다녔다.
승도는 보병들을 서둘러 이동시키라고 장교들에게 손짓을 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여단들은 별로 준비할 것도 없이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행군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1여단은 말할 것도 없었다. 1여단은 승도의 출발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신바람이라도 난 듯 날렵하게 움직였다.
전원이 용병으로 이루어진 1여단은 적 보병 하나의 머리마다 수당이 붙어 있어 전장 정리 후 수당을 받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장에서 들러리로 서는 것을 제일 싫어했기에 출발 명령을 반색했다. 전장을 자신의 안방으로, 전쟁을 자신의 직장으로 삼은 그들에게 싸움에 대한 두려움의 빛은 전혀 없었다.
깃발을 흔들며 용병 여단이 스쳐 지나갔다. 승도는 조금 전 싸움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각하께서 오셨다. 모두 경례!”
“아닙니다. 되었습니다.”
승도는 장교들에게 손사래를 치고는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전투가 하도 일방적으로 진행된 탓에 부상병은 몇 없었다.
그들은 태반이 목책에서의 견제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자들이었다. 운이 없게 죽은 병사도 있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병사들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지휘관이 직접 보러 와주었다는 사실에 앓는 소리마저 삼키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승도는 그런 병사들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이 신의 간성이요, 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 영웅들이 흘린 피가 우리 제국의 빛나는 내일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이 사람은 노력하겠습니다.”
“오승도 각하 만세!”
“대신제국 만세!”
병사들은 그의 말에 감격한 듯 만세를 외쳤다. 왕조 국가에서 신하에게 허락되지 않는 칭호였지만 그 외침에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승도는 병사들의 외침에 손을 들어 답했다. 그러곤 그가 병사들을 가볍게 돌아보고 나오자 서역 장교 몇이 그에게 물었다.
“각하, 곧바로 1여단을 따라가시지 않고 왜 부상병들을 보셨습니까?”
사상자가 많이 나기라도 했다면 사기 진작 차원에서 부상병들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사상자가 몇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병들을 보는 것은 별 실익이 없는 일이다.
논리적인 연합왕국 장교들은 승도가 보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합리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 그들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그들은 ‘합리주의’로 무장한 서역의 사고방식으로 동방을 재는 실수를 범했다.
동방은 서역과 달리 ‘정’이 중요시되는 세계였다. 이곳은 합리와 비합리를 나누어 따지기보다 ‘의리’와 ‘불의’, ‘인정’과 ‘몰인정’을 따지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의 희생에 대해 지휘관이 신경을 써주는 모습은 ‘병사들’에게 정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사소하지만 중요했다.
승도가 서역 황제로서의 경험만 가진 사내였다면 이런 사실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동방에서 수십 년을 살며 그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방식을 따르진 않아도 그것에 적절히 맞추어 갈 정도는 되었다.
승도는 장교들의 물음에 미소로 답했다.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도 동방인이 아닌 이상은 동방인의 사고방식을 오롯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가 알듯 모를 듯 대답해 주지 않자 장교들도 머쓱해졌다. 그들은 이 어색함을 풀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각하, 곧바로 1여단 뒤로 출발하시겠습니까?”
그건 그렇게 해야 했다. 승도 자신이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말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지요. 여러분은 이곳에 남아서 전장 정리를 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승도는 장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자신은 말에 훌쩍 올랐다. 곧 그를 기다리고 있던 호위 기병들과 함께 1여단이 출발한 서남쪽 방향으로 말을 몰아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