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07화 (307/425)

제307화. 대승 (1)

루반스키는 포승줄에 묶인 채 목책 밖으로 끌려 나왔다. 목책 입구에 쭉 도열한 수백 명의 검은 군복들을 지나자 말에 타고 있는 서른 명의 지휘관들이 보였다.

깃발 아래에 선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태반이 금발과 적발의 서역인들이었지만 일부는 동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중 검은 관복을 입고 있던 자가 제일 지위가 높은 듯했다.

루반스키의 팔을 잡은 병사들이 그를 질질 끌고 가 그 검은 관복 앞에 앉혔다. 서역 장교들은 그를 냉소하는 시선으로 보았다. 동방인에게 패한 것을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에 냉소를 보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승도는 제 앞에 꿇려진 루시인을 보았다. 학자풍의 유약한 느낌을 주는 얼굴에 신사다운 차림을 한 자였다. 그를 유심히 살피던 승도는 말에서 훌쩍 내린 다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대의 신분을 알고 싶군요.”

승도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로망스 어로 물었다. 에우로페에서는 교양어로 로망스 어가 인기가 높아 ‘지배 계급’이라 자처하는 자들이라면 로망스 말을 읽고 쓸 줄 알았다. 몰락 귀족 출신인 루반스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야만인이 로망스 어를 알다니. 놀랄 일이군.”

그의 냉소에 승도가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 옆에 서 있던 병사가 개머리판으로 장교의 등을 내리쳤다.

“건방진 새끼.”

“큭.”

루반스키의 몸이 땅을 굴렀다. 그의 얼굴은 금세 진흙이 묻어 엉망이 되었다. 병사들은 몇 번을 더 내려친 다음 그 팔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승도는 그런 상대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대의 신분을 알고 싶군요.”

장교의 신분이야 계급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용병들이 장교를 알아보고 잡아온 것도 그 차림 때문이었다. 뻔히 아는 것을 묻는 이유는 쉬운 것부터 물어 대화를 끌어내려는 기본적인 화법이었다.

승도가 묻자 루반스키가 씹어 내뱉듯 말했다.

“보면 알 것 아닌가. 야만인.”

그 말에 승도가 다시 눈짓을 했다. 병사들은 재차 군홧발로 장교를 걷어찼다.

루시 장교는 답답한 신음을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몇 번의 구타가 이어진 다음 병사들이 다시 그를 일으켰다.

승도는 상대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묻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여 달라는 뜻으로 알도록 하지요. 그대의 신분을 말해줬으면 합니다.”

승도가 차갑게 말하자 루반스키는 이를 악물었다. 알량한 장교로서의 자존심과 귀족의 명예 의식이 상대에게 순순히 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몇 번 폭행을 당하고 나니 뻣뻣하게 굴 용기도 사라졌다.

몰락하긴 했어도 귀족 계급으로 나름 편안한 삶을 살아온 그가 육체적 고통에 익숙한 것이 이상한 일이다. 폭력은 인간의 자존심을 꺾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승도가 다시 손을 들려 하자 루반스키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제3중앙 시비르 연대의 지휘관이요.”

“대령인가요?”

“중령이요.”

한 번 대답이 나오자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루반스키는 자신이 이토록 자존심과 긍지가 없는 인간인 줄은 처음 알았다.

입으로는 명예 운운하긴 했지만 실제 폭력 앞에서 그 말을 지킬 수 있는 자는 몇 없었다.

일말의 고통도 겪지 않고 전사한다면 모를까.

승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렇게 대답을 해주니 기분이 좋군요. 그대에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순순히 응해주고 또 증언을 해준다고 약속해 준다면 생명도 보장하고 부도 약속하지요.”

“무얼 말하란 거요?”

루반스키가 물었다.

“그대들의 군대가 국경을 넘어 우리 부대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런 이유에서 아군이 ‘자위권’을 발동하여 그대들을 공격하게 되었다는 ‘증언’ 말입니다.”

승도는 태연하게 ‘거짓’을 요구했다. 이는 국제 사회에 ‘선공’을 가한 명분으로 쓰기 위해 그가 구상한 것이었다. 앞뒤를 맞추어보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국제 사회에 먹힐 수 있음을 승도는 잘 알았다.

어차피 명분이란 것은 신을 지지하는 열강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구실이었다. 상대에게 굴복을 강요하거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런 용도는 전혀 아니었다.

세상은 누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승도의 말을 들은 루반스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알았다.

“그걸 내가 할 거라 생각하는 거요?”

“그럼 이 자리에서 죽을 생각입니까? 아시겠지만 우리는 아무 장교나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꼭 그대일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비열한 협박이군.”

“선택을 도와주는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겠군요. 목숨이야 귀한 것이고 그것을 구할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요.”

승도는 느긋하게 그 말을 받았다. 신사적인 전쟁. 상대의 명예를 존중하는 싸움은 중세에도 없었다. 그 시절에도 비열함은 ‘기사도’로 포장된 싸움의 이면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까?”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는 우리 제국의 반역자가 되오.”

“그럼 그대의 조국을 위해 순교자가 되는 것도 좋겠지요.”

승도가 돌아서서 다시 말고삐를 잡았다. 그가 제안을 거두려 하자 병사들이 개머리판을 높게 들었다. 그것을 본 루반스키가 급히 말을 이었다.

“잠깐. 그럼 하나만 약속해 주시오.”

“무엇을 말입니까?”

승도가 말안장 위로 올리려던 군화를 멈칫하며 물었다.

“신변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 말이요.”

루반스키는 아까 승도가 했던 말을 기억하며 말했다. 그는 수년 전 상처하고 딸마저 역병으로 잃어버린 터라 제국 내에 혈육이 없었다. 거기다 ‘폭력’에 한 번 마음이 꺾이자 그의 조국에 대한 충성심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장교로서의 긍지와 명예가 옅은 몰락 귀족 출신에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한 제3중앙 시비르 연대에 몸을 담아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승도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은 어렵지 않게 지켜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평생을 호의호식할 수 있는 재물과 집을 주도록 하지요.”

“진정으로 하는 말이오?”

“나는 신의 최고 권력자인 사람입니다. 내 입에서 나온 약속은 만금의 재물보다 귀하고 만근의 대포보다 무겁습니다. 그 말의 가치를 의심하는 겁니까?”

루반스키는 그 말에 크게 놀랐다. 처음 볼 때부터 범상치 않은 자였는데, 상대는 제국의 최고 권력자인 자. 바로 총리대신 오승도란 자였다.

“당신이 정말 총리대신이라면 그 말을 믿겠소.”

“그럼 거래는 성사된 걸로 믿지요. 거기.”

“말씀하십시오, 각하.”

승도의 명령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교 하나가 나섰다.

“이자를 데려가서 치료해준 다음 호위를 붙여 옥문관으로 이송하도록 하세요. 털끝 하나 다쳐선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각하의 명,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겠습니다.”

장교가 두 손을 모아 보인 다음 병사들에게 눈짓을 하자 루반스키의 몸이 강제로 일으켜 세워졌다. 그들은 루시 장교의 몸을 부축하여 말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단장 헨들릭이 승도에게 물었다.

“각하, 명분을 확보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하면 곰들의 자존심을 더욱 건드리게 될 겁니다.”

여단장은 북적을 잘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교가 ‘반역적인 발언’을 하면 그에 격분하여 ‘반역자’와 손을 잡은 상대에 대한 분노를 더욱 불태울 자들이었다.

황제의 치세 하에 반역자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고 믿는 이들에게 반역자의 존재는 불에 화약을 던지는 격이었다.

“나도 잘 압니다.”

“알고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자극해야 좀 더 무리한 움직임을 끌어내기 쉽습니다. 저들이 신중함을 기하며 움직일 여유를 준다면 아무래도 이쪽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넓은 영토와 우세한 병력. 승리의 요소를 모두 쥐고 있는 저들에게 냉철함까지 준다면 이 사람이 이길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승도의 말은 이 명분 축적에서 파생될 ‘북적의 분노’ 역시 계산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는 적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제어하여 자신이 유리한 판을 그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단장은 그 말에서 자신의 상관이 이 전쟁의 승리로 가는 여정을 한 발 한 발 밟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그렇습니다.”

“이제 슬슬 아라한으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승도는 말에 오르며 여유로운 말을 던졌다. 다음 상대는 투르 한국에 남은 북적의 나머지 부대들이었다.

***

“각하! 전방에 적 보병 출현입니다.”

“벌써 적과 조우했단 말인가?”

흰 백마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던 그레고리우스 대령은 전방에서 온 정찰 기병의 보고에 부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기수들이 깃발을 높이 들자 기병 연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말발굽 소리가 멈추고서야 대령은 전령으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예, 적 보병이 동쪽에서 아라한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숫자는 약 사천 이상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야만인들이 동쪽에서 아라한으로 이동한다. 그럼, 벌써 아군 연대들이 다 쓸려나갔다는 말인가?”

연대장은 상황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장은 언제나 상황이 유동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처음 생각한 대로 전투가 흘러갈 가능성은 많지 않았다. 천재적인 용병술을 가진 전략가조차 종종 전장의 흐름을 놓칠 정도이니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대국을 읽고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야만인들이 연대를 둘 쓸어버렸다면 다음은 당연히 아라한으로 이동 중일 것이다. 목표는 남은 보병 연대가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연대장은 머릿속으로 적의 실태를 그려보았다. 동북쪽에서 아군 연대를 접적해서 깨트리고 이동하는 시간을 유추해보니 적의 사정이 손에 잡힐 듯했다.

‘적은 굉장히 무리해서 시간을 썼을 것이다. 수적 우세를 이용해 아군을 단시간에 깨트리느라 무리한 싸움을 벌였을 것이고, 전투 후 병사들에게 휴식시간도 주지 않고 이동을 명령했을 거다. 그렇다면 적은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을 가진 채로 우리에게 측면을 내놓은 채 움직이는 입장이다. 우리 전개를 훤히 들여다보고 계획을 세운 적이니 만큼 공격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제 병사들을 독려하여 부대 간의 간격을 좁히려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병이 개입하는 것조차 막아버린 적도 피로를 해결하지는 못했으리라.

그 약점은 찌를 여지가 있었다. 우선 기병의 기동력을 이용해 적의 예봉을 피한 다음, 적의 측 후방으로 돌아가 그 살점을 하나씩 잘라 그 약점을 찔러야 했다.

기병이 뒤에서부터 물어뜯고 나가면 적은 자연히 그에 대응하고자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아라한으로 집결될 보병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투를 준비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적의 공격을 몇 번은 견딜 것이고 투르 한국의 지원을 받을 시간도 벌 수 있었다.

그 정도만 되면 신은 무모한 도박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하고 후퇴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대령은 나름대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그림을 그렸다.

“잠깐 참모는 날 좀 보지.”

연대장이 부르자 참모 장교가 그 옆으로 다가왔다. 대령은 품에서 지도를 꺼내 참모에게 말했다.

“지금 적이 아라한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정확히 그 뒤를 노려 이동해서 치는 것이 어떻겠나?”

“기병으로 뒤를 치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적은 3개 여단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적입니다. 아군 2개 연대를 순식간에 날린 강적인데 우리 전력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참모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사실 보병이 기병의 밥이던 시절은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였다. 근대 화기가 발달하면서 보병은 정면 대결에서 기병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보병이 기병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쉽진 않을 거네. 하지만 적은 아군 2개 연대를 단시간에 처리하고 ‘무리해서’ 아라한까지 치러 가고 있는 중이네. 수적으로 열세한 입장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투르 한국 군대와 우리 군대를 동시에 상대하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전술적으로 너무 무리한 판단이지. 그런 만큼 적은 충분히 지쳐 있고 보병의 전투력도 평소 같지 않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하네.”

대령은 그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졌다. 기병 장교로서 수도 없는 전장에 참가해온 그는 무수한 보병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가 느꼈던 것은 보병이 지쳤을 때는 기병에 대응하는 방진을 치더라도 그 효력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이 낮다는 것이다.

일단 체력이 낮으면 보병들은 방진 한곳이 뚫려도 빨리 그 간격을 메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기병의 방향 전환에 대응해 진을 바꿀 수도 없었다.

유동성의 부족은 곧 기병의 밥이 되는 길. 지친 보병은 그렇기에 기병이 능히 상대할 만했다.

“적이 지쳤다 해도 수적으로 배가 넘는 상대입니다. 우리 연대 전력이라고 해봐야 천 명 남짓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상대해야 할 신의 여단급 부대 편제는 삼천이 훨씬 넘습니다.”

참모는 아무리 적이 지쳤다고 해도 이 모험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야전에서 구른 장교는 자신의 경험을, 탁상에서 이론을 공부한 장교는 자신의 생각을 믿었다.

참모가 의외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대령은 턱을 문질렀다. 혹 그 생각처럼 틀린 것은 아닐까.

그는 조금은 확신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자 여군 장교를 불러오게 했다. 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그녀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긴 머리를 늘어트린 장교가 곧 대령의 앞에 섰다. 연대장은 그녀를 보고 자신이 조금 전에 생각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해본 다음 제 생각을 밝혔다.

“각하, 제 생각에는 그 방법을 강행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신의 보병들은 그리 질이 좋은 자들이 아닙니다. 전날 알렉산드르 백작 각하의 기병도 신의 보병을 다섯 겹이나 돌파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기병이 보병을 다섯 겹이나?”

연대장은 다소 놀란 듯 반문했다.

“예, 각하. 제 눈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녀의 대답에 대령은 제 생각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기병이 보병을 다섯 겹이나 뚫었다면 확실히 신의 보병은 문제가 있다. 물론 알렉산드르가 상대한 보병이 지금의 신 정규군과 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한두 겹은 뚫을 수 있을 거라고 믿을 근거는 된다. 그렇다면 모험을 강행해도 충분하지.’

대령은 결심을 굳혔다. 한 겹만 뚫어도 된다고 믿은 이유는 간단했다. 후방에서부터 공격하면 적은 불시에 공격을 받는 입장이므로 전열을 빠르게 갖추기 어려웠다.

그런 상태에서 기병이 돌입을 하면 보병의 방어는 기껏해야 한두 겹에 불과했다. 그 방어선을 돌파하면 기병은 속도의 이점을 가지고 무자비한 살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령은 대대장들을 불러 제3중앙 시비르 연대를 구원하기 위해 잡았던 경로를 바꾸도록 지시했다.

당초 아군 연대가 괴멸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라한으로 돌아가리라 짐작했던 대대장들은 그 명령에 다소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몇 마디 설명과 함께 들은 이야기를 꺼내자 대대장들의 표정도 바뀌었다. 전공만 확실히 세울 수 있다면 사실 위험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귀족 장교들에게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무용담과 전공은 매우 매력적인 전리품이었다.

그들은 그 위험한 독배를 기꺼이 들기로 작심했다.

대령은 부하들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기수에게 신호를 보내 연대에 출발 준비를 알렸다.

곧 대대장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자 기수가 깃발을 앞으로 겨누었다. 출발 명령이 내려지자 연대는 곧 말발굽 소리를 내며 북동쪽으로 출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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