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11화 (311/425)

제311화. 오로목제 (1)

투르 한국의 한은 밤낮을 달려온 제국의 전령을 만나보고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간 불안한 독립을 지키고자 다소의 부담을 무릅쓰며 외국군의 진주를 받아들였고, 그러면서도 신을 가능한 한 덜 자극하고자 국경선에 배치하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고민과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신은 그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거에 침공을 개시했다. 실로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독립 국가의 수장으로서 언제까지고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한은 고심 끝에 티무르를 궁으로 들게 했다. 티무르는 지난 독립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교활한 전략가로, 투르 한국의 일등 공신인 거물이었다. 신에서는 ‘대막의 여우’, 또는 음흉한 뱀으로 불렸다.

곧 한의 부름을 받고 티무르가 입궐했다.

티무르는 나이가 많은 늙은 사내였다. 그가 지팡이를 짚고 대전에 모습을 보이자 한은 옥좌에서 일어났다. 옛 초원 왕조의 후손이라는 이유 하나로 왕좌에 오른 그로서는 실력 있고 명망이 높은 이 공신을 앉아서 맞을 권위가 없었다.

노인은 한이 가까이 다가와 그 손을 잡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예를 표시했다.

“한께서 부르셔서 늙은 몸이나마 급히 궁으로 달려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를 찾으신 것입니까?”

“그것이….”

노인이 묻자 한은 사정을 설명했다. 티무르는 그 이야기를 듣다 미간을 좁혔다.

“신의 무뢰한 것들이 침공을 했고, 무능한 곰들은 그것들에게 대패를 했단 말이군요.”

“사정이 그러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일이 그리 돌아간다면 군마를 소집해야 합니다. 일단 군세를 불려 신의 군대를 칠 준비를 갖추는 것이 첫째. 다음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과인도 그리 생각하여 군마를 모으게 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이후의 조처가 문제인데 좋은 의견을 부탁합니다.”

한이 조금은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티무르는 헛기침을 하고는 지팡이를 짚고 허리를 쭉 폈다.

“신의 생각에는 지난 전쟁처럼 대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양적들이 막을 수 있다면 그들이 상대하게 두고, 그들이 막지 못할 적이라면 우리가 정면으로 상대할 때 피해가 크다는 말일 것입니다. 하니 지난 전쟁처럼 그들의 측면을 치며 병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숱한 중원의 군대가 공간을 내주고 그 뒤를 범한 초원의 군대에 연패했습니다. 우리가 달리 방법을 쓸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면 양적들이 섭섭하게 여기지 않을지 염려됩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양적이 패한다면 도리어 우리의 협력이 필요할 테니 섭섭해도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고, 이긴다면 신의 영토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 협력을 받아야 하니 그 섭섭함을 묻어 두겠지요.”

“과연 옳은 말입니다. 말을 듣고 보니 그 방법이 최선일 듯싶습니다. 해서 그 전략대로 군을 지휘한다면 누가 적임자이겠습니까?”

“그것이라면 신이 맡아 보겠습니다.”

“하지만 공은 이미 연로한 몸이 아닙니까?”

한은 티무르가 전장에 나선다는 말에 적지 않게 놀라며 만류하려 했다.

“괜찮습니다. 이제 갓 자리를 잡은 나라가 위급한 처지인데 몸을 사려 무얼 하겠습니까? 신이라도 나서야 한다면 나서야지요.”

“좋습니다. 공이 그리 생각하신다면 병권을 드리지요.”

한은 내관에게 명해 활을 가져오게 했다. 농경 국가였다면 칼을 병권의 상징으로 했겠지만, 유목민들의 상징은 활이었다. 초원의 특성을 반영한 물건인 셈이다.

넓은 초원에서는 근접전에 쓰이는 칼보다 활의 범용성이 컸다. 한이 준 활은 옛 유목 왕조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것으로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황금씨족의 한 갈래가 가지고 왔던 물건이었다.

한이 활을 건네자 티무르는 한쪽 무릎을 굽힌 채로 활을 받았다. 투르 한국의 모든 힘을 상징하는 활을 두 손으로 받들자 한이 입을 열었다.

“공에게 우리 군대를 맡기니 외적을 토벌하고 국가와 백성을 평안케 해주시길 바랍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티무르는 한의 활을 받아들고 궁을 나섰다.

하루가 지나자 투르 한국의 한이 내린 명령에 따라 오천의 군마가 오로목제로 모였다. 시간을 더 들인다면 더 많은 군사를 모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티무르는 지금 모인 군대를 가지고 아라한 근방까지 내려가 적의 형세를 살피며 그 움직임을 견제할 생각이었다.

적절하게 시간만 맞춘다면 양적들에 대한 신의 공격을 어느 정도 방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적에게 위협을 주어 오로목제 진공을 늦출 수 있었다.

시간만 벌어둔다면 적은 자연히 물자 부족에 시달리느라 후방과의 연락에 목을 매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찬찬히 목을 졸라나가도 좋았다.

티무르가 나타나자 넓은 초원에 모여 있던 전사들이 말에서 내려 예를 표시했다. 그들 역시 지난 전쟁에서 티무르가 세운 공적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 교활한 여우는 수백 년에 걸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던 신의 지배를 와해시키고 그 군대를 격파해 대막을 독립시킨 장본인이었다. 백년에 한 번 나올까 하는 초원의 영웅인 셈이다.

그가 활을 높이 들자 전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초원의 상징인 활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다.

티무르가 활을 내리자 전사들이 침묵했다. 노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서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드넓은 초원의 늑대들아, 사막을 달리는 황금의 후예들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는 손가락으로 초원을 한 번 가리킨 후 말을 이었다.

“바로 우리의 대지, 우리의 땅. 우리의 가축이 살아갈 토지에 서 있다. 지금 이 신성한 대지에 중원의 돼지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지난 수백 년의 지배도 모자라 다시 우리를 지배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형제들이여, 푸른 늑대의 지파를 자처하는 우리가 고작해야 배에 기름이 낀 돼지들 밑에 머물러야 하겠는가?”

그는 말을 하며 일일이 전사들의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이 향할 때마다 전사들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그는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목소리를 터트렸다.

“당연히 아니다. 늑대가 어찌 돼지의 발아래에 머물 수 있겠는가? 반대가 되어야 마땅하다. 돼지는 늑대의 밥이지, 늑대를 다스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옳으신 말씀이요!”

전사들이 총을 마주 들며 소리치자 티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싸워야 한다. 돼지들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고 우리의 강토에서 가축들에게 풀과 물을 먹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투르 한국 만세!”

전사들이 그의 외침에 호응했다.

“좋다. 그 대답이면 충분하다.”

유목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존심을 자극하여 전쟁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전투를 치르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었다.

티무르는 높은 사기를 보이는 병사들을 둘러본 다음, 각 족장들을 불러 모았다. 투르 한국이 건국은 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 사회가 ‘변화’된 것은 아니었다.

기본 생활 방식이나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신이 지배하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유목 생활을 하다 보니 초지를 놓고 씨족 간의 경쟁이 있었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족장들의 힘이 생활 전반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국가 자체도 전근대적이고 농경 국가와 달리 통치할 인구가 유동적으로 움직여 관료제 구축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투르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족장들과 협의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하기 어려웠다.

“부르셨습니까?”

족장들이 그 앞에 모여 공손히 물었다. 한때는 같은 족장이었지만 지금의 티무르는 투르 한국의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자. 병권을 쥔 그를 무시할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자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계획이라고 하면.”

“적당들이 오로목제에 오기에 앞서 맞설 계획 말입니다.”

티무르의 말에 족장들이 수염을 매만졌다.

“생각해두신 것이 있으시다면 저희는 공을 따를 생각입니다.”

그들의 대답에 티무르는 흡족한 빛을 보였다. 짤막한 대화였지만 이 행동은 꼭 필요했다. 족장들을 존중하고 의견을 구하는 모양새를 취해 체면을 세워주어서다.

이로써 티무르는 전투에 앞서 투르 한국의 군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절차를 모두 밟았다. 하나 그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대막으로 침공해온 중원의 패자, 오승도와의 일전이 그것이었다.

***

승도는 전방에 전진 배치된 북적의 군마를 쳐부수고 얻은 전리품들을 대강 정리하였다. 끌고 가기 곤란한 대포들은 땅에 묻어 지도에 기입해 두었고, 운송이 가능한 탄약과 건초 등은 마차로 운반해 가기로 했다.

개인 장비 역시 값이 나가는 총기 등은 챙기고, 나머지 물품은 상태가 좋은 것만 가려 병사들에게 지급했다. 그 외에 돈과 식료품은 여단의 보급 부서와 회계 부서에 넘겨주고 적절한 시기에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전장 정리가 끝나자 승도는 각 여단에 발진을 명령했다. 그는 이번 대막 전역을 준비하면서 보급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대량의 완전식품과 가축을 가지고 있었다.

사전에 마련해둔 비밀 보급창도 있어 그가 보급에 대해 근심을 할 필요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승도는 곧바로 오로목제로 직격해 들어갔다. 하루 평균 백 리를 강행군하며 쭉쭉 나아가는 상승군의 움직임은 보는 이들이 질릴 정도였다.

며칠 만에 오로목제로부터 달려와 상승군을 견제하려 했던 티무르는 아라한을 벗어나 수백 리나 달려온 상승군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맛보았다.

그는 지속적으로 견제를 시도했지만 그것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상승군은 막강한 화기를 가지고 있어 대열이 늘어져도 유목민들의 습격을 간단히 물리칠 수 있었다.

더구나 배후로 유목민들이 돌아가도 상승군은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보급선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고속으로 내달리기만 하니 유목민 입장에선 최악의 상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지킬 곳이 없었다면 그래도 괜찮은 일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지킬 곳이 있었다. 신생 국가의 수도인 오로목제 말이다.

결국 티무르는 약간의 모험을 해보았다. 야음을 틈타 상승군의 후미를 공격한 것이다.

짙은 어둠이 내릴 무렵, 티무르의 기병들은 말발굽을 헝겊으로 감싸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곤 말에 타지 않고 상승군 진영 근처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공격자들은 상승군을 전형적인 중원의 군대로 보았다. 근대 무기로 장비했던 전날의 적, 회군 역시 야습에는 형편없이 약한 면모를 보였던 터라 그 생각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회군과 상승군은 달랐다. 상승군은 근대 전투 개념을 완전히 체득한 군대였기에 무늬만 흉내 낸 회군과는 질적으로 다른 부류였다.

야음을 틈탄 기습은 상승군에 의해 간단히 발각되었다.

꽝!

폭음과 동시에 하마하여 접근하던 기병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었다. 일순 폭발이 울리자 기병들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이 혼란에 빠지자 주둔지를 미리 방어하고 있던 기관포들이 불을 뿜었다.

새벽의 밤하늘은 금세 오렌지 빛 섬광으로 밝혀졌다.

귀를 긁는 총성과 함께 기병들은 수백의 사상자를 남기고 황급히 말에 올라 달아났다.

상승군은 그 뒤를 추격하지 않았고, 주둔지 방어를 위해 삼중의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전형적인 로망스 육군의 방식으로 그 경계를 뚫고 기습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최전방은 우선 엽병이 경계했다. 이들 수색 대대의 초병들이 돌아다니며 적의 접근을 살폈기에 그 눈을 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들의 정찰 공백을 파고든다고 해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그 뒤는 주둔지로 들어오는 방위마다 배치된 보병 중대가 경계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척탄병으로 군 내에서 전투력이 가장 뛰어난 병사들이었다.

이 척탄병들은 수류탄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는 즉시 수류탄 세례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하나라도 터지면 기습이 허사가 되는 것은 물론이었다.

척탄병의 뒤는 가장 막강한 화력을 가진 주둔지 포병이 있었다. 이들은 기지로 들어오는 요소에 화력 점을 만들어 놓고 반응이 보이는 즉시 공격을 가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승도는 전과 확인을 위해 나갔던 보병 장교로부터 보고를 접수한 다음, 새로운 적을 지도에 기입했다. 새벽부터 기습을 받아 잠을 설친 장교들이 막사로 입장하자 승도는 그들에게 자리를 권한 다음 이 ‘새로운 적’에 대해 언급했다.

“새벽부터 모두 고생이 많습니다. 다 잠잘 시간도 주지 않는 적 때문이니 피로에 대한 불만은 그들에게 적절하게 돌려주도록 합시다. 이번에 나타난 적은 아마 투르 한국의 군대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과 확인을 위해 나가서 살핀 결과 지닌 무기와 의복 모두 북적과는 달랐습니다. 이제부터 그들이 본격적으로 아군을 위협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후방 차단에 전념하지 않고 직접 교전에 나섰단 말이군요. 그렇다면 꽤 곤란한 일이 아닙니까?”

장교들이 웅성거리자 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좀 더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오로목제로 아군이 빠르게 전진할수록 적은 초조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때 적절히 적을 포착하여 섬멸할 기회도 제공되겠지요.”

“적이 그리 쉽게 걸려들겠습니까? 자국의 수도를 버릴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유목민들이 전략적 식견이 부족하다고 해도 감당하지 못할 싸움은 피할 줄 알 겁니다.”

이미 막강한 화력을 맛본 유목민들이 재차 덤빌 가능성은 없다. 장교들은 그렇게 예상했다. 승도도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 없음을 인정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이 오로목제까지 그냥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 할 것은 분명합니다. 저들은 이제 건국한 지 몇 년 된 처지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저들 무리가 수도를 잃는다면 그 권위는 어찌 되겠습니까?”

신생국은 정치적 구심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와해되곤 했다. ‘제국’이라는 뚜렷한 적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려던 독립 전쟁 당시와 달리 국가가 세워진 상태에서는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으로 그간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어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체제가 흔들릴 때 내부의 불만이 표출되면 저들은 적을 앞두고 단결하기보다 분열할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수도를 지키는 시늉 정도는 해야 했다. 애써 입지를 깎아가며 불러온 외국군이 단번에 날아간 처지이다 보니 수도까지 손쉽게 내줄 경우, 정권의 실력에 대한 유목민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승도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적이 한 번은 도전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순간이 적을 괴멸시킬 절호의 기회가 되리라. 그는 그렇게 예상했다.

“권위를 위해 적이 한 번은 도전해올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이 사람은 그렇게 믿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적이 도전해왔을 때 어떻게 사냥하실 생각이십니까?”

장교들이 시선을 모으자 승도가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눌렀다. 오로목제였다.

“아마 적은 오로목제의 문턱까지는 공격을 지양할 겁니다. 그간 우리 실력을 알 테니 망설일 가능성도 크고, 지리적으로도 도전하기에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로목제의 초입에 이르면 저들도 한 번은 도박을 해볼 만한 지형이 나옵니다. 바로 이곳, 유사구입니다. 적은 바로 이곳에서 도전해올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본인은 이곳에서 적을 잡을 생각입니다.”

승도는 오로목제 동남쪽에 있는 옅은 사막 지대를 가리켰다. 대막의 일부를 점하고 있는 이 사막은 방어자에게 천혜의 유리함을 안겨주는 좋은 지형지물 중 하나였다. 이 사막은 단순한 모래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행상의 정보에 따르면 그 근방엔 유사가 흐른다고 했다. 유사는 모래가 강처럼 흐르는 곳으로, 시시때때로 여행자들을 집어삼키는 지옥과 같았다.

그 괴물은 일종의 자연 하천과 같은 역할을 하여 방어자들이 이를 이용해 도전할 여지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강과 달리 ‘도하’ 자체가 쉽지 않아 얼마든지 공격자들을 괴롭힐 수 있는 천혜의 방벽이니 교활한 적이 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승도의 말에 한 장교가 물었다.

“유사 구라면 공격이 더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가능할 겁니다. 과거 초원의 유목민들이 사용한 전술을 흉내 낸다면.”

승도는 지도를 보며 눈을 빛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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