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화. 오로목제 (2)
대공의 관저는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로 덮여 있었다. 며칠 사이 연달아 날아온 패전 소식 때문이었다. 상대가 연합왕국이라 해도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치스런 패배가 이어지다 보니 대공의 기분은 최저 기압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보좌관들과 관리들은 그 눈치를 보느라 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했다.
지금도 그랬다.
대공의 앞에 모인 그의 군사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향후의 반격 계획을 브리핑했다.
“먼저 우리 중앙 시비르 관구에서 2개 연대를 추가로 준비하고, 서시비르와 동시비르에서도 각각 1개 연대 상당의 병력을 준비하여 모두 4개 연대 병력을 편성, 신에 대한 1차적인 저지선을 확보합니다.
이 병력으로 오로목제에 일단의 저지선을 만들어 신의 진출을 저지한 다음, 본국으로부터 10개 연대 상당의 병력을 지원받아 적에 대한 결정적인 수적 우세를 획득합니다. 이후 오로목제의 동쪽으로부터 남하하여 신의 옥문관까지 짓쳐 내려가 적의 병참선을 차단하고 적 원정군은 섬멸합니다. 이어 투르 한국의 군대를 향도로 삼아 신 본토로 진공, 이번 전역을 승리로 마무리할 것입니다.”
대공은 신임 관구 사령관 블라디미르(지난 전쟁의 승리로 영전한 상태) 소장의 설명을 듣고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는 그럴듯하지만 아군 5개 연대를 하루 저녁에 뭉개버린 적을 4개 연대로 저지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럴 수 있었다면 5개 연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을 테지. 이 전략은 신뢰하기 어렵군. 적이 저지선을 돌파하면 당장 놈들이 여기까지 올라올 판이 아니던가?”
“저지선을 뚫을 능력이 있다 해도 정치적으로 그건 어려울 겁니다. 확전을 바라지 않는 한 제국 국경을 넘지는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제한 전’으로 승부를 보아야 국력의 한계 범위 안에서 싸움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여길 겁니다.”
“그건 당신 생각이요. 그놈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애초에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겠지.”
대공이 면박을 주자 블라디미르 소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대공은 지휘봉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한심해서야 야만인들보다 나을 게 뭐가 있겠소? 어설픈 생각 말고 당장 그 야만인들의 움직임을 저지할, 제대로 된 방책을 내놓으시오.”
대공의 질책에 군사 관계자들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때 방의 한쪽에 앉아 있던 금발 사내가 손을 들었다. 대공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장군들을 보다 사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대공이 조금은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발 사내는 미카엘 대공을 따라 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자로, 전쟁 계획 위원회(사실상의 국방부)의 위원으로 재직하던 전문가였다.
“말해보시오.”
“제 생각에는 선기를 잃었다고 생각됩니다. 다소의 손해는 감수하고 적을 내륙으로 끌어들여 섬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 말대로라면 적이 지나치게 우리 영토까지 파고들 위험도 있지 않소?”
“물론입니다.”
“그러다가 놈들이 여기까지 온다면 너무 위험하단 생각이 드는데.”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 위험입니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이곳도 내어주어야 합니다. 아마 적 역시 이번 전쟁을 생각하면서 전쟁을 끝낼 방법을 모색해 두었을 터. 분명 이곳을 노릴 가능성은 있을 겁니다. 하니 그 칼끝은 무척 날카로울 겁니다. 그것을 피하자면 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겁니다.”
“아니, 이곳을 내준단 말이요?”
대공이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사내는 그 말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과거 황제 폐하께서도 필립의 침공에 직면하셨을 적에 제국의 중앙부를 통째로 내주신 바 있습니다. 거센 비는 그냥 맞고 있다고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길 내주면 제국의 시비르 통치 근간까지 흔들리게 되오.”
“한 달 정도 내주는 정도라면 문제될 것은 없지 않습니까?”
금발 사내가 한 달을 입에 담자 대공이 물었다.
“내주는 게 한 달 정도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한 달을 내주는 이유는 뭐요?”
“적이 정말 여길 노린다면 이곳까지 북상할 시간까지 더해 딱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어섭니다. 그 시간이면 본국에서 아까 말한 열 개 연대 이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럼, 그대의 생각은.”
“블라디미르 장군의 말을 조금 바꾸잔 겁니다. 적을 막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게 한 다음 이곳에서 놈들을 포위 섬멸하는 겁니다. 이곳은 대막에서도 최소 오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이니, 놈들을 단 하나도 돌려보내지 않고 섬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땅이야 찾으면 그만이고, 그 병력만 섬멸하면 우리가 신으로 반격해 들어가기도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사내는 그들의 전통적인 개념, ‘공간으로 시간을 번다’를 활용한 덫을 파자고 제안했다.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하지만 여길 내주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데 그 부분은 어쩌면 좋겠소?”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신의 야만인들을 모두 섬멸한 다음 남하하여 부동항만 얻는다면 전하께 군소리를 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소의 똥물을 쓰더라도 확실한 공을 세우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과거의 황실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필립에게 패해 수도를 내주고 제국 중앙부까지 모두 내줬지만 충분히 준비한 반격을 해서 그놈을 쓰러트렸기에 제국 신민 모두가 그 위업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하께서 야만인들에게 약간의 굴욕을 당할 용기만 내어 주신다면 모두가 우러러볼 위업은 반드시 만들어질 겁니다.”
금발 사내의 침착한 이야기에 대공이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아까보다는 다소 부드러워진 표정 덕인지 장내의 공기도 약간은 팽팽함이 줄었다.
“굴욕을 감수하면 영광을 얻을 수 있다. 그 말, 확언할 수 있겠소?”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하. 저 역시 에우로페의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몸입니다. 전쟁 계획 위원회에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공은 조금 구미가 당겼다. 금발 사내는 확실히 경험이 많은 자였다. 판을 설계하여 제국의 승리를 가져온 적도 많았다.
남방의 강호 우스만을 상대로 세 차례나 전쟁을 일으켜 제국의 판도를 넓힌 것도 이 사내의 작품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하얀 백합을 문장으로 삼은 일란드의 반란군이 자중지란으로 무너지도록 손을 쓴 것도 그였고, 이번에 신을 공략할 밑그림을 그려준 것도 그였다.
대공의 보좌관 격으로 극동에 온 터라 발언권이 없어 신에 대한 술수를 능력껏 발휘하지 못하였지만 이 남자의 실력은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좋소. 그대의 말을 믿어보지. 그럼 내가 승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겠소?”
대공이 물었다.
“먼저 페테르부르크에 원조를 청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대군이 지원되도록 손을 써주십시오. 전하께서 다소 욕을 듣더라도 ‘과할 만큼’의 병력을 요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에서 심각성을 알고 시일을 단축해 군마를 보내올 겁니다.”
“그럴 법하오. 그리고 또 있소?”
“적에게도 서신을 보내셔야 합니다. 전하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내 이름으로 적에게 서신을?”
“예. 필요한 일입니다. 필시 전하께서 ‘교섭’을 청한다면 적은 우리 쪽이 수세에 처했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렇다면 보다 과감하게 이쪽으로 돌진해 오기가 쉬울 겁니다.”
“적을 자만하게 만든다 그거군. 하지만 거기에 걸리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야겠지.”
“반대의 경우라도 적은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올 겁니다. 우리가 뭔가 꾸민다고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방금 말한 생각대로 하자면 적이 느리게 도착하는 편이 낫지 않나?”
대공이 묻자 금발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적이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느리게 움직이면 그만큼 대막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을 해두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후 적은 대막에 병력을 크게 남겨두지 않고도 우리와 일전을 겨룰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었군. 이해했소.”
대공은 금발 사내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 장군들을 보았다. 그 눈빛에 그들이 침을 삼켰다. 불같은 시선으로 장군들을 바라보던 대공이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들은 여기 알렉세이 경의 명령을 받도록 하시오. 직제상으로 내 보좌관이지만 내 대리로 여기고 그 명을 따라주었으면 하오.”
“하오나 전하.”
“문제가 있소?”
대공이 불쾌하다는 듯 말끝을 높이자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전하. 하명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좋소. 그럼 앞으로 모든 일은 알렉세이에게 맡기겠소.”
대공은 ‘무능한 장군’들을 쓸어본 다음 알렉세이에게 믿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금발 사내는 그 눈빛에 미소로 답한 다음 장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유사는 모래가 강처럼 흐르는 사막의 천연 지형 중 하나였다. 유사 구에는 이 유사가 흐르고 있었다. 유사는 오아시스와 자갈 사막 앞에서 멈추어 섰기에 그것들 사이로는 모두 다섯 개의 통행이 가능한 회랑이 뚫려 있었다.
전략가가 주목할 지점은 바로 이 회랑들이었다. 이 중 특정 지점들에 방어자가 전력을 집중하여 방어할 경우 공격자에게 부담이 컸다. 기관포를 앞세워 건너가면 어떨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무리였다.
유목민들에게도 대포가 있기 때문이다. 마차에 실어서 움직여야 하는 기관포는 둔하고 느린 무기였기에 대포의 밥이 되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적이 방어하지 않는 지점을 골라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승도는 고심 끝에 병력을 나누어 적을 기만해 보기로 했다.
“사격!”
장교가 손을 내리자 포병들이 불을 뿜었다. 유사 너머로 날아간 열 발의 포탄이 모래 위로 뽀얀 포연을 일으켰다. 유목민들 역시 그에 응전하여 포탄을 날렸다.
승도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 망원경을 내렸다.
“유목민들이 이곳 회랑에 병력을 집중한 것 같기는 한데 확신이 들지는 않는군요. 기동성이 뛰어난 병력이라 어디든 옮겨갈 수 있으니.”
“적을 시험할 겸 보병을 전진시키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건 안 됩니다. 지금 피해를 보면 여러모로 귀찮아집니다.”
승도는 딱 잘랐다. 병사가 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상병이 생기면 그 이상으로 귀찮은 문제가 생긴다. 운신이 힘들어진 부상병은 기동성을 해치게 마련이라 후방으로 후송이 불가피한데, 그 과정에서 적이 뒤를 습격해오면 피해가 곱절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부상병을 버리면 군의 사기가 망가지고 만다. 그러니 부상병이 생기지 않도록 전투를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승도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사이에도 양군은 부지런히 포탄을 교환했다. 유사를 사이에 둔 포격전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경포 위주로 장비한 상승군은 적을 압도할 화력을 내기 어려웠고, 유목민들은 급히 유사 지역에 전력을 배분하느라 많은 대포를 할애할 틈이 없어 화력이 약했다.
양자가 무익한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전령이 도착했다.
승도는 전령이 도착했다는 말에 전문을 얼른 낚아챘다. 전문은 가장 먼 남쪽 회랑으로 향한 알롱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는 남쪽 회랑에 적의 저항이 거의 없다고 보고했다.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적에게 모든 회랑을 막을 정도의 대포는 처음부터 없었다. 하물며 일부러 최북단의 회랑을 골라 주력이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남단을 방어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승도는 그 대답에 만족하며 머릿속으로 전투의 전개를 그려보았다.
북쪽에 위치한 그의 1여단과 2여단 병력이 모루가 되어 적 병력을 잡아두고 있는 동안, 유사를 건넌 3여단이 적의 배후를 차단하고 결정적인 포위 섬멸을 시도한다면 최상이다.
하지만 적은 기동성이 좋은 기병이라 그렇게 쉽게 일을 벌이긴 어려웠다.
알롱의 여단이 접근할 즈음이면 적이 재빨리 방어 위치를 버리고 후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적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전력을 섬멸하는 것이 과제가 되는데.’
승도는 전문을 접으며 입맛을 다셨다. 3여단 보병에게 날개라도 달리지 않은 이상 무리였다. 아니면 그의 1, 2여단 병력이 일시에 유사를 건너거나.
그는 ‘날개’라는 생각을 하다 번뜩 무언가가 머리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 천재는 언제나 영감을 가지고 생각을 만든다. 그는 즉흥적인 전략을 짜내는 데 있어 재능이 있었다.
그에게는 하늘을 날 도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열기구다.
승도는 공병 장교를 불러 열기구를 조립하라고 명령했다. 불필요하지만 군수물자로써 몇 개의 열기구를 조립할 부속을 가지고 다니던 공병들은 그 명령에 따라 뜻하지 않은 ‘조립 작업’에 열중했다.
마침내 열기구가 조립되자 그는 ‘엽병’들을 열기구에 태우게 했다. 저격 능력이 뛰어난 엽병을 열기구에 태워 유사 위로 띄운다면 적의 포병을 저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도하를 위한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상대의 대포는 그렇게 고성능이 아니었기에 2~300여 미터 앞에 띄우기만 해도 중포를 사정권에 넣을 수 있었다.
중포만 무력해지면 당장 1, 2여단이 도강할 수 있었다. 시간상으로 1, 2여단이 일시에 도강을 한다면 적은 오로목제로 바로 후퇴하는 대신 시간을 벌고자 서남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바로 그 심리적인 허점이 ‘파멸을 위한 덫’을 완성시켜 주고 말 것이다.
승도의 설명을 들은 장교들은 괜찮은 생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해날 것도 없고 충분히 적을 덫에 가둘 기회도 있었다.
적이 의도대로 움직여 주기만 하면 1, 2, 3여단 사이에 밀어 넣고 일격에 괴멸시킬 수 있었다.
결정적인 승리의 가능성이 보였다.
가능성이 확실히 보이자 장교들도 병사들을 독려했다. 보병들에게 즉시 회랑을 돌파할 수 있도록 군장을 꾸리고 대열을 갖추게 했으며, 동시에 기관포를 실은 마차들도 이동을 준비하게 했다.
그사이 열기구 여섯 대는 하늘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모두 정찰 용도로 쓰는 소형이라 한 대에 타는 엽병은 각 2명이었다. 합쳐서 12명의 엽병이 탑승했는데, 그만한 숫자면 적 포병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높은 위치를 점한 보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해상 전투의 장루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높은 장루에 있는 장루원 하나는 갑판의 보병 수십에 버금가는 효과를 냈는데, 엽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열기구에 탄 엽병들은 적 보병이 공격할 수 없는 위치에서 포병을 저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보병이 열기구 근처까지 오면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그 거리는 박격포가 철저히 엄호하고 있어 접근은 불가능했다.
열기구에 탄 엽병들은 망원경으로 지상에 보이는 포대를 확인한 다음 총을 장전했다. 그들은 공격받을 염려가 없는 상태에서 느긋하게 사격을 시작했다.
하늘로부터 총격이 시작되자 유사를 넘어오는 ‘괴물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유목민들은 공황에 빠지고 말았다.
하늘로부터의 총격은 그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아니 상상도 해보지 않은 개념이었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족장 몇이 열기구 근처에 다가가 총격을 가한다는 생각을 해내긴 했지만 그것도 무리였다. 기병들이 총을 들고 열기구 근처로 다가가기가 무섭게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거기에 엽병들이 부지런히 저격을 가하니 기병이 견딜 재간이 없었다.
열기구에 대한 저지가 실패로 돌아가자 엽병들은 마음 놓고 포대를 향해 저격을 가했다. 그때마다 중포를 다루던 유목민 병사들이 피를 뿌리며 차례로 쓰러졌다.
피해가 급속히 커지자 유목민들은 어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곳을 내주면 적이 대번에 유사를 건너 오로목제로 진출할 판이었고, 그렇다고 현 위치에 머물자니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적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본 승도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길어도 적은 삼십 분 안에 도망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걸로 대막은 평정되겠군.’
그는 전투에 대한 감상을 짤막하게 내뱉고는 자신의 말에 올랐다. 이제 승리자로서 오로목제에 입성한 다음 이번 전쟁의 진정한 상대인 북적을 손볼 계획을 다듬을 때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