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22화 (322/425)

제322화. 육참골단 (1)

북소리가 울렸다.

지난 몇 주 동안 휴식을 청하고 있던 상승군의 진출을 알리는 신호가 대지를 깨웠다. 병사들의 군화가 흙을 밟을 때마다 먼지가 일었다. 대군이 움직이자 뽀얀 먼지가 구름을 이루어 시계를 가렸다.

병사들이 군장을 짊어지고 걷는 동안 승도는 말을 타고 대열을 돌아보며 그들의 체력 및 사기를 살폈다. 경험이 많은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걸음걸이와 얼굴만 보아도 군의 역량을 대강 가늠할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런 재주가 있었다.

다행히 지난 몇 주의 휴지 기간 동안 병사들은 잘 먹고 잘 쉬었는지 얼굴에 피로감은 거의 없었다. 든든한 보급 기지가 마련되었다는 사실도 그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 듯했다.

승도는 병사들이 그럭저럭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좀 더 앞으로 말을 몰아갔다. 그가 전마의 속도를 높이자 그 뒤를 따르던 장교들도 전마를 재촉했다.

승도가 선두 부대까지 이르자 대열의 전진을 지휘하고 있던 여단장 알롱이 그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여 보였다.

승도는 그 옆으로 말을 댄 다음 정찰 상황에 대해 물었다. 대개 군대는 전진에 앞서 사전 척후 활동을 벌이는데, 알롱 역시 군의 진행에 앞서 수십 기의 기마를 풀어 정찰을 진행하고 있었다.

알롱은 승도의 물음에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특별한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전방 사십 리까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마 적은 일전에 확인한 방어 위치에서 고착 방어를 진행 중일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알롱의 생각에 승도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어제 보고받은 대로 증원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수동적인 자세를 이제 버렸을 겁니다.”

부하라에 남아 있어도 포위 공격을 진행할 순 있겠지만 보다 깊이 들어온다면 저들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방어하고 있었더라도 이제는 그 방어선을 뒤로 물려 더 전진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옳았다.

곧 도착한 전령도 그 같은 승도의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

“전방 백 리까지 적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의 보고에 알롱이 다소 위험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적이 가까운 곳에서 교전을 피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보다 깊은 곳에서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그건 조금 위험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차라리 부하라를 덫으로 써서 적을 끌어들인 후 싸움을 거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알롱이 제안한 방식은 오스티아의 명장 레오폴드가 구사한 전술이기도 했다. 레오폴드는 로망스 침공군을 상대로 자국의 수도를 미끼로 썼다. 그에 속아 넘어간 로망스 군대는 오스티아 수도를 직격하려 했는데, 레오폴드는 이를 이용해 주력을 로망스 군대의 배후로 돌려 차례로 각개 격파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전쟁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라면 레오폴드의 전술을 모를 수가 없었다. 내선의 이점을 살려 바깥으로부터 들어오는 적을 내려쳐 격파한다. 이는 방어자가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거기엔 한 가지 약점이 있지. 적이 동원 가능한 전력이 각개 격파를 시도하기에 너무 강력하다면 도리어 적 사이에 갇혀 괴멸당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적은 이미 신의 군대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를 깨트리고도 남을 정도의 전력을 동원할 공산이 농후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석적인 전략에 대응할 만한 힘은 충분하다고 가정하고 전략을 입안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쪽보단 내가 생각한 다른 전략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선 전략보다 유리한 방법을 고안하셨단 말입니까?”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그 어떤 전략이라도 제대로 실현하려면 ‘전장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적이 전력을 포진시킨 다음 수를 두기 시작하면 싸움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이 포석을 두기 전에 이쪽이 선공을 가한다면 판은 달라지고 만다.

그리고 적은 싸움을 회피하기도 곤란한 처지다. 모이셰바를 공략하지 않고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활용하여 적에 압력을 가하면 적의 증원 병력은 승도가 원하는 공간과 시간에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과거 한 줌의 병력만 가지고 몇 배의 신성 동맹군을 자유자재로 끌고 다니며 연전 연파한 로망스 황제 필립의 ‘압박과 타격의 요체’였다.

“여기가 바로 모이셰바입니다.”

승도는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리고 이곳.”

승도는 모이셰바의 서쪽과 에우로페를 잇는 교통로를 다시 눌렀다.

“모이셰바를 향해 아군이 진출을 시작하면 적은 이 도로를 따라 병력을 이동시킨 다음, 정석적인 방어 전략을 시행할 겁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부하라를 비우고 황량한 초원을 가로지를 거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그 점을 찌르고 들어갈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적은 정면 방어를 위해 계획한 ‘방어 전략’ 때문에 도로를 따라 급하게 병력을 움직이려 할 겁니다. 우리는 그 점을 노리고 들어가 적 병력의 측면을 치고 결정적인 승리를 취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수를 두려면 부하라를 비워야 합니다. 우리가 지난 몇 주 동안 비축한 보급품까지 전부 내주게 되지 않습니까?”

알롱은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승도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바로 함정입니다. 우리가 막대한 보급품과 애써 구축한 전진 기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믿게’ 만들기 때문에 이 허를 찌를 수 있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보급품과 기지를 전부 내주면서 측면으로 돌아가 공격을 가할 군대는 없을 테니까요.”

대단히 모험적인 한 수였지만 이 ‘모험’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성공만 한다면 에우로페로부터 들어올 루시의 원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먹일 수 있었다.

적의 핵심 증원군만 박살낸다면 모이셰바는 저절로 떨어질 것이고 시비르 중앙부의 교통 통신은 완전히 절단되고 만다. 그 상태로 ‘당분간’ 회복할 가망조차 사라진다면 루시는 어떻게 나오겠는가?

대군을 보내 수복을 시도할까? 아니면 강화를 요청할까?

답은 나와 있었다. 부담을 감수하기에 루시 제국은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성공만 한다면 가능하겠습니다만, 아군의 병참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것도 일이 잘 풀린다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시간만 맞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루시를 침공하기에 앞서 사전에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부하라에는 원래 비스킷 2,400만 개를 구울 수 있는 밀가루와 완전식품으로 준비된 육포 35톤이 비축되어 있었다고 했다.

적은 모이셰바로 철수하며 이 식료품을 철수시켰을 터였다. 너무나 방대한 분량인 만큼 적절하게 모이셰바로 진출할 수만 있다면 보급품을 파괴하기 전에 노획하는 선택도 가능했다.

너무 적의 물자를 노획하는 방향에 기울어진 전략처럼 보였지만, 사실 로망스 제정 당시에 전쟁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치렀다. 보급품이 항상 넉넉하지 않았기에 적의 것을 빼앗아 조달하지 않고는 군대를 지탱할 수가 없었다.

승도는 이미 그런 경험이 풍부했기에 적의 물자를 빼앗아 병참을 일정 기간 동안은 버틸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제 생각에는 정 그렇다면 현재 지참한 보급품을 열흘 분으로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기동전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군대가 늘어지면 우리에겐 좋지 않습니다. 적이 대비하기 전에 그 약점을 찌르고 들어갈 수 있도록 병사들의 체력은 최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승도는 병사들의 기동력은 발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발로 뛰는 군대로 에우로페를 제패한 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시대가 달라져 보다 나은 운송 수단이 나온다면 모를까,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병사의 발 이상의 수단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승도는 최소한의 병참만 짊어지고 모험을 강행하려 했다.

사령관의 의중이 굳은 것을 안 알롱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승도는 여단장과 나란히 말을 몰며 지평선 저편에 기다리고 있을 화려한 승리를 응시했다.

***

“신의 야만인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확히 이곳 모이셰바를 직격하기 위해 부하라로부터 정북진하고 있다는 것이 척후의 보고입니다.”

장교의 브리핑에 지휘관들은 의자에 몸을 묻었다.

미카엘 대공은 그 이야기를 듣다 목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민가에서 옮은 이가 그의 흰 살결에 상흔을 남겼다. 대공은 손톱 밑에서 ‘톡’ 소리를 내며 터진 이를 털어내고는 장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은 없겠군. 우리는 방어 준비를 다 해두었고 차례로 병력이 도착하는 대로 정면에서 지연전을 펴 ‘모루’ 역할을 수행하게 한 다음, 측방에서 압력을 가해 망치로 내려친다면 저들은 그대로 박살이 나지 않겠나?”

“지금 적이 보이는 대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대공은 그 대답에 만족하며 화려한 의복에 핏물을 문질렀다. 알렉세이는 그 대화를 듣고 있다 한마디를 꺼냈다.

“상황을 그리 낙관하기만은 어렵습니다.”

“그건 어째서요?”

“상대가 교활하기 때문입니다.”

알렉세이는 이미 한차례 교전을 통해 적의 역량을 다시 평가하고 있었다. 적이 눈에 보이는 정공법만 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였다.

적의 실력이라면 분명 부하라에 박힌 채 내선 작전을 펼 것이란 것이 그의 추측이었다.

상대가 일류라면 그 정도 생각은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이 전진은 내선 작전을 위한 위장술일 가능성이 있었다.

“상대가 교활하기 때문에 위장이다. 하지만 경도 잘 알거요. 지나치게 머리를 쓰다 보면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어렵게 보게 된다는 것을. 그렇지 않소?”

대공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적이 복잡한 수를 쓰지 않고 단번에 모이셰바를 노리고 쳐들어온 것일 수도 있었다. 적에게 병참이 부족해서(루시 쪽은 승도의 병참 사정을 그렇게 우호적으로 평가하지 않음) 촉박한 시간에 밀려 작전을 강행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단정하기에 적은 너무 간교했다. 호반 전투에서 상대는 이쪽의 수를 꼼꼼하게 의심하는 모습도 보였고, 임기응변의 능력으로 다수의 병력을 받아치는 역량도 보였다.

그런 일류의 상대가 패배가 보일 수밖에 없는 싸움을 취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수였다.

분명 상대의 유인책이라고 알렉세이는 믿었다.

“전하의 말씀에도 분명 긍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실 부분이 있습니다. 적장이 누구입니까? 우리 연대 다섯 개를 국경에서 하루 만에 날려버린 상대입니다. 그런 자가 정말로 패배가 보이는 싸움을 취할 리가 있다고 여기십니까?”

대공도 사실 그 부분이 조금은 찜찜했다. 기습이라고 해도 다섯 개 연대를 하루에 날려 버리려면 보통 재주로는 불가능했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전장을 바라보는 눈과 전술적 역량도 보통은 넘는다.

그런 상대가 대공 자신도 승리를 짐작할 수 있는 싸움을 하는 것은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그런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렇다면 경의 생각은?”

“제 생각에는 레오폴드의 내선 작전을 위한 유인책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시오.”

대공이 설명을 요구했다. 알렉세이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대공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적이 모이셰바로 공격해온 것은 이쪽이 ‘망치와 모루’ 작전을 쓰도록 하는 일종의 압박 수단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아군은 정면을 방어하면서 우세한 병력을 살려 측방을 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적은 아군이 측면으로 보낸 병력이 자신들의 옆을 칠 시간에 맞추어 부하라로 물러날 겁니다. 그리 진행되면 아군에게 어떤 문제가 있겠습니까?”

대공은 그제야 알렉세이가 무얼 말하는지 깨달았다.

“공을 탐하는 아군 부대들이 일제히 부하라로 추격해 들어간다면 뱀처럼 돌아 아군의 측면을 역으로 치고 들어오겠군.”

“그렇습니다, 전하. 그 술수에 휘말리면 아군은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적이 시도함직한 전술이요. 경의 지적이 옳소.”

“다른 술수도 부릴 수 있습니다. 아군이 단 한 번의 회전을 위해 망치와 모루 전술을 부렸을 때, 저들이 후퇴하여 부하라에서 농성을 한다면 또 난처하게 됩니다. 보급품을 적게 가지고 돌아간 측방의 부대들은 장시간 전투를 상정한 것이 아니라서 곧 제 위치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을 노려 적이 반격을 가해오면 아군은 꽤 어려운 싸움을 벌어야 합니다. 전자의 전략이 모험적이라면 후자는 그리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아군을 곤경에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적은 이 같은 교활한 수를 얼마든지 부릴 수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경은 어떻게 하잔 말이요?”

적이 정면으로 공격해오는 것에 대해 기본 전략으로 대응하지 말자는 말에 대공이 갑갑하다는 듯 물었다.

“제 생각에는 정면에서 방어만 하고 망치는 쓰지 않는 겁니다. 며칠 시간을 두고 군세를 충분히 전개한 다음 포석을 두는 것으로도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하라를 너무 오래 적에게 넘겨주는 것이 문제이지 않나?”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부하라 주변에 포석을 두면 적은 알아서 물러날 겁니다.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말입니다.”

“그럼 적을 놓아 보내게 되는 것이 문제일 텐데.”

“그다음은 쉽습니다. 황량한 초원을 따라 적이 후퇴하게 되는 것이니, 대군으로 정면에서 몰고 우리 쪽에 넘어온 유목민들을 측면에서 투입해 흔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적은 자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모조리 쓸려나갈 겁니다. 과거 로망스 황제 필립처럼 말입니다.”

대공은 필립이란 말에 피식 웃었다.

“큰 위험이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겠군. 좋소, 경의 뜻대로 합시다.”

“감사합니다, 전하.”

알렉세이는 대공의 지지를 확인한 다음 군의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증원 부대는 모두 열 개 연대 병력이었고 모이셰바에 있는 병력은 모두 세 개 연대 규모였다. 이 병력을 모두 합치면 자그마치 열세 개 연대, 이만 오천에 달하는 대군이 된다.

대군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포석을 까는 것만으로도 이미 승패는 결정지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렉세이는 자신이 상대의 패를 모두 예상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나흘. 나흘이면 증원 부대를 차례로 전개하여 압박의 수를 두기 시작한다. 수를 두기 시작하면 그때는 오승도, 그대가 아무리 뛰어난 자라고 해도 패배를 향한 가속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겠지. 그대는 약소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소. 솔직히 이 정도까지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겠소. 그대는 내 존경을 사기에 합당한 가치 있는 적이었소.’

알렉세이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적을 향해 가볍게 예를 표시했다.

전략가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전쟁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두는 포석과 전쟁을 통해 그려지는 서로의 그림이다.

그들은 그 그림을 보며 상대의 실력을 보고 경의를 표시하곤 했다.

지금까지 알렉세이가 경의를 느낄 정도로 뛰어난 전략가는 단 셋밖에 없었다. 교범으로만 배운 전쟁의 마술사 밀버러 장군, 에우로페의 ‘괴물’이라 불린 로망스 황제 필립이 그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새롭게 추가된 신의 신성, 오승도다. 그는 그 거대한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대단한 자였다.

에우로페에 태어났다면 분명 역사에 획을 그었을 이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운은 아마 여기까지일 것이다.

승패는 지금 이 순간 결판이 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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