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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스의 반지-324화 (324/425)

제324화. 육참골단 (3)

멀리서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거대한 흙바람이 일었다.

“저기, 기병입니다. 각하.”

지도를 들고 있던 장교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승도는 기병이 정말 나타났다는 사실에 주먹을 꽉 쥐었다.

기병 연대의 출현은 예상치도 않은 시점에서 더 많은 적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투에서 이긴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은 피해를 봐야 하는 만큼 반길 상황은 아니었다.

새롭게 나타난 적 기병은 이번 전역을 위해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려 보낸 강력한 증원 전력의 일부였다. 전쟁 계획 위원회는 국경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상승군에 상당한 기동 전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그 판단에 근거하여 상대를 받아칠 기병 세력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 황제에게 기병 연대 하나를 보낼 것을 조언했다.

그에 따라 원정군에는 기병 연대 하나가 포함되었고, 하필이면 그들이 중앙에서 즉응 집단으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승도가 상대의 허를 찔러 전략적 이점을 취했다면 전쟁 계획 위원회의 기병 연대 투입은 ‘승도의 계산’을 찔렀다.

승도는 주먹을 쥐었다가 입을 열었다.

“적 보병 연대는 다 잡은 먹이입니다. 당장 측면부터 후방까지 모든 병사들에게 총검을 장비시키세요. 기병이 들어오면 우리는 다 죽은 목숨입니다.”

승도는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는 적 보병 연대를 격멸하기 위해 대부분의 전력이 전투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가 보병 연대 공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보니 불시에 나타난 적 기병에게 뒤를 보이고 있었다.

지금 적 기병이 들이치면 보병은 그냥 몰살이나 진배없었다.

승도는 급한 대로 총검으로 방벽을 둘러쳐 기병의 돌격을 어느 정도 지연시키려 했다.

그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기수들이 깃발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적 기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상승군의 배후로 쏜살같이 밀려들었다.

“황제 폐하 만세!”

권총을 쏘며 질주하는 기병들이 깃발을 높이 들었다. 기세등등한 기병은 아군을 구한다는 사명감에 더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공명심에 취해 앞뒤 가리지 않고 정면으로 쐐기진을 이루어 달려들었다.

상승군의 대열이 어수선한 데다 약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갑작스런 흰 물결의 출현에 검은 군복들의 대열도 흔들렸다. 불시에 배후에서 대규모 기병이 나타나자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장교들은 그런 병사들을 급히 다독이며 기수가 명령한 대로 총검의 방벽을 세웠다.

병사들이 재빨리 고슴도치처럼 총검을 세우고 방어태세를 갖추었지만 아직 전열이 위태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완연한 선을 이루기에는 병사의 수도 모자랐고, 진형도 엉성했다.

갑자기 허를 찔린 상황에서 손을 쓰는 것은 천하의 명장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병들은 칼을 휘두르며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야만인들에게 폐하의 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리라!”

기병 장교가 외쳤다.

동시에 기수가 깃발을 내린 채 상승군을 겨누었다. 기수가 기를 내리자 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더 커졌다. 최종 돌입을 위한 가속에 들어간 것이다.

쐐기꼴로 다가오는 기병은 불완전한 보병의 전열을 단박에 돌파한 다음 상승군에 타격을 가할 기세였다. 예로부터 보병의 천적으로 군림한 기병의 아우라가 멀리 있는 상승군 수뇌부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하지만 승도도 그냥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콩그리브 로켓 준비하세요.”

그는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의 수를 꺼냈다. 실전 경험이 충분한 만큼 당황해야 할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평정을 잃지 않는 한 지휘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는 법이었다.

승도는 그런 점에서 이미 완성된 지휘관이었다.

“로켓을 지금 말입니까? 명중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의 명령에 참모가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정면으로 내달리는 적 기병에게 로켓을 쏜다고 맞힐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그들을 잡으려고 쏘는 것은 아니었다.

“상관없습니다. 적 기병의 돌격 제대를 한 번만 늦추면 이 싸움은 할 만합니다.”

승도는 ‘단순한 저지’를 위해 로켓을 쏘도록 주문했다. 전과 면으로 생각하면 화력의 낭비지만 전술적으로 적의 돌입을 막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한 번의 시간을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승도는 생각했다.

그는 참모가 명령을 전달하는 사이 적이 온 방향을 유심히 살폈다. 적이 다가온 방향은 기암괴석과 나무가 많아 초원과는 다소 지형이 다른 곳이었다.

기병이 기동할 만한 공간은 저들이 이용한 도로밖에 없었다.

승도는 지도에서 본 사실을 다시 눈으로 확인한 다음, 사령부 직할로 남은 기마 보병대대장을 불렀다. 방어만 하는 것은 공격적인 성향의 지휘관인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지금 당장 후방으로 돌아가 적의 배후에서 전열을 만드세요. 저 친구들에게 한 방 먹은 만큼 몇 배의 피해로 돌려줘야겠습니다.”

“예, 각하. 명령하신 대로 북적 기병들에게 우리의 능력을 보이겠습니다.”

“가보세요.”

기마 보병대대장이 명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승도는 망원경을 들고 적 기병의 움직임을 살폈다.

기병은 쐐기꼴로 이루어진 대형의 머리를 슬쩍 흔들며 자신들의 돌파 위치를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저대로 돌입하게 둔다면 정말 손쉽게 돌파하고 지나갈 것처럼 보였다.

휘하에 막강한 근위 기병을 거느려 본 경험이 있는 승도는 적 기병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저런 적은 절대 보병의 대열로 들여보내선 안 되었다.

그가 긴장한 표정으로 적을 주시하고 있는데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다음 순간 오렌지 빛 섬광과 함께 무수한 빛줄기가 하늘을 갈랐다. 이어 굉음과 함께 달리는 전마들 앞에서 폭음이 일었다.

기병들은 자신을 향해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알고 황급히 분산하려 했다. 하지만 일부는 잠시 반응이 느린 탓에 폭발에 휘말렸고, 고기와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대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로켓 공격으로 기병의 대열이 좌우로 갈라지며 분산되어 버렸다.

강력한 머리를 앞세워 보병의 방진을 파고들어야 하는 그들로서는 몹시 낭패스런 상황이었다.

기병이 기습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면 보병의 대열을 뚫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법이다.

그들은 그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뒤로 갈라진 기병들을 내버려두고 새로운 머리를 만들어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재차 가해진 2차 로켓 공격에 기병들은 다시 한 번 대열을 흐트러트려야 했다.

그들은 정확한 시점을 골라 보병의 대열 사이로 파고들려 했지만 시의 적절하게 가해진 콩그리브 세례에 그 꿈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병의 돌격 대열은 두 번의 공격으로 완전히 호흡을 잃고 뒤로 물러났다. 충격력을 갖추려면 일정한 수의 돌격 기병과 속도가 갖추어져야 했는데, 조금 전의 공격으로 그들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공격을 재개하려면 다시 가속을 준비해야 했다.

“전열을 재정비한다!”

기수가 깃발을 들고 물러서자 기병들은 그 뒤를 따라 종대를 다시 만들며 수백 미터 뒤로 물러섰다.

기병의 제대가 뒤로 물러나자 보병은 재빨리 방어태세를 갖추고 빈 공간을 메웠다. 보병이 한 번 선을 형성하면 기병이 피를 흘리지 않고는 돌파할 방법이 없다.

기병들은 잠시 이쪽의 전열을 노려보며 대열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시간을 끌어봐야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기병 장교가 다시 칼을 들었다.

긴 뿔 나팔 소리가 경쾌한 돌격의 소리를 알렸다. 시간을 맞추어 공격을 재빨리 진행할 때는 나팔을 불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번 돌격이 실패한 상황이라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나팔을 불었다.

그 소리에 맞추어 전마들이 나란히 줄을 맞추더니 일제히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렸다.

그들은 단번에 돌파하기엔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손에 기병총을 들고 있었다.

승도는 적 기병이 다시 선회 돌격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망원경을 내렸다.

“당장 엽병을 보병 대열로 증원하세요.”

“예, 각하.”

엽병은 전통적으로 정찰 및 척후, 저격에 쓰이는 병과로 치고 빠지는 기병을 상대하기에도 좋았다. 이들은 방진을 이루기에는 부적합했지만 이미 선이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와아아!”

기병들이 함성소리를 높이며 다가왔다.

보병들은 전마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총검을 높게 들었다. 첫 열이 총검을 들고 대기하는 동안 두 번째 열은 총탄을 장전했다.

양자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진 순간 보병이 먼저 총격을 가했다.

무자비한 총성과 함께 달려오던 기마 사이에서 사람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막강한 후장식 소총의 공격력은 실로 가공할 만했다.

보병이 먼저 공격을 가한 직후 기병들이 능숙하게 기병총을 꺼냈다. 그들은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로 다가와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미 국경 전투 등에 대한 보고가 올라와 상승군의 후장식 소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다. 그들은 거리를 좁히는 만큼 더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교전 거리를 더 이상 좁히지는 않았다.

대신 평상시 교전 거리의 두 배 정도에서 기병총을 꺼낸 다음 일제 사격을 퍼부었다.

줄을 서서 전열을 지키는 보병들이라 적당히 방향만 맞추면 명중률이 어느 정도는 나왔다.

기병들이 사격을 가할 때마다 검은 군복들 사이에서도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자들이 나왔다. 기병들은 사격을 가한 후 재빠르게 좌우로 갈라져 빠져나갔다.

뒤를 이어온 후속 기병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사격을 가하는 통에 ‘단일 지점’에 대한 화력의 연사는 일시적으로 기병 쪽이 보병을 압도했다.

이런 교전이 되면 언제고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었다.

검은 군복들은 이런 교전에 상당한 불안을 느꼈다. 보병의 수가 넉넉하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적 보병연대를 섬멸하느라 후방의 공격에 대응하는 전력이 매우 부족한 형국이었다.

상황이 다소 비관적으로 보이자 장교들이 승도에게 조언했다.

“각하, 지금이라도 기마 보병을 물려 전열에 합류시키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들은 승도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이 아닌지 염려했다. 하지만 승도는 그 조언을 딱 잘랐다.

“나는 내 병사들을 믿습니다. 기병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공격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겁니다. 지난 몇 년을 공들여 기른 병사들이 저 정도의 공격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적을 높게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 병사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승도는 자신의 병사들의 역량을 믿었다. 때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확정적이지 않은’ 병사들의 능력에 기대야 할 때가 있었다.

그는 그러한 신뢰 역시 전장의 한 요소라는 것을 이해했다. 병사들은 지휘관이 믿고 기대를 건 만큼 능력을 보일 기회를 받게 마련이었다.

그 기회를 십분 발휘할 때, 군대는 자신들의 역량을 모두 쏟아낼 수 있었다. 그 정확한 한계를 파악하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최상의 지휘관이 보여줄 수 있는 용병술이었다.

승도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장교들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망원경에 계속 눈길을 주었다.

기병은 거듭 선회 공격을 가하며 보병을 위협했다. 그들의 계속된 공격으로 보병의 대열이 막 흔들리려던 찰나였다.

아슬아슬하게 증원된 곰 가죽 모자들이 보병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총검을 쥔 보병들의 뒤에 자리하기가 무섭게 총탄을 장전했다.

기병들은 새로운 적이 나타났음에도 별반 대수롭지 않은 빛을 보였다. 적의 수는 여전히 적었고 선회 공격을 되풀이하면 어느 지점에서건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얄팍한 선으로 후방을 지키는 적의 ‘저항’만 뚫고 돌입한다면 이 승부는 그들의 승리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기병들은 그렇게 믿었다.

“돌격!”

다시 뿔 나팔 소리가 울렸다. 기병들은 이번에야말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각오로 세 번째 돌격을 감행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기병들이 내달려오자 곰 가죽 모자들이 총구를 적을 향해 겨누었다. 기병들은 잘 몰랐지만 곰 가죽 모자들은 사거리가 매우 긴 전장식 라이플로 무장하고 있었다.

속사 능력은 모자랐지만 그들은 접근하는 순간부터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계속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발사!”

장교의 명령과 동시에 엽병들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그러자 내달리던 기병들의 대열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선도하는 기병들이 시작부터 죽어나가자 기병들의 돌격은 그 통제력을 잃었다.

급히 기병장교가 앞으로 나서며 돌격 대형을 수습했을 때, 그들은 이미 보병의 화망까지 다가와 있었다.

검은 군복들은 기병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 집중 사격을 퍼부었다. 라이플 공격 때문에 한 호흡을 빼앗긴 상태에서 공격을 시작했던 기병은 그 공격에 찬물이라도 맞은 듯 뒤늦게 응사를 하고 옆으로 빠졌다.

하지만 그들이 빠져나가는 찰나에 재장전을 마친 라이플들이 그들의 뒤통수를 노리고 공격을 가했다. 돌아가던 기병들은 머리에 총탄을 박고 하나씩 낙마했다.

이처럼 엽병이 보병의 대열에 추가되자 기병들은 보병의 대열로 다가와 사격을 퍼붓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아야 했다.

후장식 소총만으로도 피해가 막심한 판에 엽병들의 저격이 수백 미터 거리까지 피해를 추가시켰기 때문이다.

기병들이 무익한 공격을 반복하는 동안 상승군의 보병 대대들은 착실하게 페테르부르크 보병 연대를 죽여 나갔다.

아군 보병이 빠르게 줄어갈수록 기병도 초조해졌다.

자신들만으로 구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병이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들은 후퇴의 나팔을 불며 대열을 황급히 정비해 퇴각을 시작하려 했다.

‘이미 늦었어.’

승도는 냉혹한 얼굴로 적을 주시했다. 전장에서 물러날 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그들의 퇴로에는 어느새 빙 둘러간 상승군의 기마 보병대대가 전열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얇고 긴 선에 가로막힌 기병들이 쩔쩔매는 것을 본 승도는 남은 보병들을 투입해 기병을 쓸어버리게 했다.

사격이 이루어질 때마다 말에 탄 기병들이 차례로 낙마했다.

적 기병은 분명 정예 중의 정예라 부를 정도로 우수한 자들이었다. 전마도 체격이 크고 훌륭한 품종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병들도 적절하게 대형을 바꾸어가며 공격 위치를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휘하에 두었다면 분명 자랑거리로 생각했을 좋은 부대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지휘한 자들의 역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적병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승도는 상황이 대충 유리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손을 문질렀다.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혀 미끄러웠다.

장교들 역시 기병이 출현한 시점부터 전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전투였다.

하지만 전투는 승리로 끝나가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병이 차례로 무너져가는 동안 포위되어 공격받고 있던 적 보병연대의 깃발이 쓰러졌다. 승리를 알리는 북소리가 전장 전체에 울렸다.

“오승도 각하 만세! 대신제국 만세!”

병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울리며 모자와 철모를 하늘로 던졌다. 승리에 취한 군대의 사기는 더없이 높았다.

장교들 역시 조금 전까지 보이던 불안한 빛 대신 기쁜 빛을 얼굴 가득 보였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완전한 승리를 끌어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있었다.

장교들이 차례로 승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말에는 믿기지 않는 판단력을 보여준 사령관에 대한 경의와 외경심이 담겨 있었다.

“각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모두가 여러분의 노고 덕분입니다.”

승도는 승리를 확인한 다음 자신에게 다가온 참모들과 악수를 나누며 그들의 공을 치하했다.

전투의 과실은 달았다. 단 일격에 적 두 개 연대가 증발해 버렸다.

과정은 치열하고 처절했지만 적에게 돌이킬 수 없는 뼈아픈 손실을 가했다. 하지만 승도는 마냥 이 전과를 기쁘게 생각할 수 없었다.

‘평온한 일상에서 한 인간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전장에서 수천의 죽음은 그저 한 방울의 잉크에 불과하지. 패자에게는 무의미한 죽음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겨나가야 한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는 전장에 등을 돌리고 말에 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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