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31화 (331/425)

제331화. 곰들을 꺾다 (3)

‘세계 최대의 육군대국을 병든 사자가 물리쳤다.’

이 놀라운 소식은 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열강들은 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면서 동시에 ‘신’의 실력에 대해 긴장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경계 어린 시선을 번뜩인 것은 연합왕국이었다.

왕국 전쟁성의 한 관료는 이와 같은 문구로 ‘신의 실력’을 묘사했다.

‘우리는 병든 사자가 언제까지 누워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지병에서 깨어나 북방의 곰을 때려눕힘으로써 그 건재함을 증명하였다. 우리는 되살아난 동방의 맹수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열강이 신의 실력을 이처럼 높게 보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보였다. 그들은 신이 지역 패권국의 입지를 발판으로 더욱 성장할 것을 계산에 두고 자국의 행보를 냉철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

서역 열강들이 신의 승리에 대해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면 동방 국가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란 눈을 떴다.

특히 동영은 신의 승리에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의 정부가 지지한 ‘막부’를 그들의 손으로 전복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영 정부의 요인들은 이 문제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신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골머리를 앓았다.

주변국들이 신의 승리에 놀라 재빨리 다음 행보를 수정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이, 승도는 득의만면한 얼굴로 북경에 입성했다.

그가 입성하는 관도 상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나와 그의 얼굴을 보려 했다.

“저분이 북적을 쓸어버린 오승도 각하라고 하이.”

“과연 영웅이란 말이 그르지 않아. 천하에 누가 있어 양적들을 이리 처참하게 무릎 꿇릴 수 있을까.”

“오승도 각하야말로 이 대륙의 참된 수호자시지. 암.”

“무능하고 부패한 것들에게 정권을 맡겼다면 이리 광영된 날을 볼 수 있었을까.”

백성들은 승도가 보이는 곳부터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승도는 그런 백성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곤 말을 천천히 몰아갔다.

그와 나란히 개선하는 상승군에 대해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양적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천하의 강군이라 하더니, 과연 늠름한 얼굴들일세.”

“전엔 반적의 무리라 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랬던가. 그건 뭘 모르고 하던 소리지. 양적들을 물리치는 반적이 세상에 어디 있다던가.”

“거, 사람 참. 아무튼 우리 자식 놈도 나이가 차면 상승군에 보낼 걸세.”

“그게 말처럼 어디 쉽다든가. 모두 군에 들어갈 거라고 줄을 선 마당인데.”

사람들은 승도의 뒤를 따라 개선하는 상승군을 선망의 눈으로 보았다. 싸우기만 하면 승전을 하는 데다 ‘제국’을 좀먹는 양적의 무리까지 혼내줄 수 있으니 밥만 줘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 상승군이었다.

더구나 대우까지 웬만한 하급 관료 못지않으니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기회가 있지 않겠나? 각하께서 양적들을 쳐부수시긴 했지만 주변에 양이들이 좀 많아야지. 앞으로 상승군의 규모가 늘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라 믿네.”

“그렇다고 하면 우리 아들놈들부터 넣어야지.”

사람들은 호의적인 농을 주고받으며 상승군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검은 군복들 사이에 끼어 개선하던 전충도 그 시선을 느꼈다. 그는 땅을 부쳐 먹는 소작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도적질도 하며 산 전력이 있었다.

삶이 그러다 보니 그에게 던져지는 시선은 언제나 경멸 어린 눈길이 전부였다. ‘더러운 도적’, ‘비천한 농투성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비렁뱅이’, 그런 시선만 받으며 살던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상승군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인정’하는 눈빛들이 주변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박하다’고 보는 시선(주로 사족들)이 없진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그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가 눈길만 주어도 질색했을 아름다운 처녀들까지 호의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자세를 더욱 바로 했다.

상승군 병사들 모두가 거의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들은 이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군대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인간의 욕구 중에는 ‘인정의 욕구’가 있어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끼곤 했다.

상승군 병사들 역시 그랬다. 그전까지도 그들은 자신들의 일에 충분히 만족했지만 지금 이 순간의 경험으로 그들은 상승군을 자신의 천직으로 느꼈다.

개선 과정을 통해 병사들이 굉장히 사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안 승도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도성의 남문에 도착했을 때, 그 앞은 관료들과 궁중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승도는 그 면면을 훑다 그 사이에 낀 사람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했지만 황제가 직접 마중을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황제는 자리가 몹시 불편한 듯했지만 ‘공’을 포상하지 않을 수 없어 ‘행차’를 한 듯했다.

승도는 장포를 끌며 황제가 있는 자리 앞으로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고했다.

“폐하, 신 오승도가 황명을 받들어 서쪽의 도적들을 토벌하고 강산을 회복하였습니다.”

“공의 공은 사해를 덮고 천하를 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황제는 쓴웃음을 짓고는 옆에 있던 태감을 불렀다. 사례태감이 다가오자 그는 미리 작성해둔 교지를 떨리는 손으로 건넸다. 아마 조정의 공론에 못 이겨 억지로 작성한 듯했다.

승도는 태감이 교지를 낭독하자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짐은 총리대신 오승도의 공을 보통의 관작으로 도저히 포상할 길이 없다고 보아 왕작과 식읍을 내리기로 하였다. 과거의 전례에 따라 왕호는 강주로 하여, 강주 왕이라 칭하겠다. 식읍은 강주와 그 주변 백 리를 하사하니, 앞으로도 조정을 위해 충성을 아끼지 말라.”

“폐하와 황실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신이 어찌 보답할지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은혜에 신은 간뇌를 쏟아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만 일어나셔도 좋습니다.”

태감이 교지를 낭독하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승도는 태감에게 사의를 표하고 그가 건넨 교지를 받았다.

이로써 승도는 황족이 아닌 몸으로 제후왕의 반열에 오른 최초의 전례를 만들었다. 이 파격은 ‘전통적인 질서’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인 만큼 황실에 썩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 번의 파격은 두 번, 세 번도 가능하게 하는 법. 장차 황위를 넘볼 때도 같은 논리가 나올 수 있음을 생각하면 황제로서는 결코 내리고 싶지 않은 작위였을 것이다.

승도가 교지를 들고 돌아서자 그 뒤에 있던 수천의 상승군 장병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강주 왕 전하 천세!”

“천세!”

병사들이 무릎을 꿇자 그 물결은 백성에게도 번졌다. 그들 역시 뒤따라 무릎을 꿇으며 승도를 향해 외쳤다.

“강주 왕 천세!”

황제는 자신의 앞에 울리는 천세 소리에 심기가 불편해진 듯 입술을 깨물었다. 승도는 교지를 들어 병사들의 천세에 화답했다.

‘신의 주인은 짐이 아니라 그다. 그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언젠가 다시 찾아올 거다.’

황제는 용포 자락 아래에 숨긴 손을 꽉 쥐었다.

승도는 병사들의 환호를 받은 후, 가까이 다가온 조정 관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전하, 왕작을 얻으신 것을 감축 드립니다.”

“경하 드립니다.”

“이 사람이 공도 없이 큰 자리를 얻어 면이 서질 않습니다.”

“전하께서 공이 없으시다면 천하에 누가 공이 있어 자리를 받겠습니까?”

관리들은 인사를 하면서 넌지시 한마디를 꺼냈다. 그 말은 듣기에 따라 ‘공도 없이’ 황위를 받은 황제를 겨냥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과거라면 감히 공공연히 꺼낼 수도 없는 말이었다.

승도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졌다.

바야흐로 그가 천하를 오롯이 쥘 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승도가 북경에 돌아오고 사흘이 지났다.

그는 그간 외국 외교관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각국의 공사들이 그를 찾아온 것은 새로운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한 신의 향후 행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 노 제국이 날개를 펴고 동방에 그 그림자를 늘어트린 이상, 그 정책에 대해 알지 않고는 이곳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승도는 그들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우리 신은 전통적인 질서의 회복을 원합니다.”

그의 대답은 동방에 불어닥칠 일대 파란을 예고한 것이었다. 공사들은 그 대답에 상당히 긴장했다.

전통 질서의 회복은 ‘제국이 수천 년간 동방에서 누려왔던 지위’를 다시 되찾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방의 역사에 대해 견문이 있던 공사 하워드는 이 대답에서 매우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신은 지금까지의 수세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취할 기세다. 동영은 물론이고 그 주변의 이웃 국가 대부분을 다시 자신들의 영향권에 넣겠다는 것인데, 이 발언은 모든 열강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승도의 선언은 자신감이 뒷받침된 대담한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열강들은 여기에 손을 쓸 입장이 아니었다.

신이 루시를 꺾음으로써 일어난 에우로페의 정국 변화 때문이었다. 동에우로페의 패권국 루시가 동방 전쟁의 패배로 입지가 흔들리면서 로망스가 구축하려던 ‘로망스-프리지아-루시’의 삼각 동맹 구상이 원점에서부터 무너지는 통에 에우로페 전역의 외교가 혼란에 빠졌다.

그 바람에 가장 여유가 있는 연합왕국조차 이 혼란에 끼어 자신들의 입지를 챙기느라 동방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신이 ‘무승부’만 거뒀다면 이 정도의 ‘난장판’이 만들어질 이유가 없었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되었다. 덕분에 승도로서는 자신만의 천하관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얻었다.

공사들은 이 도전에 대해 나름의 반응을 보였다.

먼저 로망스는 동방에 가진 이권이 적었던 터라, 신이 날뛰어주길 바랐다. 지금 신이 동방에서 날개를 크게 펴고 판을 휘저어 놓을수록 연합왕국의 눈이 에우로페로부터 멀어져서다.

로우랜드 공화국은 애초 이 판에서 패를 던질 힘이 없었던 터라, 승도의 선언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그냥 신이 질서를 만들면 그에 순응하겠다는 암묵적인 승인의사를 보였을 뿐이다.

프리지아를 비롯한 국가들은 당장 에우로페 문제에 코가 꿰어 동방에서 무슨 짓을 하건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이권이 많이 걸린 연합왕국이었다. 왕국 공사 하워드는 신의 ‘질서 회복 선언’에 대해 이와 같은 답을 보냈다.

“구태의연한 구질서의 회복은 주권 국가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발상입니다. 지역 강대국으로서 신은 보다 세계화에 순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 질서에 순응하고 그에 따름으로써 의무를 다할 때, 신은 진정한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입지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그 답변은 연합왕국이 신의 정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박이나 다름없었다.

승도는 그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합왕국은 당장 손을 쓸 능력이 없을 거다.’

그는 북적을 꺾은 순간부터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연합왕국이 계산한 것 이상의 결과를 거둔 시점부터 판은 그의 것이었다.

왕국이 손을 쓰려고 해도 직접 개입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당장 혼란에 빠진 에우로페 문제에 끼어 ‘확실한 입지’를 다져 놓으려면 동방에 신경을 분산할 여유는 없다 보아도 좋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기껏해야 견제 정도에 불과했다. 그 견제라고 하면 그들이 전통적으로 써먹는 수단, 다른 국가로서 신을 견제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 주변국 중에서 그럴 만한 체급과 국력이 되는 나라는 오직 하나, 동영밖에 없었다.

마침 동영은 신과 관계도 좋지 않았다. 막부를 전복하고 만들어진 새 정부는 신과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지고 신을 견제하는 것도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작금의 동영이 가진 국력으로는 루시를 꺾고 승천한 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승도는 차를 한 잔 마시며 동영에 대한 다음 수를 천천히 고민했다.

그가 찻잔을 들고 있는데 클레망소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전하, 부르셨다고 해서 급히 들어왔습니다. 제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적당한 때에 오셨습니다.”

승도는 그에게 자리를 권하고 지도를 한 부 꺼냈다.

승도가 지도를 가지고 오자 클레망소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그 지도는 무엇입니까?”

“동방 전도입니다.”

“그것이 오늘 부름과 연관이 있으신 것인지요.”

“맞습니다.”

승도는 지도를 클레망소 앞에 펼치며 말을 이었다.

“오늘 경과 이야기를 나눌 문제가 바로 동영에 대한 건이기 때문입니다.”

“동영에 대한 건이라면.”

“북적도 혼내준 김에 이 친구들도 손을 봐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가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에 클레망소가 턱을 매만졌다.

“하긴 이들도 손을 봐줄 시기이긴 합니다. 전하의 상행위에 지장을 주고 막부를 전복해 신의 권위에 도전했으니, 한 번 정도는 교훈을 내려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기상으로 전쟁을 치른 직후라 조금 더 내실을 다진 후에 저들을 도모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클레망소의 대답에 승도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저들을 손보고자 하는 것은 단지 신의 권위에 도전해서가 아닙니다.”

“좀 더 근본적인 이익의 문제입니까?”

“그렇습니다.”

국가의 이익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 있다. 이 핵심 이익에는 단순한 경제, 명분상의 이익을 넘어선 차원의 것, 주권과 안보상의 이익이 걸려 있었다.

클레망소는 그가 무얼 말하는지 알았다.

“동영이 안보적으로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신단 말입니까?”

“연합왕국이 뒤에 선다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뒤에 선다면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도리어 건드리는 것이 위험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다른 때라면 경의 말이 옳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왕국은 에우로페 이외의 곳에서 문제를 키우기엔 여력이 없을 겁니다.”

혼란의 와중에 에우로페에서 전쟁이라도 터지면 당장 그곳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 왕국의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그들로서는 동방에 개입할 능력이 있어도 이를 지양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와 비슷한 꼴이라 할 수 있었다.

“왕국이 개입할 수 없다면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개입을 한다면 지금이 최선이겠지요. 하지만 육군은 재정비가 필요할 겁니다.”

“육군은 본인도 쓸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통상 파괴전을 카드로 쓸 생각입니다.”

승도의 한마디에 클레망소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보았다.

섬나라인 동영은 특히 통상 파괴의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다. 바다가 마비되면 자연히 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동영이었다.

승도는 이 공격을 통해 동영 정부의 버릇을 고쳐놓고 동방 무역의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동영 정부는 ‘연합왕국 상인’들에게 동방 무역의 이익을 모두 넘겨 행상을 이 좋은 밥상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신에는 모두 아홉 척의 대형 프리깃함을 비롯해 다수의 군함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로망스로부터 장갑함까지 인도받기로 했기에 외형상으로는 서역의 삼류 국가보다는 괜찮은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았다.

이만한 전력이면 동영 정도의 목줄을 조르기엔 충분했다.

동영의 해군력이야 신에 그렇게 밀리는 수준은 아니었지만(전열함을 포함하면 오히려 위인 면도 많음), 통상 파괴전으로 국한한다면 동영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일이 잘 풀린다면 성과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통상 파괴전에서 서역의 상선을 건드리면 적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그 점이 걸려서 경을 부른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동영을 조른다면 시일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클레망소는 그 주문에 지도를 들여다보다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먼저 이곳 구주의 동쪽으로는 서역 상선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이 선을 타격의 경계선으로 삼아 공격을 감행한다면 동영의 물류에 아마 4할 이상의 손실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섬 국가를 기준으로 4할이라면 한 달 이내에 가시적인 피해를 느끼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다고 하면 외부에서 손을 쓰기 전에 확실히 굴복시킬 수 있겠군요.”

승도의 말에 클레망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그보다 빠른 시간 내에 동영의 사절이 전하를 뵈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금 상태에서도 그들은 충분히 전하와 신의 위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승도는 그 대답에 만족하며 동영을 구체적으로 손볼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카드는 동영이 그에게 사절을 보내오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한 징벌 수단으로 쓸 생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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