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9화. 유구 (3)
신의 장갑함들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향항을 향해 다가왔다.
산더미 같은 철갑선과 대형 범선들이 접근하자 동영인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양이 군함에 긴장하면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일반 동영인들이 이 ‘느닷없는 상황’에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면 동영 관료들은 그야말로 벼락이라도 맞은 듯 반응을 보였다.
“양이 함대가 출현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통상 항인 향항에 외국 군함이 출현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드물게 식수와 식료품을 조달할 목적으로 들어오는 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경우에도 단함으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렇게 대규모 함대가 나타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있다고 하면 지난 조마-연합왕국 전쟁 당시인데, 그때도 향항으로 함대가 접근하지는 않았었다.
“그냥 눈으로 보시오.”
관리들은 서역의 망원경을 들고 수평선에 걸친 함대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거리가 분명 엄청나게 먼 데도 불구하고 ‘산더미’처럼 보이는 것이 어마어마한 거함들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함정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 마스트에 걸린 깃발을 알아보았다.
“저건 신의 군함이 아니요?”
“신?”
“그들이 왜 우리에게 함대를 보낸단 말이요?”
그들은 의아스러워하면서도 급히 배 한 척을 준비했다. 항구로 들이기 전에 저들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어야 해서다.
관료들을 태울 쾌속 단정이 준비되자 향항 부교가 급히 배에 올랐다. ‘문정’을 마칠 준비가 끝나자 관료들은 지체 없이 배를 출발시켰다.
그사이에도 함대는 향항으로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어 몇 번 노를 저을 것도 없이 거대한 양선들 근처로 다가설 수 있었다.
동영 관리들은 양선 근처에 이르고서야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향항을 관리하는 관리들이요. 귀측의 방문 목적을 정확히 알고자 하오!”
그들의 외침에 거대한 철선 한 척에서 배사다리가 내려졌다. 향항 부교 일행은 그것을 보고는 얼른 뱃전으로 올랐다.
산더미처럼 거대한 군함이라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배에 오르자 말쑥한 차림의 해군 병사들이 그들을 맞았다.
부교는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들과 이야기할 사람이 없나 싶어서다.
그러자 병사들 사이에서 푸른 제복을 입은 장교 몇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 코가 크고 눈이 파란 서역인들이었다. 그들은 통역을 통해 인사를 했다.
“정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교 각하.”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로망스 인들은 그들에게 적당한 의자를 내주었다. 부교 일행이 의자에 앉자 로망스 장교가 말했다.
“먼저 우리 함대가 이곳에 온 목적이 궁금하여 문정을 하셨을 겁니다. 맞으십니까?”
“그, 그렇습니다.”
향항 부교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뭔가 항의를 해야 할 분위기인데 상대의 거대한 군함 위에 타고 있다 보니 말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 건이라면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총리아문의 명령을 받아 동영으로 ‘외교 서한’을 운반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서한을 함대가 운반한단 말입니까?”
듣도 보도 못한 주장이다. 세상에 그런 식으로 외교를 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관계를 맺은 연합왕국의 론디니움 앞바다는 수천 척의 군함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로망스 인들은 뻔뻔하기 그지없게도 그게 문제가 되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저희 총리아문의 서한인데, 중도에 문제가 생겨서는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렇다 해도 이는 너무 과한 일이요.”
“그거라면 친선 항해로 생각해 주시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겠는지요.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는 ‘좋은 계기’로 본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영이 강자의 입장에 있었다면 당장에 이 웃기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인 로망스 장교의 뺨에 주먹을 날려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강자는 저들이었다.
부교는 애써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그 서한이란 것은 우리 쪽으로 넘겨주시고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그건 곤란합니다, 각하.”
“어째서 또 문제가 된다는 거요?”
“서한은 반드시 저희 제국의 외교관이 귀국 내각에 직접 보내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 외교관은 이 배편으로 모시고 돌아갈 예정입니다. 두 번 배편을 마련해서 오가려면 ‘세금’이 낭비되지 않습니까? 저희 전하께서는 백성들의 피땀이 낭비되는 것을 꺼려하시어 그 같은 일을 원하지는 않으십니다.”
아주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둘러대는 듯했다. 부교는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무도한 놈들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서한을 보내겠다고 다짜고짜 함대를 들이미는 것부터 고약한 처사인데.’
부교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로망스 장교들이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함대를 두려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떠나올 때 총판장경 건문이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함대는 서한이 전달되고 외교관이 돌아올 때까지 향항에 정박해야 합니다.’
그에 대해 함대의 지휘를 맡은 클레망소가 물었었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우리는 명분을 가지고 있기에 적당한 압력을 넣어도 뒤탈이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함대가 향항에 오래 머물러 있는 만큼 동경으로 간 우리 외교관의 입지가 강해집니다.’
건문의 지시는 ‘포함 외교’를 하라고 명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부교는 애써 감정을 삭이며 함대의 향항 방문을 허락했다.
부교 일행이 하선하자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던 거함들이 다시 검은 연기를 토하기 시작했다.
예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장갑함들은 출발에 걸리는 시간이 범선과 비교할 수 없이 느렸다. 그렇지만 그 위압감은 자못 대단했다.
부교는 쾌속 단정으로 갈아타며 만져본 장갑함의 철제 외벽이 준 서늘한 촉감을 떠올렸다.
‘통짜로 철로 만들어진 배였다. 저들이 저렇게 무도하게 굴 수 있는 것은 저런 강력한 해군을 가져서다. 우리 동영도 저런 배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되풀이될 뿐이다.’
부교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부교 일행이 멀어지는 것을 본 클레망소는 모자를 고쳐 쓴 다음, 장교들을 향해 외쳤다.
“출발한다. 목표는 향항. 강주 왕 전하의 명령대로 서한을 전한다.”
“예, 각하.”
장교들은 클레망소의 명령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신 출신의 장교들은 자신들 앞에 온 동영 관료의 굴욕적인 모습을 상기하며 키득거렸다.
과거의 자신들이었다면 이런 굴욕을 강요할 수 있었을까. 그 낡고 고색창연한 제국이?
어림도 없다. 오직 강주 왕 전하의 치세 하에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었다. 그 위대한 시대를 맞이하며 그 이름을 등에 업고 움직이는 그들의 가슴은 한없이 부풀어 있었다.
“빨리 움직여라. 향항이 코앞이다. 무얼 하나?”
장교들은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제 제국의 이름으로 시건방진 섬나라 오랑캐들의 땅에 함대를 들이는 시간이 코앞이었다.
이 놀라운 순간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싶은 욕심이 장교들 사이에 맴돌았다. 정원을 필두로 세 척의 장갑함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경쟁을 지켜보던 범선들도 돛을 활짝 펴고 그 뒤를 밟았다.
가히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부유 포대(떠다니는 포대)들의 화력을 합치면 동영이 향항 방어를 위해 구축한 모든 시설의 화력을 몇 곱절이나 상회하고도 남았다.
물론 실제 전투력은 그것보다 훨씬 강했다. 장갑함들은 동영 포대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배가 뒤처진다. 석탄을 좀 더 넣어라.”
장교들의 독려에 수병들도 보일러에 부지런히 석탄을 퍼다 넣었다. 석탄이 들어갈 때마다 증기 기관은 악마적인 힘을 내며 거함을 앞으로 이끌었다.
거대한 군함들은 한 발 한 발 향항으로 다가섰다. 그들과 함께 펄럭이는 황룡의 깃발이 성큼 항구에 발을 디뎠다.
그 깃발은 오만한 눈빛을 번뜩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동영의 국기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이 구역의 주인은 이제부터 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펄럭펄럭.
황룡의 깃발을 매단 군함들은 이내 향항을 꽉 채우고 들어왔다.
그들은 곧 ‘존재’ 자체로 동영 정부에 묵직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
동영은 막부가 전복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동경의 주인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동경은 새 정부의 중심지가 되어 새로운 관청들이 여럿 들어섰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라면 새로 지은 왕궁 맞은편에 자리 잡은 외무성 건물이었다. 외무성은 연합왕국의 본을 떠 삼층으로 깔끔하게 단장하였는데, 주변 건물들의 높이가 낮다 보니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맛이 있었다.
저녁노을을 받아 붉게 빛나는 외무성 청사 앞으로 마차 한 대가 멈추었다.
곧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한 중년인이 발판을 딛고 천천히 내려섰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는 이질적인 양복 차림을 하여 멀리서 보면 ‘양이’로 착각하게 했다.
지나가던 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중년 신사가 외무성 청사로 들어섰다.
청사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그를 알아보고 경례를 붙였다. 신사는 그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로비로 들어섰다.
‘내무성 차관 구레다’가 청사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이내 대신에게 보고되었다. 정무를 보고 있던 마에다는 자신의 일감을 옆으로 밀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무거운 구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요, 구레다 공.”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작 전하.”
구레다는 외무 장관을 보며 예를 차렸다. 마에다는 회진의 영주로서 외무대신의 직위를 가진 동시에 ‘왕정복고’의 공을 인정받아 공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관례상 직위를 부르는 것이 옳았지만 마에다가 과거 영주였다는 사실을 생각하여 ‘그 신분’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작이라 칭한 것인 만큼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마에다는 그 호칭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구레다가 자리에 앉자 마에다가 용건을 물었다.
“구레다 공이 여긴 어쩐 일이요? 내무성에도 일이 많을 터인데.”
공작이 묻자 구레다는 대답 대신 총리대신 모리 명의의 서한을 내밀었다. 마에다는 그것을 받고 슬쩍 읽다 코를 매만졌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공식적인 병합 절차를 위해 외무성 관할 하에 있는 유구를 내무성으로 이관하란 말이구려.”
“이제 신이 간섭하기 전에 문제를 확실히 처리할 필요가 있으니 말입니다.”
“딴은 그런 것 같소. 우리 국장에게 말해서 내무성 이관 절차를 준비하게 하리다. 하지만 그 전에 모양새가.”
“모양새라고 하시면.”
“그래도 명색이 독립국인데 내무성 관할로 바로 돌리면 명분상 주변에서 간섭할 여지가 크지 않소? 해서 말인데 유구 왕을 동경으로 입조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그렇지 않아도 총리대신께서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뭐 그 정도면 모양새는 무난할 듯하오.”
마에다는 궐련 한 개비를 입에 물며 말했다.
“다만 신이 강하게 나온다면 호흡을 좀 느리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보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각에서도 내무성 이관에 대해 시한을 정해놓고 일을 추진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요.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물어볼 것이 있소.”
“말씀하시지요.”
“유구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신의 반발이 거세다면 분할 안이 나올 법도 한데, 거기에 대한 내무성의 입장을 듣고 싶소.”
노회한 공작은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그림이 보였다. 분할 안이 대두한다면 그에 앞서 내무성의 생각을 들어두어야 대응하기가 쉬웠다.
“아마 유구의 삼분지 일을 잘라주는 선을 최종 타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분의 일을 할양한다.”
공작은 신이 강경하게 나왔다는 가정 하에 그 같은 타협안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력에서 우위에 있는 신이 ‘명분’을 내세워 판에 낀다면 절대 일부러 만족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을 하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신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꽤나 타협하기 어려운 안이로구려.”
“그렇긴 하지만 국익에도 양보가 가능한 선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소. 내무성의 지침이 틀렸다는 건 아니요. 단지 협상이 어려울 거란 예감이 들어 그런 셈이랄지.”
공작은 찻잔을 들었다.
두 고관이 차를 나누며 유구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차관과 이야기 중이라는 것을 안다면 아랫것들이 알아서 조심할 것인데, 굳이 노크를 했다면 이유가 있을 듯했다.
공작은 ‘들어와’라고 짧게 말했다.
곧, 외무성 국장 하나가 조금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그것이 어전회의에 드시라는 내각의 호출이 있었습니다. 차관 각하도 함께 말입니다.”
“어전회의?”
그 말에 공작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명목상 왕정복고를 이루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내각은 왕을 통하지 않고 동영을 통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황이 참가하는 어전회의란 것은 거의 열리지 않는 생소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예, 각하.”
“거기에 대해 귀띔이라도 들어온 것은 없나?”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신의 함대가 향항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응?”
공작과 차관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제국 함대가 향항으로 오다니.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로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평온하게 지내던 양국 사이에 문제가 터지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유구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면 그럴 수야 있겠지만, 이야기도 나가기 전에 신이 움직일 수도 있단 말인가?
“아무튼 그 문제로 내각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신의 외교관이 총리아문 명의의 서한까지 들고 왔는데, 보통 일이 아닌 듯싶습니다.”
“총리아문의 서한에 함대라니. 뭔가 심상치 않은 공기가 느껴지긴 하는군. 당장 가서 마차를 준비시키게.”
“예, 각하.”
국장이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가자 구레다가 당혹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대관절 신이 함대에 총리아문의 서한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습니다. 뭔가 우리에게 감정이 상할 일이라도 있는 것 일지요.”
“유구가 아니면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지 않소. 그 이야기가 조기에 새어 나가지 않는 이상은.”
공작은 뒷말을 붙이다 뭔가를 깨달은 얼굴이 되었다.
“설마 유구에서 신에 밀사를 보낸 거 아니요?”
“미, 밀사를 말입니까? 하지만 거긴 재번봉행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고선 이런 느닷없는 반응은 이해할 수 없는 거요.”
“혹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오승도가 이번에 우리에게 자기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 같은 시기에 서한과 함대를 동시에 보냈다는 건 그런 성격의 일은 아닌 듯싶소. 아무래도 내 생각엔 유구에서 정보가 샌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정보가 샜다면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구레다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럼 어쩌면 좋겠소.”
“그렇다면 신을 달랠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전 회의에 가시면 그 말씀부터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소.”
두 고관은 눈빛을 교환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사 앞에는 벌써 국장이 대기시킨 마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각료가 마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마부가 말에 채찍질을 가했다.
이날, 동경과 그 주변에 흩어져 있던 동영의 각료들이 긴급하게 어전 회의에 참석하라는 명을 받고 진땀을 흘리며 마차를 타고 달려갔다.
이로써 동방의 국제 정세에 무시무시한 뇌관으로 작동할 ‘유구 문제’가 무대 위로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