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화. 복마전 (2)
승도는 잔을 들다 말고 입에서 물을 뿜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의 입에 있던 액체가 잔 위로 튀었음에도 로망스 공사는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도 어제 들어온 상선 편으로 확인한 정보입니다. 적어도 전하께서는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귀띔을 드리는 겁니다.”
승도는 공사가 들려준 정보에 심각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장갑함을 동방으로 보낸다. 이건 우리를 의식한 포석이다.’
역시 왕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견제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이 꼬일 경우에 대비해 함정을 보내는 수를 냈다. 에우로페에 전력을 할애하면서도 최신예 장갑함을 보내는 것만 봐도 그 생각을 알 만했다.
“그 장갑함은 얼마나 대단한 물건입니까?”
“우리도 그 배가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가졌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물론 탑재 함포는 110파운드 7인치가 최대라는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공사는 부정하지 않았다. 기존의 함상 탑재 대포들과 비교하면 구경이 2배 이상 큰 대포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장갑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파괴력 하나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그런 놈을 연합왕국에선 동방으로 배치할 만큼 여력이 있단 겁니까?”
“그만한 여유는 왕국도 없을 겁니다. 이번에 전하께서 우리 장갑함을 수입하면서 동방 수역의 세력 균형을 바꾼 데 대한 경계 차원에서 신형 전투함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겁니다.”
승도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쓰디쓴 약을 들이켠 표정을 지었다. 말하자면 로망스 군함을 사들인 덕에 왕국이 맹수 하나를 추가로 보낸 셈이다.
‘로망스를 위해서 방패 역할을 해주게 생긴 셈이군.’
승도는 못내 짜증스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것도 공짜로 해준 것은 아니었다. 이를 위해 로망스가 그에게 투자한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이익 정도는 돌려주어도 손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에우로페에서 눈을 떼기도 곤란한 판에 가장 강력한 전력 하나를 나누어 동방으로 보내다니.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단 건가.’
승도는 왕국의 대담함에 새삼 기가 질렸다.
작금의 에우로페는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라고 할 수 있었다. 외교가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어제의 동맹이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반전이 거듭되다 보니 어느 나라도 마음 놓고 전력을 뺄 상황이 아니었다. 안보적으로 가장 유리한 연합왕국도 그 점만큼은 예외가 아니었다.
‘안보적’으로 가장 위태로웠던 몇 해 전의 정세로 돌아가지 않게 더욱 에우로페에 힘을 기울여 동맹을 하나라도 더 만들려고 노력할 시기였다.
‘정말 저들의 배짱 하나는 인정해줄 만해.’
세계를 경영하기 위해 다소의 위험도 무릅쓰겠다는 태도는 역시 왕자다운 풍모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지나치게 위협을 받게 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승도가 조언을 구하자 공사는 잠시 생각해 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쪽에서 더 거대한 장갑함을 구입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강력한 장갑함을 사들여라.”
“그 방법이 좋은 해결책이라 여겨집니다. 주문 의뢰를 넣으신다면 우리 정부에서 우호적인 가격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공사의 말은 조금 솔깃했다. 하지만 로망스에서 강력한 장갑함을 사온다면 연합왕국은 다시 그에 대응할 전력을 보내올 것이 자명했다.
그렇게 되면 로망스는 배를 파는 이익에 더해 적의 상대 전력까지 줄이는 이익을 누린다. 부담은 신이 짊어지고.
한마디로 공사는 ‘대놓고’ 연합왕국의 전력을 동방으로 떠넘기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의 해군력을 올려주긴 해도.
“그리되면 우리 쪽에서 짊어지는 부담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전하.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전하께서 궁극적으로 바라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이 동방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획득하는 것 아니십니까? 그렇다고 하면 그 지위에 어울리는 군사력을 갖추시는 것은 필연입니다. 그 어떤 국가가 견제해도 이겨낼 수 있는.”
논리야 옳았다. 지역에 신의 패권을 구축하자면 적어도 자기 구역에서는 그 누가 간섭해도 물리칠 힘이 있어야 했다. 그러자면 이유야 어떻든 실력을 증진할 필요는 있었다.
“하나 우리는 왕국과 군비 경쟁을 할 입장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무대에서 독자 행보를 위한 걸음마를 시작한 처지. 세계 최강대국과 군비 경쟁을 하는 것은 자멸이라 여겨집니다만.”
“전하의 우려는 저도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장갑함을 구매하시지 않은 상태에서 동영이 그것들을 사들였다면 양국의 외교는 어떤 국면을 맞았겠습니까.”
“그야 우리 쪽 목소리가 줄었겠지요.”
“그렇습니다. 결국 전하께선 갖추어야 할 전력을 갖추신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응의 때가 요구된 것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공사의 정보 숙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공사가 모자를 챙겨 방에서 물러났다.
승도는 잠시 생각을 하다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우리 해군의 예비비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됩니까?”
건문이 호부 대신은 아니지만 총리아문의 총판장경으로서 나라 안의 살림살이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 투자가 예정된 비용을 빼면 전체적으로 은자 600만 냥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600만 냥.”
그 정도 돈이면 연합왕국이 건조한 초대형 장갑함과 같은 함정을 여섯 척은 사들일 수 있었다.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15년 치 재정에 해당되는 돈이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물론 북적이 상환하는 시기를 고려하면 당장 집행 가능한 액수는 50만 냥 정도일 겁니다.”
건문의 대답에 승도는 턱을 매만졌다.
“50만 냥이면 조금 애매한 듯도 싶고.”
최신예 장갑함을 사기엔 부족한 돈이다. 로망스가 값을 깎아준다고 해도 그거 하나 달랑 사고 한 해를 손가락만 빨 수는 없는 일.
그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장갑함 생각을 접었다.
“군함은 더 구매하기 어렵겠군요.”
“얼마 전에 장갑함을 사들였는데 더 사들인다는 말씀이십니까?”
“연합왕국 친구들이 우리 쪽으로 최신예 장갑함을 하나 더 배치한다 하니 전력 균형 차원에서 고려해 보았습니다. 비용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그 장바르 교수라고 했던가요?”
“예, 전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던가요.”
“예. 전하께서 주신 상급도 전하고 무기에 대한 이야기도 확실히 들을 겸 북경으로 불러 두었습니다.”
“잘 되었군요. 그를 내 방으로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정확히 두 시간 후, 건문은 장바르 교수를 승도의 방으로 데려왔다. 장바르는 작달막한 키에 땅딸보 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두꺼운 안경을 썼고 콧수염도 잔뜩 길러 사실 호감이 가는 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보면 ‘학자’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장바르가 승도를 보고 예를 갖추었다.
“이리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전하.”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서 내가 더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장바르가 자리에 앉자 승도는 그 앞에 제안서 하나를 꺼냈다.
교수는 자신의 제안서를 알아보고 눈을 빛냈다.
“이 제안. 진지하게 읽어보긴 했습니다만, 현실성이 있겠습니까?”
“예. 가능합니다. 장갑함이 상대라 하더라도 화약만 충분하다면 격침까지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겠습니까?”
승도가 묻자 장바르는 잠시 셈을 해보았다.
“기본적으로 은자 오천 냥은 들어갈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갈 부속을 모두 수입한다면 비용은 그 배로 뛸 것은 각오하셔야 합니다.”
“최대 이만 냥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해도 좋겠습니까?”
“예.”
“이만 냥짜리 배로 백만 냥짜리 최신예 장갑함을 잡는다면 정말 터무니없는 장사가 되겠지만, 쉽진 않겠지요. 좋습니다. 교수에게도 정식으로 의뢰하겠습니다. 내년까지 잠수함 열 척을 만들어 주십시오. 비용과 인원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승도가 묻자 장바르는 로망스 인 다운 낙천적인 태도로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
유구를 돌아본 라함 대령은 선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유구의 전략적 입지를 확인하고 그 실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행한 상륙에서 그는 뜻하지 않은 소득을 거두었다.
유구의 유력자로부터 ‘유구 문제’에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외교적으로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적당한 장기짝으로 다루어야 할 동영과는 관계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 같은 단점을 고려하고도 한 번 덤벼들 만큼의 가치가 보였다.
‘유구는 장차 우리 연합왕국이 이 바다를 지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거점이 될 거다. 유구에 저탄소만 배치하면 신과 동영으로 대규모 함대를 적시에 출격시킬 수 있게 되지. 그렇게만 된다면 동방은 앞으로도 우리 그늘 아래 남을 수밖에 없다.’
대령은 지도에 펜으로 X표시를 남기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렇지만 이 건에는 이미 신이 얽혀 있는 듯했다. 유구 관리의 말로는 신도 유구의 독립 보장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고. 작은 섬나라 하나에 발을 들이려면 자그마치 신과 동영 양국과 악감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수가 없을까.’
그는 펜을 놓았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는 서재에서 책을 보며 정리하는 것이 좋았다.
서가에는 마침 유명한 장성들의 저서가 비치되어 있었다. 대령은 그 중 익숙한 책 한 권을 골라냈다.
하우 제독이 쓴 ‘세이비아 왕위 계승 전쟁사’다. 이 전쟁은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 끼어든 열강들의 대결로 십여 년을 질질 끌었었다.
당시 로망스 정부는 세이비아 왕위 계승 전쟁에 개입하며 다음과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세이비아의 왕위는 우리 왕가에서 계승해야 하며, 이는 세이비아의 전통 왕위 계승 승계에 알맞다는 논지였다.
그 주장은 당시까지 통용되던 ‘관례’에 속했다.
하지만 연합왕국은 그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렇게 내버려둘 경우 서부 에우로페에 왕국이 감당하기 곤란한 초강대국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왕국은 양국이 하나의 군주 아래 통합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개입하며 다음과 같은 명분을 내세웠다.
‘세이비아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주권 국가다. 그 국체의 보존은 에우로페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국체의 보존에 향후 에우로페의 안정이 달렸다 판단하고 세이비아와 로망스가 별개의 국가로 존속하도록 개입할 것을 선언한다.’
대령은 그 내용까지 훑고는 ‘그럴듯한 명분’을 떠올렸다.
‘유구’가 제대로 된 주권국가가 된다면 신과 동영, 두 나라 모두 발을 치우게 만들 수 있다. 세이비아 왕위 계승 전쟁 당시처럼 ‘유구의 국체 존속’을 구실로 한다면 개입할 이유는 충분히 나왔다.
‘이 논지로 밀고 나간다면 유구를 우리 발판으로 만들 수도 있지.’
둘의 악감정이야 적당히 제어할 수 있었다. 순전히 힘으로 강탈당한다면 ‘엄청난 반감’을 사겠으나, 그럴싸한 구실을 내세워 유구를 방패막이로 쓴다면 그들의 반발은 적절한 수준에서 누를 수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왕국은 최적의 기지를 획득하고 둘의 팽창도 막을 수 있었다. 동시에 견제를 위한 포석도 둘 수 있으니 일석 삼조다.
대령이 상념을 마쳤을 때 선실의 문이 열렸다. 그 자리에 선 것은 해병 위관이었다.
그가 보고했다.
“각하, 전방에 장갑함들이 출현했습니다.”
“장갑함?”
대령은 그 말에 흥미가 동한 듯 갑판으로 향했다.
갑판에 오르자 멀리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거대한 세 개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뒤로도 여러 개의 마스트가 보였다. 상당한 규모의 함대였다.
라함은 망원경을 들고 수평선 너머를 살피다 깃발을 발견하고 수염을 매만졌다.
“신의 함대로군.”
“신의 함대였습니까?”
위관들도 함장을 따라 망원경을 들었다.
과연 정체불명의 함대 마스트에는 황룡의 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제법 규모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건 라 글루시앙과 같은 함급이군요.”
부장의 말에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협 함대에 근무할 적에 바다로 나올 거라고 말이 많던 로망스 장갑함이지.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라 글루시앙의 자매함 세 척이면 꽤나 전력이 되는 듯합니다.”
“그래봐야 본 함의 적수가 되긴 어렵겠지.”
대령의 여유로운 말에 장교들 모두가 동의했다. 이 함정, 흑 태자는 해상제국 연합왕국의 과학 기술력과 자본이 집약된 최강의 병기였다.
이 괴물 앞에 로망스 장갑함 따위는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일단 수교 국가의 함정이니 관례대로 인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는 방향도 선진. 같은 곳으로 가는 처지이니 나쁘지 않았다.
부장의 제안에 대령은 동의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수병들을 갑판으로 부르게.”
대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병 위관이 해병들을 거느리고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곧 소란스런 호루라기 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수백 명의 인간이 우르르 갑판으로 올라왔다.
수병 대부분이 올라오자 부장은 그들을 세 줄로 나누어 세웠다. 복장이 좋지 않은 자는 정강이를 걷어차 준 다음 갑판 아래로 보냈다.
명색이 해상에서 멋들어진 모양새를 연출하려면 수병들부터 자세가 나와야 했다.
위관들의 호통과 ‘추려내기’가 이어진 끝에 대충 준비는 끝났다. 세 줄로 늘어선 수병들은 마지막 점검을 받은 후, 상대 함선이 자신들 앞으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대령과 장교들은 그 앞에 선 채 모자를 썼다. 곧, 신의 함정들이 가까워졌다.
양국의 함선이 서로의 갑판을 바라볼 정도로 가까워지자 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전원 차렷!”
숨 막힐 것 같은 공기가 갑판을 감돌았다.
부장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기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다음 명령을 내뱉었다.
“경례!”
수병들이 일시에 손을 올리며 거수경례를 했다. 각이 잡힌 그 행동에 ‘구경’을 나온 신의 수병들이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이내 상대의 인사를 알아본 로망스 장교들이 신의 수병들을 줄 세워 마주 인사를 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절도가 없었다.
그들의 형편없는 인사를 지켜보던 대령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함정은 에우로페 표준이지만 수병들 수준은 아직 형편없군.”
“해군은 십 년이 아니라 백 년을 들여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지.”
대령은 겨우 경례를 마주해온 상대를 보다 손을 내렸다.
그가 손을 내리자 수병들이 기다렸다는 듯 모두 손을 내렸다.
대령은 기왕 하는 것 확실히 기나 꺾어주자는 생각을 품었다. 유구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면 필시 그들의 적수가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대충 한 것 같으니 우리 성능이나 보여주도록 하지. 출력을 최대로 올리라고 기관부에 지시하게.”
“예, 각하.”
대령은 어느새 가까운 거리에 보이는 로망스제 장갑함을 보며 뒷짐을 졌다.
겉보기엔 같은 장갑함이었지만 방어력과 화력 모두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눈으로 보는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는 대등하다고 착각하고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 함은 라 글루시앙보다 빠르지.’
명령이 내려진 지 몇 분 지나자 보일러가 내는 출력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차이가 반영되듯 나란히 달리던 양국의 장갑함들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로망스 인들의 얼굴이 조금 ‘당황한 빛’을 띠었다.
대령은 그 광경을 보며 흡족한 얼굴을 지었다.
바다의 제왕은 로망스 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