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화. 명분 (1)
연합왕국의 장갑함이 선진에 들어오면서 유구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라함 대령과 만난 공사관 에버튼은 ‘유구’의 가치에 대한 그의 견해에 적극 찬동하고 공사에게 유구 문제에 개입할 것을 강권했다.
하워드는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부담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군사, 정치적으로 신을 견제하고 동방을 영향력 하에 두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되어 그 입장을 대변해 주기로 했다.
이른 아침, 공사는 의관을 정제하고 황궁을 방문하였다. 보통 때라면 총리아문을 찾아 접견 신청을 넣고 승도와 의견을 나누었겠지만, 이번 사안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명분 싸움이기 때문이었다.
연합왕국 공사가 황궁에 나타나자 태감 중 몇이 급히 외부에 기별을 보냈다. 다소 복잡한 ‘연결고리’를 거친 끝에 그 전말이 승도의 귀에 들어갔다.
“왕국 공사가 황궁을 방문했다고 했습니까?”
“예, 전하.”
“허수아비 황제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다는 건지.”
승도는 턱을 매만졌다.
공사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황제는 말 그대로 신년 행사 때나 예의상 만나주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실권은 모두 그에게 있었기에 총리아문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공사가 바보가 아니라면 황제 따위를 만나는 데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승도는 생각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속내야 어떻든 공사가 황제를 예방한 일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 직접 궁으로 가서 사정을 듣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궁으로 가겠습니다. 차비를.”
“예, 전하.”
집사가 급히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물러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원 앞으로 번듯한 마차 한 대가 대기했다. 좌우로 경호를 위해 달려온 기병들이 배치되어 호위도 문제는 없었다.
승도는 엘리자베스를 대동하고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자갈이 튀는 소리와 함께 출발하자 그는 비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왕국 공사를 누가 만났다는 이야기는 있었습니까?”
그는 북경에 주재하는 모든 재외 공관의 주요 인사들을 감시하라고 명령해 두었기에 그 보고는 수시로 엘리자베스의 손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서역 처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고는 공사와 접촉한 자들을 떠올렸다. 특별히 공사관에 들어온 자들은 없었다.
“없는 것 같습니다. 공사관 직원들과 하인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요? 그럼 출장을 나간 자들은 없습니까?”
“에버튼 백작이 선진으로 잠시 일이 있어서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관이요?”
“네.”
그녀의 대답에 승도는 선진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선진에는 왕립 해군의 군함들이 정박해 있었고, 교역을 위해 드나드는 왕국 거류민들도 있었다. 무관이 그곳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 하나 추가된 것이 있었다.
‘장갑함 흑태자가 들어왔지.’
승도는 그 배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시나 그 배가 연합왕국 본토의 새로운 지시를 싣고 왔다거나 한다면 공사의 이상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럼, 무관과 접촉한 다음에 공사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건데.”
승도는 좌석에 몸을 묻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마차가 황궁 앞에 도착했다. 승도는 딱딱하게 경례를 하는 금군 병사에게 가볍게 답례를 하고 황궁의 문에 들어섰다. 금군이라곤 하지만 그 병사들도 이제 모두 승도의 병사들로 바뀐 지 오래였다.
안전을 위해 그의 수하에 있는 상승군들로 갈아치운 것이다.
그가 모처럼 궁에 들자 퇴청을 하던 관료들이 하나둘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승도는 인사를 받아주며 그들에게 물었다.
“공사가 황궁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얼 하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자세한 것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폐하와 잠시 밀담을 나누고 서신 한 부를 올렸다는 것밖에는.”
“흠, 알겠습니다.”
승도는 그만 가보아도 좋다는 눈빛을 던지고 그들을 스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처소에 들었을 때, 황제는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내관이 얼른 속삭이고 나서야 황제는 그것을 치우고 고개를 들었다.
“강주 왕이 오늘은 어쩐 일로 궁에 드셨습니까?”
“폐하께 문안인사를 여쭈러 찾아뵈었습니다.”
승도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경이 그리 짐을 생각해 준다니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 차나 한 잔 드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실은 폐하께 하나 여쭐 것이 있어 이곳을 찾은 것입니다.”
“짐에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말해 보시지요.”
“오늘 연합왕국 공사가 궁을 찾았다고 하던데 그 연유를 알고 싶습니다. 폐하께서 신에게 중책을 맡기시어 나라의 국사를 돌보게 하셨는데, 신이 모르는 일이 있어서야 어찌 일을 감당하겠습니까.”
“으음.”
황제는 승도가 황궁의 일을 이토록 빨리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경의 말대로 공사가 찾아오긴 하였습니다.”
“해서 그가 무어라 하였사옵니까.”
“그가 말하길 유구에 대해 짐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유구에 대해서 말입니까?”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도는 그 대답에서 의문이 모두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 날강도 같은 놈들이 허수아비 황제에게 유구를 언급하면서 명분을 축적하려고 하는구나. 설마 했지만 유구를 대놓고 탐낼 줄이야.’
승도는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동영에게 유구를 넘겨줬으면 넘겨줬지 왕국에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왕국이 유구를 차지한다면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격이었다.
“그래서 무어라 답하셨습니까.”
“짐은 유구에 대해 전통적으로 ‘책봉’을 하는 것 외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그대로 대답한 것이니 문제될 것은 없지 않습니까.”
황제는 때로는 총명한 모습을 보였지만 근대 외교에는 무지한 면을 보였다. 근대 외교에서는 국가 원수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명분을 주기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폐하, 그 말씀은 우리 국익에 매우 위험한 한마디이셨습니다.”
“어째서 그렇단 거요?”
“우리가 책봉을 하는 것 외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유구가 완전한 주권 국가라는 것을 의미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속국으로 여길 근거가 거의 없다면 우리가 유구에 개입할 명분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유구 문제에서 손을 놓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라면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성격의 것 아니요? 전통적인 번속국과의 관계야 그런 것이고.”
“폐하, 일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주권국가로 여기게 만들면 연합왕국이 자의로 유구와 접촉해도 우리가 항의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황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승도는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은 것 같아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그 결과는 유구를 연합왕국의 우산 아래 넘겨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폐하께서 다스리시는 이 제국의 영향력과 위상이 줄어드는 일인데, 이를 어찌 가볍게 보시는 것입니까?”
황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하면 짐이 다시 공사를 불러서.”
“소용없습니다. 이미 공사는 명분을 다 챙겼습니다.”
“그럼 짐은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다시 공사가 접견을 신청하면 거절하도록 하십시오. 그 문제는 신이 태감들에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사실상의 유폐 명령이다. 알아서 입을 다물고 지내라는 말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실수를 저지른 이상 반박할 수도 없다.
황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이 답답함을 여인들을 품으며 보내야 할 듯싶었다.
승도는 황제로부터 공사가 얻어낸 명분에 신경이 곤두섰다.
‘당분간은 조용할 거라 믿었는데, 연합왕국이 이렇게 움직인다면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일이야.’
그는 어금니를 깨문 다음 황제를 향해 예를 표하고 관복 자락을 펄럭이며 궁에서 물러났다.
***
신이 ‘연합왕국의 움직임’으로 폭탄이라도 맞은 듯 반응을 보이고 있을 무렵, 동영 정부 역시 발칵 뒤집혀 있었다. 신의 함대에 이어 연합왕국 장갑함이 출현한 사실이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구 병합을 앞두고 일어난 이 대형 사건들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왕국의 장갑함이 유구에 나타나다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요.”
총리대신 모리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올해 안에 유구의 관할권을 외무성에서 내무성으로 이양하고 동영 중앙 정부의 관리를 보내 ‘확실한 병합 수순’을 밟은 후, 유구의 지배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쪽으로 나아가려던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친 형국이었다.
계획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신이 함대와 서한을 보내 강력하게 반발을 하는 것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 건은 겨우 어전회의를 통해 ‘유사시’ 유구를 분할하는 타협안을 내어 해결하기로 결론을 지었는데, 이번에는 연합왕국이란 새로운 고래가 나타나 그 작은 새우 한 마리를 나눠 먹자고 으르렁거렸다.
정말이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재번봉행의 보고로는 단순한 식수와 야채 보충을 위한 방문이라는데, 그 말을 순전히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 군함의 항로에 유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자들도 유구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는 말 아니요?”
“예, 각하. 그런 징후가 충분히 엿보입니다.”
“미칠 노릇이군. 신도 모자라 연합왕국까지 우리 땅을 넘보다니.”
모리는 목이 타는지 옆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엄연히 말해 유구가 동영의 영토인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땅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영토를 놓고 이래저래 끼는 이웃들의 존재에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책은 없소?”
모리가 묻자 해군 대신 사카모토가 허리를 굽힌 후 입을 열었다. 그는 살마 출신의 각료로 살마의 영주가 가장 총애하는 중신이었다.
“대안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억지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억지력을 높인다면.”
“군비 증강 말입니다. 이 사안을 지금처럼 끌고 가면 죽도 밥도 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이웃들을 달래며 시간을 벌고 ‘우리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유구에 투사할 함대와 방어력이 이웃 국가들의 개입 역량을 상회할 때, 병합 건을 다시 진행해도 늦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의 진행을 늦추고 일단 군비를 늘리잔 말이군.”
“예, 각하.”
“그 말대로 한다면 소요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겠소?”
“저들을 견제하려면 은으로 백만 냥 이상은 쏟아야 할 겁니다. 우리도 장갑함을 보유해야 할 테니 최소한으로 잡은 액수입니다.”
“터무니없는 돈이군.”
모리는 은 백만 냥이란 말에 혀를 내둘렀다.
신과 같은 ‘거대 인구 대국’이거나 연합왕국 같은 ‘초거대 금융제국’이라면 지출을 결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예산이다. 동영의 경제 규모로는 다리가 후들거릴 만한 거금이었다.
더구나 신보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동영인 만큼 장갑함 구매를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과 로비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었다. 은 백만 냥 이상의 돈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과 연합왕국이 배만 띄워도 움찔하는 상황에선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 계속 나가다간 유구를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렇지만 필요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장갑함을 사들인다 해도 연합왕국과 신의 군비 증강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 아니요?”
“그 부분이라면 적당한 수준에서 왕국과 타협을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국과 타협을?”
모리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사카모토가 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볼 때 연합왕국은 유구에 ‘적당한 거점’을 마련하는 것 이상의 관심은 없는 듯합니다. 어떤 점에서 보자면 신과 타협을 보는 것보다 싼 비용으로 그들을 구슬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카모토의 설명을 들은 모리는 손익 계산을 해보고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왕국에 기지를 내주고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물론 유구 병합에 대한 지지도 확인받고 말입니다.”
“왕국에 지분을 주고 우리 입장을 강화받자. 구미가 당기는 말이요.”
“그렇습니다. 여기에 장갑함까지 확보해 둔다면 신이 불만을 가져도 유구 건에서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해둘 수 있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먼젓번에 신의 함대 방문 시에 ‘논의’했던 타협안보다 지불할 것이 더 작을 듯했다.
그렇다면 상당히 남는 장사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왕국 장갑함의 출현은 그렇게 악재로 볼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유구에 대한 왕국의 관심을 이용해 그들을 적극적으로 뒷배로 끌어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몇 해 전에 ‘잠깐’ 가능성을 보였던 연합왕국-동영 간의 동맹 말이다.
모리는 그 생각을 하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연합왕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인다면 동방에서 신에 눌려 ‘양보’를 거듭하는 현 상황에 반전을 꾀할 여지가 있었다.
실제 왕국이 동방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 해도 그 이름을 등에 업는 것만으로도 동영의 실력이 몇 배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우리는 신과 대등, 아니 그 이상의 입지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확실하게 유구는 동영의 영토로 굳힐 수 있을 것이고, 세를 더 늘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리가 나름의 야망을 품는 동안, 사카모토가 말을 이었다.
“다만 여기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각의 결단입니다.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겠군. 외무대신은 어찌 보시오?”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자 마에다 공작도 입을 열었다.
“괜찮은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외무성의 시각으로 볼 때 해군의 제안은 국익에 가장 부합할 결정입니다. 신과의 마찰을 완충할 장치만 담보된다면 이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
“좋소이다. 그럼 이 안을 내일 내각회의에 상정하지.”
모리의 시원스런 말에 해군 대신의 얼굴이 밝아졌다. 부처 이기주의이긴 하지만 이것으로 해군과 육군의 경쟁에서 해군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계기가 마련되었기에, 그로서는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각하.”
모리는 이야기를 마치고 마에다와 함께 해군성 건물을 나섰다.
공관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동승한 두 영주는 창밖의 동경 풍경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먼저 침묵을 깨트린 것은 마에다였다.
“각하.”
“왜 그러시오.”
“아까 그 이야기 말입니다.”
마에다가 망설이듯 말을 꺼냈다.
“그 이야기가 왜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까는 괜찮다고 하신 것 같은데.”
모리는 외무대신이 무얼 말하려는지 몰라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걸리는 부분이라니요.”
“연합왕국이 유구에 기지를 가지고 싶은지의 가부 여부에 대해서는 순전히 추측의 영역 아닙니까.”
“그야 차차 확인해보면 되겠지요.”
“만약 그들이 유구를 아문처럼 통째로 차지하고 싶어 한다면 그 경우에는 어찌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모리가 수염을 매만졌다.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지요.”
“경우의 수라니요?”
“유구를 내주고 더 큰 것, 이를테면 ‘려’ 같은 걸 얻을 기회가 제공된다고 한다면 한 번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총리대신의 대답에 마에다는 이 사내가 품은 생각이 몹시 위험하고 대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모리는 이 강력한 동영, 더 나아가 동영 중심의 패권을 꿈꾸고 있었다. 수백 년 전, 동방 정복에 나섰던 야심가 하시마의 꿈이 총리의 눈에서 살아 있었다.
그것이 과연 동영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줄지.
마에다는 눈을 감은 채 좌석에 몸을 묻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