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화. 명분 (2)
라함 대령은 자신들이 기항한 선진을 돌아보았다. 이 도시는 제국 수도의 관문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온갖 교통수단이 있었다. 도로와 운하, 철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인지 몰라도 도시는 제법 강력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다. 좌측과 우측에 각각 거대한 규모의 해안 포대가 구축되어 있었고, 항구 안에는 일전에 목격한 대규모 함대가 있었다.
방어 전력은 비단 그에 그치지 않았다. 항만 안에는 전력으로 전용이 가능한 대형 범선이 수십 척이나 있었고, 비상 대기 중인 대규모 육군 병력도 있었다.
어지간한 규모의 침공군은 어린아이 팔 비틀 듯 격퇴할 수 있는 전력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과거 아편 전쟁 당시에 무방비나 다름없었던 곳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방어력이었다.
대령은 함께 걷고 있던 함대 참모장 비치 중령에게 물었다.
“여긴 정말 동방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방어력이 대단한 것 같군. 이게 현재 신이 구축한 방어의 최대치인가?”
그의 질문에 비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더 증강될 예정입니다. 저길 보십시오.”
비치가 손가락을 들어 좌측 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배치된 대포들은 구식이었는데, 조만간 신형으로 교체될 거란 말이 있습니다. 신식은 프리지아제의 3인치 후장 속사포로 아군 범선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살상력을 발휘하고도 남을 겁니다.”
비치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우측 포대를 가리켰다.
“우측으로는 110파운드짜리 전장식 대포 다수를 들여올 거란 말이 있는데, 그대로 진행된다면 아군 장갑함을 상대로도 상당한 위력을 낼 겁니다. 물론 흑 태자의 방어력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어지간한 배라면 모두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방어력 증강이 상당하군.”
“오승도가 집권한 이후부턴 그런 셈입니다.”
둘은 포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면 동방에서의 우리 우세는 상대적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인가.”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신과 전쟁을 벌인다면 최소 만 단위의 피해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 것 같군.”
과거의 충돌에서는 ‘참패’가 국지적으로 반복된 강주 전역을 포함하고도 전체 사상자는 만은커녕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왕국의 우세는 절대적이었고, 그 격차는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신과 연합왕국의 군사력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신이 그만큼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들이 항구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 그 옆으로 검은 군복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다. 병사들은 각이 잘 잡혀 있었다. 손과 발을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동작에 절도가 있었다.
검은 군복들은 자신들의 옆에 외국인이 있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평소보다 큰 소리를 냈다.
“발은 높게, 팔은 크게 움직인다. 동작은 정확히,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한다.”
장교의 호령에 병사들은 숨도 쉬지 않고 그 명령에 따랐다. 검은 군복들이 옆을 지나치자 대령이 턱을 매만졌다.
“저들이 신의 육군인가? 듣던 것하고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군.”
“저도 이곳에 와서 체감한 사실입니다. 생긴 것은 동방 놈들이지만 알맹이는 프리지아 육군과 마찬가지입니다. 훈련 수준만 놓고 보면 에우로페의 군사 강국 육군에 버금갈 겁니다.”
“그런 듯싶군. 저런 군대가 있으니 신이 큰 소리를 칠 수 있겠지.”
대령은 병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뒷짐을 졌다.
“하지만 질적으로 우리 육군을 따라잡는다고 해도 저들은 우리의 적수가 되진 못하지. 우리 왕국 해군이 제해권을 지배하는 이상, 우리 육군은 무한한 지원을 받으며 싸울 수 있으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대령은 검은 군복들에 대한 관심을 끄고 중령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항구의 중심가에는 신의 ‘북양함대’ 사령부가 있었다. 북양함대는 신의 유일한 정규함대로 그 지휘관은 대부분 로망스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함대 사령부의 곳곳에는 신의 문자와 로망스 어가 병기된 팻말들이 내걸려 있었다.
라함 대령과 비치 중령은 그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신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군을 건사할 수 없는 반신불수의 처지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로망스 인들만 빠져도 쓸 수 없는 군대라니. 껍데기는 커졌어도 내실은 아직 충분치 않은 거인이 신이었다.
대령 일행이 사령부 안으로 들어오자 푸른 군복 몇이 그들에게 보안 절차에 따라 신분을 물었다. 신분을 밝히자 푸른 군복들은 재가를 받기 위해 잠시 그 자리에서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잠시 후, 대령 일행은 사령관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방은 제법 넓고 환했다. 지휘관은 벽안의 로망스 인이었다. 로망스 사내는 제법 예의 있는 태도로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각하, 이렇게 불쑥 찾아뵙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점은 확실히 조금 불편했습니다.”
사령관은 점잖게 대꾸했다.
“그건 그렇고, 날 찾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은 우리 신형 장갑함이 이곳에 급하게 오면서 석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에 대해 협조를 조금 구하려고 찾아뵈었습니다.”
“석탄을 나누어달란 말입니까.”
“예. 값은 충분히 치르겠습니다.”
그들의 말에 사령관은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주지 않는다고 해봐야 연합왕국 해군은 상선 편으로 석탄을 실어올 능력이 있었다.
아문이 먼 곳도 아니고 발이 묶일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럴 바에야 선심을 쓰는 편이 나았다.
“좋습니다. 얼마나 나누어 드리면 되겠습니까?”
“오백 톤 정도면 좋겠습니다.”
“오백 톤이나.”
클레망소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면 간단한 물량이 아니었다. 아주 이곳에 터를 잡고 몇 번은 기동할 수 있는 양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못 줄 양은 아니었다. 대신 조건을 걸면 그만이었다.
“좋습니다. 내드리지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해군의 자원을 드리는 것이니 귀측도 부탁 하나는 들어 주셔야겠습니다.”
“부탁이라면 기꺼이 들어 드리겠습니다.”
클레망소는 장난기 어린, 그러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귀측 장갑함을 포술 연습 표적으로 써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귀 장갑함의 방어력이라면 별 피해가 없을 거라 생각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말에 두 해군 장교의 표정이 기이한 빛을 띠었다.
한마디로 말해 석탄을 좀 줄 테니 그 ‘잘난’ 당신네 군함을 한 번 두드려 보고 싶다는 말이다.
아주 튼튼하다고 자랑을 했으니 좀 맞아도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는 투가 역력했다.
웃기지도 않은 제안이었지만 대령은 간단히 거절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좋은 기회였다. 이쪽 장갑함의 위력을 과시해 상대 해군의 기세를 확실히 꺾을. 왕국의 국익을 위해 한 번 필요한 해프닝인지도 몰랐다.
중령이 거절의 말을 입 밖에 내기도 전에 대령이 먼저 말했다.
“좋습니다. 저희함이 표적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 말 진심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함정은 무적입니다. 그 정도 공격에 맞는다고 해서 끄떡거리진 않습니다.”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였지만 상대의 전력도 확인하고, 동시에 훈련도 해볼 목적을 가졌던 클레망소는 대령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석탄을 내드리겠습니다. 훈련 장소는 이곳 선진 앞바다가 어떻겠습니까?”
클레망소는 기왕 하는 것 장교들이 훈련 과정 전반을 참관할 수 있기를 원했다. 대령 역시 바라던 바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렇게 해야 신의 주민들과 군인들이 이 군함의 무서움을 머리에 새길 것이기 때문이다.
둘은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어처구니’ 없는 포술 훈련에 동의했다.
***
흑 태자는 모든 국가의 함정을 격파할 수 있도록 상정된 왕국 해군의 결전 병기였다. 그 방어력은 현존하는 모든 군함의 탑재 함포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보다 강한 대구경의 함포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흑 태자를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대령은 ‘포술 훈련’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왕립 해군과 ‘미개한 동방인’들의 차이를 보여 줌으로써 ‘콧대’가 높아진 신의 기세를 꺾기 위함이었다.
뭐 운이 나쁘다면 마스트 정도가 부러질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이번 훈련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비하면 싼 가격이었다. 수리에도 별로 큰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령이 포문의 개폐를 명령한 순간, 장갑함과 나란히 떠 있던 신의 군함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육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신의 해군 관계자들과 연합왕국의 거류민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다음에 벌어질 일을 기다렸다.
꽝. 꽝. 꽝.
천둥 같은 포성이 연달아 울렸다.
군함에 탑재된 거포들이 불을 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갑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물기둥이 솟구쳤다.
그것을 본 클레망소가 옆에 있던 자들에게 말했다.
“포술 훈련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군요. 초탄이란 걸 고려해도 정확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주의시키겠습니다.”
장교들은 이번 ‘포격’이 끝나는 대로 포격한 자들에게 단단히 기합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초탄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함들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었다. 쿵쾅거리는 진동음에 구경을 나온 몇몇 여성들은 손수건으로 귀를 가리거나 자신의 남편 품에 머리를 묻기도 했다.
서역 요괴(?)들의 희한한 짓거리를 지켜보던 신의 관리들은 혀를 차면서 자신들의 군함이 가진 위력에 새삼 감탄했다. 어마어마한 거리까지도 무자비한 포화를 날릴 수 있는 함정들은 정말이지 상대할 존재가 없는 듯싶었다.
포격이 이어지면서 물기둥이 점차 장갑함 근처로 다가섰다.
연합왕국인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기둥을 바라보았다.
곧 첫 번째 명중탄이 나왔다.
‘캉’ 소리와 함께 장갑함의 측면에 명중한 포탄은 이내 비스듬히 수평으로 튕겨나갔다.
포탄이 배에 맞았다가 튕겨나간 순간 사람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왕국 거류민들은 그 모습에 어깨를 쭉 폈다. 세계 최강 왕국 해군의 위력에 절로 자부심이 들었다.
반면, 신의 관리들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사전에 포탄이 먹히지 않을 거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눈으로 보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양이 군선의 방어력이 실로 천하무적이 아닌가. 우리 군함의 포탄을 저리 가볍게 튕겨내다니.”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끔찍하오. 저런 양선 하나면 기껏 사온 함대가 다 덤벼도 이길 수 없단 것인데.”
“으음.”
관리들은 심각한 눈으로 장갑함을 보았다.
장교들 역시 놀라는 눈빛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로망스 출신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어력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우스울 정도로 쉽게 포탄을 튕겨내는 모습에서 로망스와 연합왕국의 차이가 느껴졌다.
“저 정도면 저 함 하나로 동방을 제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그럴 것 같군. 저 배에 달린 대포가 장식이 아닌 이상은.”
클레망소도 조금은 놀랐다.
연합왕국 장갑함에 대해 북양 함대의 대포가 전혀 통하지 않을 거란 로망스 당국의 정보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의 격차라고 한다면 향후 동방에서 해군력을 투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해군력 전체를 합쳐도 상대가 안 될 막강한 군함이 수도의 문턱에 버티고 있는 판에 함대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저 정도라면 로망스 본국의 최신예 장갑함들이라도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새로운 대구경 함포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나도 동감일세.”
“이 부분에 대해 전하께 보고를 드리실 생각이십니까?”
장교가 묻자 클레망소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왕국 장갑함의 위력을 확인했으니 보고 드리는 것이 옳겠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중에도 연합왕국 장갑함은 쏟아지는 포탄을 연달아 튕겨내고 있었다. 압도적인 장갑판의 위력은 그야말로 경이적인 위용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화약이 들어 있지 않은 ‘훈련탄’이라 해도 실제 관통을 하지 못하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곧 포격은 10분 만에 끝났다. 포술 훈련을 위한 가벼운 행사였던 만큼 장기간 포탄을 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장시간 포탄을 맞으면 천하의 장갑함이라 해도 접합 부위에 손상이 갈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이 미리 논의를 해둔 것이라 포격은 제시간에 정확히 끝났다.
포격이 끝나자 대령과 일단의 장교들이 갑판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리벳 접합 부위를 살피며 함의 손상 정도를 확인했다. 장갑함이라고 해도 포격에서 ‘무손실’은 있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점검을 해보던 장교 하나가 손을 들었다.
“각하, 이상 부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판에 약간 자국이 남은 것을 제외하면 포격을 받았다는 사실도 의심할 정도입니다.”
“그런가.”
대령은 그 대답에 씩 미소를 지었다.
라함은 자신의 장갑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여겼다. 있다고 한다면 왕립 해군에서 연구한 ‘측면’에 대한 충각뿐이었다.
그것이 아니고는 이 가공할 군함을 잡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충각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흑 태자에 탑재된 무지막지한 110파운드 7인치 함포의 위력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위력은 경쟁국이 생산한 거의 모든 장갑함의 장갑을 간단히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니 흑 태자를 상대로 한 충각 공격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흑 태자는 불침함이지. 적어도 이 동방에서는.’
흑 태자를 확실히 잡고자 한다면 이 함에 대항할 만한 장갑함 여러 척을 동시에 동원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런 전력을 가진 나라는 로망스 하나밖에 없었다.
“각하, 기관부에서 보고입니다.”
대령이 흡족한 얼굴로 당연한 결과를 확인하려던 그때, 장교 하나가 급히 갑판으로 올라왔다.
“무슨 일인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응? 그건 무슨 소린가.”
대령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장교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포격 때문에 기관을 정지하고 굴뚝을 막았는데, 남은 연료에서 대량의 ‘매연’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을음이 생겼단 건가? 하지만 아까 함 내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문제인데.”
그는 일산화탄소 문제에 잠시 당황했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남아 있던 잔열이 석탄을 태우면서 불완전 연소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때문에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소리 없이 기관부를 급습해 열 명이 넘는 승무원들을 쓰러트렸다. 고약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대령은 상황을 보고받고 인상을 찌푸렸다.
“다된 밥에 코를 빠트렸군.”
그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부하들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일단 급한 대로 보트를 내려 환자들을 뭍으로 옮기도록 하게.”
“예, 각하.”
장교는 대령의 명령에 급히 대답하고 기관부로 달려 내려갔다.
대령은 구경을 나온 신의 관리와 인파들을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들이 자세한 사정 따위를 알 리는 만무하니, 포격으로 이쪽이 피해를 보았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당초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도리어 함의 능력만 폭로하고 이익은 거두지 못하니 손해만 보는 장사나 다름없었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고 했어.’
대령은 모자를 벗고는 머리를 문질렀다. 하지만 이 일로 그도 한 가지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신의 수병들이 보여준 역량과 군함의 성능은 왕립 해군에 비해 한참 아래란 것을.
아직 이 동방의 주인은 그들이었다.
대령은 그 사실을 확인한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함 내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