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화. 명분 (3)
유구를 둘러싼 각국의 신경전으로 말미암아 ‘유구 병합’ 문제는 당분간 백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건과 관련한 움직임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선진에 들어온 장갑함도 그 중 하나였다.
승도는 선진에 들어온 장갑함의 성능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쪽 장갑함의 대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했습니까?”
“예, 전하.”
해군 장교의 보고에 승도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당분간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폄에 있어 해군은 중요한 축이었다. 한데 이 해군 전력을 위협할 괴물이 출현했다.
경고를 받긴 했지만 보고를 듣고 나니 오금이 저렸다.
유구 문제에 연합왕국이 개입한다면 신이 한 발 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잠수함의 폭약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승도는 최악의 경우도 가정했다. 그렇다고 하면 다른 대응 수단도 필요했다.
“정말 그렇다면 이쪽에 왕국 장갑함에 맞설 다른 수단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예. 그래서 몇 가지 대응 방안을 준비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승도는 손에 깍지를 끼고 대답을 기다렸다.
“먼저 충각이 첫 방법이 될 겁니다.”
“충각?”
조금은 생소한 말이었다. 승도의 반문에 장교가 설명을 붙였다.
“예. 충각은 고대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장갑함처럼 방어력이 극단적으로 높은 함정에 대해 유효한 방식입니다. 충각을 가해 배에 구멍을 뚫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균형을 무너트려 전복시키는 쪽도 가능할 겁니다. 구조상 장갑함은 그리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충각이라.”
“예산만 할당해 주신다면 범선들에 충각을 위한 설비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한데 말입니다. 충각을 하려면 선원들의 항해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야 하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라면 장갑함의 측면에 정확히 붙어야 하는 일이니.”
“맞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실정에 맞는 방법은 아닌 듯싶군요.”
승도가 난색을 표하자 장교는 두 번째 안을 꺼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다른 방법?”
“기뢰입니다.”
“기뢰가 정확히 뭘 하는 물건이요?”
“전하께서 일전에 ‘지뢰’ 개발을 명령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지뢰가 바다에 설치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다의 지뢰라.”
승도는 그 색다른 개념에 매력을 느꼈다.
“그 바다의 지뢰란 물건으로 장갑함을 잡는단 얘깁니까?”
“예. 최소한의 방어 수단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병기 자체가 방어적 용도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장갑함이 기뢰 밭에 걸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쓸모가 없습니다. 더구나 관리도 까다롭습니다. 매설을 해두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군을 해치는 흉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에우로페에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병기입니다.”
그런 단점이 있다면 확실히 쓰기 곤란했다. 적이 확실히 올 곳에 준비해둔다고 하더라도 ‘관리’가 어렵다면 무기 체계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가치가 거의 없는 물건 아닙니까?”
“그건 아닙니다, 전하. 이 물건의 장점은 군함을 일격에 잡을 수 있는 위력에 있습니다. 장갑함이라 해도 정통으로 맞아준다면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을 겁니다.”
“장갑함이 한 방에?”
승도는 다시 기뢰의 매력에 끌리는 것을 느꼈다.
“예. 기뢰 자체가 배의 가장 연약한 부분에서 폭발하는 것이라 충격은 그 어떤 포탄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대로만 쓴다면 최고의 위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요. 그 무기를 생산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현재는 에우로페 대부분의 국가들이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로서의 잠재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로망스에 발주 주문을 넣으신다면 단시간 내에 대량의 물량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세요.”
승도는 장교를 물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앞에 놓인 유리 수조로 물고기 몇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고기가 담긴 수조는 얼마 전 연합왕국 공사가 우호의 뜻으로 보내준 선물이었다.
고기들이 공기방울을 뱉어내는 것을 지켜보던 승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기뢰라. 이걸 잘만 활용하면 장갑함에 대항할 좋은 대안이 되겠는데.’
하지만 단점을 생각하면 결정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없었다. 선진에 대한 방어 수단까지는 되어도 그 이상은 어려운 무기다. 더구나 관리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선진항 자체에도 ‘위해’를 끼치는 까닭에 함부로 부설할 수도 없었다.
‘쉬운 일은 없군.’
승도는 손가락을 두드리다 수조로 그것을 가져갔다.
분홍색 살덩이가 가까워지자 작은 고기들이 흥미를 느낀 듯 그 주변으로 다가왔다. 그것들은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 앞에서 빙글빙글 맴을 돌았다.
승도는 고기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물 밑에서 몰래 다가가서 기뢰를 부설한다고 생각하면 쓸모가 없지도 않은데.”
승도는 혼잣말을 하다 자신의 말에 흠칫 놀랐다.
‘기뢰를 물 밑에서 다가가 부설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럴 수단이 없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건조를 지시한 잠수함이 있었다. 그 잠수함에 기뢰를 싣는다면.
승도는 뭔가 대단한 구상이 나온 것을 깨달았다.
‘잠수함에 기뢰를 싣고 장갑함 근처에 다가간다면 연합왕국은 그 존재를 눈치챌 수 없다. 그리고 그다음은.’
승도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서역 대선이 굉음을 일으키며 침몰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바로 그거다. 이 수단이 있다면 연합왕국 해군이라 해도 못 싸울 것이 없었다.
그의 눈은 갑작스런 발견에 열기를 머금었다.
‘정말 의외로군. 분명 단점이 많은 무기인데 공교롭게 준비한 물건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최강의 병기가 되다니. 이렇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병기를 갖게 되는 것은 우리 신인가?’
승도는 자신의 발견이 해전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해상에서의 힘의 균형추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초강대국 연합왕국을 상대로 신이 힘을 쓸 수 있는 구도로.
상황이 그리 흘러간다면 이 동방에서 더는 연합왕국의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아니, 연합왕국과 한바탕 겨루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 해군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왕국의 원정군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물건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우리 신이 연합왕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승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당장 기뢰를 손에 넣어야 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장원의 총관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지금 당장 가서 로망스 공사에게 이 사람이 보자고 기별을 넣으세요. 만날 장소는 총리아문이 좋겠군요.”
“예, 즉시 분부대로 전하겠습니다.”
승도는 엘리자베스를 불러 남은 업무를 대행하게 하고, 자신은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의관을 정제하고 급히 마차에 올랐다.
제국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놀라운 발견을 한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장갑함’ 따위는 들어 있지도 않았다. 그따위 물건은 그의 ‘구상’ 속에서 고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출발할까요?”
마부가 묻자, 승도는 힘주어 대답했다.
“출발하세요. 가장 빠른 속도로.”
“예, 전하.”
마차가 덜컹 소리를 내며 출발하자 승도는 좌석에 몸을 묻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화려하게 불타며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 광경이 흡사 빛나는 제국의 황혼을 보여주는 듯했다.
승도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빛나는 영광은 언젠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연합왕국은 지난 한 세기를 군림하며 누릴 것을 다 누렸다. 다음 시대는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내 자식들의 시대다. 나는 반드시 세상을 그렇게 만들겠다. 나만의 울타리를 너희 연합왕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도.’
승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늦은 밤, 호젓한 부엉이 소리와 함께 공사가 찾아왔다. 그는 이 야심한 시각에 총리아문까지 오라고 한 승도의 처사에 전혀 불만이 없는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찾으셨습니까, 전하.”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이제나저제나 승도가 장갑함을 구매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군함을 사준다고 생각하면 밤이 아니라 새벽에 불러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도의 생각은 달랐다.
‘장갑함은 잠수함과 기뢰로 상대한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장갑함을 더 사들일 필요는 없지.’
승도는 기대에 찬 공사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로망스에 무기를 발주하고 싶습니다.”
“예의 장갑함 말씀이시겠지요? 그 물건이라면 기한 내에 인도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승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에 공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무엇을 사려 하신단 말씀이신지.”
“기뢰입니다.”
공사는 승도가 기뢰를 안다는 사실에 내심 경악했다.
‘동방에 앉아 있는 자가 어떻게 기뢰를 안단 말인가? 물론 우리 교수들을 통해서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수 있겠지만, 장갑함에 대항할 수단으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그 앞에 있는 젊은 정치가는 ‘만만한 애송이’와 같은 인상을 풍겼지만, 군사에 대한 안목이 보통이 아니었다. 새삼 저 애송이 정치가가 ‘무력 쿠데타’를 통해 제국을 삼켰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기뢰는 확실히 나쁘지 않은 병기이긴 합니다만, 장갑함에 대한 궁극적인 대응 수단이 되긴 어렵습니다.”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이 값싼 대응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도는 군함을 대폭 증강해봐야 왕국이 군함을 늘리면 그 우위는 금방 다시 사라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그 같은 군비 증강의 결과로 경제계에 투자해야 할 자본이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을 고려한다면 악수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왕국이 위협을 느끼지 못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확실히 상대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을 갖추는 편이 영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잠수함과 기뢰에 확신을 가진 이상 그 같은 투자는 불필요했다.
“그렇지만 전하, 장갑함을 구입하시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저희가 절반까지 값을 낮추어 보겠습니다.”
“비용이 내려가더라도 우리 쪽 입장에선 부담스런 금액입니다. 당분간은 군함을 구입할 여력이 없습니다.”
승도는 딱 선을 그었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충동구매’를 하면 국가예산에 구멍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이익을 얻는다면 그나마 투자할 가치가 있겠지만, 견제를 유발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 점에서 승도는 냉철하게 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기뢰 구매 주문을 넣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뢰 가격도 그리 싸진 않습니다.”
승도도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기뢰라는 병기는 꽤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물건이었다.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것 같았지만 ‘정확한 시점’에 군함 근처에서 폭발해야 했기에 이에 들어가는 신관 등은 고성능을 요구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폭탄과 비교하면 거의 곱절 이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으로 손익 계산을 끝마친 그에게 기뢰는 전혀 비싼 무기가 아니었다.
새로운 시대를 가져올 수도 있는 도구에 값을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인도만 빠르다면 비용은 좀 비싸도 괜찮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공사는 선선히 대답했다. 장갑함을 팔지 못한다고 해서 관계를 나쁘게 가져갈 이유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로망스의 대외 전략은 신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맞추어져 있었다. 이들을 우방으로 잡아두어야 언제고 연합왕국과의 대결에서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어서다.
승도는 공사와의 회견을 마치고 행상들을 불렀다. 왕국에 맞설 비수를 준비했으니 다음 수를 내놓을 차례였다. 연합왕국이 명분과 장갑함이라는 두 자루의 비수로 유구에 탐심을 보였으니, 그도 두 번째 비수 명분을 준비할 차례였다.
황제 덕에 ‘쉽게 가질’ 수 있었던 명분이 무력해진 만큼 새로운 명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행상과 그 대리인들은 몇 시간 내에 대부분이 그의 장원으로 도착했다. 행상들이 도착하자 승도는 몸소 문 앞까지 나가 그들을 맞았다.
최고 권력자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그들과의 친분’을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이는 향후에도 상인들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행동이었다.
승도는 도착한 상인들을 자신의 집 별채로 안내했다. 별채에는 수백 가지의 요리가 상 위에 가득 차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요리를 앞에 두고 행상들이 한 사람씩 자리에 앉았다.
은비는 승도를 대신해 시녀들에게 시중을 철저히 들 것을 당부하고 음식의 준비를 감독하기 위해 요리사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승도는 행상들에게 먼저 음식을 권했다. 음식을 먹으면 사람이 포만감을 느끼는 만큼 ‘관대해지는’ 측면이 있어서다. 다분히 심리적인 부분인데, 오랜 정치적 경험이 있는 그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행상들이 분주히 젓가락을 놀리는 동안 승도는 음식을 몇 점씩만 맛보며 적당하게 식사량을 조절했다.
긴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준비된 차와 과일이 나오는 동안, 승도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이 사람의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일 따름입니다. 한데, 이렇게 저희를 불러 식사를 베풀어주신 것은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는 건 아니신지요.”
눈치 빠른 상인들답게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생각을 간파했다.
승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긴 합니다.”
“말씀하시지요.”
“요즘 유구 문제로 시끄러운 것은 행상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승도의 말에 행상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서역 장갑함이 선진에 들어오고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승도는 행상들의 면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협조라 하시면 어떤 종류의 협력을 드려야 하는 것입니까?”
행상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 일은 위험하기 마련이라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결속한 승도의 일이니만큼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유구에 투자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유구에 투자를?”
행상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행상들에게 그만한 여력이야 있었다.
“실은 유구 문제에서 우리가 확실한 명분을 쥐기 위해섭니다.”
“명분을 말입니까? 저희가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명분이 된다는 것인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동방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서역식으로 해석하면 아주 쉬운 이야기였다. 서역에서는 외국의 영토에 투자한 자산을 일종의 ‘권리’로 해석했다.
그 자산에 피해가 있을 때는 그 국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승도는 그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유구에 투자를 하신 만큼 우리 신이 ‘보호해야 할 자산’이 그곳에 생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역식’ 명분에 따라 유구에 개입할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구 문제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포석인 셈입니다.”
승도의 말에 행상들도 이해했다. 그런 맥락의 투자라면 그들이 돈을 부을 만했다. 일이 잘 풀려 유구를 삼킬 수만 있다면 몇 곱절의 이익이 돌아올 테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전하의 말씀대로 투자하겠습니다.”
“투자는 얼마나 하면 좋겠습니까?”
그들의 물음에 승도가 손가락을 한 개 폈다. 그것을 본 행상들이 물었다.
“은자 십만 냥 정도면 되겠습니까?”
승도는 고개를 저었다. 명분을 굳히는 일에 그런 미미한 투자는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백만 냥입니다.”
그 말에 행상들은 입을 딱 벌렸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승도는 행상들을 보며 다짐하듯 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