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46화 (346/425)

제346화. 명분 (5)

승도는 동영과 연합왕국에 대해 각각 한 통의 서한을 보냈다. 그 서한을 받아본 하워드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랐다.

“자국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도 발언을 할 자격이 있다?”

그가 알기로 신이 유구에 가진 지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명목상의 상국이란 것을 제외하면 발가락 하나 붙일 자격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도 황제를 통해 ‘신과 유구’가 별 관계가 아님을 확인받은 이상 신이 유구에 지분거릴 거리는 전혀 없었다.

그는 급히 에버튼을 불렀다.

“신이 유구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니. 여기에 대해 아는 거라고 있소?”

“저도 금시초문입니다. 신의 정부에서 유구에 자산을 가지고 있다니. 오승도가 허언하지 않았나 의심됩니다.”

에버튼이 의문을 표하자 공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승도가 멍청한 자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명분이 없이 떠들다간 몇 배로 타격을 받는 곳이 외교 판이었다.

더구나 힘이 없는 자가 그렇게 하면 타격 정도가 아니라 살점이 뜯겨 나가는 살벌한 세계다. 그걸 잘 아는 오승도가 그 같은 거짓말을 할까.

그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뭔가 투자를 하긴 했다는 소리다.

“만에 하나 그자가 투자를 했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있겠습니까?”

에버튼이 속 편한 태도를 보이자 공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요.”

“돈 투자가 말입니까?”

“그자가 유구에 돈을 투자했다면 신은 이 문제에 입을 열 자격이 있지. 이건 명분이 걸린 사안이요.”

“경제적 자산이 해당 국가의 문제에 개입할 명분이 된다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고약한 방식’은 우리가 고안해낸 거요.”

자국 자산의 보호를 빌미로 남의 나라에 끼는 것은 연합왕국이 수도 없이 써먹은 ‘레퍼토리’였다.

그들은 사골처럼 이 명분을 이용해 먹었기에 남이 같은 방식을 구사할 때 이를 제지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전쟁에서도 우리 자산 보호가 하나의 명분이 되지 않았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러니 신의 명분은 정당하오. 이것만 놓고 보면 개입을 막을 방법이 부족하지.”

공사가 입맛을 다시자 에버튼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의를 잠시 돌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주의를 돌린다니. 어떻게?”

“동영과 려, 두 나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 유구 문제보다 그쪽으로 신의 관심을 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순한 해석이긴 했지만, 의외로 쓸 만한 수였다. 신과 직접 부딪치지 않고 유구 문제에서 발을 빼게 만들 좋은 방법이었다. 신도 힘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 동영과 연합왕국 둘을 상대로 으르렁거리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동영에게 적당한 미끼를 약속해 주어야 하잖소.”

“그 건이라면 일전에 들어온 제의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동영에서 제안했던 ‘유구와 려’에 대한 상호 지배권 확인 말입니다.”

그 음험한 제국주의적 밀약에 공사는 턱을 매만졌다.

그 밀약을 이용하기만 하면 신의 이목을 돌리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그 밀약을 지지한다는 것은 장차 신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꽤나 곤란한 이야기요. 그 약속을 지켜주자면 우리 역시 려에 대한 동영의 입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건데.”

“꼭 당장 지원해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유를 가질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에 지원을 약속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향후에 밀어주는 대가로 동영이 위험을 부담하라. 우리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지만 그들이 순순히 응하겠소?”

“쉽게 응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확신하는 이유라도 있소?”

“저들 역시 강대국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그 유일한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백작의 말에 공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마스트가 보였다. 그 위로 새빨간 태양을 상징하는 동영의 깃발이 펄럭였다.

동영이 자랑하는 전열함 ‘히요’는 려의 남방 최대 무역항인 남포 앞바다에 나타나 위압적인 그림자를 늘어트렸다.

“함장,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외무성의 각료로서 배에 동승한 하나부사는 함장 사토의 대담한 행동에 조금 기가 질렸다.

그 역시 무력 도발을 감행하란 말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의 도발을 생각하진 않았다.

전열함 ‘히요’는 아예 남포에 배가 드나드는 주요 수로 앞에 닻을 내린 채 보트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상식을 초월한 도발이었다.

“뭘 그 정도로 놀라십니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극단적인 정려론자(려를 정벌해야 동영이 살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대륙 진출주의)인 사토는 하나부사가 너무 간이 작다고 생각했다.

장차 려를 먹고 대륙으로 나아가자면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해질 필요가 있었다.

국력이 모자라긴 하지만 연합왕국이 뒤를 봐준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은 겁만 주라는 것인데.”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명령이었다. 호전적인 총리대신 모리가 일선 지휘관을 강경한 자로 앉혀놓고 제 입맛대로 사건이 진행되도록 꾸민 짓이 틀림없었다.

“대인께선 그냥 지켜만 보시면 됩니다.”

“하아, 좋소이다. 대신 이번 일은 함장이 모두 책임을 지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 대신 이 공도 전부 제 겁니다.”

“공일랑 탐내지도 않소이다. 그저 책임이 두려울 뿐이요.”

하나부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사토는 ‘샌님’ 외교관을 비웃으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승선한다. 평화에 찌든 놈들에게 우리 동영의 힘을 보여주자.”

“와아아.”

병사들은 손을 들어 그에 화답했다.

잠시 후, 일단의 보트가 전열함으로부터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남포 앞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예로부터 려의 유명한 목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이 목장에서 소와 말을 잡아 려 조정의 신경을 긁는다는 계획 하에 부지런히 노를 저었다.

하지만 동영인들이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려가 약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 무역항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정도로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곧, 섬을 지키는 포대가 불을 뿜었다. 육중한 포성이 마른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꽝!

첫 포성과 함께 포탄이 바다로 떨어졌다. 물기둥이 사람 키의 몇 배나 치솟았다.

신을 뒷배로 두고 있는 려인 만큼 초탄부터 대응은 화끈하기 그지없었다. 대륙의 정부가 자신들을 밀어준다고 믿는 만큼 국계를 범한 ‘오랑캐’들에 대한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양이들조차 혼을 내주었는데 섬나라 오랑캐들이라고 다를까.

려의 포수들은 경고도 없이 처음부터 보트를 조준하고 포탄을 날렸다. 그들은 초탄을 보고 보트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두 번째 포탄을 날렸다.

콰앙!

포탄이 다시 착탄하며 물기둥을 일으켰다.

그 대응을 본 사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냥 겁만 주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경고도 없이 조준 사격을 가하는 작태가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이건 도발이다!

그는 자신의 논리대로 감정적인 대응을 결심했다. 어떻게 해석하면 ‘식수’를 얻으러 간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려가 조준 사격을 한 이상 이쪽이 공격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부장에게 말했다.

“함포 준비해.”

그 말에 부장도 조금 놀랐다. 함포를 쏜다는 것은 단지 보트를 내려 도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하, 하지만 그건 조정의 명령 범위를 벗어난 일이 아닙니까?”

“명령이다. 놈들은 지금 우리 병사들을 쏘았어. 이걸 어떻게 두고 본단 말인가?”

그가 윽박지르자 부장이 하는 수 없다는 듯 포격 준비를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토의 명령대로 전열함의 포문이 개방되었다.

꽈꽝!

전열함은 곧 배의 좌현을 오렌지 빛 섬광으로 물들이며 섬의 포대를 향해 무자비한 포격을 개시했다.

천둥 같은 포성이 이어짐과 동시에 포대 쪽에서 돌무더기가 와르륵 무너져 내렸다.

그 포격은 동방의 평화를 무너트리는 끔찍한 재앙의 서곡이었다.

***

승도는 연합왕국 쪽에서 자신의 서한에 대해 반응을 보이리라고 생각했다.

명분상 이쪽의 논리가 타당한 만큼 유구 문제에서 신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쯤에서 저들이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의외의 장소에서 날아온 전문 하나로 철저히 박살났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승도가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 건문은 그 심기를 헤아려 조심스레 보고했다.

“려에 동영의 군함이 나타나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는 보고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승도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그 충격에 도자기 하나가 움찔하더니 바닥으로 떨어지며 와장창 소리를 냈다.

수천 냥에 달하는 고급 자기의 최후였건만, 그 운명에 관심을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동영 따위가 어찌.”

“하지만 사실입니다, 전하.”

“하필이면 지금 같은 시기에 동영이 준동한다니.”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연합왕국과 유구를 놓고 힘겨루기하기도 바쁜 판에 려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도 그냥 간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려는 신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동시에 제국을 지키는 동방의 우산이었다.

이 우산에 대한 공격은 곧 신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하, 이는 동영이 우리가 유구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데에 대한 항의의 표시가 아니겠습니까.”

“항의라고 해도 이런 무례하고 고약한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단 동영의 주차대신을 당장 추방하도록 하세요.”

“예, 전하.”

“그리고 그것으론 부족하겠습니다. 려로 우리 장갑함 한 척을 보내 안전을 확인해 주도록 하세요.”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동영이 이 같은 무모한 도발을 자행한 이유는 생각하기가 어렵군요.”

승도는 동영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도발을 지시한 동영 정부도 이렇게 ‘과감한’ 도발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터라, 그 의도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만 물러가 보세요.”

승도는 건문을 내보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생각 끝에 아내의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뭔가 자신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해답이 나올지 몰랐다.

승도가 찾아와 이 문제에 대해 묻자 은비는 어렵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건 쉬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일의 실체를 생각하기가 쉽다는 말입니까?”

“네. 이 일로 이익을 보는 자가 누군지를 따져 보면 쉽지 않나요. 장사를 하면 기본적으로 배우는 이치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렇게 배웠는걸요.”

그야 승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말대로라면 범인은 연합왕국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연합왕국이 도발을 사주했다면 그에 편승한 동영은 손해만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이익을 보지 않고는 이 ‘배후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더구나 뭔가 꿍꿍이가 있다 해도 이토록 과감한 도발을 해서 얻을 것은 더더욱 없었다.

승도의 설명을 들은 은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가는 사정이 그처럼 복잡하다면 서방님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이익을 주고받는 것은 아닐까요?”

“생각하지 못한 이익?”

“가령 장사에서도 미래의 수익을 가지고 거래하기도 하니까요.”

그 말에 승도는 의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단번에 그는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다면 연합왕국과 동영이 나눈 이익이란 것을 보다 포괄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유구와 교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역시 땅이다. 동영이 탐낼 만한 땅이라면, 려인가?’

그는 그 생각을 하자 둘이 무엇을 매개로 손을 잡았는지 이해가 갔다.

‘그렇게 둘이 결속을 했다고 하면 이번 도발도 설명이 되지. 미래에 동영이 려를 얻을 수 있도록 왕국이 확실히 보장만 해준다면 그들은 기꺼이 사나운 개가 되어 우리 이목을 끌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면 양자는 각각 이익을 취할 수 있을 터다.

연합왕국은 유구를, 동영은 려와 미래의 강대국 입지를. 서로가 웃을 수 있는 거래다.

물론 그들이 얻은 이익의 대가는 고스란히 신이 지불해야 한다. 승도는 그 계산이 나오기가 무섭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다고 하면 상대는 역시 연합왕국이다. 정말 그들과 이 문제로 벼랑 끝까지 가야 하는가?’

왕국과의 정면 대결은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제국의 멸망을 부를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 대결에는 잠재된 위험도 숨어 있었다.

바로 제국의 핵심에 기용된 연합왕국 출신들이 그 위험 요소였다.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승도는 아내가 차를 만드는 동안 고민을 이어갔다.

왕국과의 대결을 그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훗날,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가 승리의 제반 조건을 모두 갖추고, 판을 설계한 다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다가온다면 걱정할 것도 없었다. 최소한 동방에서의 무승부는 끌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었다. 신은 아직 연합왕국과 겨룰 역량이 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군대를 운용할 능력이 모자랐고, 산업 능력도 태부족이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싸운다면 위험한 결과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발을 물러서야 하나.’

승도는 유구 문제를 접고 물러서야 하는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연합왕국은 이 건과 관련해 동영과 연수를 했을지 모른다.

그들의 연수는 장래에 동방에서 손을 잡을 파트너로 동영을 골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왕국이 강해질수록 동방에서 신이 가질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구를 내주면 신의 장래도 끝이다.

승도는 자꾸만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래가 그렇게 흘러갈 거란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당장 양국이 싸울 것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유구와 려 문제와 관련해 연합왕국과 동영이 손을 잡았다는 것도 추측일 뿐이고, 저들과 타협을 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대로 대결 가능성을 묵과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야. 왕국과의 대결에 대비해 상승군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승도는 진지하게 그 생각을 했다.

그가 상승군에서 연합왕국 출신들을 솎아낼 것을 검토한 것은 이미 그 심중에 대결 가능성이 명백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결과로 우리 군의 전력이 약해지더라도 하는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승도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냉철한 왕국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몇 년을 그와 생사를 같이한 사이였다.

그들에게도 ‘의리’라는 것이 있다면 혹 그의 편에 설지도 모른다.

승도는 그 문제에 대해 연합왕국 장교들을 전부 불러놓고 질문을 던질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체면’ 때문에라도 대답이 일괄적으로 나올 위험이 있었다.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되진 않을 듯했다.

‘한 사람씩만 불러서 생각을 들어볼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이야기가 돌 텐데.’

생각을 할수록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잠겨 있자 은비는 조용히 그 옆으로 다가와 차를 내려놓았다.

승도는 아내가 가져온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눈을 감았다.

그는 한참 고민을 하다 마음의 결심을 내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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