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47화 (347/425)

제347화. 전운 (1)

승도는 생각 끝에 하비를 불러오게 했다. 하비는 상승군 육군의 관리자로서 별 세 개를 어깨에 달고 있었다.

대규모 근대 육군을 건설하지 못한 신에서 삼성 장군은 사실상 군의 최고 계급에 해당되었다.

하비는 승도 앞에서 딱딱하게 예를 차렸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경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 불렀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 전에 경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으면 합니다.”

“무엇을 말씀드리면 되겠는지요.”

“나는 지금까지 경에게 계약에 따른 신의를 충분히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 역시 그러했지요. 그 신의를 믿고 묻는 것인데, 만에 하나 경의 조국과 우리 신이 대립 국면에 들어간다면 경은 누구의 편을 들겠습니까.”

“그 대답은 이전과 같습니다, 전하. 저는 전하께 신의를 다하지만 제 조국에는 총을 들이댈 수 없습니다. 그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승도는 그 대답이 몹시 섭섭하게 느껴졌다. 역시 계약에 의한 관계를 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통 귀족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왕국 장교단으로서는 자국을 선택하리란 것은 어렴풋이 예상했다.

“다른 장교들도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예, 저희는 신의와 계약을 중요하게 여기는 귀족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조국에 무기를 드는 행위를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어 고맙습니다.”

“한데 무슨 일로 그 같은 질문을 하신 것입니까.”

“경의 조국과 내 나라가 부딪칠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아 꺼낸 말입니다.”

“곤란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이 사람도 일이 그리되길 바라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경이 이 문제에서 나설 수 없을 것 같다는 건 확실하군요.”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승도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리되었으니 당분간 경에게 현 직위를 맡기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훈련 부대로 자리를 옮겨 교육을 맡아 주었으면 합니다.”

승도로서도 더는 그들에게 지위를 맡겨둘 수 없었다. 왕국과 대립한다면 그들의 손을 빌릴 수 없을 테니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비가 고개를 숙였다. 승도는 그런 그에게 손짓을 했다.

“이만 물러가 보세요.”

“예, 전하.”

승도는 하비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것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외국 출신들에게 군의 근간을 맡겨본 것은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 선택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연합왕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상승군의 지휘관들을 대거 물갈이하고 대결 태세를 갖추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선택에 내포된 위험이었다.

‘하는 수 없다. 왕국 출신들에게 의지할 수 없다면 로망스의 손과 발을 빌리는 수밖에.’

승도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로망스로부터 일정한 수의 고급 장교를 즉시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로망스가 신에 주재시킨 상인과 공관 인원 중에 군인 출신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 태반이 육군 지휘관으로서 경력을 쌓은 바 있어 급한 대로 불을 끌 정도는 되었다.

이들을 기용할 때의 장점은 언어 장벽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승도는 생각을 마치기가 무섭게 장원 총관에게 마차를 준비하게 했다.

잠시 후, 그는 마차를 타고 로망스 공관으로 출발했다.

로망스 공관은 그의 장원에서 약 이십 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준마 여섯 필의 마차가 바퀴 소리를 내며 공관 앞으로 다가오자 푸른 군복 차림의 로망스 병사들이 황급히 문 앞으로 달려왔다.

마부가 신분을 확인해주자 그들은 무례를 범했다는 얼굴을 지으며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마차가 천천히 멈추었을 때, 승도의 방문이 벌써 전해진 것인지 공사가 현관으로 나와 있었다.

공사는 마차에서 내리는 승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전하께서 저희 공관을 찾아 주셨군요.”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공사가 정중하게 그를 안내했다.

공사가 안내한 곳은 집무실이나 응접실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된 회의실이었다.

평소 공관에 주재하는 고위 책임자들이 모여 쓰는 장소인 듯 방은 널찍하고 고급스러웠다.

승도는 그 풍경에 만족하며 적당한 자리에 먼저 앉았다. 공사는 고용인에게 차를 내오게 하고 그 앞에 앉았다.

“차를 드시고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공사가 묻자 승도는 고개부터 저었다.

“아닙니다. 급한 용건이니 그냥 말하도록 하지요. 공사를 찾아온 이유는 로망스 출신 군 장교 경력자들을 당장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로망스 출신 군 장교 경력자를 말입니까.”

공사는 그 대답에 적잖이 놀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승군에는 왕국 출신 장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얼마나 구해드리면 되겠습니까.”

“급한 소요 인원 일부는 강주 군관학교에서 조달할 예정이라, 스무 명 정도만 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무 명이나. 갑자기 왜 구인을 하려는지 이유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실은 왕국과 갈등이 좀 생겨서 ‘왕국 출신’들에게 군권을 맡기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로망스가 협조를 해준다면 우리 쪽이 좀 더 강경하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승도의 대답에 공사는 턱을 매만졌다. 듣고 보니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로망스의 극동 정책은 기본적으로 연합왕국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것에 맞추어져 있었다.

신이 그 역할을 자청해 준다면 돈과 사람을 대주는 것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공사는 잠시 셈을 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 번 구해 보겠습니다. 모자란다면 저희 무관이라도 내드리지요.”

“하하. 말씀만으로도 고마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연합왕국과 마찰을 빚을 건수라도 있는 것입니까.”

“유구 문제가 있습니다.”

“그 건으로 왕국과 대립하시는 거면 조금 성급하신 생각이신 듯합니다.”

“아닙니다. 시기상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명분과 실력 모두를 갖춘 상태입니다.”

“장교 경력자만 보태드린다면 충분한 겁니까?”

“도와주신다고 하니 하나만 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로망스 본국에서 연합왕국 본국을 견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우리도 충분히 이 문제에서 입장을 강하게 낼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도와드리지요.”

공사는 승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승도는 공사와 악수를 나누고 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공사관을 나선 순간부터 이번 문제와 관련한 전략을 냉철하게 구상하기 시작했다.

‘일이 꼬여서 왕국과 대결을 벌인다고 가정할 때, 승리에 필요한 카드는 다 갖추어져 있는가?’

그는 생각했다.

먼저, 글라이더가 있었다. 왕국은 생각하지 못한 수단의 ‘군용 병기 화’는 상승군에게 보다 탁월한 시계를 가져다줄 것이다. 정보의 강점은 승리의 중요한 요소였다.

두 번째로 상승군은 연합왕국에 대해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질적으로 뒤지긴 하지만 아마 왕국이 ‘어려운 처지’에서 짜낼 수 있는 군사력보다는 월등한 머릿수를 동원할 수 있을 터다.

수적 우세는 지킬 곳이 많은 신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세 번째로 기뢰를 보유한 잠수함이 준비되고 있었다. 적이 생각하지 못한 이 병기는 왕립 해군이 생각한 전쟁의 판도를 새로운 형태로 이끌 수단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느 전쟁이든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자가 우세를 점하기 쉬웠다.

네 번째로 그에게는 지뢰가 있었다. 지뢰는 왕립 육군의 질적 우세에 대항할 훌륭한 보조 수단이었다. 이상의 수단을 고려할 때, 승도는 승리의 기본적인 요소는 대강 갖추고 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왕국이 생각보다 많은 군사력을 보낼 수도 있었고, 이번 도발처럼 동영이 그 장기짝이 되어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싸움은 예상보다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신의 전쟁은 존망을 건 도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왕국은 더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 저들은 동영을 움직여 우리와 대결할 자세를 보였다. 이제 남은 건 우리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수밖에 없지. 상승군 장교들의 훈련 부대 이동은 저들에게 충분한 의사 표시가 될 거다.’

승도는 마차의 좌석에 몸을 묻었다.

***

왕국 측도 승도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상승군에서 연합왕국 출신들이 대거 방출되고, 그 자리를 로망스 출신들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주는 ‘신호’는 명백했다.

신은 왕국과 대결을 취할 의사가 분명 존재했다.

승도는 로망스 출신들과 더불어 연합왕국 육군에 대항할 육상 방어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대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가 방위 전략’의 수립은 반드시 필요했다.

거대한 지도를 앞에 두고 로망스 장교들이 지휘봉을 들었다.

“먼저 연합왕국이 공격해 온다는 가정 하에 침공 전략은 다음과 같다고 예상됩니다. 제1단계, 전쟁 의지를 빼앗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주목할 목표는 대하입니다. 대하를 차단하고 수운을 막음으로써 신의 조기 항복을 유도하는 방안입니다. 연합왕국으로서는 가장 비용도 적게 들고 손쉽게 승리하는 전략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은 역시 해군이겠지요. 이를 막을 수단이 있다면 다음엔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1단계에서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왕국은 제2단계로 전환할 겁니다. 이럴 경우 가치가 있는 전술적 표적을 타격하는 전략으로 선회합니다. 신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 근대 시설물들과 도시가 그 표적이 될 겁니다.”

“구태여 수도를 타격하지 않고 그런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뭡니까?”

“그건 신의 군사력이 만만하지 않아서입니다. 이 과정을 수반해야 신의 육상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승도는 그 판단에 동의했다.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로망스 장교 경력자들의 역량을 시험해본 질문에 가까웠다.

“그다음이 수도에 대한 공격이겠군요.”

“맞습니다. 3단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확실한 정치적 승리를 목적으로 한 공격이 나올 겁니다. 그만한 표적은 수도 외에 찾기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2단계 공격을 최소의 자원으로 막아내고 수도로 오는 적을 막는 것인데.”

“예, 전하. 이 과정이 이 전쟁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겁니다.”

“그대들의 역량을 시험할 겸 한마디 묻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 신이 취해야 할 방어 대책으로서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로망스 장교 하나가 나섰다. 그는 로망스의 상관에 주재하던 상인으로 한때 육군 장교로 복무했던 몰락 귀족이었다.

이름은 로베르. 대령 계급까지 지냈던 자로 군사적 식견이 있는 자였다.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후를 바꾸어 2단계의 표적에 전력을 집중하고 수도를 비우는 겁니다.”

“수도를 비운다? 적에게 제도를 내주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적은 기동력을 가지고 있고 표적을 고를 수 있는 입장입니다. 어디든 우리는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전쟁을 위해 가장 가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고려하고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가 정치적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황실과 정부만 대피시킨다면 수도의 가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으로 전하께서 입으실 피해만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요.”

“무엇보다 이렇게 하면 적을 수도로 확실히 끌어들인 후, 결전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적으로서는 다른 표적을 포기하고 수도로 진공한 만큼, 그곳에서 강화 협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버티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의 강점 하나를 뺏어 결전의 기회를 잡는다는 개념이군요.”

“맞습니다.”

그의 의견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문제점 하나를 짚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가 병력을 분산시켰다가 제도를 탈환하러 움직이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가치가 적은 수도라 해도 오랜 시간 적의 수중에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긴 합니다.”

“그렇다고 가정할 때 우리가 수도 탈환에 동원 가능한 병력으로 제도에 있는 왕립 육군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건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북경의 성벽을 낀 붉은 코트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끔찍한 대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제한된 전력으로.

“하면 다른 방법을 써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다른 방법이라면.”

“군을 셋으로 나누는 겁니다. 전부 지킬 수는 없지만 핵심 지역 세 곳은 철저히 방어하는 개념입니다. 강주와 대하 하류, 그리고 북경 말입니다. 이 세 곳을 방비하면 제국 전체를 지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세 방향 모두가 집중된 왕립 육군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 군데 중 한 곳에 병력을 집중하고 나머지 두 곳에 허장성세를 가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적을 속여 진실로 아군이 있는 곳에 오게 한다? 하지만 왕국의 정보력을 감안하면 너무 위험한 도박 같군요.”

승도는 자신의 실력을 낮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과소평가하지도 않았다.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패배의 주요인 중 하나였다.

현명한 지휘관이라면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로망스 인들은 한참 의견을 내었지만 승도의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어딘가는 허점들이 꼭 있었다. 물론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해권을 쥔 상대를 상대로 제한된 전력으로 만족할 만한 방어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좀 더 확실한 방어 전략을 세울 방법이 있을 듯도 싶었다.

승도는 지도를 보다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경들의 생각을 조금 고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저희 의견을 고친다 하시면.”

“먼저 대국적인 부분을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왕국의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 힘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 적당한 수가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왕국의 힘을 줄인다면.”

“일단 저탄소가 날아간다면 왕립 해군의 작전 능력은 크게 줄어들겠지요.”

“맞습니다.”

“아문에 있는 저탄소를 파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럴 만한 대포는 물론 없다. 왕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노출시킬 리가 없으니까.

로망스 인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이 사람도 예전에 광산을 경영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입니다.”

석탄은 사실 굉장히 파괴하기 쉬운 물건이었다. 탄광에서 쉽게 일어나는 ‘분진 폭발’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으로 모든 것을 날려버리곤 했다.

그 미세 분자들은 자그마한 불꽃만으로도 그 큰 광산을 무너트리는 위력을 자랑했다.

저탄소 역시 탄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곳에서 분진 폭발만 일으킬 수 있다면 저탄소를 날려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분진 폭발이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하, 그런 폭발을 일으키자면 저탄소에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말에 승도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능합니다. 이 사람의 수족들은 아문에도 퍼져 있습니다. 적당한 돈만 준다면 그들은 저탄소 정도는 쉽게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저탄소에서 석탄을 넣고 꺼내는 일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했기에 신의 사람들에게 맡겨져 있었다. 그의 손이 닿는 ‘방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킨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승도는 자신의 생각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었다.

“저탄소가 날아간다면 왕국 해군의 장갑함들은 멀리 남방에서 보급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럼 작전 반경은 기껏해야 대륙 남반부에 그칠 겁니다.”

“그 정도라면 일단 2단계의 표적은 좁혀 놓은 셈이군요.”

“가능하다면 그럴 겁니다.”

“그 가정 하에 전쟁을 치른다면 승패는 북경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남쪽 강주에서 승패가 판가름 나겠지요.”

로망스 인들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저탄소만 파괴한다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천하의 연합왕국이라도 석탄 없이는 장갑함을 부릴 순 없을 테니까.

그들은 오랫동안 방위에 대한 부분을 가지고 논의를 나누었다.

승도는 이 방어 계획을 세심하게 입안하면서도 ‘당장’ 전쟁으로 치닫지 않기를 희망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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