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48화 (348/425)

제348화. 전운 (2)

동방의 전운은 점점 고조되어 갔다. 신은 동영에 항의 국서를 보내고 책임 있는 관료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며 동영의 주차대신도 추방해 버렸다. 그 격한 반응에 동영은 ‘오해’라는 형식적인 변명만 던지고 사과를 회피했다.

이에 신은 장갑함을 남포에 보낸 데 이어 여섯 척의 대형 프리깃함을 대양으로 보내 동영의 범선들을 여러 척 나포했다. 신은 이 ‘나포 조처’가 려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이 본격적으로 무력행사를 시작하자 동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수면 아래로 연합왕국 측에 협조를 요구했다.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했는데 혼자 두드려 맞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왕국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 건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왕국은 이 요구에 응하여 신의 총리아문에 서한을 보냈다.

“우리 연합왕국은 작금에 이루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바이다. 신은 이성을 가지고 이 사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되풀이된다면 이는 동방의 평화와 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것은 동방의 차원을 넘어 이 질서에 편승한 우리 서역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가져오는 바, 우리 왕국이 개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그 일은 우리도 신도 바라지 않는다고 믿는다. 양국의 상호 공존과 번영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거창한 수식어를 제외하면 내용은 대충 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동영에 더는 손을 대지 말라는 경고로군. 그렇다면 내 예상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연합왕국은 동영과 손을 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들의 도전에 대해 신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승도는 고심 끝에 조정에 조회를 소집하게 했다. 모처럼 조회가 열리자 조정 관료들이 줄줄이 황궁으로 입궐했다.

황제 역시 지루한 후궁에서의 생활 대신 대전에 나오니 살 것 같다는 표정을 하며 슬쩍 얼굴을 비쳤다.

승도는 그들 모두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곧, 모든 참석자들이 대전에 들자 승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사람이 중대한 이야기가 있어 여러 신료 여러분을 이곳에 모시게 하였습니다.”

“중대한 이야기라니, 뭔가 사달이라도 일어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신의 운명이 걸린 일이 생겼습니다.”

승도의 이야기에 황제가 흥미를 보였다.

“우리 신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동영과 연합왕국, 두 나라가 우리 신의 존엄에 도전해 왔습니다. 총판장경이 황제 폐하와 여러 대신들께 설명해 주세요.”

“예, 전하.”

승도의 명을 받은 건문이 앞으로 나섰다.

“조정에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동영이 우리 우방인 려에 대해 무력 도발을 감행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강주 왕 전하께서는 함대를 보내 응수하셨습니다.”

“당연한 처사입니다. 대국으로서 우방을 돕는 것은 해야 할 도리이지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건문은 더 들어보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그 동영을 응징함에 대해 연합왕국이 개입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무도한 일이 있나.”

“이런 일이 가능한 경우는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두 오랑캐가 이익을 위해 손을 잡은 경우 말입니다.”

“두 오랑캐가 손을 잡았다고 하면.”

“유구와 려. 둘을 나누어 먹겠다고 약속한 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모두 우리의 번병들이 아닙니까. 그들을 넘보겠다는 것은 우리의 위치에 대한 도전이고, 위협입니다.”

“맞습니다. 해서 강주 왕 전하께서 조정의 대신들과 폐하를 모신 것입니다.”

건문의 말에 조정대신들이 술렁이며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갑작스레 최강의 열강과 섬나라 오랑캐 모두를 상대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놀라면서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황제는 내심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적 놈이 궁지에 몰린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제국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 복잡다단한 상념이 이어지는 속에 승도가 입을 열었다.

“일단 이 사람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조정의 중론을 모아 연합왕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지, 아니면 여기서 우리 지위를 포기하고 물러설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그건 당연히 아니 될 말입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리 신은 번병 하나 남지 않는 제국이 됩니다.”

“맞습니다. 천하에 동맹 하나 없는 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물러서시면 아니 될 일입니다.”

대신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수도 있었지만 ‘체면’이 언급된 이상 이들이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실 승도는 그것을 노리고 선택지를 주었다.

그의 의도대로 조정의 뜻을 확고하게 하나로 모으려는 생각은 적중했다.

“좋습니다. 여러 대신들의 말씀에 이 사람도 힘이 납니다.”

“하온데, 전하. 그 강경한 입장이란 게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연합왕국의 제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동영 상선을 나포하는 것입니다.”

승도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지만, 이는 연합왕국이 전쟁을 선언할 위험이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신도 여기서 굴복했다간 유구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려의 믿음도 잃을 테니 물러설 수 없었다.

“양이들이 과연 가만히 있겠습니까.”

“가만히 있지 않더라도 당장 손을 쓰진 못할 겁니다.”

적어도 승도는 그 점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천하의 연합왕국이라 해도 당장 극동에 가진 전력만 가지고 제국을 상대로 싸움을 걸 능력은 없었다.

연대 한두 개에 군함 약간으로 싸움을 걸기에 신은 너무나 큰 상대였다. 소규모의 중소국가조차 그 정도로는 간단히 먹어치우기 어려웠다.

그러니 전쟁을 결심하더라도 시간은 있었다. 그리고 이 강경한 태도를 보고 연합왕국이 물러날 가능성도 있었다. 아직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할 이유는 없었다.

승도의 대답에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그 문답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한데 양이들이 진정 침공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예, 폐하. 그에 대해서는 신이 이미 손을 써두었습니다. 방어에 필요한 제반 계획과 준비 모두 철저히 준비하였으니,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 말이 진정이요?”

“신이 어찌 폐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염려 놓으셔도 좋사옵니다.”

“알았습니다.”

황제는 승도의 대답에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가 그토록 철저히 준비를 해두고 있다면, 연합왕국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실각을 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기회가 온다면 짐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오승도, 네놈이 끝나는 때가 될 거다.’

황제는 입을 다문 채 조회를 지켜보았다.

승도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신료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조정에 남은 승도의 반대파 중 하나인 임경문이었다.

“강주 왕 전하.”

“말씀하시지요.”

“전하께서는 분명 양이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 말하였지요.”

“하면 이 늙은이에게 양이와 싸울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늙은이는 과거 전하와 더불어 양이와 당적한 몸입니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다시 한 번 제국을 위해 무기를 들고 싶습니다.”

“대인께서 몸소 말입니까?”

“늙긴 했지만 이 늙은이의 기량이 아직 쇠하였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좋습니다. 대인을 양강 총독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니 단련을 모아 이 사람의 뒤를 받쳐주시길 바랍니다.”

“진정이십니까?”

“물론입니다. 대인과 최근 사이가 불편해지긴 했지만 제국의 운명을 놓고 등을 돌릴 만큼 관계가 나쁘다 여기지는 않습니다.”

승도의 말에 임경문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전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승도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임경문이 전장에 나서기를 자처하자 다른 자들도 하나둘 손을 들었다. ‘불패의 상승장군’인 승도가 지도하는 전쟁인 만큼 패할 리는 없다. 그러니 이참에 공이라도 세워보자는 심산으로 끼려는 자들이 보였다.

승도는 그런 이들 중 신중하게 몇몇을 골라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이번 전쟁은 상승군의 힘만으로 치르기에는 어렵고 힘든 싸움이었다.

그런 만큼 거국적인 태세로 전쟁 준비를 다져두어야 했다.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연합왕국’이 겁을 먹고 물러설 정도가 되도록 말이다.

승도는 조정 대신들의 지지 속에 동영과 연합왕국에 대한 입장을 확정했다. 이제 전쟁에 대한 선택권은 그들에게 넘어갔다.

***

“전방에 동영 상선입니다.”

망원경을 든 사관의 보고에 로망스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것을 낚아채 자신의 눈으로 가져갔다. 그는 잠시 수평선 방향을 훑다 코를 문질렀다.

“잘 되었군. 뭘 기다리나. 당장 쫓아가서 나포한다.”

“예, 각하.”

로망스 사내는 두툼한 손을 문질렀다. 나포에는 특별 수당이 붙어 있어 한 척을 나포할 때마다 이익이 쏠쏠했다. 려에 한 척을 넘길 때마다 신의 정부에서 배 가격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값을 지불했는데, 그 돈은 뱃사람들의 눈이 뒤집힐 정도로 컸다(물론 신은 그 대가로 려 정부로부터 특산품을 현물로 넘겨받기로 함. 경제 규모가 작은 려의 사정을 고려한 조처).

연합왕국 해군이 애용하는 ‘나포 포상금’ 제도를 고쳐서 만든 ‘포상금’ 제도로 이 수익이면 몇 년 치 월급이 뚝뚝 떨어졌다. 모두가 눈이 시뻘겋게 변해 상선을 찾지 못해 안달일 수밖에 없었다.

함장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동영 상선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의 눈에는 상선이 배로 보이지 않았다. 저것은 돈 다발이었다. 아니, 움직이는 은행이었다.

그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있을 때 배가 한차례 진동했다. 몇 발의 포탄이 바다를 가르고 날아가더니 동영 상선의 후미에서 거대한 물기둥을 일으켰다.

그 꼴을 보고도 동영 상선은 겁을 먹지 않고 직선으로 계속 달렸다.

“상선에서 물품을 바다로 버리고 있습니다. 배를 가볍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 건방진 놈들이 지금 내 앞에서 달아나 보겠다고?”

함장이 인상을 썼다.

곧 두 번째 포격이 날아갔다. 이번에도 포격은 배 주위에서 물기둥을 일으켰다. 그것을 본 함장이 고함을 질렀다.

“지금 뭘 하나. 똑바로 조준해서 놈들 배를 맞춰. 배 값을 걱정하다간 한 푼도 못 받는단 말이다.”

그의 일갈이 전해졌는지 세 번째 포격은 배에 보다 더 가깝게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명중탄이 나왔다.

콰쾅!

배로 포탄이 정확히 뚫고 들어가며 목재 파편이 튀겼다. 모르긴 몰라도 배 가격이 꽤나 떨어졌을 것이다. 군함과 달리 상선은 구조가 약해 몇 방만 맞아도 내구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함장은 그 점은 아쉽게 여겼지만, 도망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쏘아진 사슬 탄이 배의 마스트 하나를 부러트렸다. 그것을 본 함장이 주먹을 쥐며 외쳤다.

“좋아. 바로 그거야.”

그의 탄성과 함께 상선의 속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먹이는 그의 입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함장은 손을 비빈 다음 배에 탑승한 용병들을 불러 ‘육전’을 준비하게 했다.

식사 준비는 끝났으니 남은 것은 잘 차려진 진수성찬에 포크를 가져가는 일만 남았다.

함장이 득의만면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장루원이 외쳤다.

“각하, 군함입니다!”

“응? 군함이라니?”

함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동영은 그들의 통상 파괴에 대항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전열함은 너무 느리고 둔하여 대형 프리깃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그들이 사들인 프리깃은 대형 프리깃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얼마 전에 사들인다고 이야기가 돈 장갑함도 마찬가지, 그것들은 너무 느려 대형 프리깃의 그림자를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니 군함이 기어 나와 통상 파괴에 대항한다는 생각은 망상이었다.

“잘못 본 것 아닌가?”

부장이 외치자 장루원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입니다. 전방에 군함입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함장은 망원경을 들고 상선의 너머를 살폈다.

잠시 수평선을 훑던 함장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건. 설마.”

설마 했지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정말 군함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진짜’였다. 그것도 거북이처럼 느린 전열함이.

전열함이 대형 프리깃을 향해 도전해오는 경우는 적어도 원양에서는 상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교적 정확한 정보만 담보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연합왕국’ 정도로 방대한 상선이 바다에 깔려 있다면 상대의 동선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 전열함으로 대형 프리깃을 추적한다는 미친 짓도 가능했다.

함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전열함은 마주치지 않을 때는 우스꽝스런 존재이지만, 마주친다면 최악의 적이었다. 화력에서 대형 프리깃을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압도하는 존재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회, 회피한다. 좌현으로 침로를 돌려라.”

함장의 외침에 배가 급하게 방향을 돌렸다. 하나 장루원이 재차 외쳤다.

“측면에도 군함입니다.”

“뭐?”

동영의 군함은 그렇게 수가 많지 않았다. 이건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 누군가가 동영 군함들을 인도하지 않고는.

‘연합왕국인가.’

그들의 상선이 정보를 흘렸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대형 프리깃이 활동하던 구역에서 연합왕국 상선들이 하루나 몇 시간 간격으로 지나간 일이 있었으니까.

그들의 정보를 취합한다면 대강의 동선과 움직임을 추론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결정적인 덫’을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염병할.”

함장은 욕설을 내뱉고 짧게 명령했다.

“침로를 다시 돌린다. 90도를 선회하여 왔던 방향으로 돌아간다.”

그 판단은 옳았다. 적어도 왔던 항로상에서 적이 있다는 징조는 느끼지 못했다.

그는 거기에 희망을 걸고 배를 몰았다. 5분에 걸쳐 배가 돌아가는 동안에도 장루원은 위협을 보고하지 않았다.

함장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적의 전력으로는 막강한 대형 프리깃을 잡을 능력이 되지 않았다. 강한 적은 피하고, 약한 적은 두드려 패는 이 비열한 함정을 잡기에 저들의 역량은 너무 모자랐다.

연합왕국이라도 자신들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함장은 안도하며 ‘잃어버린 먹이’에 대한 아쉬움을 털고 탈출을 지휘하기로 했다.

그때 장루원이 외쳤다.

“후미에도 적함 출현입니다.”

“뭐?”

그제야 함장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렇게 되면 일은 아주 고약하게 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를 갈며 장루원에게 물었다.

“함종은?”

“프리깃입니다.”

훈련된 장루원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프리깃 한 척인가?”

“두 척입니다.”

두 척. 싸우기에 애매한 숫자였다. 화력으로 보자면 2척이 대형 프리깃보다 강했다. 하지만 내구력을 감안하면 못 싸울 싸움은 아니었다. 문제는 ‘프리깃’은 승부가 날 때까지 따라올 속도가 있다는 점이다.

함장은 잠시 셈을 해본 다음 명령했다.

“침로는 유지한다. 현 항로로 움직여 적의 프리깃을 뚫고 탈출한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좋아. 염병할 프리깃들을 이참에 싹 쓸어버리도록 하지. 전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사관들이 급히 갑판 아래로 달려가며 ‘전투 준비’를 외쳤다. 편안한 통상 파괴전만 수행해온 그들로서는 처음 겪는 ‘제대로’ 된 전투였다.

함장은 그것이 걱정이었지만 그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일, 연합왕국이 끼어들고 있다. 통상 파괴전에. 그렇다 하면 그들은 우리와 싸울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우려스럽군.’

그렇다고 해서 싸움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로망스에서 나고 자란 뱃사람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연합왕국의 뱃놈들을 증오하는 인간이었다. 그들과 싸울 기회가 있다면 죽을 자리도 마다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함장은 망원경을 접은 후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는 모자를 고쳐 쓴 후 높은 함교로 향했다. 이제 그가 서 있을 곳은 갑판이 아니라 이곳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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