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화. 전운 (4)
짐을 나르는 인부들 사이에 칼자국 사내 하나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 주변으로도 몇몇 사내들이 아무렇게나 앉아 곰방대를 물고 있었다. 그들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바로 인부들을 부리는 ‘방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방을 관리하는 유협들은 느긋하게 오후를 보내며 오늘 수입으로 주사위나 만져볼까 고민을 했다. 칼자국은 동료들이 곰방대를 문 것을 보고 자신도 오징어 다리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일도 없이 이렇게 시간만 죽이며 보내는 곳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들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통통한 장년인 하나가 불쑥 모습을 비췄다. 보기에는 별로 대단한 인간이 아니었지만 유협들은 그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자국도 얼른 질겅이던 오징어 다리를 뱉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뚱뚱한 장년인은 그런 그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다 입을 열었다.
“게으르고 한심한 것들. 이렇게 멍청하게 늘어져 있는 네놈들을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기겠나.”
“죄, 죄송합니다. 방주님.”
“에이, 자라 같은 놈들. 지금부터 일거리를 줄 테니 숨도 쉬지 말고 명령한 대로 움직여라. 알겠나?”
“예.”
“좋아. 부두부터 배까지 돌면서 우리 방에 속한 애들을 전부 데리고 와라.”
“예? 일을 하는 중에 말입니까? 그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그건 상관없다. 다 데리고 와.”
“하나 반발이 있을 겁니다, 방주님.”
“그놈의 일당, 관에서 지급해 주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니 잔말 말고 다 끌고 나와.”
“예, 옛.”
유협들은 명령을 받고 부리나케 곳곳으로 흩어졌다. 곧, 일대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너희들은 뭐냐?”
“우리는 백운방 사람들이다. 방주님의 명령대로 우리 인부들을 데려가야겠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사람을 데려가겠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냐?”
“방주님의 명령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 방주님이 명을 내렸으면 그런 것이지.”
유협들은 거칠게 서역인들을 밀치고 들어가 인부들을 막무가내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역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로서도 그냥 두었다간 장사를 망칠 판이었다.
“거기 멈춰라.”
그들이 고함을 쳤음에도 유협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칼 밥을 먹고사는 그들이 위협 정도에 겁을 먹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진짜 피를 본다면 모를까.
그들은 서역인들의 뒤에서 머뭇거리는 인부들을 향해 외쳤다.
“당장 움직이지 못해? 방주님께 쓴맛을 보고 싶나?”
그 말에 인부 몇이 움직였다. 그러자 서역인들 중 윽박질렀다.
“일당을 받기 싫나?”
하지만 동방인들은 그 협박에 넘어가지 않았다. 서역인들의 협박보다 방주의 위협이 더 두려웠다. 방에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했다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린치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처참한 꼴을 당하느니 며칠 배를 곯는 편이 나았다.
일꾼들이 하나둘 짐을 내려놓고 움직이자 서역인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문에서 일하는 동방인의 절반 이상이 이곳을 나갈 태세다.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동방인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이 아문을 제대로 돌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체 인력을 구하려 해도 당장 마비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동방인들이 줄을 지어 항구에서 이동하자 서역 상인 중 하나가 급히 아문총독부로 달려갔다.
그는 총독에게 일꾼들의 탈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과거 윈스턴 상회가 비슷한 경우를 당했을 적에는 묵인했던 총독부였지만, 이번은 사정이 달랐다. 왕국 상인들의 이익이 달린 문제였다.
더구나 항구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대거 움직이는 일이니 그들도 묵시할 수 없었다.
“동방인들을 막아라.”
기마경찰이 황급히 출동해 아문에서 나가는 길을 막아섰다.
그러자 동방인들 사이에서 사내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뱁새눈을 가진 유협은 능글거리는 어조로 왕국 경찰에게 물었다.
“우리가 죄를 지어서 길을 막는 거요?”
“그렇다.”
“무슨 죄를 지은 거요?”
“계약을 위반한 죄다. 너희는 우리 상인들과 계약을 했고 그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다.”
“그 얘기라면 조금 이상하군요. 우리 임노동자들은 귀국 상인들에게 일당을 매일 지급받은 것이 전부인데.”
기마경찰도 자신들의 논리가 궁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매일매일 일당을 챙겨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네놈들이 이곳에서 장기간 일을 해온 것도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네놈들이 계속 일을 하는 것은 ‘신의’에 속하는 일이다.”
“하하하. 서역 양반 입에서 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들으니 참 궁색하구려. 그 말이 설득력이 없다는 건 자신도 잘 알 거요. 우린 가겠소.”
“서라. 여기서 우리 총독부의 허가 없이 아문을 나서는 자에겐 발포하겠다.”
그 말에 뱁새눈이 슬쩍 걸음을 멈추었다.
양이들은 어디서나 제 본위로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만큼 정말 총을 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쉽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뱁새눈은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러긴 쉽지 않을 거요. 우리가 한두 사람도 아닌데 총질을 하면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소?”
“모두가 용기를 내는 일은 어렵지. 한두 명 정도라면 얼마든지 죽여줄 수 있다. 우리에겐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지.”
기마경찰은 궁색한 변명을 집어치우고 힘으로 그들을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뱁새눈은 그 모습을 보고 뒤에 눈빛을 던졌다. 어쩔까 묻는 눈이다.
방주는 그 눈빛을 받더니 턱을 매만졌다. 강행한다면 희생이 날 일이다. 하지만 이 일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는 강주 왕, 천하제일의 권력자 오승도가 명한 일이다. 그가 하고자 해서 안 된 일은 없었다. 그의 입에서 명령이 나온 이상 이 일은 이루어져야 했다. 반드시.
방주는 이를 악물었다.
‘강행해.’
방주가 눈짓을 하자 뱁새눈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양이의 말은 무시한다. 우리는 조정의 뜻을 받들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가족들이 조정의 처벌을 받길 원하는 자가 있나?”
가족애가 유난히 강한 하카 출신들에게 그 말은 ‘죽음도 불사하라’는 명령으로 들렸다. 그들은 뱁새눈의 말에 따라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기마경찰들의 눈이 흔들렸다.
정말 총을 쏘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총을 쏜다면 신과의 관계는 끝장난다. 그렇기에 엄포로 일을 처리해야 했었다.
하지만 공갈은 통하지 않았고 탈출은 현실화되었다. 그렇다면.
기마경찰들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총을 내렸다. 인부들의 행렬은 그 앞을 승리자라도 된 양 스치고 지나갔다.
그 와중에 유협 하나가 이죽이며 기마경찰들 앞으로 침을 뱉었다.
“멍청한 양이들, 입만 살았어.”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앞으로 지나갔다.
그 순간 모욕감을 참지 못한 경찰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총을 들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 총성과 함께 유협 하나가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무슨 짓이야?”
다른 경찰들이 당황하여 총을 쏜 경찰에게 소리쳤다. 일이 이리된 이상 그냥 보내주는 것이 나았는데 총을 쏘고 말다니. 이건 일을 키우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동료의 죽음을 본 유협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형제의 원수’를 외치며 기마경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칼을 들고 달려들자 기마경찰들은 본능적으로 손에 든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총성이 연거푸 울리면서 아문 입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 빠졌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와중에 기마경찰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자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총을 쏘아댔다.
죽어나가는 자들은 순식간에 열 명을 넘었다.
이 무지막지한 학살의 와중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줄을 지어 아문 경계 밖으로 달아났다.
때 아닌 기마경찰의 폭주(?)에 놀란 아문 당국은 황급히 헌병대를 출동시켜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이미 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죽어 나간 자들은 자그마치 이백이 넘었다.
이백.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이 정도의 피는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전쟁의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었다.
***
승도는 자신의 ‘최후 경고’가 연합왕국 측의 자중을 이끌 마지막 계기가 되리라 믿었다. 그는 이것으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를 희망했다. 아마 이성적인 연합왕국 외교가에서도 그 같은 해결책을 원하리라, 그는 믿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참하게 배신당했다.
승도는 불안을 떨치기 위해 상승군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던 중, 총리아문으로부터 들어온 전문 한 통을 받아보았다.
그는 천천히 전문을 훑다 놀라 그것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의 격한 반응에 주위 장교들이 놀라 달려왔다.
“전하, 무슨 소식이기에 그리 놀라신 것입니까.”
“전하.”
승도는 그들의 물음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 겨우 입을 열었다.
“연합왕국이, 이 사람의 경고에 도전으로 대답했소.”
“그게 어찌된 일입니까.”
승도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전문을 가리켰다. 장교들은 급히 전문을 주워 읽어보았다.
잠시 후, 그들의 얼굴빛도 하얗게 질렸다.
“세상에. 천하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전하께서는 그저 노동자들을 철수하라 지시하신 것이 전부인데, 그에 대한 응수로 노동자들을 학살하다니요.”
“연합왕국의 의사는 이로써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불만을 보이면 오직 칼과 총으로 대답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승도는 분기를 감추지 못하다 발로 땅을 세게 굴렀다.
“이것이 진정 그들의 뜻이라면 이 사람으로서 취할 행동은 하나밖에 없소. 전쟁이요.”
승도의 결연한 의지에 모두가 공감했다. 그는 전쟁을 준비하고, 방어 계획을 수립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선에서 타협점을 내도록 상대를 압박하는 선에서 멈추려 했다.
그것이 그가 보인 마지막 절충의 한계였다.
하지만 상대는 그 고민을 무시하고 유혈로써 대답했다. 이는 이미 용인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다.
설령, 그가 이를 참고 넘어간다 해도 백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학살한 양이들을 응징하기를 원하는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기대를 걸 터였다.
그 기대를 배반한다면 아직 ‘완전하다’ 할 수 없는 신생 정권의 정치적 기반에 급속한 균열이 번질 수밖에 없었다.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왕국이 강을 건넌 이상, 그도 무거운 의지를 보여야 했다.
“하오시면.”
“지금 이 순간부터 동영과 연합왕국, 두 나라는 이 사람의 적이자 타도해야 할 대상이요. 동방에서 그들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그 응분의 대가를 받는 순간까지, 이 사람은 전쟁을 지속할 작정입니다.”
“전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에 따라 명을 하달하겠습니다.”
“예, 전하.”
“먼저 각 여단장은 부대로 돌아가 지휘권을 장악하고 이 사람의 지시가 내려지기를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각 포대에 전령을 보내 ‘임전 태세’를 명령하고, 명이 내려지는 즉시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세요.”
“전하의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해군에도 전령을 보내두세요. 이건 연합왕국이 시작한 전쟁인 만큼, 이 사람의 명이 내려지는 즉시 그들을 기습해서 쓸어버리도록 준비하라 이르세요. 그 책임은 이 사람이 지는 만큼, 우발적인 사고를 염려하여 포탄을 장전해두지 않거나 하는 실수는 범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세요.”
“그리 전하겠습니다.”
“조정에도 사람을 보내야겠습니다. 지금부터 조정의 금군 사령관에게 명을 전하고 황족들을 모두 유폐시키도록 하세요. 별로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뒤에서 귀찮은 잡음을 듣고 싶진 않습니다. 당분간 천자의 재가가 필요한 일에는 황후의 허가를 구하도록 조처하세요.”
“금군에도 명을 전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명을 받은 분들은 얼른 임지로 출발하세요.”
“알겠습니다.”
모든 장교들이 차례로 말을 타고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승도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한쪽 자리에 남아 있던 풍겸에게 말했다.
“장군은 강남으로 출발해서 정의군을 다시 규합해 주세요. 앞으로 우리는 피를 흘릴 일이 많을 겁니다. 가능한 많은 병력이 필요할 테니, 장군의 역량을 기대하겠습니다.”
승도가 해체한 정의 군을 다시 조직해달라고 주문하자 풍겸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게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필요한 자금과 사람은 양강 총독으로 내려간 임대인께 협조를 구하도록 하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승도는 군 지휘관들에게 모두 명을 내리고 자신은 마차에 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을 시작하게 된 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사전에 왕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냉철한 전쟁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을 두려워하긴 했지만, 전쟁에서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전략가로서 그는 전쟁의 가능성을 본 순간부터 천천히 승리를 위한 기반 조건들을 모아오고 있었다. 그런 만큼 전쟁에 임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그가 마차에 오르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연합왕국 처녀의 존재에 승도는 약간의 껄끄러움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쫓아내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을 하긴 했지만 승도의 심복들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어 그 동선은 언제나 확인이 가능했다.
승도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다음 마부에게 말했다.
“로망스 공사관으로 갑시다.”
“예, 전하.”
마부가 공사관으로 급히 말을 몰아가자 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
“얼마 전에도 로망스 공사를 만나 뵙지 않으셨습니까. 오늘도 만나 뵈실 일이 있으신 건가요?”
일정에 없는 일이라 묻는 모양이었다.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관에 도착하자 승도는 비서에게 마차에 남아 기다리라 명하고 자신은 곧장 공사의 방으로 향했다.
공사의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 공사는 꽤나 여유로운 얼굴로 신의 지도 위에 여러 가지 기호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승도는 공사도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하, 오늘은 미리 약속을 통보하지 않으셔서 오실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그럴 것 같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테지요.”
승도의 대답에 공사가 범선 기호를 들고 바다 부분에 올리며 말을 받았다.
“문제라고 하면 역시 왕국 친구들이겠지요?”
“그런 셈입니다.”
“그들과 전쟁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피할 수 없다면 해야지요.”
승도의 굳은 대답에 공사가 범선 기호를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과연 동방 제일의 영웅이라 불리는 강주 왕 전하이십니다. 연합왕국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계실 전하께서 전쟁을 결심하시다니. 승산은 있으신 겁니까?”
“솔직히 10할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10할. 연합왕국을 상대로 꽤나 오만하신 말씀이시군요.”
100퍼센트의 승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체가 오만이긴 했다. 왕국은 1푼의 승산을 장담하는 것도 어려운 강적이기 때문이다.
“오만하진 않습니다. 현실이 그러하지요. 왕국이 전력을 기울일 수 있다면 공사의 예상이 맞겠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잖습니까?”
“하하. 한 방 먹었습니다. 전하의 말씀대로지요.”
“그래서 공사에게 협조를 하나 구하고 싶습니다.”
“왕국과 전쟁을 하신다면 무엇인들 도와드리지 못하겠습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당장 전쟁에 들어가면 우리는 왕국에 ‘계획된 시간’에 맞추어 일시에 선제공격을 가할 작정입니다. 저탄소를 비롯해서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쓸어버릴 생각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도 왕국을 상대하기는 버겁습니다.”
“물론 그러실 겁니다.”
“해서 왕국의 발을 좀 더 잡아 주었으면 합니다. 로망스에서.”
“저희가 왕국의 발을 좀 더 잡는다. 이를테면?”
“해협에서 기동 훈련 정도를 취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가능한 한 선박을 모조리 모아서.”
그 정도면 실로 대단한 무력시위였다. 해협을 건너 로망스의 대육군이 넘어올 수 있다는 태세만 갖추어도 연합왕국은 상당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해도 왕립 육군은 원정에 보낼 수 있는 군사력을 상당히 줄일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가능한 부분까지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사.”
승도는 공사와 악수를 나누고 전쟁에 대한 의지를 굳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