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화. 기습 (5)
아문 총독의 관저는 저탄소 폭발부터 사람이 수시로 들락거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그가 겨우 ‘필요한 지시’를 마치고 숨을 돌리려던 차에 집무실의 문이 걷어차이듯 열렸다. 그 자리에는 붉은 코트 장교 하나가 서 있었다.
장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쉰 다음 경례를 붙이며 보고했다.
“총독 각하, 포트 빅토리아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야만인들이 아문 경계를 넘어 해상으로 침공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총독은 이미 저탄소 폭발과 도시의 방화에서 신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가 그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해상에서 침공을 해오고 있다 해도 우리 해군의 공격을 최소화하려면 단시간에 상륙을 생각해야 할 터, 육상 회랑과 근접하여 이동하고 있다면 어차피 우리 요새들의 사거리 안에서 오고 있을 것 아니요. 그렇다면 요새들이 충분한 피해를 누적시킬 테니 격퇴는 가능할 거라 보이는데, 그리 호들갑을 떨 이유가 있소?”
“예. 발코니로 나오시면 이유를 아실 겁니다.”
육군 장교의 대답에 총독은 아문 입구 쪽이 보이는 발코니로 걸음을 옮겼다.
“저건 뭐요?”
총독은 요새 앞을 새카맣게 뒤덮은 검은 연기를 보고 물었다.
“야만인들이 부린 술책입니다. 열차에 연기를 내는 것들을 잔뜩 채워 우리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가뜩이나 일몰이 다 된 시간인데, 연기까지 있어서 포병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야만인들이 계획대로 무사히 상륙할 공산이 클 겁니다, 각하.”
“해군은 무얼 한단 거요?”
“출동을 요청하긴 했습니다만, 프리깃 몇 척을 제외하면 제시간에 저들의 작전을 방해할 위치까지 가기 어려울 겁니다. 일이 잘 풀려도 적 육군은 반 이상의 병력을 무사히 아문 내에 진입시킬 거라 보입니다.”
“육군에선 그들을 막을 방법이 있는 것이오?”
“보병연대를 동원해 차단을 시도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수적으로 우리의 열세가 확실한 이상 적은 우리 저지선을 쉽게 돌파하고 아문 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방어 구역을 축소하지 않는 이상은 시민들을 지킬 방법이 없습니다.”
“빌어먹을. 육군은 도대체 뭘 했기에 야만인들이 공격할 기미가 있는 것도 모른 거요?”
“죄송합니다, 각하.”
“되었소. 잘잘못은 지금 따지지 않겠소. 시민들의 안전 문제에 신경을 써 주시오. 그럼 방어 구역을 줄인다는 가정 하에 아문 사수는 가능한 거요?”
“불가능합니다. 야만인들이 아문에 들어온 시점에서 전투는 어렵습니다. 야만인 부대가 아문 시가지의 북쪽을 돌아 요새들의 배후로 접근하면 왕국 포병이 무력화됩니다. 그렇게 되면.”
“놈들이 육상으로도 대규모 병력을 증원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해군이 회랑을 포격할 수도 없는 야간을 틈타 넘어오면 저지 자체가 어렵습니다.”
“상황이 매우 불리하다는 말이군.”
총독은 육군 장교의 보고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발코니에서 홱 돌아서며 복도로 향했다. 총독이 움직이자 그 주변에 있던 수행원들도 뒤를 따라붙었다.
치안감도 육군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를 따라오며 물었다.
“각하, 민간인 대피 부분을 지시하셨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그 건은 치안감에게 맡기겠소. 기마경찰과 헌병의 지휘권을 줄 테니, 조속히 진행하시오.”
“제가 말입니까.”
총독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돌아 관저 앞으로 나왔다. 관저 앞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붉은 코트들로 소란스러웠다.
꽝!
다시 둔탁한 폭발음이 울렸다. 이번에는 폭음이 좀 더 가까웠다. 왕국 포병이 아문 방향 쪽으로 적이 가까워지면서 포구를 돌린 듯싶었다.
“각하, 지금 항구에 급히 상선 한 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총독부 고관들과 각 상사의 고위 임원들을 실을 수 있을 겁니다. 각하께서도 바로 출발하시지요.”
수행원 하나가 조심스레 보고했다. 아무리 위태로운 상황이라도 최고위직을 위한 탈출 수단은 언제나 준비되게 마련이었다.
보좌관의 보고에 총독은 고개를 저었다.
“되었소. 총독이 관저를 비우는 건 안 될 말이지. 나머지 관료들과 상사 고위 임원들만 태워서 보내시오.”
“각하.”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나는 폐하의 군대를 믿소. 아문이 그리 간단히 넘어가진 않을 거요.”
총독은 수행원의 제의를 거절하고 마차에 올랐다. 수행원 몇이 그를 따라 마차에 오르자 총독이 말했다.
“해군 사령부로 출발하게. 일단 각 군의 방어 계획을 듣고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총독은 그대로 마차를 출발시켰다.
“상륙을 개시했군.”
망원경을 들고 있던 리 중령은 턱을 매만졌다. 적은 요새의 격렬한 포화에도 불구하고 별 손실이 없는 상태로 아문 회랑을 돌파해 아문 반도 안에 발을 딛고 있었다.
검은 군복들이 차례로 해안에 올라서는 모습은 소름이 돋았다.
방어자가 감당하기에 적은 너무 많았다. 육군 보병연대 하나의 전력으로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는 건 우리 역할이 아니지.’
중령은 부관을 불렀다.
“전투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적이 들어올 요로에 기관포를 거치했고, 엄폐물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좋아.”
중령은 짧게 대답하고 적의 실루엣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곧, 연대를 지원하는 포병 일부가 전개를 마쳤는지 포성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적이 상륙하고 있던 개펄에서 엄청난 흙더미가 튀었다. 여러 명의 적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적의 기세를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군 포병의 공격을 신호로 적 보병들이 전진을 시작했다.
검은 군복들은 전형적인 전열 전투 교리를 버리고 넓게 산개한 채 이쪽 진지를 향해 육박했다.
전열 전투 방식만 고집했다면 기관포의 위력을 보여주었을 텐데, 유감이었다.
중령은 입맛을 다시며 아군 보병에 신호를 보냈다.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붉은 코트들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묵직한 총성이 벼락처럼 울리며 검은 군복들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얼마 전 왕국 본토로부터 새로 배치된 후장식 소총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분당 연사 속도는 자그마치 12발. 전장식을 개조한 개조 소총이긴 하지만 성능 하나는 초기형 후장식 소총들에 뒤질 것이 없었다. 그 막강한 총격에 상승군의 전진이 잠시 돈좌되었다.
타타탕. 타타탕.
양군은 서로 거리를 둔 채로 총격을 주고받았다.
리는 상황을 지켜보다 적이 점점 넓게 부대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군의 시선을 정면에 묶어두고 양익으로 전선을 벌려 이쪽을 삼면에서 공격하려는 의도가 여실했다. 알고 당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부관.”
“예, 각하.”
“좌익으로 보병 1개 중대를, 우익으로 기관포를 이동시키게. 적의 측면 공격에 대비해야겠다. 그리고 포병에도 좌측으로 포격 중심을 옮겨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부관이 급히 명령을 전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수적으로 열세에 있다 보니 잠깐의 상황 판단 실수도 결정적인 패배로 다가올 수 있었다.
리는 적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며 해군이 빨리 와서 적을 포격해 주기를 기대했다. 오발탄에 맞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소모전 양상이 되어선 답이 없었다.
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하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데, 멀리 바다 쪽에서 오렌지 빛 섬광이 번뜩였다.
해군의 프리깃이 상황을 살피고자 콩그리브 로켓에 소이탄을 담아 쏜 모양이었다.
프리깃이 쏜 소이탄은 해안에 떨어지더니 시계를 훤하게 밝혔다. 늦긴 했지만 해군이 와주었다. 중령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러면 조금은 할 만했다.
“모두 힘을 내라. 해군이 왔다.”
중령은 프리깃을 보자마자 망원경을 내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부하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외쳤다. 왕립 해군이 온 이상 걱정할 것은 없다. 그 사실을 전해 사기를 올려주기 위함이었다.
과연 그의 격려가 효과가 있었는지 부하들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그도 그 말을 하며 마음이 놓였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워지는 프리깃함을 향해 다시 한 번 망원경을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프리깃함 옆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치는가 싶더니 믿었던 군함이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중령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징조도 없이 군함이 침몰하다니. 도대체 이건.
해군 함정이 침몰한 순간 붉은 코트들도 당황하여 잠시 방아쇠에서 손을 떼었다. 믿었던 해군 전투함의 침몰이 가져다준 충격은 컸다.
그 짧은 틈을 이용해 검은 군복들이 바닥을 기어 붉은 코트들과의 거리를 착실히 좁혔다.
뒤늦게 리가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에게 호통을 쳤지만 이미 적은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
“야만인들이 온다. 야만인들이.”
모두가 공황에 빠졌다. 폭발이 일어나고 도시 곳곳에 방화가 일어난 것도 모자라 포성이 연이어 울렸다. 이어 총성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왕국 시민들의 반응은 극도의 공포였다.
그들은 이 일련의 사건들이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야만인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공격해온 것이다. 아문이 무사할 거라고 믿기는 어려웠다.
이 아문은 대륙에 떠 있는 고립된 식민지였다. 수만, 아니 수십만의 야만인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야만인에 대한 두려움에 사람들은 항구를 향해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항구에는 최소한의 인부도 남아 있지 않아 항해 준비를 갖춘 배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배들은 모두 군함이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배라면 뭐든 올라탈 기세로 아우성을 쳤다.
기마경찰이 나서서 이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왕국 육군을 믿으십시오. 폐하의 군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입니다. 그 보호를 믿고 기다리십시오.”
“웃긴 소리. 이곳 동방 출신이라면 속 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도 우린 백인이란 말이다. 야만인 놈들이 우릴 그냥 둘 것 같나?”
“그렇게 강한 폐하의 군대가 있는데 왜 포성은 자꾸 가까워지는 거요?”
사람들이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오려 하자 경찰들은 급한 대로 그들 앞에 채찍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것을 막게 했다.
그 혼란 통에 정장 차림의 몇몇 인사들이 ‘호위’를 받으며 차례로 배에 올랐다.
모두 이 아문 사회의 최상류층에 속하는 고위 인사들이었다. 총독부 관리, 상사의 고위 임원, 해군 장교의 가족. 그 면면을 본 사람들이 악을 썼다.
“우릴 못 태워주면 우리 애라도 태워달라고.”
“제발 애라도 태우게 해줘요.”
“이 죽일 놈들아, 우리도 같은 왕국 시민이란 말이다.”
그 악에 받친 고함을 들으면서도 기마경찰들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진정들 하십시오. 도시는 안전합니다. 우리 군대가 아문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그럼 저놈들은 왜 배를 타고 달아나는 거지?”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 해군 대령 데이빗이 그의 가족들을 배에 태웠다.
“여보.”
아담한 키에 작은 체구의 여인이 붉은 코트 장교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어쩌고요?”
“난 해군이야. 여왕 폐하의 군인이 왕국의 영토를 지키지 않고 물러설 순 없어. 그게 내 일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 곁으로 무사히 돌아갈 테니.”
데이빗은 자신의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는 그녀를 억지로 배에 밀어 넣었다. 대령이 작별을 마치고 돌아서자 총독부 관리가 말했다.
“대령도 그냥 배에 타시오. 야전 지휘관도 아니고 참모 장교인 당신이 굳이 육지에 남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 시민들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내 가족을 먼저 챙긴 것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이지만, 내 몸을 챙기는 것은 군인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그 의무는 차후에 지켜도 되오.”
총독부 관리가 재차 만류했다. 그와 가까운 관사에 살며 친분이 있는 사이라 그 목숨을 염려하는 뜻에서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대령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만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습니다.”
총독부 관리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이빗의 부인을 부축해 배에 올랐다.
대령은 멀어지는 가족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해군 사령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격!”
검은 군복들이 함성을 지르며 쇄도했다. 총검을 들고 내달리는 그들의 기세에 붉은 코트들이 차례로 허물어졌다.
실탄이 바닥날 때까지 총격을 주고받은 다음이라 그들의 총기는 더 이상 저지 수단이 되지 못했다.
막강한 기관포가 있긴 했지만 상대의 근거리 접근을 허용한 상태이다 보니 ‘집중된 사격’으로 요원들이 모두 전사해버려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싸움은 백병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퍽.
개머리판으로 내려치자 금발머리가 피를 뿌리며 머리를 모로 튼 채 쓰러졌다. 검은 군복들은 쓰러지는 적들을 차례로 총검으로 쑤셔 확실하게 죽인 다음 적의 진지를 장악했다.
“전투 종료되었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해안가에서 느릿느릿 걸어온 여단장에게 피칠을 한 장교와 병사들이 경례를 붙이며 보고했다. 참모는 장군과 함께 보고를 듣고는 품에서 아문 전도를 꺼냈다.
“이걸로 아문 반도의 북쪽을 제압했으니 남은 건 일부 제대를 돌려 요새들을 제압하여 육상 회랑을 개통하고, 현 위치를 방어하는 겁니다.”
“그게 정석이겠지. 보다 많은 병력을 증원받아야 아문 시가지를 확실히 일격에 밀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여단장 올랑드는 가능한 한 상승군의 손실을 줄이면서 전투를 진행하기를 원했다. 가급적이면 손실은 비정규군 쪽이 맡아주는 편이 나았다.
이것은 그가 특별히 비정한 지휘관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신은 엄청난 인구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근대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름 굉장히 귀한 자원인 셈이다.
그런 자원을 함부로 낭비했다간 연합왕국과의 전쟁에서 참혹한 패배를 맛보기 십상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역시 비정규군을 희생시켜야 전체 대륙 주민의 생명을 보다 많이 구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한데, 적이 우리에게 반격을 가해올 전력이 있을까. 나는 그 점이 의문스럽네.”
여단장은 아문 내의 왕국 육상 전력 규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참모 역시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군 요원들을 다수 하선시킨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군함 한 척당 이백 정도씩 각출하고 민병을 소집한다면 아마 한 번 정도는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연대 병력 하나 정도는 적이 더 동원할 수 있을 거다?”
“예, 각하.”
“남은 적 병력(해병, 기마경찰, 헌병 및 기타 잔존 병력)을 모두 합치면 2개 연대는 족히 넘겠군. 그 정도라면 자네 말대로 한 번의 공격을 시도할 전력은 될지도 모르겠어.”
여단장은 지도를 보고 잠시 생각을 해보다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적이 반격을 해온다는 가정 하에 우리 공병들에게 기회를 한 번 주도록 하지.”
“공병들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지뢰 말이야.”
여단장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뢰.”
참모도 그 말을 곱씹다 피식 웃었다. 그것이 있다면 적의 반격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한차례의 교전으로 전력이 심하게 소모된 데다, 요새 공격에 병력을 갈라야 하는 입장인 상승군에게 천군만마나 다름없는 지원군이었다.
혹시 몰라 공병들이 회랑 입구를 장악하고 방어용으로 부설을 생각할 목적으로 가져온 것인데, 뜻밖에 쓸 일이 생긴 듯했다.
“즉시 매설을 지시하게. 매설 지점은 ‘일부러’ 취약하게 만든 구역에 집중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좋아.”
여단장은 지뢰 매설을 지시하고 망원경을 들었다.
대 연합왕국 동방 경영의 핵심인 아문이 그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금 그는 그 아문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지점에 서서 그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과거 로망스 군에 복무하던 시절에 연합왕국을 상대로 이처럼 우세를 점했던 기억이 있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놈들의 코를 확실히 부러트려 줘야지.’
여단장은 멀리 보이는 사자기를 향해 전의를 다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