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61화 (361/425)

제361화. 유구 점령 (2)

전투는 궁성 함락으로 손쉽게 일단락되었다. 점령군 사령관 클레망소는 전투 중 ‘불미스럽게’ 유구 왕가가 소멸한 데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유구 왕실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 주었다.

유구의 관리들은 그러한 조처에 감사를 표시했다. 어쨌거나 명목상의 상국으로서 ‘명분’에 따라 출병하여 유구 왕실을 괴롭힌 오랑캐를 응징하였다. 더구나 이번 사안에 대해 동영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유구로서는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 외에 할 말이 없기도 했다.

클레망소는 상을 치르고 유구 관리를 돌려보내는 자리에서 명망이 있다고 알려진 자 몇몇만 남게 했다.

그는 그들을 불러 밀담을 청했다.

유구 왕실이 단절된 상황에 불안을 느끼던 관료들은 그 대화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대화 장소로 선택된 곳은 재번봉행의 저택이었다.

클레망소가 상석에 앉고 유구 관리들이 그 아래에 앉았다. 그들은 차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신은 이번에 유구 왕가의 가계가 단절된 데에 대해 무거운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실의 책봉을 받은 제후는 그 자체로 귀한 존재. 그런 분이 전쟁 중에 돌아가신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아닙니다, 각하. 이는 모두 무도한 동영 오랑캐들의 책임입니다.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하나 상국이 제후를 지켜주지 못한 것은 큰 실수입니다. 이 점은 우리 제국에서 깊이 반성할 부분입니다.”

“과연 상국의 도에 걸맞은 말씀이십니다.”

수리는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진유가 일전에 했던 이야기처럼 신은 유구에 욕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랬다면 책임을 운운하고 있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클레망소는 사의를 표했다.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그러자 관리 하나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보다 이번에 왕가의 가계가 끊어졌습니다. 향후 우리 유구는 선장이 없는 배의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지 밝은 가르침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상 유구를 점령한 점령군 사령관의 의중을 묻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제후가 사라진 마당에 제가 답을 드리는 것은 황제 폐하를 기망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법도로 보자면 각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왕좌는 하루도 비워서는 곤란한 자리입니다.”

“해서 하나 생각해둔 것이 있습니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황제 폐하의 명이 있기까지 유구 관료들 중에 명망이 있으신 분을 섭정으로 하여 임시로 나라를 이끌게 하는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그 뜻밖의 말에 관리들이 흠칫했다. 말이 섭정이지 그 자리는 왕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황제라고 특별히 사람을 뽑아 왕을 새로 임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자를 책봉하게 마련인데, 그 가능성은 섭정이 가장 유력했다. 정리하면 사실상의 왕을 자신들 중에서 뽑으라는 말이다.

‘내가 왕이 된다?’

‘우리 가문에서 왕이 나온다고?’

‘왕가가 없다면 사실 우리 가문이 가장 자격이 있지.’

그 이야기가 나온 순간부터 관리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흘렀다.

클레망소는 그 분위기를 읽으며 수염을 매만졌다.

‘처음부터 강주 왕 전하가 계산하신 대로다. 유구 관리들은 정말 다루기가 쉽군.’

그는 관리들의 경계심을 낮추고 그들을 간단히 조종하는 이 책략의 효용에 만족했다.

사실 유구를 형식상 제국에 병합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컸다. 공연히 그렇게 하면 제국 주변의 번국들이 제국의 팽창을 경계 어린 눈으로 보거나 열강과 결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적 손해를 생각하면 병합은 멍청한 짓이었다.

차라리 형식은 그냥 두고 내실만 삼키는 편이 훨씬 현명했다.

섭정이야 책봉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자리이니 제국의 눈치를 보며 간과 쓸개를 다 내어줄 그들의 ‘앞잡이’가 될 터, 알맹이만 뽑아먹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과연 상국의 도량은 하해와 같습니다. 번국의 현실을 살핀 타당한 조처이십니다.”

“그리 이해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면 공론이 모이는 대로 제게 기별을 넣어 주십시오. 하면 제가 힘을 실어 드리겠습니다.”

클레망소는 유구 관리들과 악수를 나누고 그들을 보냈다.

이것으로 유구는 아무 잡음도 없이 승도의 수중에 떨어졌다.

유구가 상승군의 손에 간단히 평정되는 동안, 남포에 주둔해 있던 세 척의 장갑함이 출항했다.

이어 남포에 집결한 대규모 상선들이 출항했다. 이 선박들에는 려의 군사들이 승선해 있었다.

이 침공의 전조에 동영은 발칵 뒤집혔다.

‘신의 거함들이 해협을 건너온다.’

‘그들은 선봉에 불과하다. 뒤를 이어 려와 신의 대군이 해협을 건너올 것이다. 최소한 구주 정도는 집어삼키려 할 것이다.’

뜬소문이 돌면서 동영은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대판의 미곡 시장은 그 충격으로 한때 미곡 가격이 3배나 치솟기도 했다.

장갑함을 앞세운 침공군은 느긋하게 남쪽으로 향했다. 동영은 이들이 본격적인 침공을 위해 구주를 공격하리라 예상했다.

구주는 동영 전체에서 약 1/10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섬으로 공격의 전진기지로 삼기에 알맞은 땅이었다. 려 정도의 군사력을 앞세운다면 이 정도가 공격의 한계치라 할 수 있었다.

동영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구주로 향하는 해상에 해군력의 대부분을 집결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일단의 병력까지 증강 배치하며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정작 침공군은 구주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 ‘거창한’ 위협에 어울리지 않게 손바닥만 한 대마도에 나타났다.

“함포 발사.”

장갑함의 포술장이 경쾌하게 외쳤다. 장갑함에 실린 육중한 대포가 포성을 울렸다. 포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속된 채로 대마도의 조그마한 나루터를 강타했다.

느닷없는 대규모 침략군에 대마의 영주 소마는 대경실색했다. 소마는 급히 병사를 모아 해안 상륙을 막게 했다.

군사라고 해봐야 오백이 고작이었기에 그 정도로는 원정군의 적수가 되기 어려웠다.

신의 해군 장교들은 그 형편없는 적을 보며 혀를 찼다. 이번에 장갑함들이 할 일은 ‘포술 훈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대마 함락에 결정적인 공을 세울 만했다.

콰앙!

육지에 포탄이 작렬할 때마다 나루를 지키던 작은 포대며 부대 시설물이 날아갔다. 장갑함의 함포를 상대하기에 그들은 너무 약한 존재였다.

십여 분의 ‘준비 운동’만으로 해안 방어선을 걷어낸 신의 해군이 전진을 알리는 신호기를 내걸었다.

그 신호를 본 려의 상선들이 일제히 앞으로 움직였다.

상선들은 해안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닻을 내리고는 조그만 종선들을 내렸다. 종선에는 려의 보병들이 가득 탔다.

병사들은 노를 저어가며 해안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잘하는군.”

“지원을 이만큼 해주었는데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장갑함에 서서 상륙을 지켜보고 있던 신의 장교들은 전투가 벌써 막바지에 이른 것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이번 작전에 상정한 ‘최종 목표’가 이렇게 가소로운 것인 줄 알았다면 좀 더 큰 목표를 노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거야 단순한 아쉬움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이 부차적인 목표의 함락 여부보다 더 중요했다.

바로 유구로 이동하여 그곳의 방어가 굳혀질 때까지 주둔하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었다.

어차피 이 대마의 함락은 려 조정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겸사겸사 끼어든 일이었다.

“벌써 깃발이 바뀌었습니다.”

장교들은 망원경을 들고 멀리 포대 위의 깃발을 보았다. 그 자리에는 려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기분 나쁜 동영의 ‘태양의 깃발’ 대신 려의 봉황기가 휘날리니 확실히 보기는 좋았다.

“이걸로 여기서 우리의 할 일은 마친 셈이군요.”

“그런 셈이지. 하지만 앞으로는 저런 잔챙이들보다 무서운 적들을 상대해야 할 걸세.”

“양이들 말이군요.”

장교들은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왕립 해군은 전쟁 이전에 몇 번 조우하여 그 실력을 얼핏 구경한 적이 있었다. 세계 최강의 장갑함을 위시해서 말이다.

그런 그들과 겨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승부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장교들은 려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보고는 뒷짐을 지고 기관부로 향했다. 이제 남의 전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장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

유구 함락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영으로 전해졌다. 동영 정부는 그 충격에 잠시 얼어붙었다.

유구를 기점으로 대형 프리깃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그 여파가 얼마나 엄청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 해군의 기항지가 주요 항로의 천 마일 밖에서 백 마일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니 아무리 무식한 자라도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과연 그 충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영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매일 상선 격침 및 나포 소식이 들려오면서 대외 무역에 나서야 할 상인들이 모두 손을 털고 나갔다. 거기다 연합왕국 상선들마저 아문 함락 이후로 거의 소식이 두절되면서 동영의 해관 세입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아슬아슬하게 신정부를 유지해오던 동영에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그나마 긴축재정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려 발버둥을 쳤지만, 대마도 함락 소식이 날아오면서 제2의 충격이 동영 조야를 강타했다.

구주를 침공당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지만, 국토가 위아래로 잠식당하는 상황은 신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기에 충분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몇몇 영주들을 중심으로 신과 타협을 하자는 목소리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그 배후는 물론 실각한 구 막부 세력이었다.

구 막부 세력이 정권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그 뿌리가 다 뽑힌 것은 아니었다. 수백 년에 걸쳐 만든 영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구 막부가 내부에서 슬슬 꿈틀거리고 밖으로 압력이 가중되면서 신정부는 초기의 동력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동영의 신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모험을 강행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유구를 탈환하고 통상수입을 확보하는 겁니다. 최소한 유구라도 탈환하면 대마 실함의 충격은 상쇄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구 막부파의 목소리도 밟을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 정부가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업적’이 필요합니다. 유구 탈환을 강행해야 합니다.”

조정 내에서 대두한 매파들의 목소리에 모리도 동조했다.

모리로서는 이대로 끌려가다 신에 굴복하는 그림이 나올 경우, 조마 계열이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권력을 유지하자면 지금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금의 위기는 앉아서 신의 공격을 방어만 하다 초래된 것이요. 내 생각도 위기의 해결책은 공격이요. 그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소.”

매파가 한 목소리를 내어 강경한 의견을 쏟아내자 조정의 분위기는 금세 유구 출병으로 가닥이 잡혔다. 온건파라고 해서 당장 신과의 협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어서, 달리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영 정부는 도합 삼천의 육군을 실은 상선 오십 척, 전열함 넷, 장갑함 둘(사들이긴 했지만 아직 훈련도 제대로 못 함), 프리깃함 넷, 포함 하나 등으로 구성된 강력한 공격군을 편성했다.

동영이 동원 가능한 사실상의 모든 전력이 투입된 건곤일척의 승부수였다.

원정군의 지휘는 총리대신인 모리 본인이 직접 맡았다.

모리가 원정군 사령관을 겸해 나서자 조마 계열의 가신들도 대거 전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모리의 은혜를 입어 원정군의 요직을 차지했다.

그 중 모리가 가장 총애하는 아카가 원정군 참모장 겸 육군 사령관 자리를 받았고, 그 외 몇몇 가신들이 해군과 상선단의 요직에 앉았다.

사실상 조마의, 조마에 의한 원정군 편성이었기에 이 전쟁의 공과도 모두 조마가 책임질 것이란 것은 누가 보아도 자명했다.

그렇기에 동영의 신정부 요인 중 몇몇과 구 막부 계열의 인사들은 은밀하게 이 원정군 편성 소식을 신으로 흘렸다.

신은 이 정보를 가장 빠른 프리깃 편으로 유구에 알리게 했다. 원정군 사령관 클레망소는 이 첩보를 입수하기가 무섭게 유구 전역에 방어 태세를 견고하게 갖추었다.

동영은 신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춘 것도 모르고 원정군을 대판으로 집결시켰다. 대판은 동영 제일의 항구인 동시에 최대의 미곡 창고로 원정군의 출발지로 적당했다.

철썩철썩.

파도가 뱃전에 와 부딪쳤다.

항구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규모의 압도적인 선단으로 가득 메워졌다. 쌀을 부리기 위해 들락거리는 선박들까지 합하면 물 반, 배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다를 메운 장대한 선단은 보는 이의 마음에 호쾌함을 더해주었다.

비단 압도적인 풍모는 바다에 그치지 않았다.

뭍도 엄청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부두를 따라 수천의 병사들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깔끔한 새 군복을 지급받아 기율이 바짝 선 군대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 병사가 수천이나 되니 실로 동영이란 나라의 저력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장대한 군세였다.

말을 타고 그 군대를 돌아보던 모리는 흡족한 얼굴을 보였다. 서류상으로 편성할 때는 그 느낌이 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직접 병사와 배를 보니 느낌이 왔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적을 확실히 박살내고도 남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천하의 오승도가 상대라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쪽은 전력을 기울인 원정이고 상대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싸움만 이긴다면 신과 제대로 된 협상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구를 확보하고 적의 원정군만 항복시킨다면 그 목숨이 아까울 신으로서는 타협안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와 동영 정부는 그 조건을 저울질해본 다음, 그 강화 안을 받아들여줄 것이다. 물론 그 강화를 계속 유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연합왕국이 군세를 끌고 돌아오면 강화는 즉시 파기지. 그리고 우리도 군대를 끌고 대륙으로 간다. 그다음은 오승도, 그 시건방진 애송이의 목을 따는 거다.’

모리는 그 생각을 하니 유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간의 수모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것과 동시에 동방의 패자 지위를 얻는다. 속이 시원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원정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아카.”

“예, 각하.”

“이 군세, 참으로 크고 위풍당당하지 않은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만한 군세라면 능히 유구를 수복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신이 대비만 하지 않았다면 가능할 겁니다. 해서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보게.”

“신의 장갑함들이 서남쪽으로 움직였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들의 항로가 불분명합니다. 그들이 유구로 향했다면 우리 원정은 꽤나 위험한 도박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나 그들은 결코 유구에 장갑함을 둘 이유가 없네. 생각해보게. 유구에는 저탄소가 없질 않나.”

모리의 지적에 아카도 긍정의 빛을 보였다.

“각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그곳에 장갑함을 둘 이유가 없을 겁니다.”

“거기 장갑함을 둘 바에야 연합왕국의 침공에 대비해 강주에 보내는 게 저들로선 최선일 걸세.”

모리의 판단은 실로 타당한 부분이 있었다. 저탄소도 없는 곳에 장갑함을 두었다간 그곳에 배가 묶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상선으로 석탄을 실어 공급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작전 지속력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장갑함은 유구에 절대 배치할 수 없다. 모리는 그렇게 믿었다.

“각하의 말씀대로라면 장갑함은 우려할 바가 아닐 겁니다. 하면 이번 작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우리에게도 장갑함이 있으니 그것들을 앞세워 신의 포대와 해군의 포격을 유도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손실을 줄이고 우리 함정들을 뒤이어 돌입시키는 겁니다. 그리하면 적은 손실로 제해권을 쉽게 잡을 수 있겠지요.”

“좋은 생각일세.”

“이어서 육군을 투입한다면 신이 날고 긴다고 해도 이길 방법은 없을 겁니다.”

“훌륭하군. 그 생각을 정리해서 내일 가져오도록 하게. 유구로 출발하는 길에 읽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예, 각하.”

아카는 모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적의 장갑함이 마음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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