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화. 야심가의 끝 (1)
동영의 원정군은 순풍을 기다렸다 유구로 출병했다. 함대가 대양으로 출발하던 순간에 대해 대판 상인 야마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군대가 바다로 떠났다. 저들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표현은 과장이 아니었다. 수평선을 메울 기세로 늘어선 상선과 군함의 행렬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함대는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신의 쾌속선이 유구에 당도하기 전에 그들이 먼저 도착하기 못한 것은 순전히 ‘느린 장갑함’ 때문이었다. 장갑함은 나는 듯 달리는 범선들과 달리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움직였다.
아무리 장갑함이라 해도 기본은 목제 범선과 같기에 이런 ‘느린 속도’는 말이 되지 않았다. 이는 순전히 설계의 실수에 기인했다.
동영 정부는 신의 장갑함을 보고 놀란 나머지 ‘일단’ 돈부터 주고 무조건 사달라고 연합왕국에 요청했었다.
마침 왕국은 싼 가격에 장갑함을 만드는 설계를 검토하던 중에 만든 개조 장갑함(기존의 전열함을 개수) 중 실패작을 동영 정부에 넘겨주었다.
실패작이라고 하지만 배 자체는 분명 멀쩡했고 성능도 충분했다. 특히 장갑판의 방어력은 동급의 장갑함들보다 우월했다.
단점은 함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고 방어력 위주로 함을 설계한 탓에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리다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더해 무게 균형을 잘못 맞춘 탓에 함포를 한 번에 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함포 피해를 줄일 목적에서 함의 위쪽에 장갑판을 집중시키다 보니 무게 균형이 맞질 않아 일제 사격을 하면 복원력을 잃고 함이 침몰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크나큰 문제점들이 있는 까닭에 왕국은 ‘양심적인 가격’에 이 배들을 동영에 넘겼다. 동영 정부는 이것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신이 보았다면 격노할 배들이었다.
아무튼 동영의 원정군은 ‘예정보다’ 훨씬 느리게 유구 근해에 다다랐다. 그들이 유구 근방에 이르렀을 때 신은 이미 포대와 육상 병력의 배치를 마치고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 함대 출현했습니다.”
장교의 보고에 클레망소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만들어둔 조망대에 올랐다. 전투에 대비해 모든 준비를 갖추어 두었기에 특별히 지휘할 것도 없었다. 상황을 보고 몇 가지 명령만 깃발로 내리면 그만이었다.
클레망소는 조망대에 올라 망원경을 펼쳤다. 수평선 위로 수도 없이 많은 함선들이 보였다. 동영이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져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장교에게 말했다.
“해상에 있는 우리 병사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네.”
“뭐라고 전할까요.”
“강주 왕께서는 그대들이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그 정도면 좋을 것 같군.”
사령관의 말에 장교는 고개를 끄덕이고 메시지를 전하러 갔다. 그가 메시지를 전하자 신호사관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호에 강주 왕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한 글자씩 조합해서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호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신호사관의 반박에 장교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고칠 수 있게 고쳐서 전해 주시오.”
신호사관은 곧 강주 왕이란 단어를 ‘국가’로 고쳤다.
“국가는 그대들이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그가 고친 문장을 보여주자 장교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그대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곧, 클레망소의 메시지가 전군에 전해졌다.
신의 함대는 그러한 사령관의 메시지를 받고 전의를 다졌다. 전방에는 세 척의 장갑함이 서고 대형 프리깃들은 원양으로 빠져 채찍처럼 진을 쳤다.
어떻게 보면 빠른 대형 프리깃들만 달아나겠다는 모습처럼 보이는 진형이었다.
그 사실에 자극받았는지 동영 함대가 전진했다. 선두에 선 것은 두 척의 장갑함이었다.
그 뒤로 네 척의 전열함이 바싹 따라붙었다. 나머지 전투함들은 앞서간 전투함들을 후미에서 엄호하는 형세를 취했다.
양측의 함대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을 보던 클레망소가 피식 웃었다.
‘동영 놈들 주제에 풍상을 이용하겠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그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순풍을 타고 다가오는 적 함대의 자세에 어이가 없었다.
해전에서 풍상을 점하면 사실 유리한 면이 매우 많았다. 포연이 바람에 날려가 사격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고 적의 함체를 노리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점을 제대로 누리려면 훈련이 잘된 수병들이 필요했다. 훈련에 따라주지 않는다면 풍상의 이점을 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도리어 단점만 부각될 뿐이다.
세계 제2의 열강이자 막강한 해군국인 로망스가 연합왕국을 상대로 언제나 풍하의 위치만을 고수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동영 함대가 돛을 활짝 펴고 다가오자 장교가 말했다.
“풍상을 점하고 다가오는 모양인데, 조금 위험하지 않습니까?”
“전혀 걱정할 것은 없네.”
클레망소는 잘라 말했다.
곧 양측의 함포가 불을 뿜었다.
격렬한 포성과 함께 강철 구가 서로의 함정 근처로 쇄도했다. 훈련도가 낮기는 양측 장갑함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신 쪽은 운용부터 훈련까지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기에 동영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먼저 명중탄을 낸 것은 신의 장갑함이었다.
포탄이 동영 장갑함에 명중하더니 가볍게 튕겨나갔다. 이어 동영 장갑함도 신의 장갑함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양측 장갑함은 서로의 방패를 뚫지 못하는 상태에서 격렬한 포화를 주고받았다.
그사이 대형 프리깃들을 향해 다가선 전열함 대열이 장갑함들의 교전 지역을 우회하며 바람을 다시 탔다.
신의 장갑함 후방에서 풍하의 이점을 누리던 대형 프리깃들이 일제히 포문을 개방했다.
우레 같은 포성과 함께 수백 발의 포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그 집중된 탄막에 전열함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변에 물기둥이 연거푸 올라왔지만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포연 때문이었다.
신 쪽은 풍하의 위치에 있었기에 대포를 쏘는 족족 짙은 포연이 자신들 쪽을 뒤덮었다.
장갑함이 보낸 포연이 대형 프리깃을 가려준 탓에 그들은 장막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러면 눈이 머는 문제가 있었지만 육상의 관측자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어 그 결점은 충분히 보완되었다.
원양이라면 몰라도 이곳에서는 풍하가 풍상보다 유리했다.
클레망소는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동영은 연합왕국의 교리를 배워왔지만, 정작 자신들의 수준을 모르는 것이 실수일세. 연합왕국이었다면 저 포격을 받고도 냉철하게 전진하여 풍상의 이점을 살릴 기회를 잡았겠지만, 동영은 그러질 못하는군. 물론 전진한다고 해도 답은 없겠지만.”
클레망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상 포대도 불을 뿜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화에 전진하던 전열함 전대는 그 기세를 잃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들은 그 상태에서 반격을 날렸지만 풍상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그런 어설픈 위치에서 싸우는 것은 헛짓이었다.
적에게 최대한 다가가 근접 타격을 가하는 것이 풍상을 점한 자의 권리였다. 포대가 때린다면 더더욱 난타전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다가가서 승부를 걸어야 승산이 있었다.
풍상은 그 같은 공격적인 자들을 위해 주어진 자리였다.
상대의 공격을 최소화하며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자들의 위치!
그에 어울리는 조함술과 대담함을 발휘할 수 있는 자들은 역시 전통의 해양강국 연합왕국밖에 없었다. 역시 동영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적 프리깃들과 포함도 가세하려 합니다.”
“그런 듯싶군.”
클레망소가 턱을 매만졌다. 육상 포대의 엄호가 가능한 권역에 함대를 전부 배치한 탓에 동영은 프리깃과 포함을 전투에 투입하길 꺼려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장갑함이 버티고 서서 작전의 첫 단계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대형 프리깃들이 전열함 전대를 상대로 선전하자 그들도 그냥 손을 빨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있는 자원은 모두 투입하고 봐야 했다.
동영 함대가 모두 전장에 나서자 클레망소는 대형 프리깃들에 신호를 보내 좀 더 뒤로 물러나게 했다. 풍하의 위치에 있을 때의 장점은 물러서는 것이 자유롭다는 점에 있었다.
신의 함대가 유연하게 물러나자 그 자리에 멈춰 있던 전열함 전대가 다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정지된 전열함의 위치’를 전제로 움직이던 프리깃과 포함들의 항로를 방해했다.
그 바람에 동영 함대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잃고 엉망으로 꼬였다.
그들의 괴상한 조함을 지켜보던 클레망소는 장갑함도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지시했다. 슬슬 적 지상군도 링에 불러들여 쓴맛을 보여줄 시간이었다.
***
“장갑함이 있었다니.”
모리는 함상에서 처절한 해전을 지켜보다 입술을 깨물었다. 해전은 프리깃과 포함을 투입했음에도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적의 대형 프리깃 전단은 포대의 지원을 받아 아군 전열함과 나머지 함정들을 압도하는 중이었다.
해전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 머지않아 패전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컸다. 장비 못지않게 승무원들의 숙련도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
모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해전을 지켜보는데 아카가 조심스레 고했다.
“각하.”
“말하게.”
“저길 보십시오.”
아카가 손가락으로 항구 입구를 가리켰다. 모리는 시선을 항구로 돌렸다. 적 장갑함들이 연거푸 포성을 울리며 만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형 프리깃과 간격이 멀어지자 포연으로 지원을 해주려는 듯 위치를 바꾸는 형세였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던 모리의 주름진 이마가 살짝 풀렸다.
“지금 놈들이 빠져나가면 항구는 손쉽게 접수 가능할 겁니다. 포대도 전부 우리 해군과 교전 중이니 상륙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겠군. 가능하겠어.”
모리는 턱을 매만졌다. 육군이 상륙해서 포대를 침묵시키면 전세는 다시 반전시킬 수 있었다. 역전의 역전. 적이 보인 허를 찌르고 들어가 승리를 따내는 그 짜릿한 맛이 입가에 와 닿는 듯했다.
과거 막부를 상대하던 시절에도 그랬다.
전쟁에서 막부에 지긴 했지만 물밑에서 움직여 그들을 종국에 쓰러트리고 승리를 얻었다.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있었다.
모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카가 신호를 보냈다.
곧, 대규모 상선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해안 앞에 멈춘 다음 종선을 내렸다. 새로 지급된 푸른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종선에 가득 탔다.
그들이 노를 저어 해안으로 다가오자 그곳을 지키던 검은 군복들이 응사했다.
빗발치는 총성 속에 종선에 탄 푸른 군복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공격자의 수는 엄청났다. 그 정도의 공격으로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푸른 군복들은 이내 군홧발을 해안가에 디뎠다.
군복들은 뭍에 내리기가 무섭게 전열을 갖추고 사격을 준비했다. 멍청하게 보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장식 소총은 서서 장전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다.
“사격 준비!”
푸른 군복들이 사격을 준비하는 동안, 해안가에 버티고 있던 검은 군복들은 엎드린 채로 여유롭게 총격을 가했다.
탕!
명령을 내리던 장교의 머리가 날아갔다. 그 바람에 동영 군대의 공격이 잠시 꼬였다. 우여곡절 끝에 사격 준비를 마친 동영 군대가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상승군은 기다렸다는 듯 엄폐한 채 적의 사격을 기다렸다.
“사격!”
총성과 함께 총연이 깔렸다. 상승군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머리를 내밀고 적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이대로 교전하는 것은 피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동영 장교가 외쳤다.
“돌격!”
총연이 남아 있을 때 공격하는 편이 유리하다. 동영인들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함성과 함께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상승군은 그 접근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멍청한 놈들.”
상승군 장교 변씨는 적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이쪽이 일부러 적은 병력을 두어 돌격을 유도한 이유를 적이 모른다는 사실이 웃겨서다.
그는 그 접근을 기다리다 좌우에 눈짓을 했다.
철컥.
미리 양쪽 풀숲에 엄폐하고 있던 기관포가 그 총신을 섬뜩하게 드러냈다.
“와아아.”
동영인들이 급속히 가까워지자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바바바박.
총탄이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고 쏟아졌다. 그 가공할 탄막에 돌격하던 동영 병사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동영 장교들은 그 신병기에 얼이 빠져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상승군은 그런 적을 일순간에 싹 쓸어버렸다. 교차하는 십자포화에 노출된 동영군의 선두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동영 병사들은 그 공격에 기가 질린 듯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동영 장교들은 이 위험한 방어 지점을 우회하여 공격하게 했다. 기관포만 아니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공격 루트를 잡았다.
하지만 다른 방향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핑. 핑. 핑.
동영 병사들이 돌격한 자리에서 수십 발의 도약식 지뢰가 튀어 올랐다. 사람의 무릎 높이까지 튕겨 오른 지뢰는 그대로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터졌다.
폭발의 순간 지뢰는 수백 개의 쇠구슬을 토했다. 그 쇠구슬들은 총탄과 맞먹는 속도로 가속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돌격한 동영 병사들이 순식간에 넝마가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뢰밭과 기관포.
상승군은 동영 군대를 유인해 압도적인 차이로 학살했다.
세계적인 열강, 루시와 연합왕국을 상대로 그 실전 능력을 검증한 그들에게 동영 육군 정도는 이미 시시한 상대에 불과했다.
신무기도 자유롭게 다루는 그들은 이미 몇 배의 동영 군대도 간단히 상대할 능력이 있었다. 하물며 동수의 적에게 진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동영 군대의 첫 상륙 제대가 순식간에 쓸려나가자 함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우리는 세계 최강의 연합왕국 병기로 무장한 육군인데, 왜 저들에게 밀린단 말인가?”
“신이 장비가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각하.”
모리는 그 대답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곤 입술을 깨문 채 전장을 보다 아카에게 말했다.
“적의 병력은 그리 많지 않네. 잘만 하면 돌파할 수 있을 거야. 병력을 더 투입하라고 하게.”
“더 말입니까.”
“그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면 한 군데 정도는 돌파하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포대만 하나 뺏으면 해군이 전세를 바꿔줄 것이야.”
모리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간 패전의 책임을 지고 그는 실각한다. 조마 역시 끝이다. 동영 내의 온건파들은 이 패배를 구실로 삼아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들 것이다. 하니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했다.
모리의 명령에 따라 아카는 대대 병력을, 이어 여단 병력 전체를 상륙시켰다.
병사들이 뭍에 발을 딛자 아카는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돌파를 시도하기로 했다. 그는 적의 화력 우세를 감안하여 병사들에게 이미 죽은 동료들을 방패로 삼아 기어서 전진할 것을 명령했다.
“적의 화력은 막강하다. 기어서 적을 향해 접근한다!”
그 방침에 따라 동영 병사들은 죽은 동료들을 앞으로 굴리며 신의 보병들을 향해 나아갔다. 빗발치는 총격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생각보다 동영 쪽의 대응은 효과가 있었다.
상승군은 그 대응에 당황하여 잠시 효과적인 수를 쓰지 못했다. 거리가 충분히 좁혀지자 동영 병사들은 시체를 밀어버리고 함성을 지르며 적진으로 돌격했다.
이번에는 기관포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돌격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총격으로 전부 쓸어버릴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상승군은 전투가 어렵다고 판단하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해안 방어에 강력한 전력을 할애하지 않은 탓에 후퇴는 불가피했다.
상승군이 뒤로 물러나자 모리는 이 전과에 만족하여 직접 육지에 내려 사족과 병사들을 격려했다.
일단 적진을 돌파한 이상 포대 점령은 시간 문제였다.
모리는 아군 함대를 공격하고 있는 적 포대 중 가장 위협적인 곳을 골라 그 지점으로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목표가 정해지자 푸른 군복을 입은 동영 병사들이 깃발을 높이 들고 적 포대를 향해 쇄도했다.
해안 방어가 뚫리고 적이 그들을 향해 육박해오자 뒤늦게 포대도 표적을 돌렸다.
포대는 급히 산탄을 장전하여 동영 병사들을 향해 퍼부었다. 그 무자비한 공격에 일렬에 선 병사 수십이 단번에 고기가 되어 나뒹굴었다.
하지만 포병이 보병을 저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면을 시체로 뒤덮으며 다가온 동영 보병들의 기세에 상승군 포병들은 재빨리 대포를 못 쓰게 훼손한 다음 포대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제 남은 포대만 정리하면 해전은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모리는 전세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먹을 쥐었다. 아직 신은 동영을 버리지 않는 듯싶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