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63화 (363/425)

제363화. 야심가의 끝 (2)

“남은 포대만 함락시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국의 흥망이 그대들의 총검에 달려 있다!”

모리는 남은 병사들을 독려했다. 아카는 그의 명령을 받들어 남은 세 곳의 포대를 공략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해안 전투의 여파로 동영 육군의 수는 최초 전력의 절반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이런 전력으로 적 포대를 전부 격파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해내지 않으면 승리는 없었다.

사족 출신 오오이시 역시 그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는 거다. 천한 것들아.”

오오이시가 장검을 빼들고 소리쳤다. 기본적으로 동영은 사족과 그 이하 신분을 하늘과 땅 차이로 보았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사족의 눈에 그 이하의 인간은 개돼지 정도로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사족 장교들이 ‘미천한’ 병사들의 목숨을 따져가며 전투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오오이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막 이쪽으로 대포를 겨눈 적을 향해 돌격을 명령했다. 경험상 산탄이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그는 냉엄한 명령을 내렸다.

부하들로서는 죽으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오오이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단순한 셈으로 계산했다.

적이 포격을 해서 아군 병사 한 열이 날아가면 그 뒤의 전열이 무사히 돌입하여 단번에 승부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는 ‘당연한’ 희생이고 치러야 할 대가였다.

오오이시의 강요에 부하 병사들이 바닥을 차고 앞으로 달렸다. 사족의 명을 거절하면 즉시 참수를 당하니 선택권이 없긴 했다.

동영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다가오자 포대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포성과 동시에 쏟아진 산탄이 그들을 휩쓸었다.

포탄이 터짐과 동시에 쏟아진 쇠구슬에 선두 대열이 어육이 되어 나자빠졌다.

오오이시는 그 모습을 냉정하게 지켜보다 뒤의 전열에 돌격을 명령했다. 모든 것이 그의 계산대로였다. 상승군 포병들은 역시 대포를 버리고 재빨리 달아났다.

두 차례 포대를 공략하면서 모리의 군대는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까지 들어왔다. 그들이 상륙한 상선에서 상당한 거리를 둔 지점이었다.

그들은 포대를 공략하려는 생각에 취해 상승군이 ‘지나칠 정도’로 쉽게 포대를 내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말았다.

그 대가는 곧 모리의 귀에 전해졌다.

“각하! 각하!”

남은 포대 중 하나의 공격을 직접 살피기 위해 망원경을 들고 전선에 서 있던 모리에게 해군의 제복을 입은 사족 하나가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인가?”

“적이 측면에서 출현했습니다. 곧장 항구로 나아오고 있습니다.”

“뭐?”

모리는 그 말에 당황했다.

상승군이 해안 방어에 동원한 전력을 본다면 사실 의문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모리는 지나치게 적을 쉽게 판단했다.

적이 장시간 여단 규모의 주둔군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기에 해안 방어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그 판단이 그렇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적을 상륙시켜 포대까지 노출시키면 쉽게 이길 전투도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모리의 추측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판단이 빗나갔다는 점이었다.

그의 예상이 빗나가버린 탓에 동영 육군은 포대를 공격하는 와중에 퇴로인 항구를 공격당하는 위험에 직면했다. 해상으로의 탈출구가 막히면 육군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멸이다.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적 지상군과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모리는 대경실색하며 망원경을 들었다. 과연 보고대로 항구 쪽에 다수의 적이 거의 다가와 있었다. 이 상황은 ‘절망’ 그 자체였다.

“이럴 수가.”

신의 군대가 항구에 다가오자 상선들이 하역하던 물자마저 팽개치고 달아나려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모두가 달아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는 배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선원들이 사살당해 그 자리에 묶이고 말았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대량의 보급품과 선박이 적에게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되면 동영 육군으로서는 일말의 희망도 품기 어려웠다.

“각하, 당장 포대는 포기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접안이 가능한 해안을 찾아 탈출해야 합니다.”

“그럼, 전투는 어쩌잔 말인가?”

“무리입니다.”

아카가 딱 잘라 말했다.

현실적으로 동영 군대에 희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해전을 이겨도 보급품을 모두 털린 육군이 장시간 버틸 가망은 전무했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현재 나타난 적의 육군 규모로 고려하건데 섬 내륙을 확고히 장악할 가능성은 전무했다.

원정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바다에서도 재앙이 들려왔다.

콰앙!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바다에서 거함 하나가 급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격렬한 포격을 벌이던 동영 장갑함 하나가 적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무리하게 방향을 꺾은 상태에서 일제 사격을 가하다 복원력을 잃고 그대로 전복된 것이다.

장갑함의 침몰은 가뜩이나 불리하던 해전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장갑함이 하나 침몰하자 3 대 2로 겨루고 있던 신의 장갑함들은 견제할 배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두 척을 전열함들 사이로 들이밀었다. 장갑함이 다가오자 전열함은 순식간에 그 화력을 상쇄 당했고, 전투는 일방적인 흐름으로 변했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동영 군함들이 비명을 토하며 걸레짝으로 변했다.

성한 배는 하나도 없었다. 나포를 작정하고 사슬 탄을 쏘아대는 대형 프리깃들 때문에 프리깃과 전열함, 장갑함 모두 마스트가 부러진 상태였던 데다, 적 장갑함의 근접 사격까지 받아 기동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함대까지 급속하게 패배로 기울어가자 모리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적에 의해 해상과 육상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리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우리는 신을 이길 수 없는가. 왜 우리 동영은 역사의 주역이 될 수 없단 말인가. 참으로 무정한 하늘이다. 참으로 개 같은 세상이다.”

모리는 하늘을 보며 탄식한 다음 품에서 칼을 꺼냈다.

“각하, 어찌 이러십니까.”

아카가 놀라며 그를 만류하려 했다.

“그만두게. 난 이번 전쟁에 모든 걸 걸었고, 철저하게 패했네. 조마의 영주로서 어찌 살기를 바라겠나.”

“각하, 와신상담하여 기회를 노리시면 때는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그건 어려운 말이군. 자네도 알지 않나. 이번 전쟁에 모든 걸 건 우리 조마가 이 패전의 책임을 지게 될 거란 것을. 조마는 이걸로 끝이야.”

“각하.”

“그만 날 보내주게.”

모리가 침통한 어조로 말하자 아카는 입술을 깨문 채 물러났다.

모리는 자신의 옷깃을 풀어헤친 다음 심호흡을 했다.

“천황 폐하 만세. 동영의 만세일계를 이루지 못한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모리는 북쪽을 향해 절을 하고는 자신의 배에 칼을 꽂았다. 이어 아래로 칼을 내리그었다. 그의 표정은 이내 고통으로 얼룩졌다.

아카는 그 모습을 보다 모리의 뒤에 서 있던 무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을 줄여주라는 것이다.

무사는 짧게 기합을 넣은 다음 그대로 모리의 목을 쳤다.

한때 동방의 패권을 꿈꾸었던 효웅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머리는 바닥을 구른 다음 먼 서쪽을 보았다. 그 눈빛은 승천하여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신을 원망스럽게 보았다. 그 빛이 곧 사라지자 아카는 사족 몇을 불렀다.

그는 그들에게 항복을 하라고 명하고 자신도 그 주군의 뒤를 따랐다.

동영 군대의 수뇌들이 자결하고 항복을 알리는 백기가 내걸리자 육상과 해상의 포성이 멎었다.

이로써 승도는 역사의 무대에서 동영이 던져왔던 도전을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

***

동영의 도전을 간단히 분쇄한 승도는 즉시 전권 사절을 바다 건너로 보내도록 했다.

군사 전략적으로 유구와 대마를 점령당한 데다 해군력까지 괴멸당하면서 동영의 입지는 거의 최악에 몰려 있었다.

거기다 새 정부의 권위가 실추되면서 동영 정부로서는 더 전쟁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입장이 되고 말았다.

제국은 강화의 전제 조건으로 유구의 독립 인정과 대마 할양, 은 백만 냥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동시에 그 상선대의 상당 부분을 넘길 것도 요구했다.

이 요구를 다 들어주면 동영은 이빨이 뽑힌 호랑이 신세가 되어 동방에서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치욕적이다 못해 굴욕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영 정부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마 저들은 항복할 수밖에 없겠지요.”

승도는 위해에서 해군의 전과 보고를 받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역설했다.

동영의 굴복은 시간문제였다. 유구에 집중된 신의 해군력과 대마에 있는 려 육군의 위협만으로도 동영이 받는 압력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백기를 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길어도 한 달 안에는 답이 나올 거라 여겨집니다.”

지휘관들의 견해에 승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동영이 아니라 연합왕국입니다. 조만간 동방 함대를 비롯한 연합왕국의 최전선 전력이 공세 준비를 마치고 이쪽을 향해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농후합니다. 동영을 견제하기 위해 북방에 남긴 병력(동영 쪽에서 침공해올 거라고 착각하게 만든 신의 주력 병력)을 최대한 빨리 남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승도의 말에 로망스 인들이 조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동방 함대의 잔존 전력은 어느 정도나 되겠습니까?”

승도가 묻자 경험 많은 로망스 퇴역 교수 출신 하나가 말했다.

“동방 함대는 모두 여섯 개의 분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최강의 전력은 선진에 주둔했던 함대이고, 그다음이 아문에 있던 분 함대입니다. 이 양대 함대가 지난 전투에서 대 타격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남은 분 함대 중 건재한 것은 4개인 셈입니다. 이 분 함대 중 자말 분 함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상당한 약체이기에 아문과 선진에서 탈출한 전력을 합쳐도 적의 해상 세력은 전열함 10여 척에 대형 프리깃 3~4척, 기범선 4~5척 수준일 겁니다.”

“주력 함정의 수만 따지면 그래도 우리 해군력을 간단히 압도할 규모는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전하.”

“그 정도의 전력이라면 일시적이나마 제해권을 내주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인데, 육상 방어가 우려스럽군요. 방어야 충실하긴 하지만 몇몇 지점에서 취약성을 노출할 것이 눈에 보입니다.”

“아문 같은 곳이 그럴 겁니다.”

“해안의 요충 방어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내준다는 전제하에 싸우는 편이 좋다 여겨집니다. 최소의 전력으로 최대의 피해를 강요하는 형태로써 요충을 지키고, 가능한 한 해안 방어는 피해야 합니다.”

“어째서 그런 판단이 나온 겁니까?”

“지금 예상되는 동방 함대에 대항할 우리 해군의 전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주력 전투함들은 유구에 집중되어 있고, 육군 역시 남방에 매우 적은 수만 전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 국면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손실을 피하며 강주와 대하 이남과 같은 핵심 지역의 방어에 전념해야 합니다. 국토를 손실 없이 내주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결정적인 병력 손실은 피해야 합니다. 적은 병력으로 모든 곳을 지키려다 각개 격파의 기회를 제공할 때의 위험을 전하께서도 모르시진 않으실 겁니다.”

그 이야기는 옳았다. 병력은 필요한 지점에 집중되어야 했다. 공연히 분산되어 적에게 각개 격파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가장 어리석은 교전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이 사람에게 썩 내키지 않는군요.”

“전하.”

승도는 뒷짐을 진 채 로망스 인들의 견해를 부정했다.

“그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위험부담이 크면서 이문이 큰 방식이 이 사람에게 합당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적이 어디를 칠지 모른다면 칠 곳을 만들면 그만입니다.”

“칠 곳을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곳을 어찌 만든다는 말씀이신지.”

“적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민간인 포로들이 우리 수중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옮겨둔 곳이 자석처럼 적을 끌어당길 겁니다.”

승도는 어렵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전략은 간단했지만 발상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행동의 자유를 가진 적을 스스로 덫에 들어오게 만들다니?

교묘한 수가 아닐 수 없었다.

승도는 눈짓을 해 지도를 가지고 오게 했다. 병사 몇이 큰 지도를 가져와 펼치자 그가 지도의 한 지점을 손으로 골랐다.

그곳은 금포강 하류의 요충 중 하나인 금포였다. 거대한 소금 창고들이 즐비하게 널린 염상들의 땅.

승도는 이곳을 전장으로 고르기로 했다. 이미 시민들을 이송시켜둔 곳이기도 했다.

“거긴 금포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곳 소금 창고의 민간인 포로들을 그대로 두게 한다면 자연히 왕국 군대의 표적도 이곳으로 옮겨지겠지요. 지형상 불리한 아문이라면 우리 군대가 고전하겠지만, 금포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승도는 처음부터 이런 구상을 했다는 듯 말했다. 물론 이 금포에서 왕립 해군을 격파하자면 정교한 포병 배치가 필요했다.

“금포로 적을 끌어들여 박살낸다. 가능성은 있지만 실로 위험한 도박입니다, 전하.”

“알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민간인 포로들을 내줄 뿐만 아니라, 우리 포병 세력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승도는 그 위험을 인정했다.

전략적으로 적에게 공격의 주도권을 준다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게 마련이었다.

왕립 해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금포 주변에 대한 사전 탐문을 실시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포병의 전력이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왕립 해군 대신 해병대가 먼저 진입해 포대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교전이 지상군과 해군의 수륙 병진을 상대하는 형태로 진행되면 화력 투사에서 상당히 제약이 많은 상승군이 불리하게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서 적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능합니다.”

승도는 손가락으로 강을 짚었다.

“금포강은 기본적으로 강입니다. 왕립 해군에게 겁을 줄 수단은 무궁무진하지요. 통나무를 한 번 더 써먹어도 될 것이고. 그런 수단을 병행한다면 왕국 해군의 전력을 반감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왕국 해병대의 전투력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금포강 유역에 돌릴 수 있는 우리 쪽 병력으로 저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쉽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전쟁이란 없습니다. 쉽게 보이는 전쟁은 있어도 말입니다.”

승도는 그 말로써 자신의 전략을 강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의 전령이 양강 총독에게 ‘이 전략의 개요’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다.

임경문은 이 전략이 몹시 위험하게 여겨졌지만, 상승군의 수장이자 조정의 원수인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총독은 이 명령에 따라 민간인 포로들을 그대로 남겨두게 했다.

이어, 근처에 가용 가능하던 상승군 여단 둘과 단련 오천이 금포 주변으로 이동하였다. 이 병력들은 모두 금포강 유역에서 왕국 군대와 대적할 핵심 전력이었다.

풍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정의군 병력 중 그나마 기강이 잡힌 자들을 골라 이천을 금포로 보냈다.

이렇게 해서 금포 일대에 집중된 신의 병력은 도합 일만 오천에 육박했다.

하지만 준비된 병력은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강주가 전투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행상과 근방 유지들이 사적으로 모은 병력이 금포의 후방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재를 풀어 모은 병력이 오천에 달했기에 금포 일대의 군사력은 이만에 이르렀다.

예상되는 왕립 해병의 수를 열 배 이상 압도하는 규모였다.

이만한 수라면 사실 천하의 왕국 군대라 해도 승산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임경문은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웠는데, 그 불안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1. 잘 훈련된 장교단의 부족(상승군은 그나마 부족한 대로 장교단이 채워졌지만, 나머지 민병 등은 사정이 매우 열악했다).

2. 장비의 열세(상승군은 그나마 근대 장비를 채웠지만, 민병은 그렇지 못했다).

3. 화력의 열세(왕립 해군이 보유한 함포의 문수는 신의 지상군 대포를 압도하고도 남음).

이상과 같은 부분이 있었기에 덫을 판 임경문은 조정에 표를 올려 ‘준비의 미흡함’을 보고했다.

하지만 신의 정부로서는 이 이상의 지원을 해주기 어려웠다. 아무리 적을 금포로 꾀어 들인다고 해도 다른 지역을 전부 텅텅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연합왕국의 경계를 늦추느라 북방에 남겨두었던 여단들을 재배치하기 전까지는 병력 부족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판 자체가 신에 유리한 것은 맞았다. 원래대로라면 왕국 군대가 절대적인 행동의 우세를 가지고 더 유리한 전장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 속에 양국의 본격적인 충돌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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