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천망회회 (1)
‘극동에서 전쟁이 터졌다.’
이 뜬금없는 소식이 연합왕국으로 날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주였다.
곧, 이 정보는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해졌다.
“피의 복수를 해라!”
“주제를 모르는 야만인들에게 보복을!”
“왕국의 존엄을 되찾아야 한다!”
분노의 목소리가 불길처럼 거세게 타올랐다.
여론이 급속하게 달아오르자 의회도 보조를 맞추었다. 표 팔이라 불리는 의원들로서는 이참에 지역구에서의 지지도 다지고 대중들에게 이미지도 어필할 겸 앞다투어 ‘복수’를 부르짖었다.
이렇게 의회와 여론이 한 몸이 되어 ‘보복’을 부르짖자 내각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상은 의회에 직접 출석하여 ‘신의 무례한 공격’을 규탄하는 기조연설을 행한 다음, 신에 대한 원정군 파견을 골자로 한 ‘신년 전쟁 계획’을 안건으로 올렸다.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여기에는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없었다. 국가가 선공을 받은 상태에서 평화를 주장할 정도로 이 나라 정치인들은 온순하지 않았다.
원정이 기정사실화하자 왕국은 바로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해군은 정식 절차에 따라 민간 해운업계에 징발 공고를 내고 대량의 상선을 해군 소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어 왕립 해군의 5대 함대 중 유령 함대나 다름없는 황색 함대의 지휘관들에게 보직을 주고 예비용으로 비축된 함정과 예비역 선원(해운업계에 등록된 민간 선원)들을 예하에 넣어 실질 함대로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평화를 누리며 숨죽이고 있던 왕국 해군이 팽창을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각 군관구에 소집령이 떨어졌다. 왕국 육군은 곳곳에 모병소를 설치하고 그 병력을 급속하게 불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질 예정이었기에 투사 가능한 전력에 한계가 있긴 했지만, 육군은 일단 전력을 확충하고 보았다.
이렇게 왕국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전력을 증가시켰지만, 주변국들은 여기에 대해 조금의 의문도 갖지 않았다.
이웃 국가들은 왕국의 이러한 군비 증강을 ‘신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받아들였기에 그에 보조를 맞추어 군비를 늘리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국 정부는 단지 신만을 바라보고 이 같은 엄청난 군비 증강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상 관저에 모인 내각의 각료들은 최종적으로 이번에 그들이 취할 전략에 대한 마지막 검토에 착수했다.
“신이 도발을 감행한 탓에 선후가 달라졌습니다.”
육군성 장관은 깍지를 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육군의 증편을 순조롭게 밀어붙이면서 ‘프리지아의 군비 증강’까지 은폐해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런 셈입니다. 일단 육군이 전력을 늘리면서 프리지아에 무기 발주를 넣은 덕분에 프리지아가 ‘소총과 야포’를 빠르게 늘리는 데에 대한 로망스의 의구심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으니까요.”
외무성 차관이 한마디 거들었다. 로망스의 이목이 극동에 쏠려 있어 그 관심이 덜어져 있는 데다, 이런 좋은 핑계까지 생기니 기만을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남은 건 프리지아와 비밀 동맹 조약을 체결하고, 프리지아가 로망스의 도발을 끌어내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비밀 조약에 의거하여 로망스를 확실히 밟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신을 손봐도 늦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수상이 말문을 열었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신이 우리를 선공해 오면서 극동의 전력이 모두 날아갔단 겁니다. 아문이 함락되고 동방 함대의 분 함대가 두 개나 날아갔습니다. 거기다 육군과 해병대가 입은 손실도 제법 되고. 신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천천히 상대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위신이 너무 상한 상태란 게 문젭니다.”
“로망스와 신을 동시에 상대하자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국력에 버거운 일입니다.”
해군성 장관이 끼었다. 천하의 연합왕국이라도 지구의 양극단에 위치한 두 나라를 동시에 상대하는 일은 힘에 겨운 문제였다. 지금처럼 반대편에 가진 거점까지 날아간 마당이라면 더 그렇다.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을 보길 바랍니다. 우리가 손만 빨고 있다면 대중들이 가만있질 않을 겁니다. 로망스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신에 대해서도 손을 쓰는 모습은 보여야 합니다. 거기다 놈들 손에 떨어진 우리 시민들을 생각하면 뭔가 협상을 할 거리를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최소한 그 야만인들이 우리 시민들을 가지고 함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압력을 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수상 각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우리 연합왕국이란 제국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힘은 국가에 대한 대중의 긍지와 자부심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믿음이 의심받는다면 우리 왕국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신에 대해 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도 겸해서 말입니다.”
로스실트가 한마디 거들자 장관들이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일단 신에 대한 일차적인 공세는 동방 함대와 근처 식민지의 현지 주둔군, 그리고 힌디아의 회사 군대에 맡겨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대응을 시작했을 테니 그들에게 맡겨두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건 무리입니다. 신의 군사력을 너무 우습게 본 처사입니다. 그 정도로는 놈들을 자극해서 우리 시민들만 위험하게 할 겁니다.”
육군 장관이 말했다.
신의 군사력은 큰 피해를 입은 동방 함대와 식민 제국의 전력만 동원해서 손을 보기에는 지나치게 강대했다.
머릿수를 따지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격차였고, 질적으로 따져도 우세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 동영을 끼운다면 어떻습니까?”
“그자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차후 신 본토를 침공할 때 부족한 지상군의 보조 전력으로써나 가치를 가질 친구들이지요.”
“그럼 어쩌자는 이야깁니까?”
“일단 전력을 좀 쪼개는 방향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본국 함대만 남겨도 로망스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새로 편성 중인 황색 함대까지 있으니 함대 하나 분량의 전력은 추려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함대를 우선 증파하자?”
“그게 좋을 겁니다. 일단 놈들을 위압할 수준의 군세를 보내두어야 저들도 우리 시민들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수상은 그 말에 턱을 만졌다.
“아울러 신대륙에 주둔한 육군 병력과 본토의 육군 일부를 차출해 파병하는 겁니다. 그 정도 전력이면 신의 남쪽 일원을 휘저을 역량은 나올 거라 봅니다. 그렇게만 해도 놈들은 우리 시민들을 함부로 못 하겠지요.”
“전쟁을 이길 전력이 아니라 그냥 휘젓는다면 저들이 우리 시민들에 폭압적인 폭력을 가할 우려도 있습니다.”
“대중에게 ‘눈에 보일’ 전과를 보이는 용도로 보내잔 겁니다. 더불어 우리 힘도 놈들에게 인식시키고 말입니다.”
군부 장관들과 수상의 대화에 재무 장관이 끼었다.
“하지만 그러한 군사 행동을 벌이는 동안 드는 전비는 천문학적일 겁니다. 현재 로망스를 손보기 위해 투자하는 자원만 해도 엄청납니다. 거기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을 별개로 치르면 빚을 내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국채를 발행하면 되지 않습니까.”
장관 중 하나가 말하자 재무 장관이 코웃음을 쳤다.
“시장의 구매가 없는데 국채를 발행하자니. 그걸 누가 사들이겠습니까.”
왕국의 국채는 시장에서 인기가 매우 낮았다. 금리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신대륙에서 주는 것에 비해 이익이 박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 수십 년간 있었던 대규모 증시 조작과 사기로 왕국 경제계에 대한 대중적 신뢰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 문제라면.”
이야기를 듣던 로스실트가 입을 열었다.
장관들은 자연스레 그 저음의 음색에 이끌려 고개를 돌렸다.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로스실트 의원이 말입니까? 프리지아 건도 손을 써주셨는데 국채 문제까지 의원께서 맡으시다니. 짐이 너무 과중하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이 또한 조국을 위해서 기꺼이 해야 할 일입니다. 왕국이 원한다면 못 할 일은 아니지요.”
내각의 각료들은 그 말이 순수한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두 이익을 위한 것이리라. 로스실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가 국채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 지지부진한 문제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내각의 회의는 이것으로 종료되었다.
***
연합왕국 본국이 신에 대한 구체적인 공격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동안, 신의 근방에 주둔한 동방 함대와 식민지 군대가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열강들이 그렇듯 연합왕국 역시 식민 제국에 주둔한 군과 행정 당국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었다.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는 제국 통치가 되질 않았다. 실제로 식민지에 자율적인 권한을 주지 않고 일일이 중앙에서 통제하려 한 열강이 하나 있었다. 그 나라의 이름은 세이비아였다.
세이비아는 한때 세계 최강의 열강으로 군림했지만 이 잘못된 식민지 정책이 그 몰락에 한몫을 했다.
모든 통치 행위를 본국에서 원격으로 지시하다 보니 식민지의 행정 명령 하나를 내리는 데만 최소 6개월이 걸렸다(본국으로 가는데 3개월, 오는데 3개월).
그렇게 통치를 하다 보니 식민지가 잘 굴러가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연합왕국은 그런 ‘실패한 전임자’의 교훈을 살려 식민 제국에 독자적으로 행동할 자유를 주고 있었다.
“본국에서의 훈령이 없긴 하지만 일단 우리 차원에서 움직임을 슬슬 보일 필요는 있습니다. 야만인들의 도발 관련 소식을 받자마자 남방 전역에 분산된 잔존 함정들을 모두 집결시키지 않았습니까.”
동방 함대의 사령관이자 이 자리의 주역인 하우 제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신에게 시간을 줄수록 향후 전투가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럴 만한 변수도 있었다. 신은 아직 그 육군력의 태반을 북방에 두고 있었고, 해군력 역시 유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들이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동방 함대의 전력만으로는 재미를 보기 어려운 국면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루시가 뭔가 이익을 노리고 꿈틀거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사 군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지금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옳은 말씀입니다. 사실 결정만 내린다면 우리 해병과 해군은 지금 당장이라도 신으로 출병할 수 있습니다.”
제독의 주장에 왕립 해병대의 윙 소장도 공감했다.
해병은 전통적으로 해군과 한 몸이나 다름없기도 했지만, 그 이유 때문에 하우의 의견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병이 하우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문과 선진에서 왕립 해병대가 맛본 굴욕을 씻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주장에 왕국 동방 정책국장이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전력이야 장군들 말씀대로 집결시켜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공격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여겨집니다. 일단 우리는 장갑함을 한 척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흑 태자가 건재하다면 모르겠지만, 그 소식은 두절된 상태이고. 이 마당에 함대를 북상시켰다가 적의 ‘장갑함 세력’과 대결이라도 하는 날엔 필패가 아닙니까.”
“그 점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방 함대 참모장 베이컨 대령이 끼었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
국장이 물으니 베이컨이 설명을 덧붙였다.
“얼마 전에 갱신된 우리 정보에 따르면 적 장갑함들은 유구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동영과 아직 대치하는 모양이니, 당분간 그들의 전력이 유구에 묶여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베이컨의 차분한 설명에 국장이 깍지를 낀 손을 풀었다.
“그럼 당분간은 우리가 안심하고 제해권을 쥘 수 있단 말이구려.”
“맞습니다.”
“그 부분은 그렇다 쳐도 해상을 잠시 장악하는 정도로 신에 타격이 가겠느냐가 문제요.”
“물론 지상에 상륙해야 타격이 제대로 들어갈 겁니다.”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수의 해병으로 재빠르게 타격을 주고 빠질 표적이라도 있단 거요?”
“없진 않습니다.”
하우가 대신 대답을 하고 나섰다.
“그 표적이란 것에 대한 대답 여부에 따라 장군들에게 행동의 자유를 허락할 참이요. 일단 들어보지요.”
“우리는 아문을 타격할 생각입니다.”
“아문을?”
그 말에 국장의 눈이 빛났다.
제국이 잃어버린 동방의 보석, 굴욕이 시작될 출발점의 하나. 왕국의 패배가 기록된 역사적 현장. 그 땅을 공격해서 승리를 얻는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거기서 승리를 얻는다면 신의 사기도 꺾을 수 있고 향후 도착할 본국의 증원군에 기세를 더해줄 수도 있었다.
국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자 제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확하게 말해 아문에 주둔한 적의 지상군 병력을 전멸시키는 것이 우리가 출동하려는 이유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문에 남아 있을 배는 모두 나포하고, 가능하다면 우리 측 민간인들도 모두 구해올 생각입니다. 정치적 부담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향후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옳은 이야기였다. 단순한 전술적 이득만으로 입안된 목표는 아니었다. 전쟁을 지속하자면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이득이었다.
“듣기엔 매력적인 이야기요. 그 말대로만 된다면 제독은 새 시대에 어울리는 영웅이 되겠지.”
하우는 그 말에 씩 웃었다.
“승산은 있는 거요?”
국장이 묻자 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제해권은 확실합니다. 야만인들에게 확인하지 못한 신무기가 다소 포함된 것은 아문을 탈출한 우리 해군 장병들에게 확인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합니다. 대비만 한다면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육상이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해병이 제시간에 맞추어 아문 회랑을 장악해 준다면 실패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있단 얘기구려.”
“그렇습니다.”
그 말에 국장은 고민을 내려놓았다.
“그리 자신이 있다면 한 번 해보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국장은 장성들과 악수를 나누고 그들의 계획을 허락했다.
사실상 왕국 정책을 대변하는 자가 작전을 허락하자 동방 함대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은 이내 자말에 집결한 대규모 함대를 출격시켰다.
함대의 규모는 전열함 12척에 기범선 5척, 대형 프리깃 3척, 포함 2척에 상선이 32척으로 그 전력은 웬만한 나라의 해군력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들이 자말을 출발하던 시각, 하늘에는 검은 먹장구름이 몰려들었다. 이 남방에 흔히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이었다.
제독은 기함의 함상에서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다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필 작전에 나서는 날에 기상 조건이 이따위라니, 기분이 영 좋지 않군.”
뱃사람들은 항해 첫날의 기상을 가지고 항해 기간의 운세를 점치는 버릇이 있었다.
미신이라고 이를 믿지 않는 이들도 많았지만, 은근히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도가 높게 치면서 함교가 흔들리자 제독은 망원경을 내렸다.
베이컨은 그 옆에서 거친 해상의 상태를 보다 입을 열었다.
“생각하기에 따르면 좋은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습니까?”
“좋은 쪽이라니?”
“마치 우리가 ‘폭풍’이 되어 신을 쓸어버리러 가는 것 같은 모양새가 아닙니까.”
“생각을 바꾸면 그렇게도 볼 수 있다 그건가?”
“예, 각하.”
참모장의 농담에 제독은 조금 기분이 풀렸다.
“하긴 생각이야 바꾸면 그만이긴 하지. 과거에 미친 해적 조가 그랬다던가? 세상은 즐기는 대로 보이는 법이라고 말이야.”
“제독께서도 조의 이야기를 읽으셨군요.”
“뱃놈치고 조의 일대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우는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느낌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미신대로 이것이 불길한 전조라면 아문에서 생각지도 않은 불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기다리는 것은 불운일까, 행운일까.
그는 회백색 연기를 훅 불어냈다. 흐릿하게 일그러지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