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화. 천망회회 (3)
‘병력의 수에서 두 배 차이가 나면 방어만 노리고, 세 배 차이가 나면 적의 허점을 생각하라. 네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항복을 고려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스와질란드의 전사 왕 카를은 말년에 위와 같은 말로 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쟁에서 병력의 수가 크게 차이 난다면 어지간해서는 이기기가 어렵다는 ‘기본’에 대해 말한 것이다.
이는 실제 전쟁에서 수차례 실증된 바이기도 했다. 잘 훈련된 소수가 훈련되지 않은 다수의 무능한 오합지졸을 유린한 예가 많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수는 소수에 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쟁에서 자주 이기는 쪽도 ‘다수’였다.
숫자의 폭력이란 그래서 중요한 함의를 지녔다.
연합왕국 해병대가 세계 최강의 질을 자랑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 배의 적을 이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근대식 군사 훈련을 받은 적이 다수 포함된 열 배라면 더욱 그랬다. 상대는 결코 그들이 승리를 낙관할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해군의 지원이 없다면 애초부터 패배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왕립 해병대는 한차례의 교전으로 콧대가 높아져 있었다. 그들은 민병과의 교전을 기준으로 신이 집결시킨 전력을 쉽게 판단했다.
그들은 그 믿음에 따라 종전의 신중함을 다소 버리고 진격 속도를 훨씬 끌어올렸다. 그 바람에 좀 더 천천히 전진했다면 발견할 수 있었을지 모를 덫의 흔적을 놓치고 지나가고 말았다.
“강 씨, 양이 놈들이야.”
“알아.”
강씨라고 불린 사내는 빠르게 다가오는 붉은 코트 척후를 보았다. 붉은 코트들은 강을 감제하기 좋은 둔덕에 도착해 그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혹시나 신이 대포를 숨겨 두었다가 해군에 포격을 가할까 꼼꼼하게 살피는 눈치였다.
양이들은 역시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만에 하나란 것도 놓치지 않는 빛이 역력했다.
그들이 주변을 살피다 둔덕 남쪽으로 향하자 강씨의 눈에 긴장한 빛이 돌았다.
“빌어먹을. 놈들이 구덩이로 가네.”
“뭐?”
호씨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덩이는 그들이 며칠 밤낮 동안 대포를 숨기기 위해 판 곳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포를 파묻고 그 위에 짚단을 채운 다음 흙으로 덮어두었다.
대포를 묻는다는 발상은 승도가 과거 천국의 반군이 수백 년 묵은 대포를 땅에서 캐서 사용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지시한 것이었다. 이 수법은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묻은 곳이 한 번 들통 나면 이후에도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가능하면 들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강씨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금 저것들을 총으로 쏴버리세.”
“그러면 놈들이 총성을 듣지 않겠나. 그건 무리이네.”
“아니면 소리 나지 않게 가서 목을 그어버릴 텐가?”
대포가 들통 나면 안 되니 어떻게든 제거는 해야 했다.
호씨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건 곤란하네. 우리 병사들로 그런 일이 가능할 턱이 없잖나.”
강씨와 호씨의 부하들은 대부분 포병들이었다. 일부는 구덩이의 대포를 지키기 위한 보병이었지만, 그 숫자로 다가가서 적의 목을 따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한다 해도 십중팔구 적이 총을 쏘아 공격을 알릴 공산이 컸다.
“그럼, 어쩌잔 건가?”
“놈들의 이목을 돌리세.”
“이목을 돌려?”
“좀 떨어진 곳에서 총을 쏘면 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나?”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들 중 총을 쏜 자들은 반드시 죽었다. 왕립 해병대의 능력을 본다면 말이다.
“염병할.”
강씨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대포는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그는 생각 끝에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 뽑힌 부하들에게 총을 주고 적의 이목을 돌리는 일을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가 제비를 준비하자 호씨가 무거운 표정으로 그 뜻을 알아채고 부하들을 불렀다.
막, 강씨가 제비뽑기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는데, 호씨가 말했다.
“강 씨, 저길 보게.”
“지금 제비뽑기를 설명해야 하네. 시간이 없잖나.”
“그건 관두고 저길 보라니까.”
그의 재촉에 강씨가 마지못해 망원경을 들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 염병할 놈들이 왜 그냥 가는 건가?”
“둔덕 너머에서 한 놈이 올라오더니 그대로 따라가 버렸네.”
“이유도 없이 말인가?”
“양이들도 급했나 보지. 아무튼 다행이구먼.”
강씨는 그제야 안도하며 제비를 던져버렸다.
그들의 추측은 맞았다. 왕립 해병들은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정찰을 하지 못했다.
진격을 서두르다 보니 강의 좌우를 따라 움직이는 척후들이 단시간에 살펴야 할 지역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들이 꼼꼼하게 둔덕 주변을 살피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니 척후들은 둔덕 위만 살핀 다음, 대충 의심이 가는 곳만 두어 바퀴 돌고 가는 정도로 제 일을 마무리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땅속에 숨겨진 대포를 발견할 턱이 없었다.
해병대로서는 처음에 거둔 교전의 승리가 독이 되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해병대는 고속 진군을 거듭했다. 하루 평균 오십 리를 주파하다 보니 이틀 만에 금포 근방에 이를 수 있었다. 강의 좌우를 경계하며 북상한 것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진격 속도였다.
그들이 진격 도상의 안전을 확인하자 해군도 그 뒤를 따랐다.
며칠 간, 아문 근방에 닻을 내리고 있던 전열함과 기범선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위험이 사라졌다고 ‘확신’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들처럼 거대한 전투함들은 강에서 운신이 쉽지 않아 어지간해서는 강으로 올라가선 안 되었다.
“하하하. 이틀 만에 금포라니. 야만인들이 기겁을 하겠군요.”
하우는 갑판 위에 서서 광소를 터트렸다. 그 웃음에 윙 소장이 파이프를 든 채 반응을 보였다.
“그게 다 우리 왕립 해군과 해병의 유기적인 협력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바다가 접한 곳에서 야만인들은 결코 우리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이거 공연히 걱정한 듯싶습니다. 금포 공략은 믿어도 되겠습니까?”
“해군의 지원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야만인들이 이만 정도 버티고 있다고 하니 화력 지원이 없으면 좀 힘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론 도와드려야지요. 포탄이 바닥날 때까지 지원하겠습니다.”
“그리 밀어 주신다면 확실히 해내겠습니다. 민간인들도 구해내고 야만인들도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뭐, 일만 잘 풀린다면 놈들의 대도시, 강주도 공략해 버리지요.”
“강주까지 말입니까?”
“못 할 것도 없지요.”
윙은 자신감을 보였다. 서전의 승리에 이어 순조로운 진격이 그의 간담을 키워준 덕이었다.
금포도 모자라 강주까지 취한다. 그 정도면 신이 뒤집힐 만한 일이었다. 현 최고 권력자 오승도의 정치 경제적 기반인 강주의 점령은 그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점령해 행상을 박살내기만 해도 오승도가 받을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여러모로 연합왕국에 도전한 괘씸한 야만인에 대한 응징으로 알맞은 일이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본국에서 소장을 원수로 승진시키고도 남을 겁니다.”
“그러니 해봐야 하는 일 아닙니까.”
“좋습니다. 소장이 금포의 야만인들만 쓸어낸다면 수병들을 차출해서라도 강주 진격을 도와드리지요.”
하우는 기분 좋게 말했다.
사실 금포에 집중된 적 방어군만 쓸어내면 강주는 한 번 노려봄 직했다. 수비 역량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느릿느릿 흘러 내려오는 푸른 강물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바라보는 강 상류에는 금포가, 그리고 꿈에서 바라는 강주가 있었다.
***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수천의 붉은 코트들이 금포 앞으로 움직였다. 지난날 왕립 해군에 손쉽게 무너진 전례를 생각해 성벽은 보다 포격에 강한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공격군의 규모로 보면 방어력은 한참 부족해 보였다.
“실로 대단한 양이들이다.”
금포의 방어를 맡은 지휘관 풍겸은 빠른 시간 동안 금포까지 나아오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 적에게 감탄했다. 그의 휘하에 있는 단련과 정의 군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듯싶었다.
하지만 이곳을 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도시의 사수는 향후 전쟁의 향배가 걸린 문제였다.
“교전을 준비한다. 각 부대는 지정된 순번에 따라 교대할 수 있도록 제 위치에 선다. 포대는 방포를 준비하고, 각 군관은 신호를 전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라. 모두가 일치단결하지 않으면 양적을 당할 수 없다. 알겠는가?”
“대인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풍겸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성벽을 따라 계획대로 전개되었다.
방어군의 전개가 이루어지자 왕립 해병도 전개를 마쳤다.
해병대는 넓게 횡대를 이룬 채로 금포 시가지를 응시했다.
말을 탄 해병 장교들은 망원경을 든 채로 앞으로 나와 도시의 방어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적당히 방어 구획을 점검한 다음 해군 사관을 불러 논의했다.
“도시를 보니 정면보다는 강과 접한 쪽에서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어서 그쪽으로 보트를 들이밀고 들어가면 확실히 도시를 공략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하자면 지금 전개한 병력은 적의 시선을 묶는 용도로 쓰잔 거군요.”
“맞습니다.”
해병 지휘관들은 해군 사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들로서는 금포만 간단히 함락시키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작전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자 신호사관이 군함에 신호를 보냈다. 곧, 포격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가공할 전열함 전대였다. 프리깃이 포격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적이 대비할 틈도 없이 일시에 밀어붙이자는 차원에서 전열함이 나섰다. 전열함이 성벽으로 다가오자 금포의 포대가 포문을 열었다.
“발사!”
군관의 호령과 동시에 수십 문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강 위로 물기둥이 솟구침과 동시에 거대한 전열함의 측면에 대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광경을 본 풍겸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염병할.”
그의 욕설과 동시에 천둥 같은 포성이 오페라라도 연주하듯 쉬지 않고 터졌다.
쾅. 쾅. 쾅. 콰웅.
포격에 박자를 맞추어 성벽이 박살이 났다. 병사들과 대포가 장난감처럼 튀어 올랐다 땅으로 떨어졌다. 일순간에 성벽이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는 광경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포격에 대비해 성벽의 높이를 낮추고 두께를 두껍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왕립 해군 전열함 여섯 척이 연달아 쏜 포격을 감당하기에 성벽은 너무 약했다.
수백 발의 포탄이 비처럼 쏟아진 자리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왕립 해군 사관들은 그 광경을 보며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만인 놈들, 아문의 복수다. 지옥을 맛봐라.”
포성이 울릴 때마다 금포 성벽인 빠른 속도로 허물어졌다. 다행히 왕국 해군은 도시 내로 포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자국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풍겸은 그 무자비한 포격에 치를 떨면서 성벽이 무너진 구역의 방어 준비를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립 해군의 종선들이 강 위를 가득 채웠다. 보트에는 왕국 해병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해병들이 정면 대신 측면에서 보트를 타고 접근하자 민병 지휘관 몇이 강상에서 요격을 하겠다고 무너진 성벽 자리로 부대를 옮겼다. 그 판단은 실수였다.
노련한 왕립 해군은 상륙을 하는 시늉만 한 다음, 해병을 뒤로 빼고 포격을 재개했다. 신호사관을 대동한 해병은 손쉽게 해군과 의사를 교환할 수 있어 작전을 유기적으로 고칠 수 있었다. 그 대응에 단련 수백 명이 순식간에 육즙이 되었다.
방어군이 단번에 갈려나간 것을 본 풍겸은 적이 상륙할 때까지 성벽 접근을 불허했다. 덕분에 왕립 해병들은 무사히 성벽에 도달했다.
이어 쌍방이 폐허를 사이에 두고 요란한 총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비참함으로 얼룩진 ‘금포 공방전’이 개막된 것이다.
왕립 해군과 해병이 금포를 공략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던 시각, 아문 어귀에 수상한 물체 하나가 나타났다.
그 배는 온통 까맣게 칠해진 배였다. 더 놀라운 것은 전체가 철로 된 듯 매끈하다는 점이었다. 배의 가운데에 있는 굴뚝에서 쉴 새 없이 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배의 정체는 흑 태자였다.
한때 왕립 해군을 위해 봉사하던 최강의 장갑함은 뜻밖의 조우(?)로 국적을 세탁하고 신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물론 국적을 세탁시킨 장본인들이 배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함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함포를 다루는 것도 미숙했고, 조함술도 형편없었다. 함의 증기 기관 역시 자주 고장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번 전투에서 연합왕국도, 오승도도 예상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변수로 작용하려 하고 있었다.
이 배는 처음 나포된 당시에는 신의 지휘관들에 의해 ‘아문 방어’에 사용되려 했다. 하지만 승도가 작전 계획을 바꾸면서 이 배는 그 자리를 잃어버렸다. 아문이 아니라 금포가 전장이 되면서 싸울 자리를 잃은 것이다.
지나치게 덩치가 큰 이 괴물로서는 금포강을 거슬러 올라가 제국을 위해 싸운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신의 지휘부는 이 괴물에게 당분간 남쪽 해안선에 숨어 시간을 죽이고 있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 명령은 얼마 안 가 번복되었다.
승도의 계획을 검토한 양강 총독 임경문이 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 괴물이 강 하구로 나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판단 덕분에 괴물은 전투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괴물에게 부여된 역할은 바로 금포강 하류의 봉쇄였다.
산더미만 한 장갑함이 강 하구를 틀어막고 서 있으면 사실 전투를 치르고 빠져나가야 할 왕립 해군 전투함들이 도망갈 길이 없었다.
“아, 염병하게 덥군. 이 망할 놈의 장갑함은.”
로망스 사내, 르망은 윗옷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갑판으로 나왔다. 그는 갑판에 나와 왕국 친구들이 실어놓은 ‘위스키’를 한 모금 했다. 그가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데 수면 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봐. 재수 좋은 나포 포상금 양반. 혼자 마시지 말고 우리도 좀 주지 그러나.”
르망이 고개를 내리니 양철통처럼 생긴 물체가 수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 통에서 고개를 내민 사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잠수함들의 운용을 지도하기 위해 직접 배에 탄 로망스 교수였다.
“그러지요.”
르망은 마시던 위스키의 뚜껑을 봉한 다음 수면 쪽으로 던졌다. 교수는 그 병을 날래게 낚아챈 다음 외쳤다.
“고맙군. 역시 큰 놈을 훔친 친구라 그런지 통이 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야. 큰 놈은 못 훔쳐도 큰 놈 잡는 건 이놈이 훨씬 유리하거든.”
교수의 넉살에 르망이 피식 웃었다.
이번 해협 봉쇄에는 그의 장갑함 외에 잠수함들도 참가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에서는 잠수함들만이 작전에 투입되어 허겁지겁 탈출할 적을 잡을 계획이었지만, 장갑함이 끼면서 모양새가 좀 달라졌다.
아마 실제 작전이 진행되면 장갑함이 적의 이목을 끄는 동안 잠수함들이 적함을 사냥하는 모양새가 될 터였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많이 잡아 주십시오.”
“그러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
교수는 위스키를 들고는 잠수함 속으로 사라졌다.
르망은 재미있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려는데 사병 하나가 와서 보고했다.
“각하, 육지에서의 전문입니다.”
“전문?”
그는 사병이 건네는 전문을 받아 낚아챘다.
전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여우가 흑룡에게 전한다. 만찬이 시작되었다. 젓가락을 들고 상에 오를 준비를 하라.’
르망은 그 전문을 구기며 희죽 웃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