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9화. 왕국의 반격 (4)
정보의 가치는 정확성과 신속성에 있다. 정확한 정보를 얻더라도 제때에 얻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신속하게 정보를 얻더라도 그 정확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역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 그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하여 판단을 내릴 줄 모른다면 역시 의미가 없다 할 수 있었다.
로망스 정부는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
로망스는 강대국답게 에우로페 전역에 상당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주변국의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고, 이를 적시에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은 연합왕국과 프리지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그 정보를 가지고 제대로 판단을 내리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짠 계획대로 세상이 움직일 것이라고 믿고 상대의 움직임을 그 틀에 짜 맞추어 판단했다.
세상이 그들의 생각처럼 움직여 주었다면 연합왕국은 진즉에 그 패권을 잃고 몰락했을 것이다.
로망스는 바로 그 점에서 ‘오만’했고 상대의 의도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그들은 진실 사이에 섞여 들어온 상대의 역정보를 끼워 맞추어 자신이 보려는 그림 조각을 맞추었다.
영리한 자들이 종종 ‘너무나’ 바보처럼 상대의 의도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있는데, 로망스 정부도 이런 경우에 속했다. 그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생각이 아주 어리석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일련의 상황들이 그들의 오판을 부를 만한 근거를 제공한 탓도 있었다.
프리지아는 연합왕국의 원정을 위한 무기 발주를 수행하느라 ‘군수산업’을 돌린다는 그럴듯한 구실을 가지고 있었다.
신이 예상 밖의 선공을 왕국에 가한 탓에 프리지아의 수상한 움직임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프리지아가 예상 밖의 군비 팽창에 들어가자 로망스는 여기에 대해 경각심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프리지아와 오스티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양국의 전쟁으로 프리지아와 연합왕국이 당분간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왕국이 전통의 우방국인 오스티아를 버리고 프리지아와 손을 잡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외부의 보는 눈이 있는 만큼 ‘몇 년 안’에는 프리지아와 연합왕국이 손을 잡지 않으리라고 예단했다. 상식적인 이야기였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 그런 ‘상식’은 언제나 도전받게 마련이었다.
오스티아를 공격하고 넉 달도 지나지 않아 프리지아는 기존의 저자세를 버리고 로망스에 대해 강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오스티아 전쟁에서 로망스의 중립을 대가로 약속한 탄광 운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린 것이다.
로망스는 프리지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 상당히 화가 났다. 그들은 왕국과 대치 중인 상황을 이용해 프리지아가 외교상의 이익을 취하려 허세를 부린다고 판단했다.
로망스는 그에 대응하기 위해 육군 병력을 동원, 국경에 집결하는 수를 두었다. 그에 대한 프리지아의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우리는 영토 내의 이권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거듭하고, 그것도 모자라 무력시위를 서슴지 않는 로망스 정부를 규탄한다. 우리는 국민의 권익을 결코 외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
프리지아는 기다렸다는 듯 대규모 군대를 국경으로 이동시켰다.
한판 붙어보자는 도발적인 태도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대치를 하고 있던 연합왕국 쪽에서 로망스에 은밀히 밀사를 보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우리 연합왕국은 현재 신과의 전쟁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에우로페에서 이웃과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귀국 정부에서 우리의 체면을 적당히 세워준다면, 이쪽은 기꺼이 로망스와 화해를 하고 프리지아와의 대결에서 중립을 취할 의사가 있습니다.”
로망스 왕 필립은 그 제안에 솔깃했다. 그로서는 연합왕국이 에우로페에서 눈을 돌리기만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게만 하면 강력한 로망스의 국력을 바탕으로 에우로페 내에 다시 나름의 동맹 체제를 구축하여 전날의 로망스 황제가 했던 것처럼 로망스 주도하의 강력한 패권을 창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연합왕국이 에우로페에서 손만 떼어준다면 신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바로 이 한 가지 이익을 얻고자 신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왕이 연합왕국의 제안에 솔깃해하자 대부분의 군부 원수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그들 역시 황제 휘하에서 왕국과 싸우며 그 강함을 뼈저리게 맛본 자들이었다.
그들은 왕국만 없다면 로망스가 나름의 질서를 구축하고 ‘건방지게’ 기어오른 프리지아도 혼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어쩌면 이참에 왕국으로부터 도움을 얻지 못한 오스티아를 새로운 동맹의 축으로 끌어들일지도 모른다.
로망스로서는 꿈에도 바라 마지않던 밝은 여건이 눈에 잡힐 듯했기에 군부 인사들은 거의가 찬동의 목소리를 냈다.
오직 한 사람, 샹폴레옹만이 반대의 의사를 표시했다.
“폐하, 연합왕국은 지금까지 우리 뒤를 수없이 쳐온 흑막입니다. 그자들의 화해 제안을 받아들이셔서는 안 됩니다. 그 요구를 수용하여 그들의 제안대로 하면 우리 로망스는 끝장나고 맙니다. 그들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말은 연합왕국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고 우리가 신을 도와 그들을 공격했다는 걸 사과하라는 말인데, 그건 너무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 사과를 우리를 공격할 명분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샹폴레옹은 과거 황제의 곁에서 연합왕국과의 외교 실무를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왕국과 타협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쟁이 되풀이 되는 것을 지켜본 그로서는 왕국의 ‘화해 제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경쟁자’를 철저하게 짓밟는 왕국의 속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샹폴레옹의 조언에 국왕은 잠시 신중을 기하려 했다.
하지만 프리지아가 재차 도발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망설임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프리지아 정부에서 탄광 문제와 관련해 로망스와 주고받은 비밀 서한을 언론에 공개하며 ‘로망스 정부’를 망신 주었기 때문이다.
이 도발로 인내가 끊어진 필립은 왕국과 타협하기로 결심했다. 샹폴레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공식적으로 왕국 정부에 ‘로망스 정부 명의의 서한’을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의 삼촌 오승도였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였다면 필립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몸을 낮추었겠지만, 필립은 달랐다. 그는 덜 살았던 만큼 격정적이었고 상황을 살피는 노련함이 부족했다.
일국의 국왕에 어울리는 그릇은 되었지만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의 군주로서는 부족했다. 그는 자신이 도전자의 입장에서 견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그 사실이 로망스에 결정적인 비수로 다가왔다.
연합왕국은 로망스 정부 명의의 서한을 받고 밀사를 보내 ‘구두’로 로망스의 성의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프리지아와의 전쟁에 필요한 금융 지원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로망스와 완전히 화해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였고, 프리지아 전에서 연합왕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들렸다.
필립은 그에 자신을 가지고 프리지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짐은 로망스의 군주로서 프리지아의 무례하고 추잡한 외교 행태에 대해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는 위로는 짐을 기만한 것이며, 아래로는 수천만 로망스 국민들을 우습게 본 행위이다. 짐은 로망스의 원수로서 국가의 명예와 위신을 지킬 책임이 있다. 짐은 그 역사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프리지아를 응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 사회에 도의와 정의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신과 에우로페의 여러 지도자들 앞에 똑똑히 증명해보일 것이다. 우리 로망스는 그럴 힘과 의지가 있다고 짐은 믿는다. 그 힘과 의지를 시험한 프리지아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 로망스는 지금 이 시간부로 프리지아와 전쟁 상태에 돌입함을 선언한다.”
필립은 선전포고를 날렸다.
로망스의 선전포고가 날아오자마자 프리지아 육군이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은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쪽으로부터 검은 군대가 밀려오자 로망스 육군도 이에 맞서 움직였다.
전통에 빛나는 전통 강국과 신흥 강국의 대결이었지만, 국력의 차이는 로망스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대일의 상황에나 통용되는 것이었다.
***
로망스의 대 프리지아 선전포고는 전신을 통해 하루저녁도 지나기 전에 연합왕국으로 전해졌다. 왕국 정부는 이 선전포고 소식을 받기가 무섭게 행동에 들어갔다.
왕국 외무성은 즉시 대변인을 통해 왕국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 왕국은 동방인들과 손을 잡고 비열하고 추잡한 계획을 꾸민 로망스의 태도에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 추잡한 일은 단지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로망스 정부의 입을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성적인 에우로페 인들답게 그 추잡함을 ‘관대하게’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에우로페의 갈등보다 미개한 동방인들을 응징하는 것이 먼저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망스의 추잡한 행동이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로망스가 야만인들을 도와 우리를 공격한 이유가 에우로페에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함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신을 통해 우리 왕국의 눈을 에우로페에서 돌리고 프리지아와 분쟁을 일으켜 에우로페의 패권을 잡으려는 야심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에우로페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내하고 끈기를 보인 우리 왕국에게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프리지아는 우리 왕국의 우방국입니다. 여러 국민들께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얼마 전, 우리 정부는 프리지아와 동맹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동맹은 로망스의 위협에 불안을 느낀 프리지아 정부가 제의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에우로페의 평화 유지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 제의를 수락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사실들에 의거하여 대 로망스 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합왕국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발표는 폭탄 같은 파장을 가져왔다. 로망스는 뒤늦게 자신들이 양면 전쟁을 치를 위기에 빠졌음을 절감했다.
그들은 황급히 우방국이 될 만한 나라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연합왕국은 비열하게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고 침공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리 로망스가 무너지고 나면 이 에우로페는 그들의 뜻대로 좌지우지될 겁니다. 열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 로망스와 손을 잡고 연합왕국과 프리지아에 대항해야 합니다. 여기에 도움만 주신다면 향후 프리지아에서 획득할 이권 일체를 양도하겠습니다.”
하지만 오스티아는 프리지아에 한차례 패전하여 그 군사력이 날아가 버린 상태였고, 루시는 전쟁에 낄 여유가 없었다.
세이비아는 왕국과 척을 졌다가 국토가 전쟁터가 되길 바라지 않았고, 로우랜드는 자국의 약소한 육군으로 개입했다간 열강들에 갈가리 찢길 것이라 여기고 중립 의사를 밝혔다.
결국 로망스는 두 나라를 상대로 대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하하. 일이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수상이 와인 잔을 높게 들었다. 로스실트는 그 잔을 마주 받으며 미소를 보였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 셈입니다.”
“이제 로망스는 철저하게 짓밟힐 것이고, 당분간 그 국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될 겁니다. 이제 남은 상대는 신 하나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런 셈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로망스보다 신이 어려운 상대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 2위의 열강보다 신이 어려운 상대일 것이다?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수상이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로망스야 우리 코앞에 있는 적이라 전력을 다할 수 있었지만 신은 처지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 점이 걸리긴 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 해군과 육군, 해병대를 합쳐 육만 이상의 원정군을 보낸다면 놈들이 어찌 견디겠습니까?”
수상은 자신감을 보였다. 로망스를 무너트리지 못한다면 육만 규모의 군대를 동방으로 보내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 같은 여건에선 이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로망스만 무너트리면 육만 정도는 충분히 보낼 만했다. 본토를 거의 비워도 문제될 것이 없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묘한 이야기가 좀 들어오고 있습니다.”
“묘한 이야기라니요?”
“요사이 신대륙에서 불온한 분자들이 대거 출국해 동방으로 향한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자들이 신에 속속 합류한다면 그 군사력은 빠진 톱니바퀴를 채우고 거대한 힘을 갖추게 될 겁니다.”
“빠진 톱니바퀴를 채우고 강한 군사력을 발휘할 거다?”
“순전히 추측입니다.”
“아닙니다. 로스실트 경의 정보가 추측이라면 이 세상 모든 사실이 추측이겠지요.”
수상은 조금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로스실트 가문은 예로부터 에우로페에서 제일가는 정보력을 자랑했다. 그들은 항상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에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남들이 일주일이면 얻을 정보를 그는 닷새면 정확히 얻었다. 그렇기에 대대로 내각의 수상들과 장관들은 로스실트 가문의 정보에 상당 부분을 의존해오고 있었다. 수상은 손가락으로 잔을 튕기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의원님은 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수상께선 육만 규모로 생각하셨지만, 저는 그 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나 말입니까? 하지만 그럴 만큼의 여력은 정부 국고에 없습니다.”
수상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육만의 군대와 그들을 실을 배, 물자를 동방으로 보내는 것에도 천문학적인 전비가 들었다. 이것도 지구상 초강대국인 연합왕국이나 가능한 스케일의 원정이었다.
보통 국가라면 천 단위나 보내면 다행이었다.
“돈이라면 국채를 좀 더 찍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국채를 더 말입니까?”
“어차피 원정군을 더 보내면 그만큼 신에서 더 뜯어내면 그만입니다. 기왕 하는 전쟁이라면 보다 확실히 이겨야 합니다. 일전에 패배한 동방 함대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전력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확실한 전력이라.”
“그렇지 않겠습니까?”
로스실트가 확인하듯 묻자 수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
그들은 다시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을 마셨다.
“기왕 동원한다면 프리지아의 협조도 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프리지아의 협조를 말입니까.”
“그들은 이번 전쟁의 전비 상당 부분을 우리에게 지원받는 입장입니다. 이쪽에 대금을 지불하기가 난감할 테지요. 전쟁 배상금이 나오긴 하겠지만 하루아침에 나오는 돈도 아니고, 그들로서는 이자만 걱정해도 머리가 아플 겁니다. 하니 그들 육군의 정예 병력을 전비 대금으로 받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프리지아 육군의 정예를 대금으로 받아온다.”
수상이 로스실트의 말을 곱씹었다.
“그렇게 하면 추가 징병을 하지 않고도 필요한 병력은 모두 채울 수 있습니다. 나름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그리고 프리지아 군사력의 핵을 뽑아내는 것이니 우리가 신에 전력하는 동안, 그들이 경거망동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프리지아 왕 빌헬름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 아마 받아들일 겁니다. 그들은 로망스와 오스티아와 척을 졌고, 우리와 손을 잡은 입장입니다. 주변이 전부 적이니 가능하면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지요. 자립이 가능해질 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군 파병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일 테고, 프리지아 군부에서도 목소리가 나올 텐데, 쉽게 될 일이겠습니까?”
“아마 될 겁니다. 되지 않는다면 손을 조금 써보도록 하지요.”
로스실트가 뒷말을 붙이자 수상은 그 제안대로 해보기로 했다. 로스실트는 에우로페 금융계의 제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가 손을 쓴다면 안 될 일이 없었다. 외부의 자본 없이는 전쟁 기계를 돌릴 수 없을 만큼 가난한 프리지아라면 로스실트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할지도 몰랐다.
“의원의 말씀대로 해보지요.”
“그럼, 신 문제도 한 번에 해결된 셈인가요?”
“충분히.”
“그럼, 오늘은 걱정을 내려놓고 한 잔 드시지요.”
“그럽시다.”
수상은 로스실트의 제의에 다시 잔을 들었다. 둘은 피처럼 붉은 와인을 마시며 ‘전쟁 이후’에 얻어질 잔혹한 이익에 눈을 빛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