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화. 왕국의 반격 (5)
프리지아와 로망스의 전쟁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양국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국경선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벌였다. 전세가 기운 것은 전적으로 프리지아의 손을 들어준 연합왕국 때문이었다.
왕국의 정치가이자 거대 은행가인 로스실트는 프리지아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전쟁 자금을 조달해 주었다. 그는 이 대출을 통해 프리지아에 힘을 실어주어 로망스와 팽팽한 승부를 벌이게 했다.
거기에 연합왕국이 육군을 동원해 로망스 북부 해안에 상륙함으로써 판은 완전히 기울고 말았다.
전략의 천재이자 전술적 단위에서는 무적의 역량을 자랑한 승도 정도의 괴물이 있었다면, 이런 판세에서도 로망스가 승리를 꿈꾸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영웅이 없었다.
로망스 군부는 그런 사실을 이와 같이 표현했다.
‘우리에게는 전쟁의 신이라 불렸던 황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자조차 남지 않은 우리에게 지금의 절망을 타개할 방법이 있겠는가?’
외교적으로도 방법이 없는 이상 로망스의 패배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의 운명이 기운 것을 알자 기회주의자들이 속출했다.
로망스의 육군 원수 베르티에는 전세가 기울기가 무섭게 해협 방면군을 이끌고 그대로 투항해 버렸다. 왕국은 그런 베르티에에게 지위와 연금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다.
베르티에의 투항은 로망스 군대의 연쇄 붕괴를 가져왔다.
연합왕국에 대항할 해협 방면군이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부족하던 방어력은 이제 어떻게 수를 낼 방법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로망스 왕 필립은 급한 대로 동부 군에서 두 개 야전군을 차출해 연합왕국 군대를 막게 했다.
이는 아랫돌을 빼어 위쪽의 구멍을 막는 형국이나 다름없었다. 왕국 육군의 전진은 막혔지만 이제 프리지아 군대의 공세를 막을 길이 없어졌다.
프리지아 군대는 약체화한 동부 군을 어렵지 않게 포위했다. 동부 국경선에는 강력한 요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정작 이를 지킬 군대가 부족하자 그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 오스티아 전에서 명성을 떨친 프리츠 장군이 했던 격언 대로였다.
‘요새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병력이 부족할 때는 전략적 역할을 다할 수 없다. 전술적으로 적을 귀찮게 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프리지아는 그 격언을 실천에 옮겼다. 동부군의 부족한 병력을 분리된 요새들에 고립시키고, 나머지 병력은 계속해서 로망스 국내로 밀고 들어왔다. 그렇게 되자 전술적으로 분리된 로망스 병력은 의미를 갖지 못한 채로 프리지아와의 전쟁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이렇게 전세가 급격히 기울어지자 로망스 왕 필립은 외무 장관을 통해 연합왕국에 교섭을 타전했다.
‘우리는 왕국과 적절한 수준에서 교섭을 할 용의가 있다. 원한다면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고 신에 대한 전쟁 수행도 방해하지 않겠다. 조율 가능한 조건을 더 제안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오랜 작업을 통해 로망스를 손볼 계획을 잡은 연합왕국이 이 정도의 성과에 만족해 전쟁을 멈출 이유는 전혀 없었다.
왕국은 그 제안을 단 한마디로 거절했다.
‘우리 연합왕국은 에우로페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로망스의 무조건 항복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로망스는 연전연패했고, 개전 6주 만에 프리지아 육군 선봉대가 그 수도 루테티아를 포위하고 말았다.
세계 2위의 열강이라 불렸던 나라의 굴욕이었다.
전쟁은 연합왕국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싱겁게 흘러갔다. 파국을 코앞에 둔 로망스 왕 필립은 무조건 항복 요구를 수락했다.
항복 조건은 굴욕적이었다. 프리지아는 그간 중부 에우로페에 대한 로망스의 개입과 간섭, 그리고 침략에 대한 배상으로 수십 억 르망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한편, 분쟁 지역의 할양도 요구했다.
로망스로서는 이를 추인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거부해봐야 방법도 없었다. 육군은 이미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국토의 핵심부에 프리지아와 연합왕국의 주력 부대가 진주했다. 길게 끌어봐야 피해만 늘 뿐이었다.
연합왕국은 로망스 해군의 해체를 요구했다. 그들은 로망스가 보유한 함정들을 왕국에 인도하여 최소 20년 이상 도전할 능력을 갖지 못하게끔 했다.
이 요구를 수락한다면 전통과 역사를 가진 로망스 해군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로망스는 이 조건도 수락했다. 그들은 이 모든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열강의 반열에서 이류 국가의 자리로 추락했다.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다 몰락한 세이비아 왕국에 이은 두 번째 ‘파멸’이라고 불렀다.
과거 로망스 황제 필립이 재위하던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던 절망적인 패배이고, 굴욕이었다. 하지만 로망스의 여론은 이 패배를 추인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이류 국가로 치부하던 프리지아 따위에게 굴욕을 당하는 것을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황제가 재위하던 시절에는 기침만 해도 눈치를 보던 이웃 국가에게 백기를 들고 영토를 내놓는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용납이 되지 않았다.
겨우 몇 년 전만 해도 로망스의 하위 동맹국으로서 그 동맹 체제에 편입되어 있던 국가 따위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연합왕국은 이러한 흐름 역시 철저하게 이용했다.
로스실트를 위시한 왕국 은행가들은 굴욕에 불만을 품은 로망스 민중들과 이를 등에 업은 강경한 일부 정치가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자금 지원을 제의했다. ‘무력한’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로망스를 건설하란 것이 그들의 제의였다.
‘현재의 로망스 정부는 능력에 맞지 않는 모험과 패권 추구로 우리 왕국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로망스가 분수에 맞는 역할과 능력을 다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우호를 회복하고 프리지아 대신 로망스를 밀어줄 의사가 있습니다. 새로운 로망스를 건설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우리는 기꺼이 자금을 지원하여 새 정부의 안정을 돕겠습니다.’
야심이 있던 정치가들은 민중의 지지를 배경으로 삼아 쿠데타를 일으켰다. 과거 로망스 황제 필립이 취했던 쿠데타와 비슷한 모델을 취한 것이다.
‘멍청한 왕은 로망스를 동네북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 굴욕을 딛고 다시 강대국의 기반을 놓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능한 왕실을 퇴진시킬 필요가 있다.’
그들의 쿠데타에 지지 기반을 상실한 로망스 왕 필립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우로페의 패자 자리를 꿈꾸었던 왕은 자신의 삼촌과 달리 그 능력이 모자랐다.
국왕은 항복 교섭으로 지휘권을 확보한 동부군을 기반으로 수도 탈환을 시도했다.
이에 대항해 수도를 장악한 반란군은 대중적 기반을 바탕으로 ‘국민군’을 조직하여 동부군에 대항했다.
한쪽은 국민적 지지와 외국의 자금 지원을, 한쪽은 국가의 주력 군대를 거느리고 있어 승부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내전은 언제나 국가의 체력을 갉아먹는 최악의 이전투구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악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리지아와 연합왕국은 이 내전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불을 지폈다. 그들은 적절하게 반란군을 지원했다 손을 떼기를 반복하며 로망스의 국력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왕자의 자리를 꿈꾸었기에 세계를 바라보며 일을 도모했던 로망스는 이제 주변국의 웃음거리가 될 만큼 비참한 지경으로 떨어졌다.
로망스는 패배에 이어 ‘내전’에 돌입했다.
한때 연합왕국과 자웅을 겨룰 수 있다고 평가받았던 열강의 비참한 몰락이었다.
이로써 연합왕국이 동방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되었다.
***
승도는 휴전 기간 중에도 정보 수집 루트를 비교적 다양하게 구축하고 에우로페의 정세를 주시했다. 그 중 하나의 루트는 루시였다.
루시는 육상 전신을 통해 시비르 중부까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 나라를 통하면 해상을 통한 정보 수집에 비해 2주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하나의 정보망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현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승도는 남방 식민 제국을 통한 정보망도 따로 구축했고, 신대륙을 통해서도 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신의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어주었다.
“조만간 일이 많이 바빠질 거야.”
총독 보좌관 조셉이 코트를 맡기며 말했다. 마리안느는 그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하며 코트를 받았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먹던 걸로 챙겨줘.”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마리안느는 고용인들을 불러 조셉이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를 준비하게 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조셉은 자신의 일터에서 가져온 서류를 앞에 두고 안경을 썼다.
그가 말도 하지 않고 글만 들여다보자 마리안느가 지나가듯 물었다.
“일이 바쁘시다면 전쟁 문제 때문인가요?”
“뭐, 그렇지. 그건 왜 묻는 거지?”
“그야 당신 사업도 전쟁에 영향을 받으니까요.”
“아 참, 그렇군.”
조셉은 깜빡했다는 듯 보던 서류를 마리안느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뭐예요?”
“조만간 우리 군대가 이곳에 도착할 일정이야. 언제까지 물자를 준비해서 출격을 준비할 수 있게 하라는 정부 공문이지. 총독이 결제만 하면 곧바로 시행될 거야. 그렇게 되면 휴전도 곧 끝나겠지.”
“정말 전쟁이 재개되는 거군요.”
“물론. 우리가 그 동방 것들에게 한 방 먹고 그냥 있을 순 없는 일이니까.”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숨김없이 말을 꺼냈다. 그의 현지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이니 내용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세세하게 알려주어야 그의 재산에 손실이 없으니 알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요즘 들리는 이야기로는 신도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요.”
“그야 그렇겠지. 야만인들도 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거야. 우리 왕국에서 준비한 원정군 규모면 아주 박살이 날 테니까.”
조셉의 자신만만한 말에 마리안느는 흥미를 가지며 서류를 읽었다. 서류에 보이는 물자의 양만 보아도 준비할 군사력의 규모가 얼마나 엄청날지 짐작이 갔다.
“날짜는 이대로 이루어지는 건가요?”
“당연하지. 정확히 이 시간표대로 모두 움직일 거야. 우리 현지 상인들의 이익도 달려 있으니 총독부에서 작전 시작 시간을 무조건 이대로 조율할 테니까.”
마리안느는 그 자신만만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라면 제가 걱정할 일은 없겠군요. 그에 맞춰서 준비만 하면 되니.”
“그래, 식사는 아직 준비 안 된 거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금 전에 준비를 시켰어요.”
“알았어. 그럼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당신은 식사 준비나 챙기러 가봐.”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자고 말했다.
마리안느는 그 손짓에 응해 그의 방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하녀를 불러 지시했다.
“곧 주인께서 식사를 청하실 텐데, 시간에 맞춰서 음식을 차리고 모시고 내려와서 식사를 하시게 해.”
“그럼, 마담께서는.”
“나는 급히 볼일이 있어. 주인께서 찾으시면 거래 일로 나가본다고 말씀드려.”
“알겠습니다.”
그녀는 하녀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자신은 허름한 외출복을 차려입었다. 평소에는 백인들에게 대접받기 위해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평범한 원주민 부족 여성처럼 수수한 차림을 했다. 딱 보면 도시에 갓 상경한 순박한 여성 정도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리안느는 하녀도 입지 않을 차림을 하고 도시로 나섰다. 그래도 혹시 몰라 경호 역으로 하인을 데리고 나간 외출이었다. 그렇게 왕국의 군사 기밀 하나가 소리 없이 새어 나갔다.
루시는 연합왕국의 패권 가도를 가장 염려하는 국가였다. 그들은 여유가 없었기에 로망스의 몰락을 지켜보았지만, 그 파장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마저 무너질 경우 왕국에 의한 질서가 새롭게, 그리고 강고하게 다져지리라 예상했다.
당연히 그런 상황을 그냥 눈 뜨고 지켜볼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여기에 대한 정보를 급히 신으로 넘겼다. 이미 에우로페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정세 변화와 임박한 왕국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던 승도는 그들의 다급한 태도에서 더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생각 이상으로 루시는 연합왕국이 우리에게서 승리를 거두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단지 그들이 우리만 노렸다면 적당히 상황을 보아가며 이익을 챙기는데 전념했겠지만, 로망스가 무너진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들로서는 연합왕국에 대항할 잠재적 맹방이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테니까.’
승도는 차를 마시면서도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전쟁 이전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판이 너무 안 좋아. 흘러가는 흐름도 예상 범위보다 위험해.’
승도는 전쟁 이전 연합왕국이 동방에 투사 가능한 역량을 최대 원정군을 삼만 내외로 추산했다. 로망스가 견제를 하고 에우로페의 ‘판’이 왕국의 역량을 붙들어 둔다는 전제하에 생각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판을 짜버린 왕국의 ‘멋진 승부수’ 덕분이었다.
자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오스티아를 포기하고 프리지아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외교적인 모험’에 이어 치밀한 공작과 ‘언론 조작’, 그리고 기만까지.
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신과의 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유일한 변수이자 라이벌을 파멸시켰다.
무적의 승리자로 군림하던 그를 무너트리고 최종적인 승리를 따낸 ‘판 설계’의 최강자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점에서 승도는 상대에게 한 수 밀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니 수를 더 내야 한다. 지금의 판에서 싸우면 우리 신은 로망스와 같은 꼴을 당하고 만다.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승도는 찻잔을 책상 위에 놓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때 그의 손가락이 책상에 놓인 초 하나를 툭 건드렸다. 무심결에 건드린 것이었지만 그 주의가 한순간 그것에 쏠렸다.
그는 다시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다 눈꺼풀을 번쩍 떴다.
“그래, 이거다.”
승도는 별안간 큰 소리로 외쳤다.
그 큰 목소리에 놀라 밖에서 고용인이 부르셨냐고 물었다. 승도는 아니라고 말하고는 초를 손에 쥐었다.
그의 손에 들린 초는 돼지기름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돼지기름.
돼지기름은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었지만, 그것은 상당히 무서운 영향력을 가진 것이기도 했다.
과거 로망스 원정군을 거느리고 에미레까지 진출한 경험이 있던 승도는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에미레에서 발원한 일람교는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여겼다. 음식의 보관이 쉽지 않은 에미레에서는 쉽게 부패한 돼지고기가 종종 식중독을 일으켜 돼지를 금기시했다.
그래서 돼지와 그것으로 만들어진 모든 부산물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돼지기름도 그 중 하나였다.
그가 이것에 주목한 것은 일람교의 교세가 연합왕국의 남방 식민 제국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금기를 잘 활용한다면 연합왕국의 전쟁 수행에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총의 부식을 막기 위해 칠하는 기름의 종류가 쇠기름에서 돼지기름으로 바꾸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연합왕국의 식민지 군대에는 이 일람교의 신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식민지 출신들이기에 당연) 그 파장은 작을 수가 없었다.
적당히 불만 붙인다면 왕국 식민 제국에 폭약이라도 던진 것처럼 충격을 가할 수 있었다.
승도는 자신의 구상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건문을 불러 이 구상을 들려주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십니다.”
“이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책을 가지고 왕국을 들쑤실 생각인데, 서기는 어찌 생각합니까?”
“시기를 적절하게 조율한다면 최적의 효과를 내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원정군이 우리 신으로 출발한 직후에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면 왕국 군대는 작전을 짜고 전투에 임하려는 상태에서 전력을 쪼개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그들의 전쟁 계획은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임기응변의 전략이 나오게 될 겁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럼 남방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오는 즉시, 공작 준비를 진행해 주세요. 현지에서 매수 가능한 현지인들은 모두 끌어들여 공작을 준비해 주세요. 자금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명대로 준비하겠습니다.”
건문이 소매를 모았다.
승도는 이 한 수로 왕국과의 전쟁에 마지막 변수를 던지기로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