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루스의 반지-387화 (387/425)

제387화. 이대도강 (2)

힌디아 북부에는 왕국 식민성과 동방 무역 회사가 운용하는 서른 개의 연대가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치안 유지 임무를 띤 부대들이었지만, 루시의 남하를 견제한다는 역할도 떠안고 있었다.

최근 루시가 국경 지역을 따라 대군을 배치하면서 이들 부대에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

유사시 즉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루시가 북방에 배치한 병력이 만만치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합왕국은 ‘만에 하나’ 루시와 충돌이 벌어질 경우를 상정하고 식민지 군대의 훈련 강도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 지침에 따라 식민지 군대는 본국 군대와 달리 거의 해오지 않았던 실탄 사격 연습을 매일 진행하였다.

실탄을 대량으로 소모하다 보니 자연히 총기 윤활유의 소모도 커졌다. 평소라면 1년에 한 번 보급을 받아야 할 동물 기름을 한 달에 한 번 보급을 받을 만큼 그 주기는 빨라졌다.

왕국은 종교상의 문제를 의식하고 있었기에 ‘보급품의 원자재’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언제나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왕국 정부가 꼼꼼하게 식민지 군대를 관리할 매뉴얼을 만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병참 장교들은 무사안일주의에 취해 있었다.

그들은 직접 나가서 품질을 확인하는 것조차 귀찮게 여겼기에, 서류를 볼 줄도 모르는 식민지 장교들을 시켜 물건을 받아보게 했다.

병참 장교 휠 대위도 그 중 하나였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식민지에서 뭐 특별한 일이 있을라고.’

그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근무해 왔기에 이전의 관행대로 예하의 식민지 장교를 시켜 물건을 받아오게 했다. 오늘 납품을 받을 물건은 쇠기름으로 된 총기 윤활유였다.

“대위님, 여기 물건 받아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휠은 대신 일을 처리한 식민지 장교들에게 손만 들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서류에 사인을 넣었다. 그의 결재를 받은 총기 윤활유는 그대로 창고로 들어갔다.

이틀 후, 그 윤활유는 사격을 마친 힌디아 제34보병 연대와 37, 40연대 등 모두 4개 연대 병력에 그대로 지급되었다.

처음 기름이 지급되었을 때 식민지 병사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교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말았다.

“이건 쇠기름이 아니라 돼지기름이잖아?”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기름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병참 부서에 항의했다. 그러자 병참 부서에서는 자신들이 받은 서류를 근거로 ‘제대로’ 지급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전통적으로 병참부서는 뒷돈 챙기기가 수월한 자리였기에 인맥과 실력이 있는 자들이 자리를 깔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선 ‘절대’ 실수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제대로 기름이 전해졌다고 우겼다.

식민지 군부와 관료들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병참부서와 종횡으로 얽혀 있는 관계에 있어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지 못했다.

식민지 군부는 그 ‘돼지기름’ 사태에 대해 짤막하게 입장을 내놓았다.

‘병참부서에서 지급한 쇠기름은 날짜가 오래되어 변색된 것으로 돼지기름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이 기름에 대한 병사와 장교들의 불만을 고려하여 기름을 신속하게 교체하겠으며….’

그 변명은 식민지 장교들을 격분시켰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가? 우리는 분명 돼지기름을 받았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우리는 종교적 신념을 존중받는다는 조건하에 부당한 처우도 감내하며 일해오고 있다. 왕국은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꺾지 말라.’

그들은 거센 불만을 토하며 훈련 거부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잘못된 돼지기름과 쇠기름 지급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한 병참부서가 서류만 믿고 보급품을 계속 보낸 탓이었다.

그때마다 식민지 관료들과 군부는 병참 부서를 옹호했다. 문제가 이렇게 되자 식민지 장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여기고 ‘근무 거부’에 돌입했다.

일부 부대는 아예 막사에 틀어박혀 국경 순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태업이 식민지 군대 전반에 확산되자 식민성과 회사도 난감해졌다.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상한 병사와 장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묘한 소문 하나가 식민지 군대에 번졌다.

‘연합왕국은 단가를 줄이기 위해 기름을 수매하는 대로 보급을 하려고 일부러 시험해 보았다. 반응이 격렬하지 않으면 조만간 돼지기름과 쇠기름을 섞어 보급을 시작할 것이다.’

어떤 납품업자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는 점차 구체화되면서 살이 붙어나갔다. 인간의 속성이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를 거칠 때마다 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게 마련이었다.

그렇게 되면 거짓말도 어느새 모두가 믿는 ‘사실’이 되게 마련이었다. 유명한 대중 선동가 카를의 말 대로였다.

‘유언비어는 거짓을 먹고 자라나 이성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차지하는 뻐꾸기다.’

그 말대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사실처럼 취급받았다.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은 연합왕국 식민지 당국이 보인 어설픈 대응 탓이 컸다.

마침내 돼지기름 문제는 일시에 폭발했다. 유언비어가 눈덩이처럼 굴러 왕국에 대한 증오심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식민지 연대들이 곳곳에서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왕국 식민성과 회사는 당황하면서 통제력이 미치는 부대들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왕국이 통제한다고 ‘믿었던’ 부대들조차 실은 유언비어에 흔들리고 있었다. 부대들이 움직이는 족족 반란에 가담하면서 힌디아 북부는 반란의 온상으로 화했다.

일이 심각해지자 식민 당국과 회사는 자력으로 반란을 진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식민지에 주둔한 사십여 개의 연대 가운데 스무 개 이상이 반란에 가담하여 왕국에 총구를 돌렸기 때문이다. 그들 반군은 자신의 주둔지에 머물지 않고 ‘왕국 타도’와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총독부를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부대가 움직이면서 북방의 루시가 힌디아로 남하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자력으로 이 반군을 단시간에 평정할 길이 없던 식민 당국은 급한 대로 주변에 있는 식민지들에 원조를 요청했다.

이 요청에 따라 여러 식민지 주둔 부대들이 힌디아로 출병했지만 이들만으로 진압을 할 방법이 없었다.

연합왕국의 식민 제국 중 가장 크고 가치가 있는 힌디아를 잃지 않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동방으로 나아간 동방 원정군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뿐이었다.

식민지 총독 루이스 경은 급하게 편지를 썼다.

‘사세가 급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왕국의 보석이 폭도들에게 강탈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들을 요행히 물리친다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사이 북방의 곰들이 남하한다면 우리는 왕국의 왕관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을 잃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원정군의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루이스의 편지는 쾌속 범선 편으로 자말을 향해 출발했다.

총독의 편지를 실은 범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고 속도로 달려 겨우 닷새 만에 자말까지 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다시 북쪽 아문을 향해 배를 몰아갔다.

지원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육군 원수 네이선의 재가를 받기 위함이었다.

힌디아의 명운을 건 급박한 연락선은 그렇게 거친 바다를 나는 듯 달렸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고 있는 동방에서도 힌디아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중요한 일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국과 신의 자존심을 건 강주 전역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

동방 원정군은 도로의 마비로 말미암아 다시 한 번 작전의 지연을 감수해야 했다. 이 지연 시간을 이용해 신은 강주 전역으로 좀 더 많은 병력을 불러들였다.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 병력을 전개해두고 있던 신으로서는 이렇게 시간을 벌 때마다 다수의 병력을 모아들일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히 왕국으로서는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동방 원정군은 아문 출발 나흘째가 되어 금포에 입성했다. 최초 입성의 영예를 차지한 것은 해병대였다.

붉은 코트들은 전날 동방 함대와 해병대가 처절하게 무너졌던 치욕의 도시에 자국의 깃발을 걸고 우렁찬 해병 군가를 노래했다.

도시를 간단히 손에 넣자 원정군은 이곳을 기점으로 여문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여문은 강주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육상 교통로인 동시에 대규모 교전을 벌이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이곳을 결정적인 전장으로 삼아 신의 방어 병력을 줄이고, 강주로 진공할 수 있다면 이번 육상 전역은 성공리에 완수될 수 있었다.

동방 원정군은 일이 그렇게 잘 풀릴 수 있도록 먼저 판을 짜기로 했다.

우선, 여문으로 신의 병력이 집결할 수 있도록 다른 루트를 통해 강주로 진공하려는 시늉을 하기로 했다. 그 움직임은 자신들의 ‘옆구리’를 치기 위해 여문에 적 병력 다수가 집결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그 움직임은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신 역시 여문을 주요 전장으로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의 입장에서도 강을 따라 적이 올라오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철제 난간을 설치하여 적 해군의 움직임을 막아두긴 했지만, 가공할 장갑함이라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실히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있는 육상전으로 무대를 끌어가는 편이 신에게도 좋았다.

의도가 맞아떨어지자 원정군은 여문으로 진격을 개시했다.

그들은 그 진격에 앞서 정예의 전력을 자랑하는 프리지아 왕립 기병연대를 내보내기로 했다.

푸드득.

말이 투레질을 했다. 기병들이 진흙투성이의 대지 위로 길게 늘어섰다. 기병 연대는 기본적으로 퇴각하는 적의 섬멸, 견제, 배후 침투, 정찰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에 그들이 받은 임무는 위력 정찰이었다.

신이 여문 일대에 구축한 방어 전력과 그 전략의 얼개를 알아보는 것이 그 임무인 것이다.

왕립 기병연대는 그런 임무에 능했다. 과거 로망스 육군을 상대로도 그 같은 일을 간단히 수행한 경험이 있었다.

“출발한다.”

기병 연대장 하인리히의 명령과 함께 기병들이 말발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기수들은 기를 흔들며 기병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열의 간격을 맞추었다.

전통에 빛나는 프리지아 왕실 기병대는 확실히 에우로페 일류의 기병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지나치게 기분을 내지 않고 적당한 속도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여문을 향해 움직였다.

선두에 선 연대장은 망원경을 든 채로 점점 가까워지는 여문 방향을 느긋하게 훑었다. 곧, 적의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부대 정지.”

연대장이 손을 들자 기수들이 기를 높게 들었다. 기병들은 그 명령에 응해 일사불란하게 말을 멈추었다.

에우로페 기병들은 마상술이란 부분에서는 동방 기병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지만, 완성된 부대로서의 질서와 규율에서는 동방 기병들을 간단히 압도하는 면모가 있었다.

프리지아 왕실 기병은 그런 에우로페 기병에서도 정점에 선 최강의 기병이었다.

명령이 떨어지고 한 호흡도 되지 않아 명령을 수행하는 기병이란, 사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프리지아 왕실 기병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은 간단히 해냈다. 수도 없는 훈련과 실전 경험, 그리고 철저한 상명하복의 프리지아 군사 문화가 조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위업이었다.

연대장은 부하들이 재빠르게 멈춘 것을 확인하며 느긋하게 지평선 저편의 적 깃발 주위를 살폈다.

적은 전통적인 로망스식 방어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효율적인 포병 화력의 투사를 위해 포대는 적절하게 나누어져 화력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보병은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 기병 세력이 예비대로서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대형 자체는 훌륭했다. 하지만 드러난 적의 병력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적었다.

역시 적은 전력을 간단히 보여줄 만큼 어수룩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인리히는 턱을 매만지다 다시 손을 들었다. 기수들이 그 의사를 읽고 기를 앞으로 향하자 기병들이 다시 말발굽을 떼었다.

“전진하시겠습니까?”

하인리히와 동행하고 있던 왕국 기병 장교가 물었다. 그는 이번 위력 정찰을 통해 신의 방어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 프리지아 기병과 동행한 참이었다.

“시늉만 해야지요.”

하인리히는 왕국 대령의 말에 간단히 대꾸하고는 손을 내렸다. 그러자 말들이 일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여유롭게 슬슬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돌격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었다.

기병이 일시에 내달려오자 신 쪽도 반응을 보였다.

신의 포병들은 거리를 잠시 재는 듯싶더니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쾅! 쾅!

포탄이 떨어지며 흙먼지를 흩날렸다. 기병의 돌격 대형을 방해하기 위한 예측 사격이었다. 프리지아 기병은 그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 간단히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우수한 기병은 상대 대포의 지향점만 보고도 자신들이 사격 권역에 들어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프리지아 기병이 간단히 포격을 피해 접근해오자 신의 보병들이 소총을 들었다. 프리지아 기병은 그 모습을 보더니 유연하게 옆으로 돌면서 아슬아슬하게 소총 사거리를 피해갔다.

자신들이 수출한 소총이었기에 그 유효 사거리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인리히 대령은 신의 보병들의 대응 속도와 움직임만 살짝 살피면서 기병 연대를 적 방어선과 나란히 달리게 했다. 심장이 떨리는 일이었지만, 프리지아 기병들은 겁도 내지 않고 그 일을 해냈다.

그들이 태연하게 방어선 앞을 달리면서 ‘간’을 보자 신 쪽도 화가 난 것인지 군악대를 움직였다. 곧 기묘한 음악이 연주되더니, 신의 보병들 사이로 회랑 하나가 열렸다. 그 간격을 통해 신의 기병들이 물밀듯이 흘러나왔다.

하인리히는 그것을 보고 자신의 연대를 뒤로 물리게 했다.

“후퇴.”

대령은 짤막한 명령을 통해 기병을 신속하게 후퇴시켰다. 기수와 손짓만으로 지휘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빠른 반응이었다.

프리지아 기병의 반응에 신의 기병들이 대응하려다 움직임을 멈추었다.

대령은 그 시간과 상대의 대형 변화를 대강 계산했다.

‘동방 군대라 그런지 훈련 수준이 썩 좋진 않아. 포병의 예측 사격도 별로이고, 보병의 대응도 형편없어. 기병의 투입 조율 판단도 나빴지. 진형과 적의 병력 투입 순서를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적은 코르크 마개가 되기를 꿈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럴 능력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확신하긴 어렵다.’

대령은 연대를 한 바퀴 빙 돌린 다음 다시 적 방어선의 전면에 대기시켰다.

‘무엇보다 기관포와 지뢰를 쓰지 않은 것이 수상해. 방어선을 친다면 그것들을 써야 의미를 가질 텐데. 여문은 놈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건가?’

대령은 조금 수상하단 인상을 받았지만 연대 하나로 확인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위력 정찰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었다. 만전의 태세를 갖춘 적에게 포병 지원도 없이 머리를 들이미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곤란하군. 이래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이 없는데.’

하인리히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왕국 대령이 말했다.

“귀 기병의 기동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여문 돌파가 어렵지 않을 거란 확신은 들었는데, 대령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 점은 나도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뭔가 확신이 오진 않는군요.”

“그 확신은 승리가 손에 들어와야 얻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인리히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망원경을 접었다. 지금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거야 본대가 와서 확인해도 될 문제였다. 아까운 부하들의 목숨을 허비해 확인할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하인리히는 한참 적진을 바라보다 말 머리를 돌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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