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4화. 교두보 (1)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섬 제독은 자신의 방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함대 부관의 방문을 받았다.
“각하, 후발대에서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제독은 포크를 놓으며 부관에게 시선을 주었다.
“꽤 늦었군.”
당초 계획대로라면 후발대의 프리깃이 훨씬 빨리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몇 가지 돌발 변수가 후발대의 출발을 늦추었다.
덕분에 예상한 것보다 하루나 늦게 아군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래, 후발대에서 뭐라고 하던가?”
“도착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전해왔습니다.”
“흠, 그럼 작전 일시도 조금 늦어지겠군.”
그리섬은 그 부분이 조금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장시간의 항해를 거친 병사들을 쉬게 하지 않으면 충분한 전투력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해를 중간 기착지로 애써 확보한 것에는 이 휴식이란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부관은 그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건 아닙니다, 각하.”
“작전 일시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아닙니다. 원래 일정보다 일찍 진행한다고 알려왔습니다.”
“도착이 늦다면 오히려 지연이 되어야 보통이 아닌가.”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 같으면 전쟁에서 준비 없이 움직였다 자멸한 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 당연한 이치를 알고 있었기에 부관의 대답을 의아하게 여겼다.
부관은 대답 대신 전문을 건넸다. 제독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전문을 받아들었다.
잠시 그것을 훑던 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힌디아에서 반란이라니? 이 무슨 어이가 없는.”
부관은 제독의 놀람을 이해했다. 그 역시 전문을 건네받았을 때는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상부는 그 이유 때문에 작전을 단시간에 마치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제독은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동의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무리를 해가며 작전 일정을 맞춘다는 소리가 이해가 갔다.
힌디아가 반란으로 들썩이는 판이라면 원정군 전체가 회군을 해야 할 사안이었다.
연합왕국에 있어 힌디아는 그만큼 중요한 땅이었다. 신에 대한 원정 못지않은 가치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정군이 작전을 강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마 적색 함대가 홀로 위해까지 올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최단시간에 작전을 마치고 돌아가리라 생각을 굳혔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면 원정군에 있어 시간은 그 어떤 희생보다도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 다소의 피로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작전을 강행하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단 점이다. 만에 하나 적이 우리 처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면 이쪽은 패배를 면할 길이 없다. 시간만 끌어도 이길 턱이 없지.’
제독은 그 생각을 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위해에 도착할 때만 해도 승산을 점쳤던 그였지만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보니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설마 하니 야만인들이 힌디아에 눈을 갖고 있을 리가 없다. 루시가 상황을 파악해 신에 정보를 알린다고 해도 북경에 알려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놈들이 정보를 파악하기 전에 북경을 함락시키고 강화 교섭을 걸면 승산은 있다.’
그리섬은 애써 불길한 가정을 지웠다.
제독은 생각을 정리하고 부관에게 말했다.
“작전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이쪽도 서둘러야겠군.”
“일정을 맞추자면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그는 얼마 전 로 제독이 가져온 정찰 결과를 가지고 있었기에 작전 개시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적은 그들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선진 공격에 한해서 말한다면 그들의 승산은 충분했다.
제독은 식사를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부관에게 함대의 출격 준비를 서두르게 했다. 아군의 연락이 없어 작전 실행에 여유를 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가능한 한 선진을 빨리 확보해 연합왕국의 승리 가능성을 확실히 한다. 그로서는 그것 이상은 해볼 수 없었다.
한 시간 후, 적색 함대는 닻을 올렸다.
함대의 선두에는 장갑함들이 섰다. 그 뒤로 기범선들이, 그 뒤에 나머지 함 급의 함정들이 전개되었다. 가장 느린 장갑함이 선두에 선 것은 전투를 염두에 둔 포진이었다.
가장 강한 함정들이 방패 역할을 함으로써 전체 함정의 손실을 줄이는 기본적인 대형이기도 했다.
전체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함대의 속도를 맞추기 쉽고 행동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함대는 긴 시간 대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선진을 향해 나아갔다. 함대 대형의 유지는 훈련이 잘된 해군만이 가능한 장기였다. 로망스나 여타 국가의 해군들은 이러한 수준의 대형 유지에 상당히 곤란을 겪었다.
물론 연합왕국은 예외였다.
이백 년 이상 바다의 왕자로 군림한 그들은 대형 유지를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여겼기에 눈 감고도 간단히 해낼 수 있었다.
이러한 대형 유지를 통해 그들은 효율적으로 아군과의 협력을 해낼 수 있었고, 복잡한 전술을 응용할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해전의 최강자로 군림한 것이기도 했지만.
제독은 적의 함대가 도전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왕립 해군이 지금껏 맛본 굴욕을 멋지게 갚아주면서 신에 나름의 충격을 선물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흑 태자는 마음에 걸리는군. 세 척밖에 없는 위상함이니 상대한다면 피해가 적을 수가 없지.’
적에게 나포당한 최신예 장갑함을 생각하니 지금도 속이 쓰렸다. 제독은 괜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수평선 너머로 흐릿한 육지의 모습이 비쳤다. 견시가 그것을 보고 ‘선진 도착’을 알렸다.
제독은 그 보고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전의 정찰 보고를 생각하면 적은 아무런 대비도 되어 있지 않을 테니 공격을 시작하면 요절을 내는 것은 식은 죽 핥기였다.
무수한 상선과 군함이 들어찬 군항이 공격을 받는다. 그 자체로 적이 충격에 휩싸이리란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제독은 부관으로부터 망원경을 건네받았다.
그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을 적의 모습을 생각하며 망원경에 눈을 가져갔다.
하지만 기대에 차 있던 표정은 급속하게 굳어져 갔다. 항구 쪽은 보고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선진에 그토록 많다던 상선은 어디로 모습을 감추었는지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이 정찰을 다녀간 시점에서 바로 준비를 했다 해도 그 많은 배들이 항구를 빠져나가는 일은 무리였다. 시간상으로 그 상선들의 항해 준비를 마치고 승무원들을 태워 탈출시키는 일은 가능한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선은 한 척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항구 안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적의 군함들도 없었다.
상선도 군함도 없다?
군함은 출항 준비에 많은 시간을 먹었다. 저 많은 상선을 탈출시키는 동시에 군함까지 출항 준비를 진행하는 것은 선진 정도의 항구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려 해도 ‘혼란’이 생겨 절대 할 수 없었다. 상선이든 군함이든 골라서 어느 한쪽을 먼저 준비시키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하면 군함을 탈출시키고 상선은 뒤에 출발시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함대와 상선 모두를 탈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놈들은 정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이게 진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망원경을 눈에서 떼었다.
“부관, 내가 망원경으로 뭘 잘못 본 것 같은데, 당신이 한 번 보시오.”
제독이 망원경을 넘겨주자 선임 위관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잠시 후, 부장이 보인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뭔가 보고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번에 받은 보고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의 반응도 자신과 다르지 않자 제독은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놈들이 그 많은 배를 그 짧은 시간에 다 철수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하지만 각하, 항구가 비었다면 일이 더 쉬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그만큼 철수에 신경을 썼다면 항구 방어는 거의 준비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독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부관의 말에 수긍했다. 원정군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선진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 항구를 확보해 후속해오는 제대를 위한 거점으로 확보하면 그들의 목적은 모두 달성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적 함대가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선진에 닻을 내리는 대로 장갑함 일부에 남은 석탄을 넘겨 위해로 보내야겠지만 말이다.
제독은 신호사관을 불러 공격 명령을 전달했다.
***
“포격 개시!”
사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항구 옆의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장갑함들은 포문을 개방하고 무자비한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안 곳곳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땅에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거인이 전력을 다해 때리는 주먹질 앞에 모든 것들은 장난감처럼 허물어졌다. 사관들은 적의 방어 병력이 있을 만한 위치를 골라 집중적으로 포격을 진행했다.
각 단계별로 포격이 진행되면 장갑함들은 조금 더 전진하여 다음 선상에 대한 공격을 진행했다.
왕국 해군이 이러한 포격을 가하는 이유는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서였다. 몇 번의 상륙에서 왕국 해군은 호된 맛을 보았다.
당시에 쓴맛을 보았던 왕립 해군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먼저 이 집중적인 포격으로 혹시 모를 적의 해안 방어 부대를 제거하고 보병을 상륙시킨다. 이를 통해 포대를 걷어내어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기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 다음 함대를 진입시켜 항구 점령을 완료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시간도 그렇게 빡빡하진 않았다. 최초 작전 수립 단계에서 선진 공격에 할애한 시간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항구 내에서 저항하리라 생각했던 적 함대에 대한 ‘제압 시간’이 절약되었기에 원정군은 당초보단 여유를 가지고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약 한 시간에 걸친 무자비한 사전 포격으로 해안은 말 그대로 쑥밭이 되었다. 적의 저항은 없었다. 준비 포격이 끝나자 신호사관이 육군 쪽에 신호를 보냈다.
상륙 허가가 떨어지자 상선들에서 종선이 내려졌다. 그 종선에는 수많은 붉은 코트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수모를 갚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강주에서 몇 번이나 신에 코가 깨졌던 그들에게 이번 전투야말로 명예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종선들은 마치 경주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노를 저으며 앞으로 쭉 내달렸다. 그들은 그대로 해안에 닿자마자 벼락처럼 육지로 튀어 올랐다.
그들은 왕국에 굴욕을 안겨주었던 선진의 방어 시설인 ‘다고 포대’를 향해 깃발을 들고 전진했다.
다고 포대는 모두 백오십 문이 넘는 대포를 보유한 제국 최대의 해안 요새였다. 제국 제일의 요항을 지키는 방어 시설에 걸맞은 규모였다.
지난 전투에서 왕국 해군을 확실히 압도하지 못했던 전훈을 기억한 신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엄청난 수량의 대포를 다고에 집결시켰다. 선진이라는 관문의 방어력을 확실히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다고의 방어력은 왕국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붉은 코트들이 새카맣게 포대를 향해 육박해오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다고 포대가 처음으로 불을 뿜었다.
포대의 대포는 기본적으로 항구와 그 앞을 사정권에 두고 있었지만,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육상 통로 방어에도 일부 화력을 할애하고 있었다.
과거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늘어난 대포의 수량이 이러한 방어를 가능하게 했다.
콰앙.
포탄이 떨어진 순간 붉은 코트 여럿이 피와 살점이 되어 흩뿌려졌다. 예상 밖에 포탄이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자 붉은 코트들은 황급히 산개를 시작했다.
포대는 첫 포격을 신호로 연거푸 포탄을 퍼부었다.
다고 포대가 지상군을 공격하자 장갑함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적의 공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최대한 항구 앞으로 다가가 포대 방향으로 포탄을 쏘아댔다.
명중탄을 내기는 어렵더라도 상대의 주의를 끌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노력이 주효했는지 지상군을 노리던 포탄의 정밀성이 상당히 떨어졌다.
해군이 도움을 준 덕에 적의 공격력이 경감되자 지상군은 재차 포대를 향해 돌격을 이어갔다.
붉은 물결이 노출된 해안선을 벗어나 숲에 접어들자 포대의 공격은 그 효력을 빠르게 잃었다. 숲이 시계를 방해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보병들은 포대의 공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며 진격 속도를 높였다.
그들이 포대에서 천 미터 정도 떨어진 숲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서 오렌지 빛 불꽃이 번쩍였다. 이들은 포대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는 단련과 상승군 병사들이었다.
선진 방어에는 상당수의 단련들과 상승군이 동원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그 방어 전력의 일부였다.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총탄이 수도 없이 날아오자 선두에 섰던 병사들이 다시 피를 뿌렸다.
왕국 보병들은 재빠르게 산개하며 엄폐물을 골라 몸을 숨겼다.
“야만인 놈들, 화력이 생각보다 제법인데.”
왕국 병사들은 적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력하단 사실에 이를 갈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단련들이 보유한 전장식 소총이야 별것 아니었지만, 상승군의 후장식 소총이 문제였다.
그들의 화력은 상륙한 지상군 보병들이 간단히 무시하기에 만만치가 않았다.
돌격하기도 꺼림칙한 것이, 기관포라도 있다면 학살을 당할 수 있어 문제가 많았다.
육군은 망설임 끝에 연락 장교를 해안으로 보내 해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장갑함은 그 요청을 받자마자 해안 근처까지 바싹 다가와 숲으로 백린을 쏘았다.
정확도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포탄이 떨어지면서 일으킨 화염과 연막이 방어자들을 혼란시켰다.
보병들은 그 지원을 이용해 적과의 거리를 좁힌 다음 무자비한 포화를 퍼부었다. 방어에 투입되었던 신의 병사들은 이 공격에 주춤거리며 뒤로 밀렸다.
저주 섞인 비명 속에 적의 저항이 빠르게 옅어지자 장교들은 붉은 코트들에게 착검을 명령했다. 그들은 전열 전투 시대부터 전통적으로 근접전에 익숙했다.
붉은 코트들이 총검을 번뜩이며 해일처럼 밀려들자 단련과 상승군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일렬로 서서 도망을 가고 있어 추격하며 쏘아 죽이기가 쉬웠다.
붉은 코트들은 그대로 그 뒤를 추격하여 포대의 능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그 길목에는 악마의 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핑. 핑.
듣기에도 꺼림칙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폭발을 일으켰다. 수류탄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그 폭발물은 굉음과 동시에 무수한 자탄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살상력은 포탄에 견줄 바가 못 되었지만 사상자를 만드는 부분에서는 포탄에 뒤질 것이 없었다.
“지뢰다!”
붉은 코트 장교들은 아군 병사들을 엄습한 재앙을 보고 정지를 외쳤다. 적이 포대로 달아나면서도 일렬로 달아난 이유가 지뢰 때문이란 것을 뒤늦게 눈치챈 그들은 이 병기들이 제거되기 전에는 공격이 어렵다는 점을 알았다.
장교들의 명령에 따라 붉은 코트들이 급히 공격의 흐름을 늦추었다. 하지만 급박한 공격의 호흡이 끊어지자 공격의 주도권이 대번에 넘어갔다.
적이 정지한 것을 신호로 달아나던 단련과 상승군 병사들이 되돌아서 총격을 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들이 걱정했던 악마의 병기 기관포까지 불을 뿜었다.
무자비한 총격이 이어지자 붉은 코트들은 일단 물러서는 쪽을 선택했다.
과거였다면 고집을 부리며 악착같이 공격을 가했겠지만 그들도 근대 전투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다.
붉은 코트들은 짧은 시간 사이에 삼백이라는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숲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이를 갈면서 조금 신중을 기해 공격을 가하기로 했다. 단순 보병으로 다고 포대까지 진출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욕심이었다.
아군 포병의 양륙을 기다렸다 공격을 해야 했다.
문제는 대포가 해안에 양륙되어야 하는 까닭에 보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데만 족히 네 시간은 잡아먹을 거란 사실이었다.
붉은 코트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대포가 오기를 기다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