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화. 해전 (1)
항구 안은 엄청난 수의 ‘자침 상선’으로 들어차 있었다. 원정군 선발대는 이 문제 때문에 선진에 들어간 장갑함들을 도로 빼내는 데만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었다.
“함정이 부딪친다. 정지! 정지!”
장교들이 악을 쓰고 고함을 질렀다. 덩치가 큰 배들이라 선회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장갑함들이 움직일 공간이 너무 좁았다.
배들이 부딪칠 듯 가까워질 때마다 지휘관들은 분주하게 갑판을 뛰며 손을 흔들고 신호사관을 독촉했다.
혼란 속에 장갑함들은 악몽 같은 좁은 수로에서 겨우 함정을 돌렸다. 그사이 함대 지휘관들도 뒤를 따라 가려던 배들을 돌리고 함정들을 재배치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나마 왕립 해군이라 사고 없는 재배치가 가능했던 것이지 어지간한 이류 해군이었다면 대형 사고를 내고도 남았다. 하지만 사고가 없이 일이 끝났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제독은 ‘항구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직접 보트를 타고 항구 안으로 들어갔다. 함대 참모들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왕립 해군이 엘리트주의를 표방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장 경험이 없는 자를 일선 함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지는 않았다.
그리섬 역시 현역 시절 군함을 오래 탄 경험이 있었기에 현장의 상황을 보고 판단할 능력은 있었다.
그는 보트를 타고 항구를 둘러보고는 기함했다.
“항구 안을 배로 메워놨어?”
그는 난생처음 보는 스케일의 항구 봉쇄에 혀를 내둘렀다. 돈으로 따지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규모란 말인가?
그제야 그는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 하나가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적은 상선을 철수시키는 대신 모든 배를 항구 안에 자침시킨 게 틀림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를 예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두 척이면 정리를 해보겠지만 다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간단히 해결할 수 없었다.
제독은 아쉬운 대로 일부 부두만 정비해 보기로 하고 장갑함 두 척을 이 임무에 할당하기로 했다. 모든 장갑함을 동원하기에는 만 안의 활동 공간이 너무 좁았다.
그리고 또 하나 손을 써야 할 문제가 있었다. 바로 항구를 벗어난 신의 해군 문제였다. 그들은 상당한 작전 반경을 가지고 있어 위해를 거쳐 북상해올 후발대에 매우 껄끄러운 존재였다. 혹 그들이 후발대를 향해 공격이라도 감행하는 날에는 작전이 끝장이었다.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장갑함들을 내려 보낼 필요가 있었다.
“일단 탈출한 적 함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항구의 정비보다 우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군 장갑함 중 네 척을 나누어 남쪽으로 보내야 합니다.”
부하 장성의 진언에 그리섬도 동의했다.
후발대는 탈출한 신의 함대에 대항할 전력이 없었다. 규모는 신보다 우세했지만 그들에게는 장갑함과 맞싸울 군함이 전무했다.
일반적인 장갑함들이 상대라면 전열함 전력이 충실하여 상선을 보호할 정도는 되었겠지만, 적에게는 흑 태자가 있었다.
그 괴물을 생각하면 장갑함을 내려 보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제독은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 자신도 전투 이전에 적 해군이 빠져나간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왕국 해군은 일단 상황을 알리는 프리깃을 남쪽으로 내려 보냄과 동시에 잔존 장갑함 열아홉 척 가운데 네 척에 잔여 석탄을 거의 전부 밀어주었다.
해상에서의 석탄 교환 작업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자자, 빨리빨리 옮기고 쉬자고.”
장교들이 지친 병사들을 독려했다. 증기 기관을 돌리며 움직이는 장갑함은 전투 중에 함 내의 온도가 상당히 올라가곤 했다. 외부의 공기가 빠질 곳이 모두 막히기 때문이다.
푹푹 찌는 보일러 옆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움직이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의 체력을 앗아갔다.
그런 전투를 하루 종일 치르고 석탄을 나르려니 병사들의 입이 툭 튀어나왔다.
그들은 이럴 바에 탈영을 해야 했다느니 별 이야기를 투덜거리며 무거운 석탄을 보트까지 옮겼다. 선상에서의 석탄 교환은 배에서 배로 바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보트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힘겨운 작업이 끝날 즈음에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제나저제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제독에게 신호사관이 작업 종료를 알렸다.
제독은 그 신호를 받고 함정들을 출발하게 했다.
네 척의 장갑함이 검은 연기를 토하며 함대의 전열을 이탈해 나가자 그는 이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전쟁 이전에 계획한 ‘말끔한 작전’ 대로라면 사실 이런 걱정을 할 이유가 없었다. 충분한 석탄을 보급 받으면서 제국의 목을 졸라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석탄이 부족했다. 네 척의 장갑함이 함대의 석탄을 거의 전부 가지고 움직인 탓에 함대에는 석탄이 없었다. 주력함인 장갑함과 기범선들이 모두 석탄 부족으로 기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별 탈 없이 항구를 접수했다면 함대의 기동력 상실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위해에서 출발할 당시에 ‘최악의 경우’로 가정했던 적 함대의 탈출에서도 이런 시나리오는 예상한 바 있었다.
이럴 경우에는 일부 장갑함만 위해로 돌려보내고 기동력을 잃은 주력함들을 항구 안에 정박시키면 그만이었다. 들어오는 수로에 화력 점을 형성해두면 공격을 간단히 분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당초 전망처럼 좋지 않았다. 함대가 항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지경이라 함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 자체가 선택 불가능한 옵션이었다.
할 수 있다 해도 제독 자신이 거부할 옵션이었다. 지금 억지로 항구에 배를 우겨 넣었다간 침몰 선박을 치우는 장갑함들의 작업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대한 후발대의 작전을 지원해야 하는 그로서는 기피해야 할 선택이었다.
속 편하게 함대를 항구 밖에 원형으로 똘똘 뭉쳐둘 수도 없었다. 태풍이 올 계절이 아니어서 원진 자체는 가능했지만 상륙한 지상군에 대한 포격 지원이 곤란했다.
한 줌도 안 되는 지상군. 그나마 수병이 태반을 차지하는 그들에게 포격 지원이 없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다고 포대에서 격퇴되긴 했지만 적이 선진 방어에 투입한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습을 당했다고 해도 적의 가용 역량에 비추어 본다면 적에게는 여력이 있었다.
적에게 의지가 있다면 좀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해 다시 역습을 올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이런 약점 때문에 제독은 함대를 셋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먼저 기범선과 상선들이 해안에 바싹 붙어 삼열로 정박했다. 그 옆을 기동이 불가능한 장갑함들이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엄호하기로 했다.
해안에 대한 엄호와 동시에 방어력이 떨어지는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기동이 가능한 장갑함 두 척은 얼마 안 남은 연료로 부지런히 항구 내의 침몰 선박을 치우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 항구를 조금이라도 쓸 수 있게 해야 후발대의 작전을 지원할 수 있으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머지 전열함은 함대에서 떨어진 외해를 돌면서 적의 공격을 견제하기로 했다.
전열함도 한데 뭉쳐두면 좋을 것 같지만 좁은 해역에 함정들이 밀집해서 좋을 것은 없었다. 기동도 못 하는 장갑함과 기범선들과 뒤엉켜봐야 함대 전체의 전투 효율만 내려갔다.
나름대로 제독의 경험을 살린 결정이었다. 배치 자체는 주력함의 기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짜낼 수 있는 최선의 방어 형태에 가까웠다. 왕립 해군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방어 형태는 고안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장갑함들이 기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함대는 대단한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규모만 놓고 보면 터무니없이 거대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후발대의 함정들이 도착해야 했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석탄이 없어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들이 합세하면 육군의 포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독은 이러한 배치로 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적은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 상선 자침’으로 항구 자체를 마비시키는 강수를 둘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이미 몇 번 왕립 해군을 물을 먹인 전력이 있는 적이니 안심하는 것은 아군이 도착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방어를 깨트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이쪽은 세계 최강의 장갑함을 열다섯 척이나 갖고 있다. 네놈들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진 않아.’
제독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강력한 전력을 상기하며 불안을 애써 떨쳤다.
***
승도는 다고 포대 전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적이 전투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 부분은 그가 이용할 만한 여지가 있는 약점이었다.
전쟁에서 신속함은 ‘성공’할 때는 ‘대담함’으로 포장되지만 실패할 때는 ‘성급함’으로 표현되었다.
신속함을 성급함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승도는 그 생각을 하다 입맛을 다셨다.
‘생각해보면 지금 가진 것이 너무 작군. 역시 시간을 두고 지연책을 펴는 방향으로 집중해야 할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한 장교가 군막으로 들어와 예를 표시했다.
“전하, 선진 근처로 나간 아군 글라이더의 보고입니다.”
장교는 승도의 앞으로 다가와 상세하게 그려진 적의 배치 상황도를 앞에 올렸다. 그는 그 배치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함대의 배치도입니까?”
승도가 항구와 그 주변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함대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묻자 장교가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의외로 이상한 배치로군요. 이런 배치는 효율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인데.”
정석적인 배치라면 이렇게 함을 배치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턱을 매만지다 장교에게 물었다.
“경이 로망스 해군 출신이라고 했지요?”
“예, 전하.”
“경이 보기에 이 함대 배치는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단순히 화력의 운용이란 관점에서 보고 ‘이상함’을 간파한 승도의 물음에 장교가 동의했다.
“제가 보기에도 조금 이상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저들 함대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겠습니까?”
“이런 배치는 기본적으로 로망스 해군에서 주로 하는 해안 방어 태세에 가깝습니다. 기동을 포기한 함정 중 가장 강력한 배들이 앞에 나서서 방어선을 펴고, 나머지는 그 안에서 보호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기동을 포기하는 방어 형태라고요?”
“그렇습니다, 전하.”
승도는 다시 배치도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장갑함들이 해안에 붙은 배들 중 외곽에서 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장갑함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저들에게 석탄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군요.”
“예, 가능한 추측입니다.”
승도는 그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었다. 적 해군은 위해를 거쳐 선진까지 내달려온 상태였다. 동반한 상선들로부터 석탄 보급을 받았다고 해도 잔량이 많을 수가 없었다.
그런 처지라면 적 함대는 기동 자체를 꺼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이것은 가정이었다.
실제 적이 ‘오판’을 유도하여 신의 함대를 꾀어내 괴멸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 전력상 양쪽 함대가 격돌했다간 단판에 괴멸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북양 함대가 그렇게 무너진다면 연합왕국은 제국에 대해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다지 많지 않은 군함만 주기적으로 보내도 제국의 해운 자체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울추를 생각하면 도박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적의 주력 함대와 우리 북양 함대가 공멸 수준으로 싸워주기만 해도 이후 전개는 매우 유리해진다. 그럼, 일단은 적의 석탄 잔량을 확인해보고 움직이는 건 어떨까.’
그 정도라면 무리한 일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승도는 적 해군의 배치를 슬쩍 훑다 외곽에 빠져나와 있는 전열함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북양 함대를 접근시켜 간을 보면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을지 몰랐다.
이는 적의 주력함이 장갑함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증기선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이기에 앞서 ‘예열’ 작업이 필요했다. 석탄이 있다면 보일러를 돌리며 연기를 내뿜게 마련인데, 석탄이 없으면 그럴 수가 없었다.
전열함 근처로 북양 함대가 접근한다면 저들은 예열을 하고 반응을 준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의 함대가 공격해 와도 적시에 반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괜찮은 생각이라고 여겨졌다. 승도는 생각을 정리하고 재빨리 서신을 썼다.
이 서신은 북양 함대에 기회가 된다 싶으면 적 함대와 난타전을 벌여 공멸을 해도 좋다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담고 있었다.
그는 서신을 밀봉한 다음 장교에게 건넸다.
“이 서신을 전령 편으로 북양 함대에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하.”
승도의 서신은 전령의 손을 거쳐 선진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 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던 클레망소의 손에 들어갔다.
연합왕국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신의 함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함대 자체가 공해상에 정박한 탓이었다.
클레망소는 역사상 거의 모든 해전이 ‘항구와 해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함대를 공해에 두었다. 육상과의 연락을 위한 프리깃 하나만을 육지에 두고 있었기에 왕국에서 신의 함대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클레망소는 승도의 서신을 받아보고 ‘그럴 법하다’는 생각을 했다.
왕립 해군의 석탄이 고갈되었다면 승부는 해볼 만했다.
전쟁에서는 기본적으로 병력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더 많은 전력을 투사하는 쪽이 유리했다.
따라서 수적으로 우세한 열다섯 척의 적 장갑함은 신의 기동 가능한 네 척의 장갑함에 밀릴 공산이 컸다. 기동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만 옳다면.
그는 승도의 지시에 따라 함대를 한 번 움직여 보기로 마음먹었다. 도박을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달아나면 그만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 여유는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조함술이 뛰어난 왕립 해군이라도 방어적인 함대 배치를 풀고 공세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함대를 출발시키도록 하세. 장갑함들을 예열시키게.”
클레망소는 마음을 굳히고 고급 장교들을 불러 함대의 출발을 준비시켰다.
갑작스런 출항 명령에 신의 수병들은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지휘관들로부터 양이 해군과 싸운다는 말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역전의 원정군 해군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몇 달 전에 벌어졌던 선진에서의 ‘처절했던 해전’이 그들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싸워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치듯 모항을 내준 가공할 규모의 적이었다. 이번 상대가 무지막지하다는 것은 바다가 파랗다는 것만큼 분명한 사실이었다.
장교들도 수병들처럼 두려움을 표시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새롭게 신의 해군에 가세한 신대륙 출신 장교들이 그랬다.
그들은 대양을 오가며 왕국 본토를 구경한 경험이 있어 왕립 해군의 정예, 적색 함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왕립 해군을 상대로 선공이라니. 정박지가 항구 밖이라도 이건 자살 행위입니다.”
“상부에 다시 건의해 주십시오. 우리는 왕국과 싸우려고 온 것이지 개죽음을 당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지휘관들에게 작전의 위험성을 어필했다.
“걱정할 것은 없네. 우리는 적 함대의 바깥을 훑으며 상대가 기동력이 있는지 없는지 살핀 다음에 공격을 할 생각이니까. 상대가 석탄이 떨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있어 시험을 해보는 것이니 그렇게 위험한 작전은 아닐세.”
지휘관들의 설명에 장교들은 작전이 아주 ‘무식한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일단 장교들이 ‘괜찮다고’ 판단하자 함대의 분위기는 초상집에서 나아졌다.
적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돌면서 해볼 만하다는 인식도 나오기 시작했다. 함대가 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자 출격 준비는 금방 마무리되었다.
곧 장갑함 천무의 보일러가 힘차게 석탄을 태운 연기를 토해내며 추진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제국의 장갑함들과 나머지 전투함들이 따랐다.
지금까지 전쟁의 결정적인 공적을 육군에 양보하며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 있던 해군이 자신의 공을 쟁취하기 위해 전장으로 출격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