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화. 여산 (1)
적색 함대가 참담한 손실을 보고 피해 상황을 한창 확인하고 있던 아침, 남쪽 바다로부터 거대한 규모의 함대가 북상해 왔다. 그들은 이 전쟁의 승패를 겨룰 원정군 지상군의 주력이었다.
원정군은 이로써 북경 진공에 필요한 진용을 모두 갖추었지만 충격적인 ‘해전의 피해’와 항구의 마비라는 이중고 앞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적색 함대의 요함 엘리자베스의 장교식당에서 열린 원정군 지휘부의 회의에서 장성들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나누었다.
“적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상황은 이쪽이 병참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을 부를 위험이 있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경우 적이 북경을 빼앗기고도 장기전을 취할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만사가 끝장입니다. 우리는 장기전으로 전쟁을 끌어갈 선택권 자체가 없습니다. 가급적 적이 장기전을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프리츠 대장의 지적에 오스틴 중장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대응을 하자는 말입니까.”
“가급적 이쪽이 병참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있겠지요.”
“장갑함을 기동하는 모습을 적에게 보여 주기라도 하자는 말입니까.”
“그런 셈입니다. 최소한 함정들을 동원해 해안을 때리며 이쪽의 해상 전력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이 그리 쉽게 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려면 장갑함이 활동하는 이유를 적이 납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
이유도 없이 장갑함이 교두보인 선진을 비우고 움직이면 공연히 의심을 산다. 크리그 해군 원수는 그 점을 지적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해서 이곳 선진을 버리고 서쪽으로 작전 무대를 옮기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프리츠의 제안에 네이선 원수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작전을 늦추자는 말은 우리가 자멸하자는 말과 마찬가지 아니요? 여기서 항구를 바꾸려고 움직인다면 적은 더 많은 병력을 북경에 모을 거요. 그럼 우리 승산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소.”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적이 장기전 방침을 취해도 우리가 필패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
“무엇보다 이 선진 자체가 우리 작전의 소요를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도 문제입니다.”
프리츠는 그 부분도 짚었다. 해안에 양륙을 한다면 시간 손실은 줄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대포와 같은 중장비 양륙은 포기해야 했다. 그것까지 내리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서다.
부두의 기능을 일부 사용 가능하다면 문제가 낫겠지만 장갑함들은 항구의 ‘청소 작업’을 하던 중에 교전에 불려나와 아직 부두 기능의 일부 회복이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 해도 해안에 양륙하는 편이 서쪽으로 가서 항구를 새로 획득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릴 듯싶소. 그리고 적이 장기전을 할 위험이 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 아니요?”
“확실히 그 점은 그렇습니다만, 시간적으로 이미 손해를 보게 된 마당이니 조금 더 시간을 쓰고 전략적으로 ‘필패’가 될 가능성을 지우는 편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집니다.”
“필패일 가능성은 배제하고 승부를 보자.”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프리지아 장성들을 비롯해 육군 장성 대부분은 프리츠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적이 장기전을 취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승부수를 던진 입장이었기에 그 위험은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육군 쪽에서 차츰 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네이선 원수는 공을 해군에 돌렸다.
“해군 쪽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공이 자신들에게 넘어오자 그리섬 제독이 입을 열었다.
“육군 쪽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일단 이 선진은 기본적으로 방어에 너무 불리합니다. 최소한 적이 다시 해상에서 위협을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배제하자면 안정된 정박지가 필요합니다.”
“안정된 정박지라.”
“그렇습니다. 그것만 확보된다면 장갑함 몇 척으로도 적의 기습은 충분히 제어가 가능합니다. 그러면 남는 전력으로 후방 병참을 지킬 수 있다고 적에게 ‘확신’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면을 따져본다면 항구는 무조건 얻어야 합니다.”
“선진을 긴급 복구하는 편이 빠르지 않겠소?”
“그건 무리입니다. 항구를 복구하려면 며칠을 써도 모자랍니다. 거기다 프리츠 대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아군 장갑함의 건재를 ‘확인’시키는 이익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선진의 복구는 전략적으로 무가치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섬은 씁쓸하게 자신들의 전과가 무의미해졌음을 밝혔다.
“크리그 백작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해군 원수도 적색 함대 제독과 같은 입장임을 알리자 네이선은 작전을 변경해야 한다는 부분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정군은 후발대가 싣고 온 얼마 안 되는 석탄을 장갑함과 기범선에 모두 나누어주고 선진에 상륙한 병력에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갑작스런 철수 명령은 선진의 다고 포대에 주둔한 채로 아군의 상륙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위트 소령에게는 ‘어처구니없는 통보’였다.
그는 해군 연락 장교의 통보를 받고 격노했다.
“지금 철수라니. 무슨 농담을 하는 건가?”
“농담이 아닙니다. 원정군 지휘부의 정식 명령입니다.”
“헛소리. 일부러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공격해 간신히 점령한 거점이다. 여길 상부에서 포기하라는 장난 같은 명령을 내릴 이유가 어디 있단 건가.”
“하지만 사실입니다. 여기 명령서를 직접 보십시오.”
연락 장교가 명령서를 건네자 위트는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낚아챘다.
그는 급하게 갈겨쓴 글씨를 쓱쓱 훑더니 명령서를 그대로 구겨버렸다.
“개소리.”
“대대장님.”
위트가 명령서를 구기며 욕설을 내뱉자 휘하 장교 몇이 당황했다.
“지금 농담을 하는 건가. 내 부하들이 몇 백이 죽어나갔어. 수백 명이 피를 흘려서 이 거지 같은 곳을 점령했단 말이다. 시간 몇 분, 몇 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명령 한마디 때문에. 그런데 이제 와서 철수? 개새끼들.”
위트는 침을 뱉고는 구긴 명령서를 내팽개쳤다.
하지만 그 명령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위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귀한 부하들을 희생해가며 얻은 전과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철수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피를 흘려가며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정말이지 멍청하고 한심한 일이다. 철수할 거라는 것만 알았다면 핑계를 대서라도 공격하지 않았을 거다. 빌어먹을.’
위트는 그 생각을 하다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이 한참 말이 없자 부관이 조심스레 말했다.
“대대장님,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알고 있네.”
위트가 아까보다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일단 병사들에게 군장을 꾸리게 하게.”
“알겠습니다.”
부관은 돌아서서 준사관과 장교들에게 ‘철수 준비’를 알렸다.
부대가 철수 준비를 하는 동안 위트는 소식을 가져온 연락 장교에게 물었다.
“그런데 철수는 왜 한다는 건가? 일전에 우리 해군이 공격을 당한 것 때문인가?”
“그런 이야기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다른 곳으로 상륙할 것이란 말이 도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상륙?”
“예.”
“그럼, 이 짓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군.”
위트는 상부의 생각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항구가 마비되었다면 고쳐서 쓰면 그만이고, 안 되면 해안에 상륙하면 된다. 새로 항구를 점령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희생을 생각하면 이편이 값싸기 때문이다.
뭔가 계산이 있어서 그쪽을 골랐다면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머저리 같은 지휘관들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
원정군이 다고 포대에 설치한 막사를 거두고 철수를 준비하는 모습은 ‘신의 글라이더’에 의해 포착되었다. 그 정보는 군막에서 해전 결과를 토대로 향후의 상황을 계산하고 있던 승도의 귀에 들어왔다. 승도는 그 보고를 받고 코 주름을 좁혔다.
“원정군이 선진에서 철수하려 한다. 상당히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군요. 지금까지는 속도전을 하려 한다고 보였는데 철퇴를 하려 한다. 경들은 적의 의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승도가 의견을 묻자 장내에 앉아 있던 유진이 나섰다.
“제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셋이라고 여겨집니다. 하나는, 전면 철수입니다. 우리 해군의 도전으로 선진에서의 안정적인 병참 유지가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북경 공격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만술입니다. 철수를 할 것처럼 위장을 하다 선진에서 재차 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쪽을 안심시켰다가 북경을 들이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선진에서 물러난 다음 다른 항구를 노리는 가능성입니다. 시간은 다소 손실하겠지만 보다 안정적인 병참을 확보해 이쪽에 대한 안정적인 작전 지속 역량을 만드는 방향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적이 취할 선택지로 여겨집니다.”
그의 대답에 승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도 역시 그 같은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적이 취할 선택지는 그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적은 작전에서 지나칠 만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추측하건데 아군의 병력 집결을 고려해 ‘가장 빠른 시점’에 북경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겁니다. 그런 적이 이제 와서 한 발 물러서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전면 철수라고 가정한다면 적은 북경 진공에서 노렸을 가능성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저들은 마땅한 전략을 확립해야 하는데, 남은 수로는 우리에게서 이길 패가 없습니다. 대하 하류나 강주, 그 외의 축선 모두 원정군이 우리로부터 의미 있는 전과를 끌어내기에 만만찮은 곳들입니다. 기만술이라고 가정해도 속도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들이 머뭇거리는 만큼 우리 병력이 증강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다른 항구 공략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다면 저들이 염두에 두는 부분은 다른 방향일 가능성도 있을 거라 봅니다.”
“다른 가능성이라고 하시면.”
“장기전. 이쪽이 장기전을 취할 가능성을 두려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장기전을 취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저들의 병참 역량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상선의 수와 해군력의 규모만 놓고 보면 저들은 결코 병참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뜀뛰기 작전으로 북경까지 진공할 길을 만든 자들이니 더욱 그랬다.
승도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능성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북경에서의 전투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하. 장기전을 적이 의식한다면 시간을 끌며 전쟁을 질질 끄는 것만으로도 손쉬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로망스 장교 하나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북경을 포기한다는 방침은 간단히 세울 수 없습니다.”
“하면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대응 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기본 전략은 기존과 같습니다. 북경 사수를 전제로 시간을 번다. 최초의 것과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기만책을 조금 섞어볼 생각입니다.”
“기만책을 말입니까?”
유진이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기만책은 지금까지 승도가 생각하면서도 시도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적이 워낙 빠른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시간’을 벌려 한다는 인식을 줬다가 적을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자극할까 봐서다.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면 시기가 맞지요.”
이유야 어떻든 적은 시간을 스스로 낭비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이든 속도전 전략을 포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전제하에서라면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책을 사용할 여지가 있었다.
“우선은 저들에게 협력을 청할 자들의 끈이 움직이도록 조장할 생각입니다. 북경 안에는 아직 내게 이를 가는 자들이 있으니까요.”
승도는 먼저 자신의 정적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적은 이렇게 패로써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싹 쓸어버리지 않고 살려두면 유리했다.
그는 적도 도구로 쓰며 군림했던 대정치가였기에 이 같은 술수를 펼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하, 그렇게 하면 이쪽의 정보가 적에게 새어 나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보가 실제의 것과 괴리된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요.”
승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위험한 정보가 생길 때 이를 통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것의 유출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진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어 정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과거 로망스 제정에서 대중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종종 사용한 방법이기도 했다.
당시에 로망스 제정은 전쟁에서 발생한 사상자 이야기가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의 입을 통해 돌 때면 그럴듯한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사상자의 수는 언제나 절반 이하로 줄여서 소문을 퍼트렸고,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오락가락하는 정보를 가공해 흘려보냈다.
그렇게 하면 사상자 수에 민감한 국민들도 병사들의 이야기를 ‘소문’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겨버리곤 했다. 교활하다면 교활한 방법이지만 대단히 유용한 방식이기도 했다.
“유언비어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이미 그에 대한 조처는 오래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승도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적에게 역정보를 흘릴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북경에서는 그의 심복인 건문이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었다. 건문은 그곳에서 민감한 상승군의 병력 집결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를 승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포장하여 흘려보내고 있었다.
혹시나 아편상인 등을 통해 정보가 흘러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였다. 이 정보는 물론 연합왕국 쪽에 흘러들어 가고 있었지만 왕국은 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아편 상인들이라고 해도 ‘제국군’이 그렇게 단시간에 빨리 이동했다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하, 그렇게 한다고 해도 왕국이 믿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적어도 왕국은 우리 영토 안에 정보력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유언비어는 효과가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파악한 것을 여러 번에 걸쳐 확인한다. 그러면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지겠지요.”
승도는 유언비어가 재미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편상인들이 수집한 것과 같은 정보가 다시 신 황족들을 통해 흘러 나간다면 왕국도 어느 정도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승도의 계산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만책을 시작하면 북경에서 감시와 통제를 느슨하게 하여 황족의 수족들이 왕국과 접촉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었다.
“한 번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지휘관들이 동의의 빛을 보이자 승도는 손을 모았다.
“그러면 총판장경 건문 경에게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요. 이것이 제대로 먹힌다면 우리는 원정군으로부터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승산이 있는 정도에서 승리를 확신할 정도의 병력을 모을 만큼의.”
“그렇게 된다면 이걸로 세계 최강의 열강이라 자처하는 왕국과 원정군은 끝장일 겁니다.”
“그리될 겁니다.”
승도는 확신에 찬 한마디를 끝으로 회의를 마쳤다. 원정군이 보인 의외의 움직임에 대해 승도는 대담한 한 수를 던졌다.
그 돌에 왕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로 신의 승리 가능성이 결정될 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