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2화. 여산 (3)
정영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오자마자 안절부절못했다.
‘이대로 거짓말이 드러나면 끝이다. 참수 정도가 아니라 능지형이 내려질지도 몰라.’
전신이 오싹 떨려왔다.
파국은 피할 길이 없었다. 만사는 끝장이었다. 면피를 위해 거짓말을 한 번 한 대가가 이렇게 비싸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려고 관직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다.’
정영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책상을 여러 번 내려쳤다. 그는 몇 번이나 자리를 서성이며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곧 강주 왕의 글라이더가 떠서 상황을 알아보는 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그건 그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 정해진 파국이었다.
‘빌어먹을.’
글라이더라는 염병할 물건만 없었다면 이렇게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었을 것인데.
정영은 입술을 물어뜯었다.
이렇게 일이 꼬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냥 양이들에게 투항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
항구를 바치고 몇 가지 정보도 넘겼다면 양이들이 승리한 후에 그를 우호적인 관리로 생각해 얼마나 잘 밀어 주겠는가.
차라리 그렇게 했어야 했다.
정영은 잠시 그 생각을 하다 ‘아’ 하고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고 보면 투항이란 옵션은 아직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진지하게 투항이란 선택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의 보신을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이제는 거짓말이 수습되지 않아 적국에 투항하는 매국의 길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정영의 태도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기보다 면피하는 쪽으로 기울기 쉬운 기회주의적 인간의 속성이기도 했다.
그는 원정군에 투항해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자 서기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이 방법 외에는 살길이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그들은 논의를 끝내고 군영을 이탈해 원정군에 투항하기로 결심했다.
“정지.”
상승군 초병이 불시에 군영을 벗어나려는 자들을 발견하고 말했다. 그의 정지 명령에 정영 일행이 움찔하며 걸음을 늦추었다.
“무슨 일로 이 밤중에 군영을 벗어나려 하는가?”
초병의 물음에 정영이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나는 육관 방어사 정영이다. 강주 왕 전하의 명을 받아 육관에서 피난한 백성들을 위무하기 위해 돌아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출입증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있다.”
정영은 출입증을 내놓았다. 그 출입증은 정영이 군영에 들어올 때 받은 것을 자신의 손으로 손을 본 것이었다.
초병이 상전의 도장을 알 리가 없으니 양식만 비슷하면 깜빡 속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가셔도 좋습니다.”
초병이 허락하자 정영은 짐짓 여유를 부리며 말고삐를 잡았다.
“그럼 수고하게.”
정영은 서기에게 눈짓을 하고 말의 배를 걷어찼다.
정영 일행은 그 길로 상승군의 군영을 벗어났다. 그들은 말을 달린 끝에 육관에서 삼십 리 거리까지 진출해 있던 프리지아 기병과 조우했다. 이 프리지아 기병들은 제국군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나온 척후들이었다.
프리지아 기병들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마주친 신의 관리들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강화 교섭을 하기에는 아직 신이 크게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일단 이들 관료를 그냥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프리지아 기병들은 고민 끝에 연대장 하인리히 대령에게 그들을 데리고 갔다.
하인리히는 육관에서 내륙으로 들어와 한창 정보 수집을 하느라 예하 기병 장교들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신의 관리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조금 얼떨떨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조금 당황스럽게 생각하다 정영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하인리히는 정영 일행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들이 ‘투항’을 바라고 있으며 그 대가로 원정군으로부터 적당한 이익을 얻기를 원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그 제안을 듣고 이것이 기회라고 직감했다. 제국 내 고급 정보가 부족한 원정군에게 이들 관료의 투항은 갈증을 해소해줄 좋은 기회였다.
하인리히는 투항을 받아들이고 조건도 들어주기로 했다. 대신 그들에게 신의 군사 정보를 몇 가지 요구하였다.
이 거래로 원정군은 다소 불안을 갖고 있던 부분 몇 가지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제국이 생각하지 않은 뜻밖의 변수였다.
승도는 작전 회의 직전에 유진으로부터 육관 정찰 보고를 받고 낯빛이 일그러졌다. 예상보다 많은 적이 양륙을 했다는 보고는 뭔가 일이 꼬였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가서 방어사 정영을 끌고 오세요.”
승도의 날이 선 한마디에 장교들이 ‘예, 전하.’를 외치며 막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승도는 일단 정영의 변명을 한마디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당장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참이었다.
그는 정영이 끌려오기를 기다리며 육관 주변에 대한 긴급 지연 조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에 장교들이 막사로 돌아왔다.
“전하, 방어사 정대인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초병에게 알아보니 지난밤에 전하의 명을 사칭하여 군영을 벗어났다 하옵니다.”
그 대답에 승도는 격분했다.
“뭐요? 감히 이 사람을 기망하고 명령까지 사칭해서 도망을 쳤어요?”
“그런 듯하옵니다.”
“쳐 죽일 역적 놈.”
승도는 이를 잠시 빠득 갈았다. 그러다 정영이 달아났다는 데 생각이 미쳤는지 지휘관들에게 홱 눈길을 돌렸다.
“이 역적 놈이 달아났다면 어디로 향했을 것 같습니까.”
“제국 안에서 전하의 명을 거스르고 살아남을 길은 없습니다. 만약 그리했다면 전하와 대적하는 길을 걷는 것이니 왕국 진영으로 가지 않았겠습니까.”
“신의 생각도 같습니다.”
그들이 정영의 투항 가능성을 언급하자 승도는 이를 꽉 물었다.
“역적이 투항을 했다. 하면 저들에게 아군의 정보가 대량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방어사 정영은 군의 지휘관 중 하나였다. 대개 군 지휘관들은 자신의 부대뿐만이 아니라 상호 협력 관계에 있는 인접 부대의 정보는 물론이고, 대전략의 일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쟁을 유기적으로 끌어가기 어려웠다. 따라서 정영이 가지고 있는 고급 정보는 결코 작다 할 수 없었다.
적게는 신이 북경 주변에 가진 군사력의 규모에서부터 많게는 그 배치 상황에 대한 정보까지도 넘어갈 우려가 있었다.
승도는 그 부분이 매우 불편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유언비어를 통해 상대를 기만한다는 공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보가 넘어갔다면 양적들이 우리 기만에 넘어가지 않고 대담한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아진단 것인데.’
승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거 그는 적국에 정보가 전부 넘어간 상태에서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었다. 외무 장관 이하 각료의 태반이 신성 동맹과 내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쟁에서 적은 승도 본인보다 로망스 군의 상황을 더 잘 알면서 싸웠다. 그 전쟁은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한 전쟁을 멋들어진 역전으로 장식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요인은 상대에게 넘어간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새롭게 짜서 역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전멸의 위험을 감수하며 대담한 덫을 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승리였을 것이다.
승도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양적에게 넘어갈 정보를 역으로 이용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위험부담이 큰 부분입니다.”
유진이 말했다.
승도 역시 안정을 중시하던 기존 전략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노출시키고 덫을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싸움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고는 양적들의 공격을 감당하기 어렵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정보가 폭로되어 병력 배치 상황이 드러났다면 기존 전략을 고치는 정도로는 적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승도의 지적은 당연했다.
이에 대항할 수는 결국 하나밖에 없었다. 위험해진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단 것이다.
승도의 의중이 굳어지자 지휘관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신은 이 방침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확정지었다.
***
신의 제11여단은 북경으로 진출하는 목젖에 해당하는 여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신은 기존 전략에서 이 여산을 기점으로 긴 띠 모양의 저지선을 구축하고 단련을 좌우로 움직여 상대를 위협, 시간을 번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 했다.
하지만 계획이 폭로된 시점에서 이 전략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상승군 11여단과 상승군 12여단, 그리고 소수의 지원 전력으로 여산과 그 일대를 커버하기에는 병력이 너무 모자랐기 때문이다.
연합왕국은 그 약점을 간파하기가 무섭게 보병 연대 4개와 기병 연대 1개를 내륙으로 진공시켰다. 이들을 동원하여 여산을 단숨에 포위하여 11여단을 격파하고 전역 초반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지휘를 맡은 프리지아의 발란틴 중장은 이 작전에서 손쉬운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병력비에서 아군이 두 배는 우위에 있다. 질적 전력 차까지 고려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우세하다. 시간상 포병을 동반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보병만으로도 이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전투가 길어진다면 포병도 제시간에는 도착해줄 것이다. 이 전투는 완전히 우리 계획 하에 있어.’
발란틴은 망원경을 들고 여산 방면에 배치된 적의 주력 상승군을 느긋하게 살펴보고는 부관을 불렀다.
“프리지아 제3보병 연대부터 출발시키지. 여산의 좌측에서 단련을 밀어내는 걸로 적의 날개를 꺾고 기선을 제압한다.”
“알겠습니다, 각하. 제3보병 연대!”
부관이 외치자 연대의 기수가 앞으로 나섰다. 부관이 손을 들어 움직이란 신호를 보내자 기수가 힘껏 깃발을 흔들었다. 북소리와 함께 검은 군복들이 발을 맞추어 앞으로 움직였다.
검은 군복들이 움직이자 발란틴은 우측으로도 해병대를 출발하게 했다. 좌우에서 단련을 간단히 격파한 다음 기병을 풀어 이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전 공격력을 여산에 집중해 적 상승군을 일시에 토막 내는 것이 그가 세운 계획이었다.
작전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해 보였지만, 이 단순함이야말로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변수의 영향을 받을 여지를 줄이는 만큼 작전이 뒤틀릴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력에서 앞설 때는 복잡한 작전보다는 이렇게 단순한 작전이 좋았다.
발란틴의 지시에 따라 양익으로 대규모 보병들의 물결이 홍수처럼 몰려나갔다. 좌익으로 검은 군복들이, 우익으로 붉은 군복들이 새카맣게 깔렸다.
그들은 그대로 적진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거리를 좁혀나갔다.
발란틴은 서전에서 적을 간단히 격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망원경에 시선을 가져갔다.
“사격!”
적 보병들이 가까워지자 단련 지휘관들이 악을 쓰듯 명령을 내렸다.
그 지시에 따라 단련들이 일제히 총격을 퍼부었다.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오자 공격자들은 몸을 한번 낮추며 적의 공격을 피했다. 사격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한 데다 상대가 회피 동작까지 보이자 단련들의 공격은 거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일차 사격이 끝나자 원정군 보병들이 기다렸다는 듯 엎드린 자세에서 반격탄을 날렸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멍청하게 선 자세로 총탄을 쏘던 단련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전투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었다. 교전 직전에 원정군이 생각했던 그림대로 각이 나왔다.
발란틴은 망원경을 들고 상황을 지켜보다 미소를 지었다.
“이거 전투가 생각보다 싱겁게 되는군. 그 전까지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적이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야.”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정보가 노출된 판에 저들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전략을 수정한다 해도 병력 규모가 훤히 드러난 판에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을 것이고.”
부관의 말에 발란틴도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패를 다 드러내놓고 싸워서 이긴 자는 역사에 몇 없었다.
‘가능성이 굳이 있다고 하면 이쪽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역으로 뭔가를 꾸민 정도인데. 이 전장에선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어.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까.’
발란틴은 혹시나 단련 사이에 기관포를 숨겨두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절대 돌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정영의 정보에 따르면 기관포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전투는 여유 있게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침착하게 정공법으로 공격하는 것.
그것이 신의 군대를 파괴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발란틴은 적 병사들이 피를 뿌리고 서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번 전투에 변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기관포가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보병에게 거리를 좁히라고 명령했다.
“연대 전진. 거리를 좁혀 집중 사격을 퍼붓는다.”
연대의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전진 사격을 독려했다. 병사들은 그 명령을 듣고 총탄을 장전하면서 적 보병들을 향해 몇 걸음을 다가섰다. 이제 이 총탄을 장전한 다음 일시에 집중 사격을 퍼부으면 전투는 끝이었다.
그들이 다 이긴 얼굴로 적 단련들의 대열을 향해 다가선 순간이었다.
갑자기 신의 진영에 몇 개의 깃발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앞에 서 있던 단련들이 전부 엎드렸다. 그 뒤에서 누런 옷을 입은 자들이 대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그 자세로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그 총성에 발란틴은 적의 ‘발악’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적의 공격은 ‘발악’ 정도가 아니었다. 처음 몇 초에 걸쳐 절제된 사격을 퍼부은 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사격을 퍼부었다.
그 연사 속도는 도저히 전장식 소총의 그것이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엄청난 속사에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몇 걸음 다가서서 집중 사격을 퍼부으려던 연대 병사들이 벌집이 되어 널브러졌다.
그 광경을 본 발란틴은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전장식 소총이 저렇게 연사 속도가 빨랐던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적의 비정규군이 왜 저렇게 사격 통제가 잘 된단 말인가?”
적은 고작해야 3초 사이에 일제 사격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비정규군인 단련은 20초에 걸쳐 엉망인 사격을 퍼부었지만 저들은 달랐다.
사격 통제나 화력 모두 단련 따위라고 볼 수 없었다. 적의 핵심 정규군임에 틀림없었다.
“설마. 각하, 저들은 상승군입니다.”
“뭐?”
발란틴은 부관의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적은 방어의 핵인 여산에 상승군의 옷을 입힌 단련들을 세워놓고 좌우에 정예 상승군을 단련으로 위장시켜 숨겨두었단 말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에 이런 미친 발상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발란틴은 혀를 내둘렀다.
‘미친놈들, 우리가 작심하고 중앙을 공격했다면 저들은 중원이 무너져서 그대로 각개 격파, 섬멸의 수순을 밟았다. 그걸 알면서도 이런 도박을 해?’
그 대담함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실패하면 나라가 결딴이 날 도박인데 그런 수를 던지다니.
“연대 철수시켜.”
발란틴은 이를 갈면서도 진출했던 두 연대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연대 두 개가 피를 흠뻑 흘린 탓에 이들 부대는 재편성이 불가피했다.
그는 이 한 수로 상대로부터 얻었던 정보의 이점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병력이 부족한 적이지만 이쪽이 양륙시킨 병력에 상당한 손실을 입힘으로써 더 많은 병력을 긁어모을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전쟁을 끝낼 호기를 날려버린 원정군으로서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발란틴은 두꺼운 손으로 두 눈을 감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