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3화. 여산 (4)
승도는 망원경을 내렸다. 원정군은 불의의 일격에 당황한 듯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전열을 다시 정비하려면 아마 한나절은 소모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첫수로 적의 콧대를 꺾기는 했지만 정보가 모두 넘어간 이상 상대가 공격을 재개하리란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적은 결코 바보가 아니야. 이쪽의 병력이 충분치 않다는 걸 알았다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한나절 안에 추가 병력을 합류시켜 공격 태세를 다시 갖출 거다. 그렇게 되면 아까의 수는 통하지 않아. 늦어도 내일이면 공격을 재개하겠지.’
승도는 적의 예봉을 꺾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도권은 적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적은 아직 일선에서 상승군보다 우세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피를 좀 흘리긴 했지만 전력 면에서 상승군보다 우세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더구나 기만도 쉽게 통할 가능성이 없었다. 이쪽의 병력 총계가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 계속 교전을 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은 하나. 우리 군을 한 발 뒤로 물리면서도 적을 이 자리에 잡아두는 것이 최선이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은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병력을 쓰지 않고 적을 저지하는 수를 어떻게 낸다는 말인가. 특별한 수를 부리지 않으면 그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건 무리였다.
전쟁의 천재인 그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묘수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럴 만한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승도는 입맛을 다시다 입을 열었다.
“제장들은 들으세요.”
“예, 전하.”
“각 부대에 철수를 준비시키되 가급적 지시가 있기 전까지 움직임을 보여선 안 됩니다. 적이 공연히 자극을 받아 공격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진행해 주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지휘관들이 각 부대로 흩어졌다.
승도는 지휘관들을 일별하고 말 머리를 돌렸다.
그는 말을 타고 후방의 퇴각로를 미리 살펴보기 위해 시찰에 나섰다. 물론 여산의 후방은 광대한 평야 지형이라 퇴로를 그렇게 꼼꼼하게 살필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승도는 개울을 비롯한 몇 가지 사소한 차이가 군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몸소 퇴로를 살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승도의 말은 어느덧 밀밭에 접어들었다. 끝없이 넓은 밭은 설익은 밀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밀밭 위로 참새들이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밀알을 탐했다. 부지런히 낱알을 쪼아 먹기도 하고 벌레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들에게 밀밭은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었다.
한창 파티를 즐기던 작은 약탈자들이 무언가에 놀란 듯 날개를 재게 놀렸다. 그 뒤로 모자를 눌러쓴 농부 하나가 나와 욕설을 퍼부으며 무언가를 던졌다.
일상적인 농가의 풍경이었다. 승도는 그 정경을 돌아보다 멀리서 개울 하나를 발견하고 막료를 불렀다. 그는 그 개울을 지도에 기입하게 하고 다시 말을 몰게 했다.
그때 농부가 새들 쪽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잠시 관심을 꺼버렸던 승도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도망쳐버린 새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농부는 무언가를 밭의 바닥에서 일으켰다. 승도는 잠깐이지만 농부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던 터라 그가 일으키는 이상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농부가 든 것은 남루한 옷을 걸친 사람의 모형이었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그 모형을 든 농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밭의 바닥에 박아 넣고 있었다.
그것을 주의 깊게 본 승도는 자신을 따라오던 농촌 출신의 장교에게 물었다.
“저기 농부가 박아 넣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예전에 강주 근방에서도 몇 번 본 기억은 있는데 자세한 용도는 들은 적이 없어 궁금하군요.”
승도가 허수아비에 대해 묻자 장교가 조심스레 고했다.
“허수아비입니다, 전하. 새를 쫓기 위한 용도로 만든 물건입니다.”
“허수아비? 새를 쫓아요?”
“예. 대충 만든 사람의 모형에 옷을 입혀 ‘사람’이 밭을 지키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게 그 목적입니다.”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
승도는 그 말에서 뭔가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사람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뭔가 이용할 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그대로 퇴각로 시찰을 중단했다. 병력을 재정비해서 신중하게 후퇴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승도는 본영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병참 장교들을 불러 이상한 명령을 하나 내렸다.
“경들에게 명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문하십시오.”
“이곳 여산에는 잔나무가 많습니다. 그것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주세요. 부족하다면 근처 밭에서 허수아비를 걷어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은 서역 시계로 네 시간을 주겠습니다.”
“갑자기 허수아비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장교들은 난데없이 허수아비를 가지고 오라는 말에 조금 당혹스럽게 생각했다. 전쟁 통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허수아비를 어디에 쓰겠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승도에게도 생각은 있었다. 그는 이 허수아비를 가지고 시간을 한 번 끌어볼 생각이었다.
허수아비에 상승군의 군복을 입혀 여산에 세워둔다. 그렇게 하면 멀리서 볼 때 상승군이 여산에 주둔해 있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가 쉬웠다.
‘거기에 적당한 소도구가 더해진다면 연출은 완벽해진다.’
승도는 상대를 속일 몇 가지 계교도 더하기로 했다.
먼저, 앞서의 승리에서 ‘자신감’을 가진 듯 여산에서 원정군을 상대하겠다는 투로 서신을 보낸다.
이 서신을 받아본 원정군은 제국군이 이곳에서 싸울 생각이 있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그냥 물러서기에는 후방 지형이 모두 평야라 싸울 만한 전장이 없었다. 시간을 벌어야 증원 군을 모을 수 있는 신으로서는 취할 만한 선택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승도 자신이 이곳에 남아 그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곳에 신의 병력이 머물 것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 최고 권력자가 있는 곳에 제국군의 주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인간이다.
세 번째는 기병의 측면 작전이다. 유목 기병을 동원해 여산 주변에서 기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적은 여산을 공격하는 즉시 신이 전력을 다해 반격을 가해올 거라고 착각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 역시 상대를 기만하기 위한 전형적인 속임수였다.
승도는 구상을 마치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몇 시간 후, 병참장교들이 허수아비를 가지고 오자 승도는 미리 수거해 두었던 상승군의 군복을 입히게 했다. 이전 작전을 위해 상승군의 옷을 벗겨두었던 터라 군복을 준비하는 것은 간단했다.
그는 단련들이 가진 소총도 일부 수거해 허수아비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장시킨(?) 허수아비들을 여산의 중턱에 마련한 주 방어선이 착착 배치시키고 그 뒤로 상승군 연대들의 깃발을 박아두었다.
그 앞으로 목책도 갖추어 놓았다. 그렇게 하고 나자 이 허수아비 군대는 멀리서 볼 때 그럴듯한 ‘군대’의 면모를 풍겼다.
준비가 착착 진행되자 승도는 각 부대에 여산을 거쳐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그 본인은 지휘부 몇과 함께 여산에 잔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죽을 자리에 남으려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지휘부의 탈출을 위해 여산의 정상에는 열기구가 여럿 준비되어 있었다.
이 열기구들은 기존의 것들과 달리 지상에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것들은 수직 운동만이 아니라 수평 운동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열기구 자체가 날 수 있는 고도는 한계가 있어 총격을 맞을 위험이 있긴 했지만, 여산의 정상에서 띄운다면 그럴 걱정도 없었다.
승도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원정군 쪽에 도발적인 서신을 보냈다.
장교들은 당연히 그 서신을 보내자는 발상에 기겁했다. 시간을 벌어야 할 판에 적을 자극해서 어쩌자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승도는 그 말에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도발이 적을 더 신중하게 만들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적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물을 먹인 상대가 여산에서 일전을 감행하려 한다. 그렇다면 뭔가 이길 수가 준비되었다는 말인데, 거기에 그냥 들이박는단 말인가? 바로 한나절 전에 피를 봐 놓고?
그건 무리다.
승도는 심리적인 이점을 계산하고 상대의 코를 꿰기로 했다는 점을 장교들에게 설명했다. 그제야 그들은 그가 왜 서신을 보내려 하는지를 납득하고 그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신의 운명을 건 두 번째 주사위가 그렇게 던져졌다.
***
“이미 한차례 패한 귀국의 군마가 이곳 여산을 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운이 좋다 해도 과거 강주로의 진격 도상에서 맛본 참패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대들에게 행운이 있다고 한다면 전투를 벌이기 전에 이 사람의 서신을 받아 읽어보고 있다는 점일 터. 이만 부족함을 알고 물러서는 것이 좋으리라. 이상입니다.”
승도의 서신을 장교 하나가 낭독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원정군 지휘관들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거 서전에 한차례 패해서 야만인들에게 단단히 얕보인 모양입니다. 다시 여산으로 겁을 먹고 물러난 주제에 이쪽을 얕잡아 보는 값싼 도발을 하다니.”
지휘관들은 짜증스런 표정을 짓긴 했지만 당장 공격하자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감정대로 움직여서 끝장을 볼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뼈저리게 맛보았기 때문이다.
발란틴 중장은 수염을 쓸다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이 서신에서 반가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사실이라니요?”
“신이 여산에서 한 번 더 교전을 걸어 시간을 벌려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군이 전력을 증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음.”
장성들은 그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원정군에게 간단히 승리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수적으로 열세한 여산의 적을 포위 섬멸할 수만 있다면 차후 적의 전력 증강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적 병력을 차례로 각개 격파하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정군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쉽게 이길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야만인들이 자충수를 둔 셈이겠군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서신에서 우리가 얻은 결론 자체가 놈이 의도한 기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간 신의 갖은 교활한 수를 구경한 원정군 지휘관 중 일부는 이번에도 속임수가 아닐까 하는 빛을 내비쳤다. 그들이 의심할 만도 한 것이 이 서신으로 유도한 결론이 기만이라면 원정군이 입을 시간적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여산에서 결전을 벌이려 한다는 것이 기만일 수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요.”
“하면 정찰을 한 번 해보고 적의 태세를 살핀 연후에 결정을 내리시지요.”
발란틴은 그 제안을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관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당장 말을 준비하게.”
발란틴의 명령에 부관이 놀라면서 물었다.
“예? 각하께서 직접 적정을 살피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네.”
“알겠습니다, 각하. 준비시키겠습니다.”
부관이 말을 준비하는 동안 발란틴은 기병 연대에도 별도의 수색을 명령했다. 여산 주변의 적정을 확실히 탐문해 둠으로써 적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부관이 말을 가지고 오자 발란틴은 그 까만 흑마 위에 몸을 실었다. 수행은 여섯 명의 장교와 호위 기병 열로 제한했다.
여산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인 데다 아군 부대도 인접해 걱정할 것이 없는 까닭이었다.
발란틴과 막료들은 그대로 넓은 벌판을 가로질러 여산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에서 말을 멈추었다.
여산은 제국이 최후의 결전을 시도하는 곳답게 지형이 제법 괜찮았다. 완만한 경사의 구릉을 중심으로 약간의 계곡 지형과 개울이 있어 방어자에게 상당한 이점을 주고 있었다.
정공법으로 공격한다면 제법 부담되는 장소였다.
하긴 그런 이유가 있었기에 양 날개의 적부터 쳐서 밀어내고 슬슬 압박하려고 작전을 세웠던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발란틴은 씁쓸한 생각을 거두고 망원경을 들었다.
여산은 저번 전투에서 전력을 온존한 적이 집중된 탓인지 방어력이 상당해 보였다.
구릉의 중턱부터 정상까지는 온통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목책도 갖추어져 있었고, 보병들도 충실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최소 오천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끼 전략을 썼을 수 있다. 상승군의 옷을 입힌 단련만 남기고 부대를 철수시켰다면 놈은 또 시간을 버는 것이지.’
발란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적병들을 유심히 살폈다. 병사의 훈련 수준을 살필 때는 그 자세를 보는 것이 유용했다. 잘 훈련된 정병들은 지휘관의 명령 없이는 몸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저들이 상승군이라면 움직임을 쉬이 보이진 않을 것이다.
발란틴은 숲속에 자리한 적병들을 한참 보았다. 어둑어둑해서 그 윤곽이 분명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움직임은 잘 보였다.
적 보병들은 그가 지켜보는 동안 얼음이라도 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계속 지켜봤지만 적병들은 움직이지 않고 제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각이 잡힌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병사들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상승군이 여산에 배치된 것이 확실해 보였다.
발란틴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 턱을 쓸었다.
‘그렇다면 놈들은 이번에는 여산의 중앙에 상승군을 배치하고 단련은 뒤로 돌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아군의 계산을 이용해 상승군이 철수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그 옆을 찌르는 수도 낼 수 있었다.
적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고민이 깊어졌다.
그가 한참 적병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막료 하나가 입을 열었다.
평소라면 장군 앞에서 입을 함부로 열지 않았을 자였지만 중요한 장면 하나를 지휘관이 놓치고 있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하.”
“왜 그러나.”
발란틴이 생각의 흐름이 끊어진 데에 불쾌한 듯 약간은 냉랭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기를 보십시오. 적 지휘부입니다.”
“적 지휘부?”
발란틴은 망원경을 돌렸다.
어두운 숲 사이로 깃발을 든 기마 한 무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기마들은 그대로 계곡 아래까지 내려와 이쪽 진영을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신의 지휘부인 듯싶었다. 전장에서 대포를 맞을지도 모르는데 노출된 곳으로 나서고 있었다. 일견 미친 짓 같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심리적으로 수적 열세에 있는 병사들에게 지휘부가 위험을 함께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발란틴은 적의 지휘관들을 쓱 훑다 막료들에게 물었다.
“저기 보이는 자들이 누군지 알겠나?”
그가 묻자 막료 하나가 망원경을 들었다.
“누구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게 누군가?”
“강주 왕 오승도와 그의 막료들일 겁니다.”
“강주 왕 오승도.”
그 말에 발란틴은 약간 남아 있던 의심을 싹 지울 수 있었다. 적의 최고 권력자가 여산에 있다면 적은 이곳에서 운명을 걸고 싸우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아보았나?”
“일전에 이곳 신에서 근무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개선을 하던 강주 왕 오승도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가. 저기 있는 놈이 신의 최고 권력자란 말이지.”
발란틴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위험한 적수를 살폈다. 생각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들이 지금까지 루시를 비롯한 강국의 군대를 거듭 연파하고 명성을 떨쳤다는 것이.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강주 왕이 승리의 단맛에 취한 나머지 자신을 과신하고 스스로를 독 안에 밀어 넣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열강의 군대에 몇 번 승리했다고 해서 그들을 우습게 보다니. 정말이지 멍청한 행동이었다.
발란틴은 그런 적장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모든 상황이 일목요연해진 이상 적장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명령을 내려 여산을 겹겹이 포위하고 천천히 그 목을 조르면 전쟁은 끝이었다.
발란틴은 이제야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어진다고 여기며 말 머리를 돌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