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화. 승천 (1)
원정군이 여산으로 물러가자 승도는 부대를 재편한 다음 그 뒤를 천천히 추격했다. 서둘러 공격을 가할 정도로 상대가 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늦게 움직이면 그만큼 부담이 없진 않았다. 원정군이 제국 주민들을 다수 잡아들여 협상의 재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위험을 피하자고 적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중을 기해 운하에서 천천히 나아온 승도의 움직임은 원정군에게 어쩌면 있을지 모를 희미한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원정군 측은 그나마 바랄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 즉 협상을 통해 시민들을 송환받고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는 선에서 전쟁을 마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네이선 원수의 지시 하에 원정군은 육관에서 여산 사이에 이르는 점령지의 주민 약 만여 명을 잡아들였다. 이 작업은 아직 잔존해 있던 기병과 해군이 상륙시킨 수병 연대가 담당했다.
평소라면 이 지역에 주민이 더 많이 살았겠지만 전쟁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피난과 제국 정부 당국의 ‘소개 지시’로 주민의 인구 밀도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
만 명을 잡아들이는 것도 그나마 남은 역량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어려웠다.
원정군은 이렇게 잡아들인 포로와 수도 근방의 여산을 차지한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 그리고 위해와 육관을 기점으로 발해만을 차지한 원정군 해군의 전력을 협상의 근거로 삼았다.
원정군 측이 협상을 제의해오자 승도는 그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았다. 그는 전력상 우위에 있긴 했지만 전쟁을 지속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일단 염두에 두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원정군은 필요하면 해상을 통해 철수하여 전력을 보존했다 재침할 능력도 있었고, 신의 해운을 방해할 여력도 있었다. 그만한 힘을 생각하면 여기서 적당한 배상을 받고 전쟁을 끝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여러 수하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정의 관료들은 협상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로망스와 신대륙 출신들로 이루어진 에우로페 계열의 육군 장성들은 그의 생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연합왕국 측과 일전을 보아 끝을 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승도는 이렇게 상반된 군부와 정부의 입장을 듣고 조금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에서는 현실적인 상황, 즉 전쟁으로 악화된 경제 사정과 동요하는 민심을 협상의 이유로 들고 있었다. 그가 생각한 전쟁 지속의 문제점이었다.
반대로 군부에서는 지금처럼 연합왕국에 우세를 점하기 어려울 거란 점을 들었다. 산업 역량과 국민 동원력에서 신과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가진 초열강인 연합왕국과 미래에 다시 격돌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싸울 가능성도 있을 것이란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들은 승도가 협상에서 불안하게 여기는 부분을 짚었다.
승도는 여기서 간단히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선택을 내려야 할 만큼 신의 처지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신은 지금 승자의 입장에서 원정군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그런 만큼 선택을 다소 미루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확실히 정부도, 군부도 주장하는 바는 타당성이 있다. 현재의 안정이냐. 미래의 위협을 확실히 제거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니 쉬운 결정은 아니야.’
승도는 뒷짐을 진 채 진중을 서성였다.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승도가 슬쩍 막사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막 황룡의 깃발을 든 한 무리의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총리아문의 사람들이었다.
승도는 그들의 면면을 훑다 선두에 선 자를 알아보았다. 사내는 총리아문의 2인자이자 그의 심복인 건문이었다.
건문이 말에서 훌쩍 내리더니 승도를 보고 절을 했다. 승도는 그 인사를 받고 그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제도를 지키라고 남겨둔 서기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
“그것이 매우 중요한 소식이 하나 들어와서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그래요? 대관절 무슨 소식이기에 수도를 지켜야 할 서기가 직접 달려온 것입니까.”
어지간한 일이라면 중요한 임무를 맡은 건문이 자리를 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승도도 짐작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건문은 직접 소매에서 서신을 꺼내 공손히 바쳤다.
승도는 그 서신을 받아들고 천천히 펼쳐들었다.
천천히 그 서신을 훑어 내려가던 승도의 눈이 어느 순간 크게 흔들렸다.
“이건?”
승도가 놀랍다는 듯 건문의 얼굴을 보았다.
“예, 전하. 이것으로 전쟁은 끝이 난 것입니다.”
건문의 전언에 승도는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서신은 대하 하류에 좌초했던 아르님이 입수한 ‘원정군의 작전 계획’ 편지였다. 힌디아의 반란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에 반란을 진압하고 원정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그들은 그 작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단 일회의 작전에 가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했다. 돌아갈 능력도 없는 상태로 힘을 쏟아부은 원정군의 처지가 최악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원정군의 목숨은 승도의 손에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싸울 필요도 없이 그냥 대치만 해도 적은 알아서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무모하게 싸움을 걸 수도 없었다. 저들의 군대는 힌디아의 반란 진압을 위해서라도 살아서 돌아가야 했다.
이제 적을 마음대로 요리할 모든 패가 손에 들렸다 할 수 있었다.
“그럼 놈들은 강화 협상이 아니라 항복 협상을 해야겠군요.”
“예, 전하.”
승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도 굴복시키지 못했던 최강의 적, 연합왕국.
그 가공할 적수를 이렇게 완벽하게 패배시키는 순간이 찾아오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 협상을 시작해도 되겠군요. 경이 나서서 양이들과 접촉해 주세요. 그 서신을 들고.”
승도가 껄껄 웃으며 내린 지시에 건문이 소맷자락을 모았다.
“그리하겠습니다.”
건문은 그 길로 연합왕국의 진영을 찾아갔다. 여산에 진을 친 원정군은 보기에는 아직 강력한 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국을 상대로 ‘큰소리’는 쳐볼 만큼의 전력은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속 빈 강정임을 건문은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회군해서 힌디아의 반란 진압에 나서야 하는 원정군에게 더 싸울 능력이 있느냐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승패가 가려진 전쟁을 끌어봐야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건문은 적의 진영을 훑으면서 지휘관들의 막사로 안내받았다.
“우리 연합왕국과 프리지아 연합군은 제국 정부와 여기서 적절한 수준의 강화를 체결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도화선을 우리 측이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간 제국에서 누려온 모든 특권과 이익을 포기하겠습니다. 이만한 조건이라면 양국의 ‘화해’에 필요한 기본 전제는 성립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정군 대표인 네이선 원수는 사실상의 패배를 인정하고 신이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이 전쟁을 끄는 것보다는 병력을 가능한 한 보존하여 철수, 힌디아라도 건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연합왕국이란 초강대국의 장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물론 원정군의 수장이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추인한다면 그 명예와 위신이 실추되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네이선은 이 협상을 체결하고 자신은 예편을 할 생각이었다.
건문은 그 제안을 묵묵히 듣고 승도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제국은 이번 전쟁에 막대한 전비를 썼습니다. 거기에 귀측과의 전쟁에 따른 인적, 물적 손실이 지대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보상도 따라야 합니다. 아울러 귀측 시민들의 몸값도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너무한 조건이 아니요? 우리는 협상을 하잔 것이지 항복을 하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제국군이 우리를 포위해서 목을 조른 것도 아니잖소.”
원정군 장성 하나가 반박하고 나섰다. 건문은 그 말을 듣더니 자신의 품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 탁자 위로 던졌다. 네이선 원수는 그것을 보더니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잠시 서신을 훑던 원수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서신의 내용은 볼 필요도 없었다. 그것을 써준 사람이 바로 원수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네이선은 그 서신이 적의 수중에 들어간 시점에서 전쟁은 끝장이 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량이야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여력이 좀 남아 있었지만, 석탄 부족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해군의 핵심인 기범선과 장갑함들이 몽땅 앉은 채로 자침하거나 나포당해야 할 처지란 것을 폭로당한 이상 최후의 협박성 카드도 먹힐 턱이 없었다.
네이선의 일그러진 표정을 바라보던 건문은 여유로운 얼굴로 ‘그럼 조건은 우리 쪽의 뜻대로 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원정군 장성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
전쟁은 하루의 줄다리기 끝에 끝이 났다. 연합왕국은 세계 최강의 열강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굴욕적인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왕국의 기나긴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을 치욕적인 ‘협상’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연합왕국 정부는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고 신에서 누렸던 모든 특권과 이익을 포기한다. 아편을 비롯한 모든 수출품은 제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다음에만 보낼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제국 정부의 무역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아울러 제국 정부가 전쟁에 지출한 2,000만 파운드의 전비를 모두 배상하기로 한다. 이 비용은 모두 왕국 국채로 지불하기로 한다.
2. 연합왕국 정부는 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끼친 피해를 인정하여 총 2,00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물기로 한다. 이 피해액은 금과 은으로 지불해야 한다.
3. 연합왕국 정부는 신에 억류된 왕국 시민들의 안전 보장 및 인도에 필요한 비용 1,500만 파운드를 지불하기로 한다. 이 금액은 왕국 국채로 지불해야 하며, 이 비용은 왕국 정부가 가진 몇 가지 기술 특허를 담보로 잡는다.
협상은 원정군 사령관의 자격으로 일시 진행된 것이었던 만큼, 외무성 관리가 와서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원정군은 ‘갑갑하지만’ 현 위치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죽여야 했다.
다음 날, 원정군이 북경을 점령하고 제국을 궁지에 몰아넣었을 ‘시점’에 맞추어 주재 공사 하워드가 범선을 타고 육관에 도착했다.
“각하, 저기가 육관입니다.”
“예정과 다르게 선진에 상륙한 건가. 뭐 차이가 하루 정도 있겠군.”
공사는 육관으로 상륙 지점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느끼긴 했지만 승리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 믿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항구에 내린 다음 원정군 측이 준비해준 마필에 올랐다. 하지만 마필에 오르기 직전 공사는 조금 이상한 공기를 느꼈다.
분명 승전을 했을 것인데 항구에 있는 해군 장병들의 얼굴이 몹시 어두웠다. 그들은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사는 그 얼굴을 보고 아마 ‘전후에 힌디아 전쟁’까지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아서라고 생각했다.
쉬지 않고 연속 전쟁을 치른다면 그럴 만도 했다. 공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에 올랐다.
그때까지 하워드는 연합왕국이 전쟁에서 패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산에 도착해 원정군 사령관이 ‘임의’로 진행한 협상 내용을 확인하고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무슨 내용입니까? 우리가 5,50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다니요?”
공사는 어처구니가 없어 원정군 지휘관들의 얼굴을 일일이 보고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 시선을 피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군대가 동방 야만인들에게 패해 처참하게 굴복한 마당이니, 무슨 말이 나올 턱이 없었다. 패배도 그냥 패배가 아니고 상대가 조건을 제시하는 대로 예스맨처럼 고개만 끄덕여야 하는 수준의 ‘무조건 항복’ 수준이었다.
‘이건 꿈일 거다.’
공사는 시선을 피하는 장성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하워드는 다시 시선을 협상 내용으로 가져갔다. 아무리 보아도 기가 막힌 내용이었다.
5,500만 파운드라니. 이게 말이 되는 내용이란 말인가.
5,500만 파운드면 제국 돈으로 13억 7,500만 냥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연합왕국 정부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현재 왕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전체 예금 규모가 1억 5천만 파운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가 막히는 액수였다.
하물며 왕국이 이번 전쟁에 국채까지 팔아가며 쓴 전비를 생각하면 왕국이 파산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쟁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는 정치적으로 승도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켜 주었다.
군부는 이 전쟁을 통해 승도를 자신들의 유일한 통솔자로 인정하였고, 정부 역시 전쟁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인정하였다.
그에게 불만이 있는 불평분자들 역시 입을 열기 어려워졌다. 전쟁에서의 승리로 대중적 인기를 드높인 최고 권력자에게 대항한다는 자체가 자살 행위였기 때문이다.
승도는 이렇게 막강해진 실력을 배경으로 숙청을 단행하였다. 정권 자체가 완전히 반석에 선 이상 그간 참아 넘겼던 것도 모조리 칼날을 들이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승도는 북경으로 개선을 행한 바로 다음 날, 황족 혁천을 역적으로 선언하고 그를 수장으로 한 황실 친족 세력 전체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과거라면 황실에 간단히 손을 댈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실력과 명분 모두 그에게 있었다.
혁천이 역적질을 한 것이 사실인 만큼 관료 사회에서는 이런 승도의 과감한 숙청에 대해 별다른 반대를 표하지 않았다.
승도는 이 대대적인 숙청을 통해 자신의 유일 권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이 황실의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였다.
이로써 그는 용포만 걸치지 않았을 뿐, 대외적으로 황제나 다름없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승도는 이렇게 내정을 다지는 동시에 전후 처리 문제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연합왕국과의 협상에 따라 원정군을 보내주기는 했지만, 왕국이란 숙적이 국력을 재정비할 기회를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적이 흔들릴 때는 끝까지 밟아 재기불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연합왕국은 패전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크고 강한 나라다. 그들의 저력이라면 오래지 않아 우릴 침공할 국력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산업 역량과 과학 기술, 그리고 풍부한 자원이 있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기회가 온 이상 놈들을 좀 더 무너트릴 필요가 있다.’
과거 프리지아와 오스티아를 어설프게 밟고 살려둔 결과 로망스 제정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을 승도는 잊지 않고 있었다.
승도는 이를 위해 신대륙 출신 장교와 원주민들에게 상당한 돈을 쥐여 주며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들에게는 제국의 작위를 주어 연합왕국이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바로 이들을 이용해 신대륙을 흔들려는 것이 그의 복안이었다.
승도는 신대륙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동시에 메리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이제부터 언론을 인수하여 신대륙 내에 독립 열기를 부추기란 것이 그의 지시였다.
승도는 메리가 이미 신문사를 인수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지시가 내려지는 즉시 일이 시작되리란 것은 계산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신대륙에 대한 파괴적인 공격을 준비하는 동시에 힌디아에 대한 2차 공작도 준비했다.
‘신대륙 하나로는 부족하다. 왕국의 경제력이 국력 회복에 쓰일 수 없을 만큼 출혈을 더 키워야 한다.’
승도는 휘하에서 전쟁을 치른 용병들을 힌디아로 보내 왕국 군대의 진압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그들의 손실을 키울 생각이었다.
승도는 이렇게 연합왕국이 국력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다음 수를 내면서 에우로페의 정세를 재편할 생각도 가졌다.
그가 루시를 포섭하여 서쪽으로 눈을 돌리게 한 바람에 ‘북방의 곰’이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경을 맞댄 이웃이 커지는 것은 역시 그에게 좋지 않았다.
연합왕국이란 최강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협력을 하긴 했지만 루시 역시 그에게 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연합왕국을 대신해 루시를 견제할 축으로 프리지아와 오스티아를 선택하기로 했다.
승도는 이를 위해 양국과 외교 관계를 체결하고 전쟁을 치른 이 두 나라의 화해를 주선할 생각이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루시를 견제하는 것이 그의 복안이었다.
아마 이 두 나라도 이런 접근을 거절하지 않으리란 것이 그의 계산이었다.
승도는 이렇게 전후를 준비함으로써 신의 미래에 위협이 될 모든 요소를 거세할 준비를 마쳤다.
제국의 미래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연합왕국과 루시, 두 강대국이 이쪽에 신경 쓸 기회를 주지 않으면 된다.
승도는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울타리를 다지고 제국의 찬란한 미래를 열었다.
이제 승도에게 남은 과제는 제국의 영광과 번영을 지켜보며 자신의 업적을 수성하는 것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