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33/34)

【에필로그】

아담한 크기의 고아원이었다.

‘행복한 아이들의 집’이라는 고아원은 거대한 크기와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요즘 고아원답지 않게 버려진 교회를 개조하여 만든 작은 크기의 고아원이었다. 이 고아원의 원장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죽기 직전에 자신이 가장 처음 거둔 한 명의 여자아이에게 고아원을 맡겼다. 그 아이가 바로 ‘김 마리아’라 불리는 젊은 아가씨였다.

지금은 제법 많은 곳에서 후원을 받는 ‘행복한 아이들의 집’은 예전보다 훨씬 더 풍족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분유 값이 항상 모라자라는 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민철이 형! 놀아줘! 놀아줘!”

“민철이 오빠! 우리랑 놀자. 소꿉놀이 하자!”

고아원을 울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커다란 거실에 앉아 홀로그램 TV를 시청하던, 아이들에 의해 민철이라 불린 작은 체구의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이 망할 꼬맹이들아! 지금 TV 보는 거 안 보이냐!”

민철, 아니 발록의 외침에 거실 구석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두 명이 입을 열었다.

차가운 얼굴의 사내와 어린 소녀, 우코바치와 팅커벨이었다.

“아이들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민철이 오빠는 너무 폭력적이어서 탈이라니까.”

질책을 담은 두 명의 목소리에 민철이 울상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쳇. 그 두 사람은 또 어디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거야?”

“민철이 오빠 또 저런다!”

“민철이 형은 바보래요!”

민철의 투덜거림에 아이들이 민철의 주변을 맴돌며 민철을 골렸다.

“이, 이 녀석들이!”

아이들의 놀림에 민철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내 한숨을 내쉰 민철이 우코바치, 아니 진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랑 그놈은 어딜 간 거야?”

“어느 한 미혼모가 아이를 맡기러 왔다. 지금 그 일 때문에 원장실에 있다.”

“미혼모? 제기랄. 여하튼 결혼도 안 하고 사고치는 놈들은 다 거시기를 잘라야 한다니까!”

“민철이 오빠! 거시기가 뭐야?”

민철의 목에 매달려 있던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민철에게 모여 ‘거시기’의 정체를 물었다.

“열심이 공부하면 다 알 수 있다.”

민철의 말에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민철이 오빠 또 저 말한다.”

“자기는 공부도 못하면서 말이야.”

“맞아, 맞아.”

“TV나 봐! 이 녀석들아!”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 민철이 고개를 돌려 판타즈마 월드에 대해 소개하는 채널을 바라봤다. TV에서는 몇 주 전에 한 이벤트와 몇 주 전부터 공공연하게 떠도는 소문인, [주]한신 간부의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한신의 간부 중 한 명인 ‘박거룡’씨의 아들인 ‘박주만’씨가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신 측에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박주만씨가 응급실 차에 실려 가는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데다 한신의 주치의인 ‘우용택’ 원장 또한 이 소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문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박주만씨가 유학시절 마약을 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나 혹시 마약을 한 채 게임을 하다 쇼크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볼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이를 목말 태운 우코바치가 입을 열었다.

“다른 데 틀어라.”

“왜? 이제 판타즈마 월드의 새로운 공지사항을 보여 준다고 했단 말이다!”

“아이들이 보기 좋지 않다. 다른 데 틀어라.”

“그런 게 어디 있냐!”

“여기 있다.”

“헉.”

싸늘한 우코바치의 말에 숨을 삼킨 민철이 주변의 아이들을 보며 외쳤다.

“나랑 같이 판타즈마 월드 채널 볼 사람은 여기, 여기 모여라!”

“…….”

팅커벨은 고사하고 다른 아이들마저 민철을 무시하고 우코바치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허억. 이, 이 꼬맹이들이! 너희들의 간식을 책임지는 사람이 나란 걸 잊었냐! 더군다나 오늘 간식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과자다! 이리로 안 오면 과자의 목숨은 없다!”

처절한 민철의 외침에 몇 명의 아이들이 머뭇거렸다. 그런 아이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린 민철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두 명, 아니 두 명과 품에 안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아와 블러드, 아니 철중 그리고 철중의 품에 안긴 작디작은 아이였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누나! 글쎄 저 녀석이…….”

“민철이가 바보짓을 했다.”

“그렇구나.”

민철의 말을 듣지도 않은 마리아가 우코바치의 말을 듣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민철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넌 어떻게 된 게 나이를 먹고도 그대로니?”

“허억!”

마리아의 꾸중에 민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누나 미워!”

절규를 토한 민철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사라졌다.

“멍청한 놈.”

그런 민철을 멍하니 보던 철중이 싸늘히 내뱉으며 혹시라도 품안의 아이가 깰까 아이를 보듬었다. 몇 주 전의 철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철중의 본래 모습인지도 몰랐다. 그런 철중을 보며 사랑스런 웃음을 지은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가뜩이나 분유 값이 모자란데 아이가 더 들어왔네요. 휴우.”

“그러게 말이다.”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게 나가는데.”

“으음.”

막 신음을 흘린 철중이 입을 열려는 순간, 아직 끄지 않은 홀로그램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 되는 ‘황금 섬’은 과거 해적왕이라 불리던 해적이 죽기 직전 자신의 마지막 보물을 숨겨 뒀다고 알려지는 곳으로, 엄청난 양의 황금과 보석이 묻혀 있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길가에 차이는 돌이 황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엄청난 금은보화가 숨겨진 이곳의 몬스터들 또한 드롭하는 아이템들이 상당한 고가의 아이템들입니다.]

홀로그램 속에서 들리는 말에 철중이 고개를 돌려 마리아를 바라봤다.

“마리아.”

“예?”

철중의 부름에 마리아가 고개를 돌려 철중을 바라봤다.

이내 ‘큭’ 하고 낮은 웃음을 터트린 철중이 거실 구석에 있는 검은 캡슐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분유 값이나 벌러 갈까?”

남자는, 오늘도 게임에 접속한다.

<학살자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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