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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꼬맹아! 돌아왔구나!”
비다르는 껄껄 웃으며 악마의 다리뼈를 박살냈다. 그리고 넘어진 악마를 주먹으로 때려서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어버린 후에 다시 일어났다.
“비다르 씨! 영감님! 다들 무사했군요!”
베로니카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휘둘렀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바닥이 갈라지고 그 틈에서 불꽃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악마들을 붙잡아 땅 아래로 끌고 갔다. 시각적인 것은 물론이고 그 효과까지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마법사들은 베로니카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부린 마법을 보고서 입을 쩍 벌렸다. 저게 돼?
“으악! 또 제멋대로 마법이! 혹시 다친 사람은 없나요?”
“아가씨, 침착해요. 마법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침착하고 정확하게 쓰세요.”
라우렌시오가 당황하는 베로니카를 진정시켰다. 바이올렛이 죽고 나서 막대한 힘을 얻게 된 베로니카는 라우렌시오에게 마력을 통제하는 방법은 배웠다.
대마법사라 불리던 바이올렛이 남긴 힘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력해서 마음대로 부리는데 제법 애를 먹었다. 때문에 아직도 제멋대로 마법이 튀어나가는 일이 있었다.
“멀리 보세요. 이쪽은 보지 말고. 그럼 항상 악마들 쪽으로만 마법이 나갈 겁니다. 집중하고 정확하게 날리세요. 그러면 됩니다.”
“으, 늘 하는 거지만 매번 어려워요.”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가씨는 새로운 대마법사니까요.”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에 다시 한 번 마법을 날렸다. 이번에는 분명히 자신의 의지대로 마력이 움직였다. 벼락이 치고 땅이 갈라지며 거센 바람이 악마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크―아―아―아!”
머리 위에서 거대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성기사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날개 달린 도마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었다. 그것은 날개 달린 도마뱀 따위가 아니었다.
입을 쩍 벌리고 이글거리는 화염을 내뱉는 그것은 분명히 용이었다.
“용이라고?”
하늘을 보던 에스메렐다는 당황했다. 아직 살아있는 용이 있다고? 그녀는 한 번도 진짜 용을 본 적이 없지만 기록을 통해서 하늘을 나는 거대한 짐승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거대한 입을 사람을 꿀꺽 삼킬 수 있었고 날카로운 발톱은 사람을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내뿜는 불꽃은 생명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할 수 있었다.
“저 용을 공격······.”
에스메렐다는 용을 공격하려고 외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용이 내뿜은 불꽃은 이미 지상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불꽃이 노린 것은 성기사들이 아니었다.
악마들이었다.
“끄아아악! 뜨겁다! 뜨거워!”
“이 빌어먹을 도마뱀이! 뭐하는 짓이냐! 끄아아악!”
악마들은 당연히 용이 아군일 거라고 생각했기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그들의 몸을 휘감는 불꽃이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고 하나둘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용은 공중에서 선회하여 다시 한 번 불꽃을 내뿜은 후에 아래로 급강하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바닥을 한 바퀴 구르며 날렵하게 착지했다. 키가 크고 늘씬한 미녀가 전장을 둘러보며 씩 웃었다.
“친구들 안녕? 오랜만이야!”
용의 정체는 나엘라티나였다. 그녀는 바이올렛이 죽고 나서 라우렌시오를 따라갔다. 북부 의용군과 성기사들이 악마와 악귀들을 몰아내는데 그녀의 공이 컸다.
인사를 끝낸 나엘라티나는 다시 용으로 변신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악마들을 괴롭히자 성기사들은 그녀가 아군이란 것을 알아챘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용이 아군이라면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돌격! 돌격해라! 적들을 몰아내!”
북부의 원군이 오면서 성기사들의 기세가 올랐다. 거기에 요정기사 라우렌시오와 대마법사 베로니카, 용 나엘라티나까지 참전했으니 불리한 전황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성기사들은 악마들을 차츰 언덕 아래로 몰아냈다. 억지로 올라오려고 하는 적들의 몸에 날카로운 창칼을 꽂아주었다. 공세는 완전히 뒤바뀌어서 성기사들은 단순히 언덕을 지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들을 몰아내며 아래로 조금씩 진격했다.
이 싸움의 끝을 보려면 테오도스 성을 무너트려야 했다. 끝도 없이 사악한 것들을 내뱉고 있는 저 도시를 함락시켜야 했다.
“덤벼라! 감히 요정기사의 검을 받아낼 자가 누구더냐!”
라우렌시오는 말을 타고 달리며 일신의 용력을 뽐냈다. 강력한 마법과 재빠른 검술은 악마들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했다. 또한 뒤에서 거대한 규모의 마법을 날리는 베로니카의 존재는 악마들에게 재앙과 같았다.
일부 악마들이 사술로 베로니카를 공격하려 했으나 그것은 공중에서 요격당했다. 어느새 은빛여명회의 마법사들이 베로니카를 보호하고 있었다.
“어, 당신들은?”
“가진 힘은 강력한데 다루는 것은 미숙하군. 우리가 널 보호하겠다. 걱정하지 말고 마법을 날려라.”
사르하의 말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빛여명회는 강철과 마법을 숭배하는 집단이었고 마법사임에도 두꺼운 갑옷을 입었기에 악마들에 공격에도 멀쩡했다. 그들의 보호를 받는 베로니카는 오로지 마법을 날려 적을 분쇄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아하하하! 날 봐라! 하늘의 지배자, 나엘라티나님이시다!”
나엘라티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불꽃을 뿜었다. 악마들 중에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자가 있었으나 용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악마들은 날벌레처럼 자신들을 괴롭히는 용을 보고서 이를 부득 갈았으나 딱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나엘라티나는 아무런 방해없이 적들을 농락할 수 있었다. 용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모두 불태워주마!”
강하하면서 불꽃을 뿜으려고 했던 나엘라티나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을 붙잡는 느낌을 받았다. 우악스런 손아귀가 기다란 꼬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휘둘러 바닥에 얼굴을 처박게 만들었다.
거대한 덩치의 용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고서 성기사들은 모두 도망쳤다. 저 밑에 깔린다면 분명 살아남지 못할 게 뻔했으니까.
“크아아아악!”
나엘라티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그녀의 귀에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얼치기 녀석아. 네가 누구의 권속인지 잊어버린 거냐?”
쿵쿵 소리를 내며 다가온 것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악마였다. 그것은 용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으나 덩치가 더 컸고 두 발로 걷고 있었다. 또한 머리가 셋이었으며 양손에는 각각 창과 칼을 들고 있었다.
나엘라티나는 이 자가 누구인지 알았다. 가장 위대한 용이었으나 제일 먼저 대악마에게 굴복하여 다르디낭의 적자로 다시 태어난 자. 모든 용들의 군주이며 가장 강력한 용. 그의 이름은 용왕 코르도나였다.
“코, 코르도나······.”
“이 얼치기가 감히 군주의 이름을 입에 담는구나. 멍청한 놈. 네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아라.”
나엘라티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용에게 있어서 코르도나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군주이며 억압자이며 또한 지배자다.
“코르도나? 아직 살아있었나!”
라우렌시오는 곧장 말의 머리를 돌려서 코르도나를 향해 달렸다. 나엘라티나는 비록 용이지만 지금까지 함께 악마들과 싸우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가 죽게 돌 수는 없었다.
“이 더러운 도마뱀 놈아! 네 상대는 나다!”
말을 타고 달려가며 코르도나에게 마법을 날렸다. 바닥이 갈라지고 솟아오른 바위의 손이 코르도나의 두꺼운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코르도나가 몸을 한 번 흔들자 그것은 과자처럼 부서졌다.
“누군가 했더니 요정기사였구나! 오냐, 한 번 덤벼봐라! 그 증오스러운 낯짝을 내가 무참히 찢어주마!”
코르도나는 몸을 돌려서 라우렌시오를 향해 달렸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뼈만 남은 용들이 날아갔다. 바이올렛이 되살린 용들이었는데 그녀가 죽고 나서 이제 코르도나를 따르는 모양이었다.
“나엘라티나! 정신 차려라! 일어서서 싸우는 거다! 저 용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너뿐이야!”
용은 하늘을 난다. 되살아난 용들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으나 여전히 하늘을 날아다녔다. 저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용뿐이었다.
“진정으로 백 년 전에 네가 저질렀던 죄를 후회한다면 일어서서 싸워라! 맞서 싸워서 네 죄를 씻어내는 거다!”
그 외침에 신음을 흘리던 나엘라티나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몸 곳곳이 쑤셨으나 고통을 참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 하늘에서 용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이 발악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으냐? 주변을 봐라! 전능자의 개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
“닥쳐라!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끝나겠지! 그 잘난 성배기사는 어디로 갔느냐? 너희들끼리 과연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성배기사는 돌아온다! 그는 의무의 수호자니까! 그리고 약속했으니까! 반드시 돌아오기로!”
라우렌시오와 코르도나가 격돌했다. 요정기사와 용왕의 싸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 수 없었다.
성기사들은 물론이고 악마들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덕분에 두 존재가 싸울 수 있도록 넓은 공터가 생겨났다.
“비다르 씨! 같이 힘을 합쳐서 저 거대한 용부터 죽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럴 것 없어! 저 녀석은 라우렌시오가 알아서 할 거야! 너는 악마들한테만 신경 써!”
“하지만!”
“아니, 그냥 알아서 하게 두라니까!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저 도마뱀 새끼가 아니라······.”
비다르는 고개를 들었다. 엄청난 위압감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수많은 악마들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몸은 그림자처럼 새까만 색이었고 이목구비가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몸에 꽉 맞는 검은색 자루를 뒤집어 쓴 사람처럼 보였다.
키와 덩치는 비다르와 비슷했고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다. 손발이 각각 두 개씩이었고 머리도 하나였다. 그럼에도 방심할 수 없었다. 비다르는 이 특이한 존재가 아주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름은 칠흑공(漆黑公) 카르칼리. 지금 날뛰고 있는 코르도나를 제외하면 이제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대악마의 적자였다.
“네가 비다르냐?”
천천히 걸어나온 카르칼리는 무심하게 주먹을 쥐고서 가슴 위로 들었다. 그리고 비다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르칼리는 입도 없이 말했다.
“그럼 싸우자.”
그 순간 매끈한 검은색 몸 위로 수백 개의 눈이 생겨났다. 소름 끼치는 모양새였지만 비다르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새끼, 화끈해서 마음에 든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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