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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3화 (3/175)

3화 나는 이제 절세미남이다 2

고시원.

책상에 좌정한 채 증권사의 HTS 프로그램에 시선을 집중했다.

내가 1년 전에 매입한 우진바이오의 주가는 예상대로 20배 가량 폭등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내 주식 잔고는 4억8천만원으로 불어났다.

***

서울의 밤거리를 여유로이 산책하는 한편, 내심 쓸만한 투자처를 열불나게 물색했다.

4억8천만원을 단기간에 큰 돈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때, 9.11 테러 사건이 뇌리를 강타했다.

전 세계 증시는 9.11테러가 발생한 다음날, 사상 유래없는 기록적인 대폭락을 경험한다.

그 덕분에 풋옵션에 몰빵했던 투자자들은 수백배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남들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들의 잇속을 잔뜩 챙긴 것이다.

자본주의의 비정한 일면이었다.

나 역시 9.11테러를 이용해 큰 돈을 벌기로 작심했다.

9.12일에서 9.20일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뉴욕 다우존스 지수를 매개체로 하는 선물 옵션 상품에, 전재산을 때려박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고시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시원방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 후, 증권사 HTS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내 시선은 9월 12일부터 20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풋옵션 상품에 모아졌다.

마음을 정한 뒤, 9월 12일부터 20일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다우존스 지수 풋옵션 상품에 전재산 4억8천만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늘에 오를듯 기분이 좋아졌다.

3개월만 기다리면, 천억대의 돈이 수중에 굴러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

지금은 6월이었다.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려면 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중에 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풋옵션에 전재산을 때려박은 후유증이었다.

고시원비와 식비를 해결하려면 무조건 알바를 뛰어야 한다.

물론 소영에게 사정을 말하면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남자의 자존심상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남자는 하늘이 무너져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내가 온 몸으로 체득한 산경험이었다.

다음날.

고시원 주변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알바를 뽑는다는 공고를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점장은 내 이력서를 대충 살핀 뒤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최소 6개월 이상은 알바를 해야 합니다."

"그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 확답하자 점장이 내 위아래를 유심히 살피며 다시 말했다.

"손님들에게 항상 친절한 태도로 인사해야 하고, 쓸데없는 트러블도 절대 일으키면 안됩니다."

"예. 점장님."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급은 4천원이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까지 근무해 주세요."

점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출근 요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무단 결근을 2번 이상 하면, 무조건 해고니까 그 점을 숙지하세요."

"네. 점장님."

***

나는 요즘 편의점에서 주간 알바를 하는 한편, 밤시간에 격투기 체육관에서 복싱과 주짓수, 킥복싱 훈련에 매진했다.

내 한몸 지킬 힘을 일신에 구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탓으로 오늘도 편의점 알바를 끝내자마자 근처에 위치한 격투기 도장으로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체육관에서 5단 줄넘기로 몸을 푼 뒤, 초급자 아저씨와 스파링을 가졌다.

당연히 그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발사한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가 그의 안면에 정확히 틀어박힌 탓이다.

그는 매트 위에 큰 대자로 뻗은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어마무시한 펀치력에 많이 놀란거 같았다.

그때, 중급자 아저씨가 나에게 스파링을 요청했다.

"젊은 친구가 복싱 스킬이 남다른데?"

"제가 예전에 복싱을 좀 했습니다."

그리 말하자 중급자 아저씨가 긴장한 얼굴로 스파링 장으로 나를 이끌었다.

잠시후.

중급자 아저씨 역시 내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내 현란한 푸드웍에 정신을 못차린 탓이지, 내가 발사한 강력한 어퍼컷에 턱을 적중당했다.

당연히 그 역시 링바닥에 길게 몸을 뉘였다.

다음날.

오늘은 체육관에 다닌지 오래된 상급자 아저씨와 스파링을 가졌다.

그는 내 복싱 실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탓인지, 초반부터 그래플링으로 나를 유도했다.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그래플링에 돌입했다.

그는 주짓수 특유의 관절기를 내 손목과 발목, 목 주변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펼쳐왔다.

반면, 나는 무차별적인 얼음 파운당을 그의 헤드기어에 작렬시켰다.

헤드기어 위였지만, 그 역시 내 핵펀치를 결코 감당하지 못했다.

그런 탓인지 입에 게거품을 토해낸 채,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펀치였다.

한빈의 주먹은 범상치 않았다.

거의 핵펀치 수준이었다.

그런 사실을 파악하자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

편의점에 일단의 여고생들이 나타났다.

그녀들은 물건을 고르는 척 하며, 나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내 비쥬얼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들이 차례로 나를 칭송하는 언사를 내뱉었다.

"오빠. 모델 맞죠? 패션잡지에서 오빠를 본거 같거든요?"

"와! 정말 잘 생겼다. 배우보다 훨씬 잘 생겼어요!"

"여자친구는 좋겠다. 오빠처럼 얼굴도 잘 생기고 기럭지도 긴 남친이 있어서."

"오늘부터 저랑 친구 하실래요?"

"오빠. 사진 좀 같이 찍고 싶은데요. 해주실 수 있죠?"

여고생들은 내 외모에 홀딱 반한 눈치였다.

솔직히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들 모두와 셀카를 찍었다.

나를 원하는 소녀팬들의 진심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오늘도 편의점은 나를 연모하는 소녀팬들로 그득했다.

인근 학교에 다니는 여중생과 여고생들이 벌떼처럼 몰려든 것이다.

허나, 점장 입장에서 그녀들은 불청객에 불과했다.

물건은 사지 않고, 오로지 내 얼굴을 감상하려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결국 점장이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여자애들이 몰려오면 나가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지. 왜 이렇게 편의점 관리를 못하는 거야!"

그의 얼굴에는 적나라한 질투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점장은 내 잘난 외모에 지독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얼굴도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키마저 작았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잘생긴 놈이었다.

그런 탓일까, 점장의 입에서 최후 통첩이 떨어졌다.

"오늘을 끝으로 편의점을 그만둬!"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나를 내치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새였다.

결국 편의점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 뒀다.

그 후, 카페에서 알바 자리를 얻었다.

홀서빙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

카페에서 홀서빙 알바를 하는 내내, 여성 손님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더불어 내가 카페에 취업한 이후, 여자 손님들이 기존보다 3배 이상 불어났다.

그런 탓일까, 카페 사장님은 복덩이가 들어왔다며 내 시급을 1만2천원까지 인상해 주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카페에 나타났다.

그녀는 첫날부터 나에게 온갖 추파를 던졌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매의 시선으로 주시한 것이다.

***

오늘도 30대 여자손님이 카페를 찾아왔다.

그녀는 아침에 출근해서 카페가 문닫을 시간까지, 카페에서 진을 쳤다.

카페 문을 닫고 퇴근할 무렵,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한빈씨와 술 한잔 같이 하고 싶은데, 시간이 있나요?"

"죄송하지만, 저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 말하며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그녀가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나는 있는 게 돈 밖에 없는 여자에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스폰서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녀는 나에게 잔뜩 반한 눈치였다.

그렇지만 나는 여자의 도움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여자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

오늘도 많은 여성 손님들이 카페를 방문했다.

그녀들은 커피를 음미하는 한편, 잘 생긴 내 얼굴과 훤칠한 키, 근육질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감상했다.

그녀들의 애틋한 시선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홀 서빙을 하는데 전심전력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카페 사장의 와이프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카페 문을 닫고, 퇴근할 찰나 카페 여주인이 고혹적인 눈빛을 내비치며 유혹하듯 말했다.

"나랑 술 한잔 같이할래?"

그리 말하며 내 근육질의 팔뚝을 부드럽게 터치했다.

이 여자도 나에게 홀딱 반한 모양이었다.

그 정도로 한빈의 외모는 너무 뛰어났다.

배우를 능가하는 완벽한 비쥬얼을 타고난 것이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말씀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카페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

오늘도 카페는 여성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녀들 모두 내 팬이었다.

그런 탓일까, 나에게 초콜릿과 사탕 등을 노골적으로 선물했다.

더불어 자신들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를 나에게 강제로 떠넘겼다.

나는 잘난 남자의 고충을 절절하게 깨닫는 중이었다.

여성들의 집요한 구애가 스트레스로 다가온 탓이다.

그런 이유로 여손님들을 의식적으로 사무적인 태도로 대했다.

나를 향한 연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손님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모두 나를 보기 위해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달려온 여성들이었다.

***

전현철은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현철에게 복덩이가 나타났다.

탁월한 비쥬얼로 중무장한 김한빈이 카페에 등장한 것이다.

한빈이 카페에서 알바를 하자마자, 매상이 기존보다 무려 4배 이상 수직상승했다.

그런 탓으로, 그의 시급을 다른 알바생들보다 2배 이상 인상해 주었다.

그 덕분에 카페 매상이 급증한 탓이다.

허나, 모든 게 좋기만한 건, 결코 아니었다.

그의 와이프 역시 한빈에게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현철은 남자의 자존심과 돈 사이에서 극심하게 갈등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빈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를 연모하는 와이프를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미칠 듯한 질투심에 휩싸인 탓이다.

결국 그는 돈보다는 와이프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도저히 감당 못할 질투심 때문이었다.

***

카페에 평소처럼 출근한 뒤, 매장 청소를 할 무렵 사장 아저씨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굳은 얼굴로 냉정한 어조를 내뱉었다.

"카페에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까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둬 줬으면 좋겠어."

그리 말하며 내 시선을 회피했다.

물론 나는 카페에 별다른 미련이 없었다.

안 그래도 조만간 카페일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카페를 그만 두겠습니다."

그날 밤.

카페를 나서려는 찰나, 주인 아저씨가 봉투 한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퇴직금 조로 주는 돈이니까, 그냥 받아둬."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서 봉투를 살피자 1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있었다.

내 덕분에 돈을 많이 벌어서, 퇴직금을 챙겨준 모양이었다.

***

간만에 소영과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홍대 인근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맥을 물처럼 들이켰다.

그 후, 밤늦도록 오붓한 시간을 같이 했다.

다음날.

소영을 뒤로한 채 강원도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홀가분한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함이었다.

춘천 기차역에 도착할 무렵, 20대 중반의 여자가 나에게 아는체를 해왔다.

"오랜만이야. 한빈씨를 이런 곳에서 보네."

그녀는 타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죄송하지만, 그쪽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정말 내가 기억이 안나는 거야?"

"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바람에..."

말끝을 흐리자, 그녀가 애달픈 얼굴로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그랬었구나.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한빈씨가 내 연락을 일부러 피하는 줄 알았어."

그리 말하며 내 품에 고운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

어색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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