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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4화 (4/175)

4화 절세미남 벼락부자되다 1

대영그룹의 이철성 회장은 비밀이 많은 남자였다.

특히 그는 30조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매사에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 회장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강남에 위치한 대영백화점 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그의 곁에는 새파랗게 어린 아가씨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VVIP 룸으로 직행한 뒤 명품 쇼핑을 즐기는 한편, 오붓한 시간을 밤늦도록 함께 했다.

다음날.

한남동 대저택의 접견실에 이철성 회장의 다섯 아들과 세명의 딸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그들 8명은 이복 형제자매 관계였다.

그런 탓인지, 차가운 냉기류가 장내에 적나라하게 흘러다녔다.

그 무렵, 접견실에 이철성 회장과 묘령의 아가씨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20대 아가씨를 품에 안은 채 육중한 책상에 좌정했다.

그 후, 면전에 오롯이 서 있는 8남매를 향해 폭탄발언을 내뱉었다.

"이번주 일요일에, 제주도 대영호텔 예식홀에서 미연이와 결혼할 생각이니까, 너희들도 모두 참석하거라."

맏아들인 이성택을 필두로, 8명의 남녀들이 성난 어조로 차례로 입을 열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근본도 모르는 여자를 우리가 왜 어머니로 모셔야 합니까!"

"큰형의 말이 맞아요. 새파랗게 어린 여자와 결혼식을 뭐하러 올리시려고 하십니까!"

"아빠한테 정말 실망이에요. 하여튼 저는 이번 결혼에 절대 반대에요!"

"아버지. 정말 이러시면 안됩니다. 천한 여자를 우리 집안에 함부로 들이지 마십시오!"

"그냥 동거 정도만 하세요. 형님들과 누나들 모두 이번 결혼에 반대하는 게, 안보이세요!"

"아버지의 여자 문제에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은 전혀 다른 문제라구요!"

"근본도 모르는 여자와 왜 결혼하시려는 겁니까!"

"아버지는 지금 큰 실수를 하시는 거라구요!"

허나, 이 회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8명의 자녀들이 결혼을 극구반대하자 성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결혼을 반대하는 년놈들에겐, 내 재산을 한푼도 물려주지 않을테다!"

순간 8명의 자녀들 모두 꿀먹은 벙어리로 급전직하했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가난뱅이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이철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회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직후, 큰아들인 이성택에게 나직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네놈이 아비의 결혼을 준비하거라. 만약 한치의 실수라도 범한다면, 네놈을 그룹에서 무조건 쫒아낼테다!"

이성택이 겁먹은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아버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제야 이 회장의 얼굴에 흡족한 표정이 그려졌다.

***

이성택은 한남동을 빠져나오자마자, 심복을 평창동 자택으로 불러들였다.

늦은 밤.

평창동 고급 저택에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이성택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성택은 면전에 시립한 심복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김미연이 건강한 사내 아이를 출산한다면, 아버지가 그년의 아들놈에게 거액의 유산을 상속할 가능성이 높아."

"그녀가 남아를 출산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어. 사전에 위험요인을 철저히 차단해야 하는 거라고."

성택이 결연한 얼굴로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년을 3일 안에 작업하도록."

"회장님의 진노를 살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통사고로 가장하라고."

"알겠습니다. 전무님."

심복은 평창동을 벗어난 뒤, 해결사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

김미연은 이 세상을 전부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전 세계 최고 재벌인 이철성 회장과 정식으로 결혼하는 탓이다.

그녀는 빈한한 가정 출신이라 그런지, 이 세상에서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 탓으로 이철성의 연로한 나이는, 그녀에게 별다른 장애요인이 되지 않았다.

오로지 천문학적인 그의 재산이 소중할 뿐이었다.

미연은 아침 일찍 한남동을 빠져나온 뒤, 대영백화점 강남 본점으로 직행했다.

VVIP 룸에서 백화점 직원들을 하녀처럼 부리며 명품 쇼핑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허나, 죽음의 신은 그녀의 허영과 사치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대형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돌파한 뒤, 그녀가 타고 있던 마이바흐 차량을 무참하게 들이박은 탓이다.

쿵쾅쾅!

며칠 후.

용인 가족묘지에 이철성 회장과 8명의 자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깊은 슬픔에 잠긴 반면, 8명의 자녀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눈엣가시같은 김미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탓이었다.

그날 밤.

평창동에 조형우가 나타났다.

이성택은 면전에 시립한 조형우에게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김미연을 죽인 놈은 어디에 있지?"

"일단 중공으로 도피시켰습니다."

"그러지 말고,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아직 쓸모가 많은 놈입니다. 나중에 제거해도 늦지 않습니다. 전무님."

"입은 무겁겠지?"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여튼 나중에 기회를 봐서 그놈도 죽여버려."

"알겠습니다."

***

오사카 모처에 일단의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혐한 단체에 속한 인사들이었다.

무리의 리더인 이쇼하라의 입에서 격앙된 어조가 흘러나왔다.

"조센징들은 우리 대일본제국의 강역인 다께시마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저는 조센징들에게 대일본국의 사무라이 정신을 똑똑히 보여줄 계획입니다."

이쇼하라는 생수로 목을 축인 뒤,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다음주 금요일에 오사카와 도쿄에서 대대적인 혐한 시위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좌중이 결연한 얼굴로, 한목소리로 외쳤다.

"조센징을 죽이자!"

"조센징을 지옥으로!"

"조센징 남자는 때려죽이고, 여자는 강간하자!"

"바퀴벌레같은 조센징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삭제해야 한다!"

그들의 처절한 증오심은 저 하늘 끝까지 치솟을 지경이었다.

잘못된 역사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강요 받은 결과였다.

***

춘천에서 만난 그녀는 한빈을 연모하는 수많은 여성 중의 한명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는 여행하는 내내, 자신이 모든 여행비용을 부담했다.

호텔비와 식비, 교통비 등을 전부 책임진 것이다.

허나,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 탓으로 그녀 몰래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그 후, 인근의 휴대폰 대리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존의 번호 대신 새로운 번호를 발급받기 위함이었다.

그날 오후.

휴대폰에서 새로운 번호로 폰을 개통한 뒤, 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에게 새로운 폰 번호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소영에게 폰번호를 알려준 뒤,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기로 작심했다.

앞으로 한달 동안,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며 9월 11일을 기다릴 계획이었다.

***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을 무렵, 이소연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며칠 전, 재벌가 3세와 맞선을 봤다.

그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소영은 전화상으로 맞선 결과를 소상히 밝혔다.

-맞선남에게 사실대로 말했어. 남친이 있다고.

"그래서?"

-맞선남이 보기보다 쿨하더라구.

"그놈이 따로 연락한 적은 없고?"

-응. 없어. 그 사람도 다른 여자가 있는거 같아.

재벌가 아들내미 주변에는 소영을 능가하는 미녀들이 항시 대기상태였다.

그런 탓으로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

부산과 경남 지방의 맛집부터 순회하기로 결심했다.

특유의 신선한 요리문화를 접하기 위함이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맛집을 두루 탐방한 뒤, 제주도로 넘어갔다.

3일 후.

제주도에서 흑돼지와 해산물 맛집을 탐방한 뒤, 대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일 후.

대구에서 지역 특산물을 한껏 음미한 뒤 충청도로 직행했다.

5일 후.

충청도의 맛집을 두루 탐방한 뒤 전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1주일 후.

전주와 광주, 전부, 전남 지역의 맛집을 모두 돌아본 뒤, 서울로 무사귀환했다.

***

여의도 인근의 호텔로 들어섰다.

호텔에서 내일 발생할 예정인, 화려한 불꽃 놀이를 오롯이 감상할 계획이었다.

다음날.

호텔 방에서 조식과 점심, 저녁 식사를 해결한 뒤 TV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핸드폰의 폴더를 열자 밤 10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전면에 위치한 TV 화면에서 강렬한 폭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뉴욕 무역센터 빌딩 지하에서 시작된 맹렬한 화염이 빌딩 전체를 뒤덮었다.

더불어 출처불명의 경비행기가 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하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늘은 운명의 9월 11일이었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날이었다.

곧바로 호텔을 체크아웃했다.

그 후, 길가를 오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40분 뒤.

고시원 방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 후, 증권사 HTS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일주일 후.

내가 투자한 풋옵션이 3백배의 시세차익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내 재산은 금세 1,440억까지 불어났다.

하루아침에 천억대 준재벌로 신분이 격상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많이 고팠다.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내 목표는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이성택을 단죄할 계획이었다.

그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축적해야 한다.

아직 갈길이 멀었다.

***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는 한편, 향후 행보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나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고객들의 투자금을 이용해 내 부를 백배, 천배 이상으로 불리기 위함이었다.

물론 투자자에게 합당한 투자수익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나와 투자자 모두 윈윈하는 게임이었다.

문득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 구조가 뇌리를 스쳤다.

대영전자와 자동차는 생각외로 이철성 회장의 지분이 적었다.

그가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지분은 고작 30% 내외였다.

허나, 그는 국민기금과 국내의 기관투자가 그룹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 덕분에 30%에 불과한 지분임에도 철옹성같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나름의 정치력을 유효적절하게 구사한 덕분이었다.

국민기금과 국내 기관 투자가 그룹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탓으로 이철성 회장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 목표는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50% +1주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내 명성을 이용해 자산운용사의 규모를 키우고, 고객들의 막대한 투자금을 이용해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획득하면 게임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의 핵심인 이태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급선무였다.

국민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 그룹을 제어하는 역할은 이태강의 몫이었다.

물론 그는 내 심모원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

대웅증권의 여의도 지점장인 김철호는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의 고객 중인 한명인 김한빈이 선물 풋옵션으로 천억대의 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김철호는 입이 별로 무겁지 못했다.

그런 탓일까, 증권업계 지인들에게 그런 사실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결국 한빈에 대한 소문이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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