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절세미남 벼락부자되다 2
소영의 친오빠인 이태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가 이번에 풋옵션에 투자했는데, 그게 대박을 쳤습니다. 그 바람에 저의 재산이 하루아침에 1400억을 돌파했습니다."
순간 수화기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개자식이 누구 앞에서 구라를 치는거야? 너 정말 죽고 싶어?
"그럼 확인하시면 될거 아닙니까?"
-만약 거짓말로 드러나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김한빈!
"좋습니다."
그날 밤.
내 고시원 방에 이태강 검사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목례를 취한 뒤, 컴퓨터를 켰다.
그 후, 주식 계좌 잔고를 그에게 보여줬다.
이태강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맹렬히 저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어딘가로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 후, 통화가 연결되자 내 방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10분 뒤.
그가 다시 내 방에 나타났다.
그는 경악한 얼굴이었다.
"정말 네놈이 풋옵션으로 초대박을 터트린거냐?"
"증권사에 이미 확인하신거 아닙니까? 알면서 뭐하러 물으십니까?"
이태강은 여전히 놀란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할 말을 잃은 눈치였다.
그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이번달 안으로 소영이와 식을 올리겠습니다. 그러니 형님은 우리 결혼에 반대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이태강은 허탈한 얼굴로 내 방에서 모습을 감췄다.
자업자득이었다.
***
다음날.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이태강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검사님들과 수사관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을 지나쳐 안쪽에 위치한 데스크로 걸어갔다.
안내원에게 내가 찾아온 용건을 밝혔다.
"대검 특수 1부에서 근무하시는 이태강 부장 검사님을 뵙고 싶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한빈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5분 뒤.
이태강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어색한 얼굴로 나에게 방문증을 내밀었다.
방문증을 점퍼 상의에 꽂은 뒤 이태강과 함께 4층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는 책상에 앉은 뒤, 사무실 소파를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나를 찾아온 용건이 뭐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형님에게 여러가지 드릴 말이 있습니다."
"결혼 얘기를 하려는 건가?"
"그것도 있고, 앞으로 제가 하려는 사업에 대해서 형님에게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사업이라...?"
"네. 형님."
그때, 장내에 여비서가 나타났다.
그녀는 이태강과 나에게 커피를 서비스한 뒤 사무실에서 조신하게 사라졌다.
커피를 한모금 들이킨 뒤 이태강에게 다시 말했다.
"저는 조만간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그 후, 전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될 생각입니다."
내 입에서 광오한 언사가 흘러나오자, 이태강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놈이 운좋게 풋옵션으로 대박을 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
"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 말하자, 태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나를 말로 이겨먹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때, 태강의 뜨악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자산운용사를 이용해서 투자자들의 눈먼 돈을 착복할 생각이냐?"
"전혀 아닙니다. 저는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줄 계획입니다."
"하여튼 네놈은 간뎅이가 제대로 부었어. 후후..."
그의 입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저는 소영이와 결혼한 뒤, 증권투자 신탁회사를 창업할 겁니다."
"고작 그 따위 말이나 할려고 나를 찾아온거냐?"
"네. 그렇습니다."
"내가 결혼을 반대한다면 어쩔 생각이냐?"
"어차피 소영이는 성인입니다. 형님이 우리 둘의 결혼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미치겠군."
"이번달 30일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니까 호텔 예식장이나 잡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1억원짜리 수표 4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4억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럼 결혼식장에서 뵙죠."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
이태강은 사무실의 창 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김한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한빈은 주식투자의 천재였다.
특히 그는 선물 풋옵션으로 단기간에, 천억이 넘는 언청난 시세차익을 거둔 상태였다.
이미 그는 증권회사에 연락해서 그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 탓일까, 한빈에 대해서 내심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최고의 선이었다.
게다가 그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다.
고아 주제에 비굴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태강은 언제나 자신만만한 사람을 좋아했다.
그런 탓일까, 한빈이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소영과 한빈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이 최선이었다.
***
소영이 자신의 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삼성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들어서자 이태강이 우리를 맞이했다.
태강은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아버님이 연로하니까 절만 올리고 거실로 나와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 답하자 태강이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1층 안방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이 보였다.
그가 이태강과 소영의 친부였다.
나이는 80세가 넘어보였다.
그에게 큰절을 올리자, 힘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 뒤,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안방에서 나오자 기품이 느껴지는 60대 여성과 이태강, 소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여성이 자신을 소개했다.
"소영이 엄마에요. 이렇게 만나게 되서 너무 기뻐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장모님."
그리 화답하자 그녀가 흡족한 얼굴로 내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잠시 후, 태강과 본격적인 술자리를 시작했다.
장모님과 소영은 우리 둘의 술자리를 조용히 지켜봤다.
우리는 소맥을 물처럼 들이키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갑자기 태강이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을 제일 싫어한다. 그러니까 항상 법에 저촉되는 일은 절대 하지마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저는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착한 놈이니까."
"자식이 말은 청산유수구만. 하하..."
그의 입에서 흡족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둘이 그렇게 즐거운 술자리를 이어가자 소영과 장모님의 얼굴에도 화사한 미소가 피어났다.
***
강남 인근의 고급 호텔 예식홀.
명품 수트로 온몸을 휘감은 채 결혼식장으로 들어서자, 이태강과 소영의 가족, 친인척, 지인 등이 나를 박수로 맞이했다.
물론 결혼식 장에는 내 가족과 지인 역할을 대행하는 알바들이 200명 정도 동원됐다.
이태강의 배려였다.
그런 탓으로 나름 속편하게 결혼식을 즐길 수 있었다.
잠시 뒤, 순백의 드레스를 차려입은 소영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병환에 시달리는 부친대신 이태강의 에스코트를 받고 있었다.
태강이 소영이를 내 코 앞까지 에스코트 해주었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한 뒤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 후, 주례 선생의 주례사에 적극 화답했다.
한달 후.
신혼여행을 끝마친 뒤,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갤포레에 터를 잡았다.
평수는 50평대였다.
이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30억 정도를 투자했다.
그런 탓인지 소영은 커다란 만족감을 내비쳤다.
내가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2명 이상의 펀드매니저를 고용해야 했다.
나에겐 쓸모없는 존재였지만, 법이 그랬다.
결국 말잘듣는 펀드매니저 2명을 급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무렵.
대웅증권의 여의도 지점을 방문했다.
내 이름을 밝히자 김철호 지점장이 나를 직접 맞이했다.
그는 나를 VIP룸으로 안내했다.
내가 풋옵션으로 천억대의 잭팟을 터트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여비서가 내온 다과를 음미했다.
그런 탓인지 맞은 편에 조심스런 자세로 앉은 김철호가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저희 지점을 방문하셨는지요?"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펀드매니저 중에서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천만원권 수표 한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소개비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자 지점장이 감격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에게 재차 당부하는 말을 전했다.
"제가 원하는 펀드매니저는 능력이 전혀 없는 친구들입니다. 그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김철호는 내가 건넨 수표를 조심스럽게 수납한 뒤,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무능력한 놈들을 뭐하러...?"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까, 더 이상 묻지 마십시오."
단호하게 말하자 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사장님이 원하시는 인물을 오늘 안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날 밤.
여의도 모처에 마련한 사무실에 두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놈은 금테안경을 착용했고, 다른 녀석은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둘다 범생이의 전형이었다.
면전에 시립한 그들을 유심히 살핀 뒤,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이력서를 갖고 오셨나요?"
그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준비해온 이력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예상대로 녀석들은 모두 명문대 출신이었다.
허나, 그들은 무능력한 펀드매니저였다.
그들이 투자한 주식과 선물 상품 대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지점장은 그런 인물들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저렴한 연봉으로 부려먹기에 적합한 녀석들이었다.
"당신들의 연봉은 7천입니다. 당연히 성과급도 없습니다. 그냥 회사에 출근해서 내 심부름만 하시면 됩니다."
금테와 뿔테는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
집구석에서 방바닥을 긁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았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세요. 시킬 일들이 많으니까."
"네. 대표님."
"그리고 우리 회사의 이름은 '미래골드'니까 명함에 미래골드라는 회사명을 확실히 새겨넣으세요."
"예."
***
미래골드라는 자산운용사를 창업한 뒤, 금테와 뿔테에게 자질구레한 잔심부름을 도맡겼다.
오늘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녀석들에게 사무실 청소를 명령했다.
당연히 그들은 내 명령을 200% 완수했다.
그 무렵, 증권감독위원회에서 미래골드의 증권투자신탁 업무를 허가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늦은밤.
대웅증권의 여의도 지점장인 김호철과 시내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연봉으로 10억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회사로 와주십시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고민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에게 시킬 일이 무엇인지요?"
"지점장님은 투자자를 모집하십시오. 나머지 일은 신경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김호철이 두눈을 영활히 굴리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대표님이 풋옵션으로 초대박을 쳤다는 소문이 여의도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내심 바라던 일이었다.
"그 점을 이용한다면 조단위의 수탁고도 얼마든지 가능할 겁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를 효과적으로 홍보해 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건, 그겁니다."
그제야 김호철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감을 잡은 눈치였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48시간 안에 확답을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장내를 유유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