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7화 (7/175)

7화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다 2

집에 들어가자 매미날개처럼 얇은 가운을 걸친 소영이 내 품에 사랑스럽게 안겨왔다.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만끽한 뒤,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소영이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말했다.

"자기는 얼굴도 잘생기고 체격도 너무 좋아. 그래서 문제야."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기를 노리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걱정되서 죽을 지경이라구!"

소영이 분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걱정이 많아. 우리 소영이가 너무 이뻐서."

"정말?"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기대만발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이다. 너는 얼굴도 이쁜데다가 몸매까지 너무 사랑스럽다고. 하하..."

"역시 우리 자기는 여자 보는 눈이 정말 너무 높은거 같아. 호호..."

소영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끝마친 뒤 소영이 차려준 아침밥으로 배를 채웠다.

그 후, 압구정동에 위치한 슈퍼카 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럴 듯한 회장님 차를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슈퍼카 매장으로 들어서자 딜러가 나를 맞이했다.

그는 내 위아래를 매의 시선을 살핀 뒤,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

"마음에 드는 차가 있으신가요?"

"마이바흐 리무진을 보고 싶습니다."

"그 차는 뒤편에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그럽시다."

딜러는 뒤편에 위치한 전시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의 말대로 마이바흐 리무진은 그곳에 있었다.

은회색의 마이바흐 리무진은 첫 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딜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계약합시다."

딜러가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사무실로 가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마이바흐 리무진을 몰고 미래골드 여의도 본사로 향했다.

육중한 엔진음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차를 회사 주차장에 파킹한 뒤, 사무실로 올라갔다.

대표실에 들어가자마자 박종태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종태에게 마이바흐 리무진의 차키를 건넸다.

"지하 주차장에 차가 있으니까, 시운전을 해봐."

"예. 대표님."

종태가 사라지자마자 밥만 축내는 금테와 뿔테를 대표실로 호출했다.

눈 앞에 나타난 녀석들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미래골드의 2호 펀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1호 펀드와 마찬가지로 확정수익률 10%를 보장하는 조건이죠."

그들은 내 말을 진자하게 경청했다.

"그러니까 당신들도 김이사처럼 투자자들을 전방위적으로 모집하세요. 책상에 앉아서 시간만 때우지말고."

녀석들이 주눅든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지인 중에 돈푼깨나 들고 있는 사람들을 투자자로 유치하세요. 100억이상 유치하면 억단위의 인센티브를 여러분에게 지급하겠습니다."

그제야 금테와 뿔떼의 얼굴에 조금 화색이 돌았다.

"저는 신상필벌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습니다. 회사에 이익을 발생시키면 그에 합당한 포상금을 지급할 겁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투자자들을 유치하세요. 그게 당신들이 할 일입니다."

녀석들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복명했다.

"넵. 대표님!"

***

오후 무렵.

여비서 후보자들이 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은 모두 새끈한 정장룩 차림이었다.

게다가 대다수 얼굴과 몸매가 수준급이었다.

나는 그녀들 중에서 두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내 전용비서는 비쥬얼이 탁월해야 한다.

반면 김철호 이사의 비서는 평범한 여성 중에서 선발할 예정이었다.

김이사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내 시선은 군계일학의 외모를 한껏 뽐내는 박은영에게 절로 모아졌다.

그녀는 연세대 문과 출신의 재원이었다.

귀여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구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토익 점수도 매우 높았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면접을 끝낸 뒤, 그녀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

미래골드 본사.

대표실이 있는 17층으로 들어서자 문가 입구에 놓여진 책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를 전담하는 여비서가 사용할 책상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무집기를 정리하는 박은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조신한 태도로 나를 맞이했다.

"오늘부터 대표님을 모시게 된 박은영입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에게 처음으로 지시를 내렸다.

"달달한 커피 한잔 부탁드립니다."

"예. 대표님."

은영은 그리 화답한 뒤 곧바로 탕비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온 커피를 음미하며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는 편하게 반말을 할거니까, 알아서 감수하세요."

은영이 조신하게 화답했다.

"대표님 마음대로 하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처음으로 지시를 내렸다.

"국내외 주요 경제, 정치 뉴스를 스크랩해서 매일 오전 9시까지 보고서로 작성해서 책상 위에 올려놔."

"예."

"이만 나가봐."

그녀는 허리를 깊숙이 숙인 뒤 대표실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

김철호 이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비서 후보자 중에서 제일 못생긴 여성을 여비서로 배정받은 탓이다.

허나, 그는 감히 한빈에게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직장인의 비애였다.

그런 탓으로 김철호는 배정받은 여비서에게 별다른 내색을 안한 채 평소와 마찬가지로 업무에 매진했다.

직장인의 바람직한 자세였다.

***

대영그룹 서초동 본사 회장실에 이성택과 그의 배다른 동생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철성 회장은 면전에 나란히 시립한 자녀들을 유심히 살핀 뒤, 성택에게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대영전자로 자리를 옮기거라."

순간 성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너도 알다시피 대영전자는 우리 그룹의 핵심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염려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하하..."

이철성은 큰아들의 오만한 언사에 혀를 끌끌 찼다.

허나, 그는 집안의 종손인 성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 탓인지 속으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둘째 아들인 성범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는 앞으로 대영자동차에서 일하거라."

"예. 아버지."

그후로도, 이 회장은 자녀들의 교통정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녀들을 나름 적합한 보직에 임명한 뒤 성택을 제외한 그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 후, 성택과 단 둘이 비밀스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네놈 멋대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이유가 뭐냐?"

성택이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신수종 사업을 적극 육성하려면 조단위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그건 미래전략본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야!"

철성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택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비자금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아버지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이 개놈아! 특수부에서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단 말이다!"

"그 점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나름대로 특수부 검사들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철성은 큰아들의 유들유들한 언사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항상 성택에게 약했다.

집안의 종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결국 오늘도 그의 비자금 조성문제에 관해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

이성택은 본사 건물을 빠져나온 뒤 서초동 인근으로 향했다.

그는 일식당으로 들어선 뒤,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던 대검 특수부의 이범호 검사와 친근한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였다.

성택이 넌지시 물었다.

"김한빈이라는 놈이 이태강의 매제라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이범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한빈을 이전무가 어떻게 아는 거지?"

"그럴 일이 있습니다."

이범호는 눈치가 빨랐다.

"김한빈과 뭔가 알력이 있는 건가?"

성택이 순순히 인정했다.

"제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부탁할 일이 뭔데?"

"선배님이 김한빈에게 따끔하게 훈계를 해주십시오. 함부로 설치지 말라고."

이범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특수부 검사님이 뭘 두려워 하시는 겁니까?"

"두럽다기 보다는 이태강과 척을 지는 게 껄끄러워서 그런거지."

"이태강도 같은 부장검사 아닙니까?"

범호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겉으로 보면 그렇지만, 이태강은 성골라인이야. 내가 넘볼 수 없는 위치라고."

"성골라인이 뭡니까?"

그가 즉답했다.

"정치권과 검찰에서 미래의 검찰 총장 후보로 점찍은 인물."

성택은 한빈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의 뒤에 도사린 이태강 때문이었다.

***

성택은 평창동 자택의 정원을 서성이며 한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그는 무려 6천억에 달하는 돈을 대창제약과 한성바이오에 투자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시장에서는 연일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반면, 성택이 차지해야하는 파이는 날이 갈수록 적어졌다.

겨우 3천억 내외의 돈을 투입한 까닭이다.

그는 더 이상의 여유자금이 없었다.

비자금 계좌의 상당부분을 부친인 이철성 회장이 틀어쥔 탓이었다.

성택은 속에서 천불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허나, 한빈을 통재할 만한 수단이 전무했다.

그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갑자기 성택의 두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쓸만한 아이디어가 생각난 모양이었다.

그는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

세진약품의 신약 연구소에 이성택이 나타났다.

그는 연구진이 개발 중인 당뇨병 신약을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회사 대표인 김오중과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성택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뇨뱡 신약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죠?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김오중 대표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럼 5년이 지나도 당뇨병 신약 개발을 장담할 수 없다늠 말인가요?"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성택은 세진약품의 진짜 오너였다.

그는 차명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를 이용해 수년 전에 세진약품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그 후, 여러차례 작전을 펼치며 수천억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성택은 더 이상 세진약품에 미련이 없었다.

더구나 당뇨병 신약 개발이 불투명하다는 확답마저 들은 탓인지, 하루 빨리 세진약품의 경영권을 높은 가격에 매도하고 싶었다.

그는 세진약품의 연구소를 빠져나온 뒤, 평소 안면이 있는 이태강 특수부 검사에게 전화를 돌렸다.

***

금테 차종열은 오랜만에 부친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부친인 차민국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아주 좋은 펀드 상품을 출시했거든요. 연간 확정 수익률이 10%에 달하는 상품입니다."

차민국의 입에서 뜨악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나더러 네놈 회사에 투자하라는 말이냐?"

"네. 그래주시면 회사에서 제 입지도 좋아지고, 아버지도 큰 돈을 벌 겁니다."

차민국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네놈을 믿고 펀드 상품에 투자했다가, 날린 돈이 무려 10억이 넘어! 이 개자식아!"

그러자 종열이 울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다니까요. 그냥 펀드에 1년 동안 돈을 넣으면 10%에 달하는 확정이율을 받을 수 있다고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 한번만 저를 믿어주세요. 아버지!"

민국의 얼굴에 극심한 갈등이 그려졌다.

종열은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이었다.

그때, 종열의 입에서 쐐기를 박는 언사가 흘러나왔다.

"투자유치에 실패하면 회사에서 짤릴 처지라고요!"

종열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자, 민국은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외아들이 백수로 노는 꼴을 결코 용납 못하는 남자였다.

그날, 민국은 종열에게 미래골드의 투자상품에 투자하겠다고 확답했다.

같은 시각. 은테 지청우 역시 모친에게 미래골드의 펀드상품에 투자하라고 열변을 토했다.

결국 그 역시 모친에게서 10억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