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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0화 (10/175)

10화 내가 제일 잘났다 1

아침에 집을 나서려는 찰나,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전담하는 김정세 팀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센트리온 카드를 분실하셨습니까?

"그런 적 없는데요."

-어제 밤에 강남 인근의 치킨 집에서 결제를 하신 분이 대표님 본인 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아! 그러시구나.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 말하며 자기 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꼴을 보아하니, 센트리온 카드로 소액을 결제해서 그런거 같았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

아파트 1층 현관에 정차한 마이바흐 리무진으로 다가서자 박종태가 뒷좌석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에게 목례를 취한 뒤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그 후, 나를 태운 마이바흐가 서초동을 향해 천천히 출발했다.

서초동 일식당에 도착한 뒤, 종태에게 지시를 내렸다.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대표님."

그를 뒤로한 채 일식당으로 들어갔다.

지배인은 나를 뒷편에 위치한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으로 들어서자 이태강을 비롯한 현직 특수부 검사들이 나를 맞이했다.

그들은 모두 이태강의 대검 특수부 총괄 부장직 임명을 축하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태강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를 그들에게 소개시켰다.

"미래골드의 김한빈 대표다. 증권가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한 친구지. 그리고 내 매제이기도 하고."

직후 특수부 검사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박수 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가라 앉자 그들에게 통 큰 언사를 내뱉었다.

"저에게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해결 가능한 일이라면, 반드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자 좌중의 검사들이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말씀 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대표님."

"총괄 부장님의 매제시라 그런지, 예의가 정말 바르시군요. 하하...!"

"급전이 필요할 때,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헤헤..."

그들에게 환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있는 게 돈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이태강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그날, 친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밤늦도록 술자리를 즐겼다.

이태강은 나에게 검찰 조직의 핵심인 특수부 식구들과 안면을 틀 기회를 제공했다.

고마운 인물이었다.

***

증권가에 미래골드의 펀드상품이 초대박을 터트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런 탓일까, 날이 갈수록 미래골드를 방문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미래골드의 본사는 여의도 대청빌딩에 세를 든 상태였다.

게다가 3개 층만 사용한 탓에, 물밀듯이 밀려드는 고객들을 접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마포역 근처에 위치한 저렴한 가격의 빌딩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무렵.

나를 태운 마이바흐 리무진이 마포역 인근의 빌딩 앞에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뒤 빌딩의 전경을 유심히 살폈다.

빌딩은 20층 높이였다.

연건평도 넓은 편이었다.

미래골드의 사옥으로 적합해 보였다.

마음을 정한 뒤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탑층에 위치한 관리 사무실로 들어서자 중년 남자가 나를 맞이했다.

"빌딩을 보려고 오신 분인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돌렸다.

1시간 후.

50대 남자가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가 빌딩 주인이었다.

빌딩 주인에게 내 명함을 건넨 뒤 넌지시 운을 뗐다.

"이 빌딩이 마음에 드는군요."

그러자 빌딩주인이 반색하는 얼굴로 물었다.

"빌딩을 매입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가격만 적당하다면."

그리 답하자, 그가 노회한 눈빛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여의도와 종로 사무지구에 인접한 곳이라, 보기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소 1,900억은 주셔야 합니다."

2천억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시는거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워낙 요지에 위치한 빌딩이라..."

그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변호사를 보낼테니까 그와 가격에 대해서 다시 흥정해 보십시오."

그리 말하자 빌딩 주인이 아쉬워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런 일은 변호사에게 내맡기는 게 상책이었다.

***

회사에 돌아온 뒤 이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쓸만한 변호사를 소개해 주십시오."

-법무팀을 만들 생각인가?

"예. 이번 기회에 회사 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를 영입할 생각입니다."

-몇명이나 필요하지?

"많이는 필요없고, 일 잘하는 친구를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후배 중에서 집에서 놀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말이지.

"그 사람이 누구죠?"

-강력부 부장 검사 출신인데, 변호사 노릇이 취향에 안맞는다고 집구석에서 백수로 놀고있네.

"왜 그런거죠?"

-의뢰인들한테 비위가 상한 모양이야.

"강직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그렇다고 할수 있지. 그렇지만 매사에 확실한 인물이니까 매제랑 잘 어울릴거 같아.

"알겠습니다. 그 분과 자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오늘 저녁에 서초동 단골 일식당으로 오게.

"예. 형님."

그날 저녁.

일삭당 룸에 들어서자 이태강과 40대의 남자가 나를 반겼다.

태강은 그에게 나를 소개한 뒤, 일이 바쁘다며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장동현에게 술잔을 건네며 넌지시 말했다.

"회사 업무를 전담해줄 변호사 분이 필요합니다."

"그 전에, 한가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그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저는 불법적인 일에 절대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직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싶을 뿐입니다."

장동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저에게 불법적인 일과 연관된 업무를 지시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역시 변호사님에게 법에 저촉되는 사안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그리 말하며 봉투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장동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입도선매라고 생각하십시오."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여전히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봉투 안에 5억원이 있습니다. 장동현씨의 1년치 연봉입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음날.

미래골드의 여의도 사옥에 장동현이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아래층에 사무실을 마련해 드릴테니까, 오늘부터 미래골드의 법무팀장으로 일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저 대신 마포역 인근의 건물주와 가격 협상을 해주십시오."

"빌딩 주소와 건물주의 연락처를 알려주십시오."

메모지에 빌딩 주소와 건물주의 연락처를 적은 뒤 그에게 건넸다.

"건물주는 1900억 정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가격은 1400억 안팎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변호사님만 믿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

점심 무렵.

대표실에 김호철 이사가 나타났다.

그는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보고를 올렸다.

"우리 미래골드가 판매를 개시한 3.4.5호 펀드 상품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각각 2조원과 3조원, 5조원에 육박하는 수탁고를 기록했습니다."

3호 펀드는 1년 만기 상품이었고, 4호와 5호 펀드는 각각 2년과 3년 짜리 만기 상품이었다.

당연히 기간이 길수록 확정 수익률이 더 높았다.

그런 까닭에 4호와 5호 펀드의 수탁고 역시 덩달아 급증했다.

"다음주에 3.4.5 펀드 판매를 중단하세요. 그리고 곧바로 4년 만기 상품을 론칭하십시오."

"확정 수익률을 말씀해 주십시오."

"55%로 설정하세요."

"말씀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김철호를 내보낸 뒤 주가 시황에 시선을 집중했다.

세진약품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당뇨병 신약의 개발이 지지부진하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퍼진 탓이다.

허나, 그건 모두 뜬 소문에 불과했다.

앞으로 한달 뒤에 세진약품은 당뇨병 신약을 보란 듯이 개발완료할 운명이었다.

내가 경험한 미래가 그랬다.

***

이성택은 대영전자 본사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세진약품의 주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그려졌다.

세진약품의 주가가 30% 이상 빠진 탓이다.

성택은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악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자신에게 호구 노릇을 충실히 해준 김한빈에게 내심 감사한 심경이었다.

"고맙다. 호구 자식아. 낄낄낄..."

성택의 입에서 비열한 조소가 길게 흘러나왔다.

***

브라운스톤 역삼동 본사.

브라운스톤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산운용사였다.

그런 탓에, 브라운스톤의 수탁자산은 무려 1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허나, 브라운스톤의 김창규 회장은 최근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증권가에 혜성처럼 등장한 미래골드의 김한빈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산운용업체에서 금기시된 고이율의 확정 수익률을 무기로 시중의 부동자금을 자석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이 판매한 펀드가 초대박을 터트리자, 그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브라운스톤이 휘청일 정도의 위기에 빠져든 건, 결코 아니었다.

최대 우군인 국민기금과 기관투자가 그룹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자산을 브라운스톤에 내맡기고 있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그룹이었다.

그들은 한푼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약속하는 펀드 종목으로 언제든지 말을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김창규는 일반인 투자자를 전담하는 심우철 개인 여신 팀장을 회장실로 호출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하는 펀드 상품의 판매가 왜 이리 지지부진하지?"

그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다수 고이율의 확정 수익률 상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회사는 연간 5% 내외의 변동 수익률 펀드 상품만 판매하는 탓에, 일반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미래골드처럼 고이율의 확정 수익률 상품을 판매하자는 건가?"

심우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브라운스톤은 확정 수익률 상품을 금기시했다.

도박에 가까운 투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김창규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는 그만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지금 당장 마련해!"

심우철이 주눅든 얼굴로 복명했다.

"예. 회장님."

***

박은영을 대동한 채 대영 백화점의 강남 본점으로 향했다.

옆에 동승한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영 백화점에 내가 센트리온 블랙카드 소지자라는 사실을 전해."

"예. 대표님."

그녀는 곧바로 대영백화점 측에 한통이 전화를 걸었다.

백화점 1층 로비에 들어서자 40대의 점장이 나를 향해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를 본체만체하며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VVIP 쇼핑을 즐길 생각이니까 여점원들을 붙여주십시오."

"네. 대표님."

점장은 허리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 후, 탑층에 위치한 VVIP 라운지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은영과 푹신한 소파에 자리한 채, 여점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백화점에서 제일 비싼 명품 미니 드레스 다섯벌과 정장룩 10벌을 갖고 오세요."

그리 말하며 옆에 앉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이즈가 어떻게 되지?"

그러자 은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제 사이즈를 알려드려야 하나요?"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그리 답한 뒤, 여점원들에게 말했다.

"66사이즈로 갖고 오세요."

그녀들이 다소 곳이 화답했다.

"예. 대표님."

잠시 뒤, 값비싼 명품 미니 드레스 5벌과 정장룩 10벌이 장내에 나타났다.

박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피팅 룸에서 옷을 입어봐."

그녀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뭘 그리 놀래? 사람의 호의를 거부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그제야 은영이 못 이기는 척 피팅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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