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3화 (13/175)

13화 너무 잘나가는 절세미남 벼락부자 1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밤거리를 거니는 쌔끈한 그녀를 목격했다.

내 스타일이었다.

곧바로 그녀 곁으로 마이바흐 리무진을 몰아갔다.

그녀 옆에 차를 정차한 뒤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야! 타!"

그녀는 빙긋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였다.

***

마포역 인근의 월드 빌딩으로 미래골드의 사옥을 이전했다.

월드 빌딩은 20층 규모였다.

나는 20층 탑층에 위치한 관리 사무소를 대표실로 개조했다.

회사 오너는 원래 탑층에 군림해야 한다.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문제는 미래 골드의 직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었다.

반면, 미래 골드를 방문하는 투자자들은 일평균 수천명에 육박할 지경이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싶어했으며, 투자를 생각 중인 사람들은 향후 투자 수익률의 확답을 받고 싶어했다.

그 모든 일을 십수명에 불과한 여직원과 김철호, 두명의 펀드 매니저들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김철호 이사가 효율적인 회사 운영 방안에 대해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를 읽은 결과 나름 쓸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김철호를 대표실로 호출했다.

면전에 나타난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고객들의 등급을 VIP와 골드, 실버, 브론즈, 스탠더드 5단계로 구분한 뒤, 그에 해당하는 라운지를 회사 내에 설치하십시오."

그가 감격한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도 이런 좋은 보고서를 자주 올려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을 응대할 여직원들을 추가로 50명 정도 더 선발하세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표님."

"밀려드는 고객들을 응대할 여직원들이 너무 부족한거 같더군요. 이번 기회에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여직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할 계획입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고객들에게 호감을 줄수 있는 외모와 고운 성격을 가진 여직원이 필요하니까, 학력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마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

***

김소정은 고졸 출신이었다.

그렇지만 외모가 출중했다.

더불어 성격도 착했다.

그런 탓일까, 화류계 쪽의 유혹을 숱하게 받았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허나, 소정은 자신의 젊음을 술집에서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나름 정신무장이 제대로 된 여성이었다.

그런 때문 일까, 그녀는 백화점 명품관에서 알바를 하는 한편, 쓸만한 사무직 모집공고가 눈에 뛸 때마다, 빼놓지 않고 지원했다.

일종의 오기였다.

그런 소정의 눈에 미래골드라는 자산운용사의 여직원 모집 공고가 눈에 띄였다.

미래골드는 고졸 이상의 학력과 품행이 방정한 여성을 모집했다.

또한 연간 4천만원 이상의 신입 초봉과 500%에 달하는 보너스를 약속했다.

결국 그녀는 혹시나하는 심경으로 미래골드에 자신의 사진과 이력서를 우편으로 제출했다.

***

미래골드 마포 사옥.

대표실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이력서가 눈에 들어왔다.

수천장에 달하는 양이었다.

나름 고액에 해당하는 신입연봉과 연간 500%에 달하는 보너스를 약속한 탓으로 여성 지원자들이 대거 몰렸다.

책상에 좌정하자마자 이력서를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그러기를 얼마 뒤, 외모가 나름 뛰어난 100명을 선발했다.

그 후, 박은영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그녀에게 100장에 달하는 이력서를 건넨 뒤, 나직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이력서에 써 있는 연락처로 면접 일정을 통보해."

"예. 대표님."

은영이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주식 시황에 이목을 고정했다.

세진약품은 무려 10연상을 질주하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시가총액이 2조원에 육박할 지경이었다.

나는 세진약품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50% +1주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싯가로 1조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러나 아직 세진약품의 주식을 처분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세진약품은 내년 상반기까지 신고가 행진을 펼칠 예정이었다.

최소 800% 이상의 시세차익을 달성한 뒤 세진약품을 처분하는게 상책이었다.

세진약품을 뒤로한 채 3.4.5호 펀드의 수탁계좌를 오픈했다.

그 후, IT와 바이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매집 작업을 끝마친 뒤, 1년 만기 3호 펀드에 30개에 달하는 신규계좌를 개설했다.

그 후, 내 개인 계좌에 예치된 돈을 신규계좌에 차례로 이체했다.

여당의 거물들과 특수부 검사들에게 줄 선물이었다.

오전 일과를 끝마친 뒤,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길거리를 분주하게 오가는 샐러리맨과 오피스걸, 그리고 학생, 백수, 할일 없는 노인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온갖 인간군상들을 묵묵히 관조했다.

저들은 모두 다람쥐 쳇바퀴처럼 분주한 일상을 구가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이 손에 쥐는 돈은 극히 미미했다.

반면, 나는 사무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수천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돈은 무척 불공평한 녀석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보다 나처럼 편히 일하는 사람들을 더욱 좋아하는거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뇌리를 연이어 스칠 찰나, 익숙한 여자의 얼굴이 시야에 포착됐다.

그녀는 월드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나 홀로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를 것이다.

반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서연이고, 훗날 이성택의 두번째 부인이 될 여자였다.

이서연은 이성택의 비서이자 오피스 와이프였다.

그녀는 몇년 후, 성택의 두번째 부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나는 수십년 동안 그녀를 연모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성품 때문이었다.

서연은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언제나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은 날이 지날수록 더욱 강렬해졌다.

물론 단 한번도 그런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재벌가 종놈이 넘보기에는, 너무 고귀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지독하게 연모한 탓에, 50줄이 다 되가도록 다른 여자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무한 짝사랑이었다.

왜, 그녀가 내 눈에 띄였을까?

운명의 부름인가?

아니면 이성택에 대한 복수를 그녀를 통해서 하라는 신의 계시 일까?

그녀는 이미 성택과 깊은 관계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더욱 이서연이 갖고 싶었다.

성택과 그녀가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서연 그 자체였다.

곧바로 대표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출입구 좌우 책상에 나란히 앉아 있던 은영과 종태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에게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잠시 가볼때가 있으니까 두명은 이 곳에서 대기해."

그 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층 로비에 도착하자 여직원들과 보안 요원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을 본체만체하며 회사를 나섰다.

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그 후. 카푸치노 한잔을 손에 들고 2층 창가쪽 테이블로 올라갔다.

이서연 곁에 자리잡은 뒤, 뜨거운 시선을 노골적으로 퍼부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가 내 시선을 눈치챘음인지 나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서연의 사슴같은 눈망울을 정면으로 직시했다.

순간 그녀가 놀란 얼굴로 내 시선을 회피했다.

내 강렬한 눈빛과 잘 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그녀들은 대다수 남자가 걸친 양복과 손목 시계로 신분의 고하를 재빨리 판단한다.

서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걸친 맞춤 명품 수트와 파텍필립의 럭셔리 시계를 한눈에 알아본 눈치였다.

그런 탓인지 조심스러운 태도로 나를 힐끔거렸다.

쌀이 익어 밥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 곁에 바짝 다가간 뒤,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러자 서연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그녀에게 당당히 말했다.

"폰 번호를 저장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폰을 그녀의 손에 강제로 떠넘겼다.

허나, 아쉽게도 서연은 자신의 폰넘버를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저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미안해요."

예상대로 이성택과 이미 깊숙한 관계인 모양이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그저, 댁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니까."

"미안해요. 저는 남자친구를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 주십시오."

그러자 서연이 벙찐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제가 그렇게 만만한가요?"

그녀가 당차게 말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후퇴하는 게 좋을거 같았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우리는 아무리 봐도 인연 같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스타벅스를 유유히 벗어났다.

***

오후 무렵.

수능 특강에 매진할 무렵, 이태강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폰에서 태강의 선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여당 대표를 소개해 줄테니까 술자리에 나와.

별로 내키지 않는 제안이었다.

나는 높으신 어른들과 태생적으로 맞지 않았다.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여당 대표가 매제를 보고 싶어한다니까.

"나중에 뵙겠다고 전해주십시오. 형님."

-몸이 안좋은 건가?

"컨디션이 안좋은 편이거든요. 그러니까 형님이 제 몫까지 해주십시오."

-할수 없군. 그럼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할 테니까, 그때는 꼭 나오라고.

"예. 형님. 이만 끊습니다."

***

주말 오후.

소영과 함께 합정동에 위치한 아동복지회관을 찾았다.

이 곳은 영유아를 입양보내는 기관이었다.

대다수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편이었다.

반면 내국인들은 입양을 선호하지 않았다.

뿌리깊은 혈연 문화 때문이었다.

아동복지회관에 들어선 뒤 입양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후, 담당자인 중년 여성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가 우리 부부에게 물었다.

"영유아를 입양하시려는 이유가 뭐죠?"

그녀에게 즉답했다.

"제가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입니다. 그래서 영유아를 입양하려는 겁니다."

그리 말하며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를 그녀에게 전달했다.

담당자는 내 진단서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분의 직업과 재산 정도를 서류에 작성해 주세요."

"예."

서류에 직업과 재산 정도를 대충 써낸 뒤 그녀에게 건넸다.

다음날.

오늘도 소영을 대동한 채 아동복지회관을 찾았다.

서류심사가 통과된 탓이다.

우리는 담당자의 소개로 열명 정도의 영유아를 만났다.

그 중에서도 미혼모의 아기인 생후 1개월 남짓한 여아가 마음에 들었다.

소영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그날, 생후 1개월에 불과한 여아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

이태강이 소개해준 시내 산부인과에 소영을 입원시켰다.

병원장 태강의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런 탓에 우리 부부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봐줬다.

그녀를 병원에 남겨둔 채 대영전자의 본사로 향했다.

이성택의 사무실이 있는 34층으로 올라가자 출입구 책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이서연이 시야에 들어왔다.

예상대로 그녀는 성택의 여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서연은 나를 목격하자 놀란 얼굴이 되었다.

곧바로 그녀에게 내 용건을 전달했다.

"이성택 부사장과 약속이 있습니다."

그녀가 긴가민가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 말씀이 정말인가요?"

"왜 거짓말로 들리나요?"

"너무 이상해서요. 당신이 왜, 우리 부사장님을 만나시는 거죠?"

"비지니스의 일종이죠. 어서 이 부사장에게 내가 찾아왔다고 전달하세요."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터폰을 넣었다.

잠시 후.

부사장실로 들어서는 한편, 서연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거듭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탓인지 백옥처럼 뽀얀 그녀의 목덜미가 두눈에 아리도록 파고들었다.

서연을 뒤로한 채 이성택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줄담배를 말아올렸다.

그런 내 모습을 분한 얼굴로 주시하던 성택이 고함을 내질렀다.

"네놈이 왜, 나를 찾아온거냐?"

"그냥 심심풀이 땅콩삼아. 그건 그렇고, 여비서가 정말 내 취향이더군. 아주 마음에 들어. 후후..."

비릿한 조소를 노골적으로 내뱉자, 놈이 분노한 얼굴로 재차 소리쳤다.

"개소리를 나불대려고 나를 찾은거냐!"

"당연히 아니지. 그냥 비지니스 차원으로 온거야. 그러니까 목소리 좀 낮추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