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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4화 (14/175)

14화 너무 잘나가는 절세미남 벼락부자 2

그제야 성택이 한결 침착해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네놈이 나를 찾은 용건이 뭐지?"

그에게 솔직히 답했다.

"조만간 5년 만기에 확정수익률 70% 짜리 펀드를 판매 개시할 예정인데, 혹시 관심있나?"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내가 뭐하러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어? 나는 그저 투자 독려 차원에서 이런 말을 해주는 거라고."

그가 의구심이 깃든 얼굴로 물었다.

"정말 70%에 달하는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는거냐?"

"대신 5년 동안 나에게 돈을 맡기는 조건이지."

성택의 비열한 동공이 파도에 휩쓸린 듯 거세게 출렁였다.

허나, 그는 이내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반발하듯 외쳤다.

"내가 네놈을 어찌 믿고 돈을 맡겨. 운빨로 승부 보는 놈한테!"

"실망이야. 사람을 보는 안목이 너무 낮구나."

그가 곧바로 반박했다.

"네놈이 지금은 운이 좋아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조만간 큰 손실을 볼거다. 내가 이 바닥에서 너같은 놈들을 무수히 목격했어."

"할 수 없군. 큰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만나지 말자."

"내가 할 소리를 네놈이 짓거리는구나."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 말을 끝으로 놈의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사무실 바깥 복도 책상에 앉아 있는 서연에게 유혹하듯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표가 있는데, 내일 저녁 7시에 서초동 예술의 전당으로 나오십시오."

오페라의 유령 티겟을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서연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저에게 왜, 이러시는 거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유들유들하게 답했다.

"저번에 말했지 않습니까? 당신이 마음에 든다고."

그리 말하며 엘리베이터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

다음날 저녁.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자 정장룩 차림의 서연이 수줍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원래 오페라의 유령을 볼 계획이었어요. 하여튼 감사해요."

"공치사는 됐습니다. 보답으로 서연씨가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십시오."

"저녁은 힘들고 커피나 한잔 살게요."

"좋습니다. 하하..."

내 입에서 절로 흡족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뒷편에 자리를 잡은 뒤, 조성우가 주연롤을 맡은 오페라의 유령을 기분좋게 관람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예상외로 정말 재미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뮤지컬 공연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공연을 관람한 뒤 인근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을 주제삼아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서연이 호기심 그득한 눈빛을 내비치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빈씨는 하시는 일이 뭔가요?"

"알고 싶습니까?"

그녀가 조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대충 답했다.

"그냥 백수에요."

"피이...! 거짓말."

당연히 그녀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부사장님과 면담을 나눌 정도면, 한빈씨도 보통 남자가 아니라는 증거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녀가 두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했다.

"우리 부사장님은 아무나 만날 수 없는 분이세요. 대영그룹의 후계자라구요."

"대영그룹 후계자가 그리 대단한 겁니까?"

"한빈씨는 한국분이 아니신가요? 너무 이상하네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사람의 지위에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 보다는 인간 본연의 됨됨이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서연이 감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저는 이래뵈도 바른생활 청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거짓말 같은데..."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탐색하는 눈빛을 내비쳤다.

나는 서연에게 잘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착한 남자의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계획이었다.

허나, 그녀는 긴가민가하는 얼굴로 나를 유심히 살폈다.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때, 서연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만 집에 가봐야 할거 같아요. 덕분에 좋은 구경했어요. 고마워요."

"자주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생각이니까, 같이 볼 친구들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 주십시오."

"생각해 볼게요.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서연은 다소 곳이 목례를 취한 뒤 아찔한 뒷태를 과시하며 장내에서 조신하게 사라졌다.

***

회사에서 아침 업무를 시작할 찰나, 김철호 이사가 대표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조심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VIP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풀파티를 개최하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풀파티가 수영장에서 아가씨들과 파티를 즐기는 걸 말하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그런 걸, 꼭 해야 하나요?"

"일종의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그런 파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가요?"

"네. 대다수의 자산운용사는 고액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파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철호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타당한 고객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100억 이상을 투자한 고액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풀파티를 개최하세요."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모델 에이전시에 연락해서 러시아 모델을 30명 정도 투입하십시오. 그리고 퍼포먼스 공연단도 섭외하세요. 화끈한 여성 댄서들 중심으로."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김철호를 내보낸 뒤 박은영을 불러들였다.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주요 스케줄이 뭐지?"

"오전 10시부터 100명에 달하는 여성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면접 일정이 잡혀 있어요."

"면접장이 어디지?

"지하 3층입니다."

"아침을 안했으니까,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

"예. 대표님."

1시간 후.

짬뽕으로 배를 채운 뒤, 은영과 함께 지하 2층에 위치한 면접장으로 내려갔다.

복도는 이미 정장룩 차림의 그녀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그녀들 몰래 사무실 뒷문을 이용해 면접장 안으로 들어갔다.

면접장은 책상 하나와 열개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책상에 좌정한 뒤, 은영에게 지시를 내렸다.

"1번부터 10번까지 들여보내."

"예."

잠시 뒤, 장내에 열명에 달하는 여성 신입사원 지원자들이 나타났다.

모두 기본적으로 호감가는 외모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학벌도 괜찮았다.

결국 지원자 전원에게 내심 합격 판정을 내린 뒤, 그녀들을 내보냈다.

2시간 후.

마지막 열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내 시선은 좌측 끝쪽 의자에 앉은 그녀에게 절로 모아졌다.

군계일학의 미모였기 때문이다.

곧바로 그녀의 이력서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소정이었고, 고졸 출신이었다.

지금은 백화점에서 판매 알바를 하고 있었다.

완전 내 취향이었다.

그녀는 귀여운 얼굴과 늘씬하면서도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타고났다.

면접을 끝마친 뒤, 대표실로 곧바로 올라갔다.

그 후, 김철호 이사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회사가 필요로하는 여직원들의 숫자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조심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제 사견으로는 최소 100명 이상의 여직원이 필요하다고..."

김철호는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에게 재차 물었다.

"일일 평균 방문자 수가 몇명이죠?"

김철호가 즉답했다.

"평균 7천명 안팎입니다."

"그들 모두를 응대하려면, 최소 100명 이상의 여직원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대표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창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창 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김철호에게 명령했다.

"오늘 면접장에 나타난 신입사원 지원자 모두를 합격처리 하십시오."

"진심이십니까?"

"네.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

피자와 치킨, 떡복이를 한아름 싸들고, 산부인과 병실에 들어가자 소영과 장모님이 보였다.

장모님은 소영의 두툼한 복대를 어루만지며 애틋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가 진짜로 임신했다고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다.

그런 탓일까, 내 입가에 절로 습쓸한 고소가 그려졌다.

소영과 장모님에게 간식 거리를 전달한 뒤 병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오후.

회사 대표실에서 전국 모의고사를 봤다.

수능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름 열심히 모의고사에 응했다.

이틀 후.

회사에서 오후 일과를 시작할 무렵, 이재성 대입 컨설턴트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전국모의고사 채점표가 들려있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가 감탄한 얼굴로 내 손에 채점표를 건넸다.

채점표를 확인하자 398점에 달하는 성적표가 눈에 들어왔다.

400점 만점에 398점이었다.

서울대 의대에도 합격할 만한 점수였다.

"모두 쪽집게 강사님들 덕분이죠. 하하..."

나름 겸양지덕을 피력하자, 재성이 양손을 맹렬히 저으며 말했다.

"이번 성과는 대표님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리 강사들이 쪽집게 과외를 한다해도, 받아들이는 학생이 노력을 안하면 말짱도루묵이죠."

우리는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겸양지덕을 격하게 드러내 보였다.

나름 합이 잘맞는 관계였다.

***

늦은밤.

산부인과 병실의 간이 테이블에 좌정한 채, 노트북을 이용해 미래골드의 펀드 수익 현황에 시선을 고정했다.

1년 만기 상품인 3호 펀드는, 예상대로 조단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4호, 5호 펀드 역시 각각 2조원과 4조원 대의 시세차익을 기록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내 재산도 덩달아 폭등했다.

거의 8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수탁 잔고에 한참 미달됐기 때문이다.

나는 최소 300조원 이상의 수탁잔액을 원했다.

허나, 현실은 25조원 내외의 수탁고에 머물렀다.

보수적인 국민기금과 기관투자가 그룹의 투자유치에 실패한 탓이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유치는 급증한 반면, 큰 손인 기관투자가 그룹의 투자유치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차차 해결해줄 일이었다.

지금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내 명성을 드높이는게 급선무였다.

마음을 차분히 정리한 뒤 깊은 잠에 빠져든 소영을 알뜰하게 보살폈다.

그녀는 위장 임신부 역할을 하느라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물론 며칠만 더 고생하면 이 짓도 끝이었다.

***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산부인과로 향했다.

오늘은 가짜 임신중절 수술이 있는 날이었다.

소영은 이미 수술실로 들어간 상태였다.

3시간 후.

많이 지쳐보이는 소영이 수술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탓인지, 장모님이 안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다음날.

태어난지 두달이 지난 여아를 품에 안은 채, 강남집으로 들어갔다.

그런 때문 일까, 장모님은 갓난 아기가 생각외로 크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별다른 의심은 안하는 눈치였다.

다른 신생아보다 건강하게 출생했다고 지레짐작한 탓이다.

다음날.

소영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나는 입양한 여아에게 우유병을 물려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집중했다.

사랑스러운 아기였다.

역시 사람은 나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었다.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더구나 우리는 주변을 완벽히 속인 상태였다.

10달 동안의 산고를 통해서 아기를 출산한 것으로 위장한 것이다.

그녀가 내온 순두부찌개로 배를 채운 뒤, 넌지시 말했다.

"오늘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주기로 했으니까, 시간 맞춰서 병원으로 가라."

"알았어. 아기 데리고, 있다가 갔다 올게."

"그리고 앞으로 배아파서 나은 아기라고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키우자."

"염려마. 자기가 말 안해도 세연이를 우리 애기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소영은 그리 화답하며 세연이를 품에 고옥 안았다.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

저녁 무렵.

미래골드의 풀파티가 열리는 하얏트 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장에는 나이 지긋한 VIP 남성 고객들과 30명에 달하는 러시이 모델이 흥겨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풀장 전면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는 브라질 여성 무희들이 흥겨운 삼바 댄스를 공연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짜릿한 파티였다.

내심 그런 생각을 할 찰나, 김철호 이사가 내 곁에 다가왔다.

그 역시 수영복 차림이었다.

고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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