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다 2
서연을 서초동 인근의 고깃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후,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맥을 물처럼 들이켰다.
그녀는 보기보다 술이 쎘다.
그런 탓인지 내가 말아주는 소맥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나름 회사 생활에 이골이 난 모습이었다.
우리는 삼겹살과 소맥으로 배를 채운 뒤 근처의 라운지바로 자리를 옮겼다.
칵테일로 입가심을 하며, 서연에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너를 집에 보내기 싫어."
그녀가 반발하듯 대꾸했다.
"왜 갑자기 반말을 하시는 거죠?"
"너도 편하게 말을 놔. 그러면 되잖아."
"좋아요. 호호..."
그녀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유혹하듯 쳐다봤다.
"저를 원하나요?"
서연은 여전히 나에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예의범절이 남달랐다.
"너를 갖고 싶어. 미칠 정도로."
적나라한 언사를 내뱉으며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에 격정적인 키스를 선사했다.
서연은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쌀이 익어 밥이 되려하는 순간이었다.
라운지바를 나서자마자 곧바로 인근의 호텔로 들어갔다.
그날 밤, 우리는 애틋한 열정을 온몸으로 불살랐다.
***
서울 대영병원 VIP 병동에 이철성 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이성택이 입원한 병실로 들어갔다.
성택은 이마를 두툼한 붕대로 감은 상태였다.
그런 탓일까, 면목 없는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철성은 집안의 장손이자 큰아들인 성택의 몰골에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그런 탓인지 진노한 고성을 내뱉었다.
"정말 큰 며느리가 너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단 말이냐!"
그제야 성택의 입이 열렸다.
"그년의 포악한 성격을 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개같은 년이 자기도 바람피는 주제에, 다짜고짜 내 얼굴에 유리 재떨이를 던지더라고요."
철성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유교를 숭상하는 남자였다.
더구나 성택은 집안의 장손이었다.
"네 말이 정녕 사실이냐?"
"진짜라니까요. 내가 아버지한테, 없는 일을 말하는 걸로 생각하세요?"
이 회장의 얼굴에 참담한 표정이 그려졌다.
그는 같은 재벌가 출신의 여식과 성택을 정략결혼 시켰다.
비슷한 집안의 아가씨와 맺어주기 위함이었다.
허나, 그의 선택은 커다란 실책이었다.
성택의 와이프인 김선정은 독랄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쌍욕을 입에 달고 살았으며, 남편 역시 마찬가지로 취급했다.
철성은 그런 사실을 결혼 이후에 알게됐다.
그런 까닭에 김선정의 막돼먹은 행각을 묵묵히 감내했다.
허나, 그녀는 선을 한참이나 넘어버렸다.
이 회장은 김선정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집안의 장손인 큰아들의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탓이다.
그런 때문 일까, 그의 입에서 결연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오늘 당장 법원에 이혼서류를 제출해!"
그러자 성택이 반색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래. 그러니까 지금 당장 김호경 법무실장에게 연락을 넣어."
성택은 하늘에 오를 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오래전부터 부친에게 김선정과의 이혼을 요구했다.
그녀의 포악한 성격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때마다 이 회장은 이혼을 극구 반대했다.
그런 부친이 드디어 이혼을 허락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성택은 병상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곧바로 김호경 법무실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
이서연은 회사에 출근한 뒤 인터넷 검색창에 '김한빈'을 입력했다.
그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김한빈의 프로필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한빈의 프로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기를 잠시 뒤, 그녀의 얼굴 가득 분한 표정이 그려졌다.
프로필 하단에 그의 배우자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이다.
서연은 분노했다.
유부남인 한빈이 자신을 갖고 놀았다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그녀는 핸드폰에 있는 한빈의 연락처를 곧바로 삭제했다.
그날 오후.
서연은 성택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대영병원 VIP 병실로 향했다.
***
성택은 병실에 나타난 서연을 격하게 품에 안았다.
"와줘서 고맙다. 서연아."
그녀는 이마 전체를 붕대로 둘러친 그가 몹시 안스러웠다.
"정말 사모님이 부사장님을 이렇게 만든 건가요?"
"내 앞에서 그년 얘기는 앞으로 절대 하지마라. 어차피 이혼할 생각이니까."
"그 말씀이 정말인가요?"
"아버지도 허락했어. 최대한 빠르게 합의이혼한 후에, 너랑 결혼할 계획이니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서연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 역시 내심 대영그룹의 안방마님 자리를 갈구한 탓이다.
그런 때문 일까, 서연의 입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해요. 부사장님."
"나 역시 마찬가지다."
성택은 그리 화답하며 서연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
마이바흐 리무진을 몰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 도착할 무렵, 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나, 신호가 수십 차례가 갔음에도 그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서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도 그녀는 내 문자마저 읽지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날 저녁.
서연이 근무하는 대영전자 서초동 본사를 찾았다.
회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지 1시간 만에, 서연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를 다짜고짜 내 차에 태웠다.
그 후, 인근의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인적 뜸한 공원에서 서연과 대화를 시도했다.
"왜, 내 연락을 씹는 거지?"
그녀가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싸늘한 어조를 내뱉었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응. 몰라. 그러니까 자세히 말해봐."
그녀가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당신은 유부남인 걸 속이고, 나를 유혹했어요. 왜 그런거죠?"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가야 한다.
그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그래서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성택은 유부남이 아닌 모양이지?"
"그게 무슨 말이죠?"
"몰라서 물어?"
"그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냐구요?"
서연이 앙칼지게 대꾸했다.
"네가 이성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내가 모를줄 알았어?"
그녀가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나에게 화가 많이 난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서연의 입에서 격한 어조가 쏟아져 나왔다.
"내 사생활에 대해서 신경쓰지 마세요! 우리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니까!"
"이성택의 애첩으로 살아갈 생각이냐?"
"헛소리 하지 말아요. 우리는 조만간 정식으로 결혼할 계획이니까!"
그녀는 찬바람을 풀풀 날리며 장내에서 사라졌다.
***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서연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과거에도, 이맘때쯤에 성택과 식을 올렸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연은 개자식과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필연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녀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그녀는 언젠가 반드시 내 여자가 될 운명이었다.
1시간 뒤.
집에 도착하자 소영과 갓난아기 세연이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세연이를 곧바로 재웠다.
그 후, 소영에게 넌지시 말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했지?"
그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얘기는 갑자기 왜 하는 거야?"
"내가 조만간 미술관을 설립할 생각이거든. 그래서 그런거지."
"정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소영이 기대만발한 얼굴로 말했다.
"미술관장 타이틀을 달아줄거니?"
"당연히 그럴 생각이니까, 미술품 공부나 다시 해봐."
"와! 역시 우리 오빠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사랑해. 쪼옥!"
소영이 신난 얼굴로 내 볼에 키스를 해왔다.
***
병원에서 퇴원한 성택은 한남동으로 직행했다.
그 후, 이 회장에게 이서연과의 재혼을 허락받았다.
그날 밤.
강남 인근의 카페에 성택과 이서연의 부친인 이경만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택은 면전에 마주 앉은 경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합의이혼 절차가 끝나자마자 서연이와 곧바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다. 장인어른."
경만의 입이 귓가에 내걸렸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대영그룹의 후계자를 사위로 맞이하는 탓이다.
"그리고 장인어른도 이번 기회에 자동차 부품업계에 진출하시죠."
"그래도 될까?"
경만이 반색하는 얼굴로 물었다.
"내가 책임지고 부품을 사드릴테니까, 쓸만한 업체를 물색해 보세요. 돈이 부족하면 제가 지원해 드리죠."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하하..."
경만은 딸자식 잘 둔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성택은 서연에게 푹 빠진 상황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와 고운 성품 때문이었다.
김선정과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그런 탓으로 성택은 재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
성택은 회사가 파하자마자 이서연을 대동한 채 대영호텔 강남 본점으로 향했다.
그는 이미 호텔 레스토랑을 비워둔 상태였다.
서연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프랑스 정식으로 배를 채운 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성택이 준비해온 보석함 두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열어봐."
서연은 조신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보석함을 차례로 개봉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 반지와 목걸이였다.
그런 탓일까, 서연의 얼굴에 행복에 겨운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수능 시험장으로 들어서자 고3 수험생들과 재수생 무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모두 내 발밑을 깔아줄 운명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날 밤.
미래골드 대표실에서 이재성 컨설턴트와 만남을 가졌다.
재성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400점 만점입니다. 대표님!"
그의 말은 계속 됐다.
"반드시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셔야 합니다."
이미 설대 의대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학벌을 일신에 구비하기 위함이었다.
"당신이 나 대신 서울대 의대 지원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모든 일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책상 서랍에서 금일봉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보너스 조로 5억을 집어넣었습니다. 사양 말고 받으세요."
그러자 재성이 감격한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주가 동향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진약품의 시총은 8조5천억을 돌파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주식을 처분할 시점이었다.
곧바로 세진약품의 주식을 1% 가량 장내 매도했다.
앞으로 세달 동안 세진약품의 주식을 야금야금 털어낼 계획이었다.
작업을 끝낸 뒤, 박은영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그녀는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왜 그래?"
"몰라서 물어요?"
은영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한테 화가 난거야?"
"당연하거 아니에요. 다른 여자한테 정신이 팔린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이서연에 대해서 말하는 눈치였다.
"미안. 그런 의미에서 다이아를 선물해 줄테니까 저녁 시간을 비워둬."
그제야 은영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
격투기 도장을 찾았다.
그 후, 샌드백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원투 스트레이트와 어퍼컷, 하이킥, 로우킥, 미들킥을 폭풍처럼 퍼부었다.
오늘 따라 샌드백에 이성택의 야멸찬 얼굴이 미친 듯이 오버랩됐다.
그런 탓일까, 내 두주먹과 양발은 격한 분노에 휩싸인 채 젖먹던 힘을 다해 샌드백을 속사포처럼 두들겼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