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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8화 (18/175)

18화 절세미남 김한빈 인간의 본질을 깨우치다 2

토요일 오후.

집에서 휴식을 취할 무렵, 소영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세연이를 친정 엄마보다는, 마음씨 착한 육아 도우미한테 맡기는 게 어떨까?"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라."

"정말?"

"육아 도우미 아줌마를 구해봐. 미술관장으로 활동하면 아기를 돌볼 시간이 없잖아. 그렇다고 장모님한테 세연이를 맡기는 것도 못할 짓이고."

그녀가 행복에 겨운 얼굴로 내 품에 포근히 파고들었다.

"고마워. 자기야."

"그리고 이번 기회에 차도 한대 뽑자. 너도 미술관으로 출퇴근 하려면 차가 필요하잖아."

"정말 자기 밖에 없어. 사랑해. 알러뷰."

소영은 그리 화답하며 내 입술에 사랑스러운 키스를 해왔다.

월요일.

회사 출근을 뒤로 미룬 채, 소영과 강남의 외제차 매장을 찾았다.

그녀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핑크 컬러가 인상적인 컨버터블 차량에 시선을 고정했다.

마음에 든 눈치였다.

곧바로 딜러에게 말했다.

"시내 주행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고객님."

곧바로 소영을 비엠베 컨버터블에 태운 채, 시내 주행에 돌입했다.

***

오늘은 소영이 남산의 미술관으로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그런 탓인지 그녀는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얼마전에 고용한 육아 도우미 아줌마한테 세연의 특징에 대해서 길게 늘어놓은 뒤, 나를 향해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은 나 먼저 출근할게. 미술관 큐레이터 면접이 있거든."

"알았다. 조심해서 운전하고."

"염려마. 그럼 저녁에 봐, 자기야."

소영은 그 말을 끝으로 집을 나섰다.

그날 점심 무렵.

회사에서 중화요리로 배를 채울 무렵, 박은영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병원에서 대표님을 찾는데요?"

그리 말하며 나에게 전화를 내밀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폰을 귓가에 가져갔다.

수화기에서 중년 남자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소영씨의 남편분 되십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죠?"

-이소영씨가 남산 터미널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지금 매우 위독한 상태니까 남편분이 병원에 오셔야 할거 같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곧바로 만사를 제쳐둔 채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1시간 후.

남산 인근의 병원 응급실로 들어서자 온몸이 피범벆인 소영이 보였다.

그때, 담당의가 내 앞에 나타났다.

"심혈관이 거의 모두 터졌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하니까, 보호자분의 싸인이 필요합니다."

그리 말하며 수술동의서와 볼펜을 내밀었다.

조건반사적으로 수술동의서에 자필서명을 기입했다.

그날 밤.

나와 장모님, 이태강은 병원 수술실에서 8시간 동안 대기한 채,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허나, 우리의 간절한 바램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수술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집도의의 허망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환자분의 상태가 극도로 위중한 탓에, 아무리 노력을 해봤지만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환자분은 테이블 데스..."

집도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소영은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나갔다.

***

3일장을 끝낸 뒤 소영을 화장했다.

그 후, 수도권 인근의 강가에서 그녀의 유골을 흘뿌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옆에 동승한 이태강이 나를 위로하는 말을 꺼냈다.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마라. 죽은 소영이도 그걸 원할 거다."

그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탓이다.

"세연이도 있으니까 기운을 내야지. 엄마 몫까지 매제가 해내야 한다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말대로 나에게는 세연이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지난 1년 동안 세연이를 키우면서 육친의 깊은 정을 느꼈다.

나은 정보다 기른 정이었다.

그런 사실을 상기하자, 아버지로서의 의무감이 전신에 팽배해졌다.

그날 저녁.

강남 자택에 도착하자, 육아 도우미가 나를 반겼다.

그녀에게 물었다.

"세연이가 어디에 있죠?"

"작은방에 있는 요람에서 잠을 자는 중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뒤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도우미 말대로 세연이는 요람에서 사랑스럽게 잠이 든 상태였다.

조심스럽게 작은방을 빠져나왔다.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도우미 아줌마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앞으로 입주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 주십시오."

그러자 아줌마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입주 육아는 가능하지만, 가사를 전담하는 건 솔직히 너무 힘들거 같아요."

그녀의 말은 계속 됐다.

"입주 가사 도우미를 한명 더 고용하시죠."

그녀 말이 정답이었다.

"나 대신, 업체에 연락해서 가사 도우미 한명을 추가로 보내달라고 하십시오."

"예. 사장님."

***

다음날 아침.

40대 여성이 우리 집에 나타났다.

가사 도우미 아줌마였다.

"월급으로 45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명절과 여름 시즌에 떡값으로 200만원씩 챙겨드리죠."

그녀가 감격한 얼굴로 화답했다.

"최선을 다해서 일할게요. 감사해요. 사장님."

"그럼 오늘부터 우리집에서 가사를 책임져 주십시오."

"예."

그리 화답한 뒤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음식 솜씨를 뽐내려는 모양이었다.

30분 후.

가사 도우미는 음식 솜씨가 정말 좋았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얼큰한 김치찌개를 대령한 것이다.

내심 그녀에게 합격점을 부여한 뒤 곧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

미래골드 마포사옥.

대표실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미래골드의 김한빈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돈이 제일 많은 부자로 밝혀졌습니다. 김한빈 대표의 보유자산은 11조 6천억원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반면 수십년 동안 국내 자산가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던 대영그룹의 이철성 회장의 보유재산은 10조 4천억 내외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략...

별로 좋은 뉴스가 아니었다.

조만간 국세청에서 갖가지 명목으로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내 돈을 뜯어먹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 것이 불을 보듯 훤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회사를 방문하는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그들이 요구한 면담을 거부했다.

허나, 이제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뉴스에서 나를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로 공언한 탓이다.

그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칠 찰나, 이태강의 전화가 걸려왔다.

폰에서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세청에서 미래골드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에 나설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내심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하는 모양새였다.

-불법적인 자료가 있으면 지금 당장 파기해.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의 돈을 투자해 왔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봐.

"알겠습니다. 형님. 그건 그렇고, 이성택의 수사는 진전이 있습니까?"

-정밀 내사 중이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마라.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통화를 끊자마자 김철호 이사를 면전에 호출했다.

눈 앞에 나타난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국세청에서 조만간 움직일 예정이니까, 문제가 될 만한 서류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김철호가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어디에서 그런 소식을 접하셨습니까?"

"검찰에서 나온 얘기니까 틀림없을 겁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서류가 있으면 즉시 파기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철호가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은영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여당의 송기현 의원이 사무실 앞에 와 있어요."

"왜?"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는데요."

"들여보내.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들어보자고."

"예."

잠시 뒤, 50대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여당의 중진 의원이었다.

송기현은 소파에 착석한 뒤 본론을 꺼냈다.

"금년 6월에 지자체 선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에 별로 돈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김대표께서 조금만 도움을 주십시오."

그에게 딱 부러지게 말했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려거든, 이만 나가 주십시오."

그러자 송기현이 노회한 눈빛을 내비치며 간사한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나중에 봅시다."

그리 말하며 사무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싱거운 작자였다.

***

늦은 밤.

이철성 회장은 한남동의 서재를 거닐며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올렸다.

그 역시 '국내 자산가 순위'라는 TV 뉴스를 시청한 탓에, 김한빈이 한국 자산가 순위 1위에 등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그는 김한빈이 가소로울 지경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재산보다 숨겨놓은 자산이 10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이철성은 일평생 비자금 축적에 사활을 걸었다.

그 덕분에 조세 회피처에 은닉한 현금 자산만 100조원이 넘었다.

더구나 차명으로 보유한 굵직굵직한 위장 계열사마저 수십개 이상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세상에 밝힐 수는 없었다.

횡령 배임과 조세포탈, 외국환 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죄였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이 회장은 쥐뿔도 모르는 뉴스 관계자들을 마음 속으로 격렬하게 비난했다.

'한심한놈들 같으니라고! 내 재산이 고작 10조원 밖에 안될거라고 생각하다니!'

그가 내심 방송 관계자들을 격하게 성토할 무렵, 이성택이 서재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철성의 입에서 창노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진작에 비자금 조성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더냐? 왜 내 말을 안듣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게냐!"

성택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 탓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미 대검 특수부에서 네놈의 비자금을 조사하고 있다고!"

성택의 허리가 더욱 깊숙이 숙여졌다.

"지금 당장 미국으로 출국해!"

"저도 그러고 싶지만, 검찰에서 출국 금지령을 내린거 같습니다."

순간 철성의 입에서 격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육시랄놈들!"

그는 자기 돈을 숱하게 받아먹은 검찰이, 배은망덕하게 나오자 진심으로 분노했다.

"네놈이 책임지고 이태강을 구슬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그럼 이태강과 친분이 있는 놈들을 앞세워!"

성택은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 탓으로 애원 조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버지가 전면에 나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제발!"

결국 철성은 집안의 장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직접 이태강을 만나기로 작심했다.

***

꽃피는 춘삼월이 도래했다.

그런 까닭에 회사를 뒤로한 채 서울대 의대로 향했다.

학교 주차장에 람보르기니를 파킹한 뒤 의대 건물로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이미 만석이었다.

내가 가장 늦게 온 모양이었다.

그때, 연단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이 지긋한 교수님이 친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학생이 혹시 미래골드의 김한빈 대표인가?"

나를 잘 아는 눈치였다.

"그렇습니다."

그리 말하자 교수님이 맨 앞에 비어있는 자리를 손짓했다.

"그 자리에 앉게."

"네. 교수님."

연단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빈 의자에 착석했다.

교수님이 화이트 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내려갔다.

그의 이름은 김봉한이었다.

의대 전임교수였다.

"앞으로 학생들은 2년 동안 예과 과정을 거친 뒤, 본과 수업을 할 것이다. 그러니 2년 동안 예과 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해 주기를 부탁한다."

김봉한은 그리 말한 뒤,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국에서 돈이 제일 많은 김한빈 학생부터, 자신에 대해 소개해봐. 동기들이 엄청 궁금해 하니까."

내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그려졌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나에 대해서 나름 소상히 설명했다.

"저는 하늘이 주신 재능을 이용해 전업 투자자의 길로 나섰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1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를 쟁취했습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된거죠. 그렇지만 저는 11조원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제 목표는 최소 100조원대 재벌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자 동기들과 교수님이 나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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