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절세미남 벼락부자가 돈을 숨김 2
타지마할 사모펀드 계좌에 미화 1만불(1,200만원)을 입금한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7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 후, 오피스텔로 직행했다.
오피스텔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피스텔을 나올 생각입니다. 그러니 보증금을 빼주십시오."
-계약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았잖아요. 정 그렇게, 방을 빼고 싶으면 세입자를 알아서 구하세요. 물론 복비도 그쪽이 알아서 하시고요.
"그럼 부동산에 오피스텔을 내놓겠습니다."
통화를 끝마칠 무렵, 오피스텔의 전경이 차창 밖에 나타났다.
택시비를 지불한 뒤 근처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로 들어갔다.
***
1주일 만에 세입자를 구했다.
그 덕분에 2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보증금과 통장에 있는 4백만원을 모두 외화로 환전한 뒤 타지마할 사모펀드 계좌에 이체했다.
그 후, 인근의 인쇄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쇄소에서 3백장에 달하는 명함을 제작한 뒤 서류가방에 집어넣었다.
그 뒤, 허름한 고시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시원 주방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 뒤 고시원방으로 올라갔다.
그날 밤.
고시원방의 허름한 침상에 드러누운 채 갓 뽑은 명함에 시선을 고정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 한국 지사장 크리스 킴>
내가 앞으로 사용할 영어 이름이었다.
***
대웅증권 여의도 지점을 방문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증권 계좌를 개설한 뒤, 예전과 마찬가지로 우진바이오에 미화 3만불(3,600만원)을 투자했다.
지금은 3월 무렵이었다.
우진바이오의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면, 14개월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시간을 나름 슬기롭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할 계획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학벌을 일신에 구비하기 위함이었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교보문고로 직행했다.
그 후, 수능 교재를 한아름 구입한 뒤 고시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에 취직하기로 결심했다.
수능 공부에 매진하려면 수중에 돈이 필요했다.
오후 무렵.
나름 익숙한 개인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주인은 나를 몰라봤다.
반면, 나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편하게 말했다.
"시급으로 2만원을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면 카페에 여성 손님들을 불러 모으겠습니다."
"지금 장난하나?"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래서 강하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비쥬얼이 아주 좋습니다. 여자들이 환장하는 스타일이죠. 저를 알바로 고용하시면 카페 매출이 서너배 이상 급증할 겁니다."
드디어 그가 조금 관심을 드러내 보였다.
긴가민가하는 눈치였다.
카페 사장은 내 위아래를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비쥬얼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모양이었다.
"카페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나면, 너의 시급을 2만원으로 인상해주마."
그의 말은 계속 됐다.
"물론 카페 매출이 기존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을 경우, 네 시급은 당연히 5천원이다."
"좋습니다."
그날부터, 동네 카페에서 홀서빙 알바를 시작했다.
***
나는 요즘 분주한 하루하루를 구가했다.
수능 공부와 카페 알바를 병행한 탓이다.
물론 그 중에서 나를 제일 귀찮게 하는 일은 카페의 여손님들과 이소영이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녀들 모두 나에게 매혹했다.
내 여자가 되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다.
특히 소영의 집착이 가장 심했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카페를 알아낸 뒤, 날마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는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소영은 요절할 운명이었다.
그런 사실을 빤히 아는 처지에, 그녀와 다시 만남을 갖는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런 이유로, 카페에 나타난 소영을 언제나 못본 척 외면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카페 문을 열자마자 내 앞에 나타났다.
그 후, 사랑의 열병에 휩싸인 얼굴로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동거할 집을 마련했으니까 오빠는 몸만 들어오면 된다고. 그러니까 나랑 같이 살자. 제발...!"
"네 오빠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둬."
이태강의 핑계를 대며 그녀를 외면했다.
그런 탓일까, 소영이 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오빠는 내 인생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그러니까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예전의 나였다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겠지만, 이태강의 실체를 파악한 지금은, 소영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강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간사한 인물이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처지에, 내가 미쳤다고 소영과 결혼을 한단 말인가?
더구나 그녀는 명줄마저 짧은 여자였다.
소영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너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으니까, 앞으로 절대 내 앞에 나타나지마라!"
그 말과 동시에 카페에서 그녀를 거칠게 내몰았다.
그런 탓인지 소영의 눈망울에서 그렁그렁한 눈물방울이 쉴 새 없이 흘려내렸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
카페에서 3개월 동안 일한 덕분에, 천만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마련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에 매진할 차례였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카페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목동 학원가에 위치한 대입 학원에 등록했다.
전국 모의고사를 보기 위함이었다.
며칠 뒤.
전국모의고사 성적이 나왔다.
나는 전국에서 유일한 400점 만점을 기록했다.
그런 탓일까, 학원장과 강사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백팔십도 달라졌다.
학원을 대표하는 수강생으로 나를 점찍은 탓이다.
그날부터, 학원 측은 나에게 개인 독서실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학원비 면제와 생활비 조로 150만원을 지불했다.
학원 홍보에 나를 적극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
수능 시험 시즌이 돌아왔다.
그런 탓인지 갑자기 매서운 동장군이 전국에 휘몰아쳤다.
수능 한파였다.
수능 시험장에 들어서자 재학생들을 응원하는 후배 학생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녀석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뒤로한 채 교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다음날 저녁.
고시원 주방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 벽면에 내걸린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뉴스에서 내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년도 수능 시험은 난이도가 높은 이유로 만점자가 단 한명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능 만점을 기록한 사람은 재수생인 김한빈씨로 알려졌습니다. 중략...
뉴스가 끝나자마자 내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학원 관계자의 연락이었다.
-방송국에서 한빈이, 너를 취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거든.
내 얼굴을 팔고 싶지 않았다.
좋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언론 취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자마자 고시원을 나섰다.
그 후,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강원도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얼마 후, 서울대 의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
3월 초순.
서울대 의대 건물에 도착한 뒤 예과 1학년 강의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안면을 익힌 동기 녀석들의 기대만발한 얼굴이 보였다.
늦게 온 탓에 중간과 뒷자리는 이미 모두 꽉 찬 상태였다.
결국 맨 앞줄에 착석한 뒤 예과 교재를 책상 위에 올라놓았다.
잠시 뒤, 전임 교수인 김봉한이 장내에 나타났다.
그는 연단에 올라간 뒤, 예전과 똑같은 멘트를 날렸다.
지겨운 순간이었다.
그날부터, 본격적인 의대 생활이 시작됐다.
***
우진바이오는 예상대로 20배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을 나에게 안겨줬다.
그 덕분에 타지마할 사모펀드에는 6억에 달하는 자금이 축적됐다.
허나,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다.
최소 백억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했다.
한방에 조단위의 자산을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그 즈음, 카페에서 나를 쫒아다니던 30대 이혼녀가 연락을 해왔다.
그녀는 강남에서 알아주는 부동산 재벌의 외동딸이었다.
결국 그녀와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늦은 밤.
신사동 인근의 라운지바에 들어서자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30대 중반의 여성이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우리는 달달한 칵테일을 음미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녀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기가 원하면, 스폰을 해줄 수도 있어."
"스폰이라...?"
"응. 10억을 줄테니까 2년 동안 나와 사겨줘."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물론 2년 동안 딴년한테는 눈길도 주면 안돼! 그게 계약조건이야."
그리 말하며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주시했다.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렇게 돈이 많아?"
"돈이야 넘치도록 있지."
"그럼 내가 잘아는 사모펀드에 투자를 하는 게 어때?"
"사모펀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의대 선배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있는데 수익률이 아주 좋아. 100억 정도를 투자하면 3달 안에, 2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 말이 정말이니?"
"내가 당신한테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그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 뒤 의심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거야?"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는 단지 아주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 주려는 것 뿐이라고."
"한빈씨 선배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고 치자고. 그랬다가 손실을 보면 어쩔건데?"
그녀가 기대만발한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원하는 게 대체 뭐야?"
"내가 손실을 볼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잖아?"
"그래서?"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즉답했다.
"손실을 보게 된다면, 나랑 결혼해줘. 그게 조건이야."
나와 결혼하고 싶어서 환장한 눈치였다.
결국 그녀에게 돈을 빌리는 걸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서울의 길거리를 거닐며 큰 돈을 만들 방법을 면밀히 강구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로또에 생각이 미쳤다.
이 당시 한국의 로또 1등 당첨금은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자, 이 당시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기억해 내기 위해 두뇌를 맹렬히 회전시켰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어렴풋이 1등 당첨 번호가 생각났다.
곧바로 로또 판매점으로 직행했다.
***
로또를 지갑 속에 넣은 뒤 홍대 클럽으로 직행했다.
다시 찾은 젊음의 열기를 온몸으로 만끽하기 위함이었다.
클럽으로 들어서자 현란한 사이키 조명과 감각적인 일레트로닉 댄스 뮤직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스테이지로 시선을 돌리자 섹시한 처자들이 남정네들과 부비부비를 즐기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곧바로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나 역시 화끈하게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그녀들과 부비부비를 만끽한 뒤, 나에게 홀딱 반한 여대생을 데리고 인근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그날 밤늦도록 청춘의 열기를 온몸으로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