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절세미남 벼락부자가 사는법 1
토요일.
밥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한편, 로또 방송에 이목을 집중했다.
예상대로 내가 선택한 번호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
140억에 달하는 액수였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으며 남몰래 환호했다.
***
월요일.
시중은행을 찾았다.
로또 당첨자임을 밝히자 VIP룸으로 나를 안내했다.
VIP룸에서 다과를 즐길 무렵, 은행 관계자가 통장을 갖고 왔다.
통장을 살피자 103억 가량이 예치되어 있었다.
거의 37억 정도를 원천징수한 모양이었다.
은행 관계자가 입에 발린 말로 나를 유혹했다.
"수익률이 좋은 펀드 상품이 있거든요. 거기에 투자하시면 분명 큰 돈을 벌겁니다."
택도 없는 개소리였다.
펀드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마저도 수익률이 별로 좋지 않았다.
"좀 생각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장내를 바람처럼 빠져나왔다.
***
복층 오피스텔에 월세를 들었다.
나름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은행에는 여전히 백억이 넘는 돈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돈을 타지마할의 미국 펀드 계좌에 입금할 계획이었다.
학교에서 수강을 끝마치자마자 시중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관계자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타지마할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펀드 계좌로 100억원을 이체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타지마할의 계좌번호와 은행이름이 적힌 용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은행원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전액을 이체할 생각인가요?"
"네."
은행원은 용지를 살핀 뒤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타지마할 펀드가 국내에서 영업하는 자산운용산가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 대꾸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후, 이체 작업을 끝마치자마자 은행문을 미련없이 나섰다.
***
불타는 금요일이 돌아왔다.
그런 탓으로 홍대 클럽가를 찾았다.
오늘 역시 격렬한 부비부비를 온몸으로 탐닉한 뒤 마음에 맞는 그녀와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날.
내 오피스텔에 클럽에서 만난 그녀가 찾아왔다.
그녀는 내가 시키지도 않았겄만 청소와 빨래는 물론, 정갈한 음식까지 마련했다.
나에게 홀린듯이 빠져든 탓이었다.
이래서 남자는 잘생기고 볼 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알아서 현모양처가 되는 까닭이다.
그녀가 차려낸 음식을 묵묵히 음미한 뒤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두번 다시 내 집에 찾아오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오피스텔을 박차고 나갔다.
***
서울대학교의 캠퍼스 벤치에서 흡연을 즐길 무렵, 음대에 다니는 여대생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 역시 나에게 한눈에 반한 처지였다.
그런 탓일까, 수줍은 얼굴로 초콜릿과 러브레터를 건네준 뒤 내 곁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녀의 연서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진 후 달콤한 초콜릿을 입안 가득 머금었다,
그 후, 나 역시 장내를 미련없이 벗어났다.
다음날.
오늘도 생전 처음 보는 여대생이 나에게 러브레터와 초콜릿을 선물했다.
당연히 연서는 땅바닥에 내던졌다.
그 후, 맛깔나는 초콜릿을 동기 녀석들과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
학교 도서관에서 기말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을 무렵, 누군가 내 자리에 초콜릿과 커피, 러브레터 등을 몰래 갖다놓았다.
나를 흠모하는 여대생이 보내온 선물 같았다.
연서를 도서관 휴지통에 내던진 뒤 초콜릿을 안주삼아 커피를 물처럼 들이켰다.
도서관을 나설 무렵, 이쁘장한 여대생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초콜릿과 커피를 내 손에 건넸다.
더불어 러브레터 역시 건네주었다.
그 후, 도망치듯 내 주변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연서를 밤하늘에 내던진 뒤 초콜릿과 커피를 걸신들린 아귀처럼 후딱 해치웠다.
***
오피스텔 1층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음미하기 위함이었다.
카페에는 여알바가 있었다.
당연히 그녀 역시 나에게 매혹당한 수많은 그녀들 중 한명이었다.
내 잘생긴 얼굴과 길쭉한 기럭지, 탄탄한 근육에 첫눈에 반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니었다.
***
드디어 6월 12일이 되었다.
그런 탓으로 학교가 파하자마자 곧바로 고시원으로 귀가했다.
고시원방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에 예치된 전액을 풋옵션 상품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다우존스 지수를 매개체로 하는 3개월 만기 풋옵션 상품을, 106억 가량 매입했다.
이제 3개월만 기다리면 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밥을 안먹어도 배가 터질거 같았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만감에 휩싸였다.
곧바로 고시원방을 박차고 나왔다.
그 후, 인근의 한강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변을 천천히 산책하는 한편, 향후 계획을 면밀히 강구했다.
3개월 후, 내 수중에는 3조원에 달하는 돈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나는 그 돈을 밑천삼아 최단 기간 내에 수십조원을 벌어들일 생각이었다.
예전처럼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내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적극 활용하기로 작심했다.
외국계 사모펀드로 가장한 채 한국의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여러모로 속이 편한 탓이다.
대한민국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무척 허약한 구조였다.
자본 자유화법이 전방위적으로 시행된 탓이다.
그런 때문 일까, 외국계 사모펀드가 한국 증시에서 제집 안방처럼 활개를 쳐도, 한국 정부는 이렇다할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국세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국인들에겐 징벌적인 세금을 수시로 부과했지만, 외국계 사모펀드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나는 그 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었다.
***
대학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동기들과 수술실을 조망할 수 있는 2층 관람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1층에 위치한 수실실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집도의는 이한성 박사였다.
그는 심장이식 수술의 권위자였다.
그런 탓인지 능수능란한 손길로 환부를 째고, 봉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장내에 열렬히 과시했다.
외과의의 제일 덕목은 섬세한 손길과 냉철한 정신력이었다.
둘 중의 하나라도 미달하면 외과의로서 낙제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는 타고난 외과의사였다.
아무리 잔인한 해부광경을 목도해도 별다른 심적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해부학 실습에서 언제나 최고평점을 받았다.
반면 동기녀석들 대다수는 해부학 실습에 학을 떼는 처지였다.
인간의 신체를 해부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어마어마한 심적 부담을 느끼는 탓이었다.
이한성 박사는 수술을 신속하게 마무리한 뒤, 2층에 위치한 우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외과수술은 솔직히 말해서 단순한 작업의 무한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심약한 성정을 타고난 사람들은 외과의가 될 수 없지."
나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환자의 환부를 봉합할 지원자를 선발하겠다. 학교에서 배운거니까 그리 힘든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지원자들은 손을 들도록."
당연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이한성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원자가 아무도 없구나. 그럼 할 수 없지. 네놈들의 실습 평점을 단체로 깍을 수 밖에."
참관 수업 역시 학점에 반영되는 구조였다.
그런 탓일까, 동기 녀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모아졌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재수생 출신인 조만석이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임마. 여기에서 환자의 봉합을 할 만한 실력은 너 밖에 없으니까, 동기들을 대표해서 네가 나가라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이한성이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수술실로 내려오도록."
"예. 교수님."
곧바로 1층 수술실로 내려갔다.
그 후, 손을 소독한 뒤 가운과 수술경을 두눈에 착용했다.
곧바로 환자의 봉합절차에 들어갔다.
이한성을 능가하는 현란한 손속을 과시하며 눈깜빡 할 새에 봉합을 완료했다.
그런 탓일까, 이한성을 비롯한 수술방 의료진들이 경악한 얼굴로 일제히 나를 올려다봤다.
한성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 네놈이 예과 1학년생이냐?"
"그렇습니다. 교수님."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네놈은 타고난 천재구나!"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거만한 어조로 그리 답하자 한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는 본과에 들어가면 무조건 흉부외과를 지원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수술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
학교 캠퍼스의 벤치에서 자판기 커피를 음미하며 흡연에 열중할 무렵, 조만석이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재수생 출신이라 나와 동갑이었다.
그런 탓으로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만석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은 뒤 특유의 신세한탄을 내뱉었다.
"미나가 바람을 피우는거 같아."
녀석의 말은 계속 됐다.
"홍대 클럽에서 남자와 부비부비하는 미나를 고등학교 친구들이 봤다고 하더라."
미나는 이화여대생이었다.
과팅을 통해서 만난 여자였다.
물론 나는 과팅에 나가지 않았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네놈 문제에 관심 없으니까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여 꺼져."
냉랭하게 대꾸하자 녀석이 골이 잔뜩 난 얼굴로 소리쳤다.
"너는 임마. 인간성이 너무 개판이야. 이럴 때 동기를 좀 위로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그런거에 관심 없으니까 쓸데없이 친한 척 하지마라."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그 후, 김포공항으로 직행했다.
제주도에서 한달 정도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제주도에 도착한 뒤 서귀포 해안가 인근의 펜션에 장기투숙했다.
그 후, 바다 낚시를 즐기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수의 전화는 전혀 받지 않았다.
그 무렵, 익숙한 남자를 우연히 목도했다.
바다 낚시를 즐기는 배 안이었다.
그는 이태강이었다.
태강은 강태공으로 화신한 채 바다 낚시 삼매경에 몰입한 상태였다.
그런 탓으로 주변에 내가 나타난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낚시를 하는 한편, 놈을 면밀히 살폈다.
그는 20년 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운명이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소인배 주제에, 운이 너무 좋은거 같았다.
잠시 후, 그의 곁에서 물러났다.
보기만 해도 열통이 뻗쳤기 때문이다.
그날 밤.
펜션에 귀가한 뒤 TV 프로를 습관적으로 시청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핸드폰 벨이 요란한 울음을 토했다.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조만석의 번호였다.
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만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주 금요일에 연세대 무용학과 애들이랑 단체미팅이 있는데, 너도 나올래?
녀석은 내가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임마. 형은 지금 제주도에 있다니까. 자꾸 헛소리 할래?"
-그 말이 정말이냐?
"그래. 자식아. 그러니까 이만 전화 끊어라."
-잠깐만...! 기다려봐.
"또 할 얘기가 남았어?"
-차라리 잘됐네. 내가 제주도로 미팅 장소를 변경해볼게. 헤헤...
"네놈 마음대로 해라. 이만 끊는다."
녀석이 잔대가리를 굴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니었다.